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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8화


두려움.

공포.

한때 내게 익숙했던 감정이 쌍둥이 해피엔딩 교인의 말에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느낄 수 없으나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기 때문에, 그 충격적인 깨달음에 기분이 한없이 식어가듯 가라앉는다….

‘이름님이 무섭다고.’

그래서 위키 작성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저러고 있는 거라고?

해피엔딩 교단 자체가?

[이런, 하지만 그저 비위만 맞추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지요! 진정한 엔터테이너란 자신의 비전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처절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때의 처절함.

심지어 그 일이 끔찍할수록 더더욱 말이다.

불확실하며 악의 넘치는 신적 존재에게 눌려, 자신만은 그 악의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

‘이걸… 누구 잘못이라고 해야 하는 거지?’

애초에 이 세계관이 이 꼴이 된 건 위키 작성자들이 그렇게 적었기 때문이라면, 아니,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괴담 창작자들도 그저 이야기를 적었을 뿐인데.

대체 누가 자기가 적은 괴담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냔 말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가.

첨벙, 첨벙.

그 와중에도 알코올 액체 속으로 떨어지는 인간 몸뚱아리가 내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줄을 서서 술로 뛰어드는, 괴담에 오염된 해피엔딩 교단의 입교자들.

미친 광경.

“자, 술을 만들자!”

쌍둥이 누나 역할의 사람은 어느새 필사적인 기색을 갈무리하고 다시 명랑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 술로 무슨 재밌는 일을 할까? 기대되지? 그렇지?”

숨이 턱 막히는 듯….

“아니.”

…!

“이야. 사이비가 사이비하네.”

고개를 돌렸다.

심드렁한 표정의 은하제 대리가 있다.

‘대리님?’

“평신도는 속여서 아주 골수까지 이용해 먹고 지들은 다른 소리 하는 것까지 그냥 사이비의 전형이야.”

은하제 대리가 한 발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자기가 결정 기준을 남한테 의탁하는 꼴도 말이지.”

…….

“노루야. 원래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

복수에 성공했던 기자가 공포를 드러냈던 사이비 교인들을 쳐다본다.

“저쪽도 사이비에 세뇌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연민을 가지는 거야 그럴 수 있다만.”

은하제 대리는 가리켰다.

이 지하 벙커, 지금까지 수십 명이 죽고 지금도 뒤에서 사람이 죽고 있는 장소를.

“상황을 잊으면 안 된다.”

깨달았다.

은하제 대리님은 쌍둥이의 말의 내포된 의미, 내가 눈치챈 디테일에 대해선 모른다.

해피엔딩 교단과 이름님의 관계, 위키에 대해서 모르니까.

하지만 디테일에 매몰되지 않기에 더 확실히 짚어내는 것도 있다.

본질.

“쟤네는 지금 자기 좋겠다고 사람 죽이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비슷한 환경에서도 절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

조금 머리가 맑아졌다.

근데….

‘그렇게까지 대놓고 도발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나는 쌍둥이를 돌아보았다.

미소 짓는 머리통이 그대로 할머니 모습의 은하제 대리에게 돌아간다.

끼기긱.

“할머니 아니지?”

…….

젠장.

“알고 있었는데, 너한테 제일 먼저 술을 맛보여줄게! 이름님을 알고 해피엔딩을 보자.”

“다 뽀록났는데 아직도 그걸 밀고 있네. 아, 노루야. 그럴 필요 없다.”

나는 당장 쌍둥이와 은하제 사이에 섰으나, 은하제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 다 끌었으니까.”

쩌저적.

금이 가는 소리.

그리고….

쾅!

두터운 도자기가 아닌, 싸구려 플라스틱을 만든 하얀 몸체에서 폭발음과 함께 물이 쏟아진다.

술을 빚는 단지가 부서졌다.

‘…!’

안에 들어 있던 인체와 기생충이 뒤섞여 일부 바닥으로 쏟아진다.

아직 남아 있던 사람들이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나는 급한 대로 안개로 받아서 대충 아래로 쓸어 보내며 동시에 은하제 대리의 상태가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혼란을 틈타서 도망가려고 한 듯, 은하제 대리가 재빨리 내게 눈짓했으나….

“와. 잘 터지네요.”

호유원이 걸어 나왔다.

그 손에는 빈 약병이 들려 있다.

‘폭발 D등급.’

…백일몽제 물약.

백일몽 주식회사의 이사는 빙긋 웃었다.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도 수상쩍은 인물들을 중요한 장소에 그냥 두고 가시다니… 판단력이 많이 안타까워요.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서유 씨, 서빈 씨.”

쌍둥이 간부가 멍하니 그 광경을 본다.

반쯤 부서진 술 단지와 아홉여우병에 걸린 자.

“아, 오해하진 말아주세요. 제가 한 일은 아니고, 이쪽에 할머님이 하신 건데… 저는 그냥 이 빈 병을 주워든 것뿐이랍니다.”

“하.”

“어쨌든… 하시는 행동에 비추어볼 때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시는 것 같아서요…. 그럼,”

쌍둥이를 보는 호유원의 눈에 기쁨이 나타난다.

알아낸 자의 기쁨.

“여러분의 정체성은, 아직도 인간이네요?”

금제의 조건이 갖추어졌다.

역병이 다가간다.

“저랑 약속 하나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멍하니 있던 쌍둥이는….

활짝 웃는다.

“있지. 우리 아예 이 공간 자체를 술 단지로 만들까?”

“그게 좋겠다.”

뭐?

“너는 입교인들을 모아줘. 나는 여기서 용이랑 여우에게 이름님을 알려줄게! 용이랑 여우도 술로 담그자.”

“그래.”

[정면 돌파를 골랐군요. 오, 이제부터 한바탕 피와 공포의 아비규환이 벌어지겠습니다….]

[도망가는 입교인이 있다면 상당히 재밌는 공포담이 전승될 수도 있겠군요! 술, 컬트 교단, 그리고 여우 역병이라!]

간부들에게 금제를 걸어 정보를 뽑아낼 꼭두각시로 삼으려는 호유원과 우리를 술로 담가버리려는 해피엔딩 교단의 간부들.

문제는 그 사이에 나도 끼었다는 것이다.

호유원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비에 나를 끼운 것과 다름없다.

“그럼 용부터 할게!”

이서유의 머리가 떨어진다.

긴 붉은 궤적을 그리며 술로 젖은 바닥을 구르고, 주변에 깜박이듯이 기이한 붉은 피륙의 공간이 투영된다….

‘망할.’

그리고 이 미친 짓의 불똥은 누구에게도 튈 수 있다.

은하제 대리님에게까지도.

‘안 돼.’

그렇다면.

…나는 결국, 굴러온 머리통을 먼저 잡아챘다.

“어어어? 어어어?”

머리통이 활짝 웃으며 나를 삼키려 하는 그때.

연기로 먼저 덮는다.

그리고 읽,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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