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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61화


세광역에서 출발한 열차 안.

투두두둑….

레일을 달리는 차체의 소리가 울리고, 진동에 손잡이가 흔들리는,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공간.

스크린도어가 닫히기 직전에 뛰어든 우리는 그제야 머리를 들고 제대로 우리의 환경을 살폈다.

“…….”

열차 안은 깨끗했다.

거짓말처럼.

그리고….

자리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

양옆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지하철의 좌석마다 일상복을 입은 평범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오염의 징후조차 없다.

이어폰을 끼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그 평화로운 분위기는 순간 우리가 열차를 타서 현실로 돌아왔다고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투두두둑….

이 숨 막히는 정적.

‘…반응을 안 해.’

탈을 쓴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칸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시선 한 번은 줄 법도 한데, 고요함만이 흐른다.

자리에 앉은 사람도, 서서 손잡이를 잡은 사람도.

모두 각자 가만히 표정 없이 있을 뿐.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

“…….”

일행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다른 칸으로.’

계단 바로 앞의 열차 문으로 뛰어들어 왔으니, 우리가 현재 있는 칸이 유독 승객으로 붐빌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괴담에서는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상황을 실수로 맞닥뜨리지 않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부딪히지 말자.’

비교적 승객이 없는 칸으로 가야겠다는 암묵적 합의 속에서, 아무도 돌발행동을 하지 않고 옆 칸으로 이동한다.

승객과 닿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하면서.

‘후우.’

나는 동시에 열차 안의 특이 사항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광고판.

[흠. 색감이 다소 촌스럽지만 깨끗하군요.]

그렇다.

‘멀쩡해.’

디자인상으로 볼 때 완전히 최근 광고들은 아님에도 이상할 정도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름과 숫자만 어지럽게 뒤엉키거나 사라져 있기에, 연도를 추측하거나 실제로 연락처를 알아내긴 불가능한 상태로 되어 있다….

인지하지 못하게 처리된 것처럼.

“…….”

그리고 광고판의 맞은편 문 위에는, 한 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그림이 있다.

불빛이 들어온 그것에는 글자 하나 없었으나, 상징과 위치만으로 무엇인지 추측하게 만든다….

‘지하철 노선도?’

그 순간.

주머니의 스마트폰에서 옅은 진동이 울렸다.

“…!”

무음으로 처리해 두지 않았다는 것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으나, 승객들은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만 내쉬면서 당장 스마트폰의 페이지를 확인했다.

새롭게 등재된 페이지

(1) 세광 지하철

‘…!’

세광 지하철

7개의 역으로 구성된 세광특별시의 대중교통 수단. 세광특별시의 주요 산업 및 생활 지구를 도는 순환선이며, 현재 외선 순환은 운행 불가 상태로 내선 순환만이 운행 중이다.

이 열차에 탑승하면, 재난의 날 세광특별시 역사에 입장할 때와 똑같은 외관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듯하다.

‘외관?’

나는 반사적으로 일행의 상태를 훑었다.

마침 이자헌 과장이 손을 들어서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손잡이를 잡고 있다.

‘…! 잠시만.’

나는 손짓으로 이자헌 과장님이 손을 잠시 들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보았다.

아까 온갖 시체와 올가미를 잡아 뜯으며 해지고 반쯤 망가진 그 장갑은, 원래대로 말끔하게 돌아와 있었다.

모두가 그것을 확인했다.

“…….”

이윽고 승객이 비교적 적은 칸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이 화제로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물론 극도로 목소리를 낮춰서 말이다.

헛기침, 발소리, 인사, 대화에 승객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승객이 없는 문 근처에 붙어 섰다.

“과장님, 장갑이 원래대로 돌아오신 것 같은데.”

“예.”

여차하면 뛰쳐나갈 수 있도록 비상문 개방 장치도 눈여겨보는 게 과연 경험이 많은 사람들다웠다.

그리고 그 사람들답게 이 열차의 기믹도 빠르게 눈치챘다.

“아무래도 이 열차에서는 모든 게 원상복구 되는 식의 초자연 현상이 벌어지나 봅니다.”

“예.”

“흠, 애들 게임으로 따지면 회복 스팟 같은 곳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보기엔 영 느낌이 찜찜한데….”

은하제 대리가 담배가 말린다는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멸형급 괴담에 둘러싸인 곳에 그렇게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가 대놓고 있을 리가 없지.’

이 열차 안은 누가 봐도 세광특별시의 일부였고, 우리는 탈출하지 못했다.

나는 스마트폰에서….

“포도야.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나.”

“…!”

너무 티가 났나.

게다가 청동 요원도 내 스마트폰 뒤에 붙은 아이템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았다.

재난관리국에서 요원들에게 배부하는 장비 중 하나와 색만 다른 상태였을 테니까.

“…메모리얼 그립톡?”

“비슷한데, 좀 다릅니다.”

지금이 타이밍인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탐사 정보는 공유해야 한다.’

출처를 댈 수 있는 편이 수월할 것이다. 어차피 화면은 보이지 않으니, <어둠탐사기록>을 들킬 일도 없고.

물론 ‘굿즈 박스에서 나온 굿즈입니다. 놀라셨죠?’ 따위의 설명을 할 수는 없으니,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파손된 메모리얼 그립톡을 입수해서, 어르신의 도움을 받아 고쳤습니다.”

“우리 어르신?”

“예.”

사실상 반 이상 진실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이미 습득한 정보를 읽는다’ 외의 기능이 가끔 발현되게 됐다고 말하는 건데….

“그립톡을 부착하고 초자연 현상에 들어가면, 가끔은 그 장소의 정보를 약간 제공해 주기도 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들의 얼굴에 의심이나 의문이 떠오르기 전에, 이런 말도 덧붙였고.

“…제 보안팀으로서의 상태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나, 최 요원은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짐짓 편안한 웃음이다.

휘익, 그리고 휘파람까지 나직하게 불었다.

“우리 포도, 새로 생긴 능력이 제법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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