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66화
신체 카지노에서 1000 코인 이상을 쓸어 담기 위한 기초적 정보를 수집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는 시도할 차례.
“……후우.”
낮은 음질의 재즈 연주 소리가 지하의 카지노에 울리는 가운데.
신체 카지노의 방문객은 숨을 고르고 발걸음을 옮긴다.
[시작됐군요.]
그렇다.
“안녕하세요, 딜러님!”
우선 딜러룸의 테이블에 앉는다.
하지만 고른 테이블은 이성해 대리님의 머리를 단 딜러의 것이 아닌, 다른 낯선 얼굴의 딜러였다.
멀리서 이성해 대리님의 시선이 느껴지나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방문객님. 배팅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방문객은 낯선 딜러를 보며 싹싹하게 웃는다.
“넵. 배팅하죠. 게임은 맨 처음에 소개받은 카드 게임으로 될까요? 어떤 카드인지 맞히는 거였는데.”
“물론입니다. ‘투시 게임’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딜러는 테이블에 앉은 방문자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한 후, 트럼프 카드를 현란히 섞어서 내민다.
“오, 이걸로 할게요.”
그리고 자리에 앉은 사람은 그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고른다.
그게 어떤 모양인지, 혹은 어떤 숫자인지 맞히는 간단한 게임.
“하트로 3코인 걸겠습니다.”
“예. 확인하겠습니다.”
하지만 방문객의 시도는 실패했다.
카드는 스페이드 7.
3코인이 날아갔다.
“아깝네요. 한 게임 더!”
“예. 배팅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게임이 계속 반복된다.
방문객은 최소 금액을 걸며 적당히 따고, 적당히 잃었다.
그러다가… 한 번씩.
“이번에는 30코인 걸겠습니다. 감이 좋네요.”
크게 지른다.
그리고.
“배팅에 실패하셨습니다.”
“으악!”
크게 잃었다.
하지만 서너 번 중에 한 번은 배팅에 성공해 돈을 딴다.
“좋다!”
그런 식으로 교묘하게 코인의 액수가 조절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방문객의 승률과 배팅 금액은 한참을 어지럽게 규칙 없이 고점과 저점을 오갔다.
테이블엔 족히 백 개가 넘는 코인이 수북하게 쌓였으나, 방문객의 ‘군자금’은 어느새 첫 시작의 반토막이 난 상태.
그러다가….
한 시간 이상 경과한 어느 순간.
[지금이로군요.]
“배팅하시겠습니까?”
“흐으으음….”
방문객은, 지극히 몰입한 것처럼 손을 뻗어….
테이블의 코인을 모조리 앞으로 민다.
댕구르르르….
탁.
낡은 알전구 빛에 코인이 반짝인다.
구르던 코인까지 친절히 잡아낸, 괴담 속 딜러가 눈을 빛내며 묻는다.
“총 113 코인을 배팅하시겠습니까?”
[오호.]
“예, 까짓거 가보죠.”
“그럼 카드를 골라주세요.”
이번에도 여상스럽게 손을 뻗은 방문객이, 테이블에 늘어선 카드 중 하나를 가리켰다.
“이걸로.”
“확인했습니다.”
딜러가 방문객이 고른 카드를 집어 든다.
그것을 보는 방문객의 눈빛이 기이하게 빛났다가 쓱 기세를 감춘다.
그리고.
“…숫자 7에 배팅하겠습니다.”
“……!”
딜러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묘하게 움직임이 느려졌다.
“확인했습니다.”
딜러가 카드를 뒤집는다….
“스페이드 7.”
잭팟.
“…배팅에 성공하셨습니다.”
“…!!”
“상금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테이블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코인이 나와서 승리자에게로 돌아간다.
“904코인입니다.”
테이블 아래로 방문객이 짧게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한 방에 999 코인에 가까운 금액을 벌어들였다.
[오, 축하합니다. 친구, 성공이로군요!]
그래.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알고 고른 거지.’
스페이드 7.
이미 저 카드의 앞면에 어떤 숫자와 그림이 박혀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투시 능력 같은 게 생긴 건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그 어떤 속임수도 사용하지 않고, 이 카지노가 제공한 조건에서 플레이했다.
다만.
‘그 조건에 허점이 있어.’
그건….
이 카지노에 들어오자마자 할 수 있는, 어떤 한 요소 덕분이었다.
바로 낙후된 시설!
‘심하게 낡았어.’
벽, 전구, 슬롯머신, 그리고 딜러룸에 테이블까지 이미 닳고 해졌다. 거의 버려진 카지노라고 착각할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게 괴담으로서의 섬뜩함을 더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일반적인 카지노와 다른 ‘조건’도 구성했다.
바로… 게임에 사용하는 것들도 낡았다는 것.
가령.
‘트럼프 카드.’
본래 트럼프 카드의 뒷면은 모두 동일한 생김새라 서로 구분할 수 없는 공산품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이 남으면 말이 달라진다.
‘구분 점이 생겨.’
미세한 얼룩, 스크래치, 주름.
불빛에 반사될 때 아주 얼핏 드러나는 ‘낡음’들이, 각각의 카드를 구분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했다.
-첫 게임으로, 카드 중에 최대한 ‘흔적’이 눈에 들어오는 뒷면을 가진 것을 고르는 겁니다.
이번에는 그게 스페이드 7이었다.
아마 뒷면에 양 갈래 스크래치가 불빛에 아주 살짝 반짝이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 앞면의 정보, 스페이드 7까지 확인한 후 기다린다.
그리고….
-의심받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그 카드를 찾아서 배팅하면 됩니다.
잭팟을 터트리는 것.
물론 스크래치 자국은 매우 미세하며, 사실 육안으로 구분하기 극도로 힘들기에 보통 사람에게는 어렵다.
하지만 이 일행 중에 놀랍게도 적임자가 있었다.
“하하하, 이게 또 터지네!”
최 요원.
핏줄과 골격만으로 사람 신체를 구분할 수 있는 관찰력과 기억력의 소유자다.
이미 외우는 버릇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아~ 원래 선량한 공무원이 도박 같은 걸 하면 안 되지만… 어쩔 수가 없네. 오케이. 딱 나한테 맡겨.
그리고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능청스럽게 테이블에 앉아 지금까지 도박한 것이다.
그렇게.
“아~ 좋았어.”
성공했다.
[오, 실제로 카지노에서 비슷한 수법을 사용해 거금을 벌었던 사례도 있지요.]
[물론, 그 경우에는 카드 뒷면 패턴의 인쇄 오류를 읽었던 모양입니다만!]
그래. 실존하는 카지노에서는 아마 이런 일이 없도록 매일 새로운 카드를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낡은 것’이 특성인 괴담 속에서는 이런 방법도 통한다.
“현재 보유 코인… 924개입니다.”
“…오케이.”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된다.
나는 게임을 하는 최 요원의 옆자리에 앉아서, 마치 ‘판돈이 커지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관전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대로 조심스럽게 한 판만 더.’
눈에 띄지 않고 벌기 위해, 지금까지 최대한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끌어온 것이다.
“흐름 탔으니까 이대로 계속….”
“방문객님.”
…….
뻣뻣한 목을 돌렸다.
“재밌는 방법을 쓰시네여?”
테이블에 다가온 이성해 대리의 얼굴이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빤히.
빙긋 웃는다.
“방문객일 때 제가 쓰던 방법인데.”
“……!”
“카드 뒷면의 흠집을 기억해서 숫자와 모양을 알아내는 거, 맞져?”
딜러는 각각 다른 사람의 약지와 중지가 붙은 낯선 손으로 카드 뒷면을 훑었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리고 편법은 한 번 간파되면 다시 이득을 볼 수 없는 법이에여.”
망할.
[그러고 보니 그 사연의 안타까운 뒷내용도 기억나는군요.]
[그 전문도박사는 소송을 당해서 160억을 한 푼도 빠짐없이 다 징수당했답니다. 오, 카지노의 간악함이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증거 있습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포도야! 이 카지노 정말 무섭네. 돈 좀 따니까 편법 쓴 걸로 몰아가고. 이래서야 무서워서 게임할 수 있겠어? 등이 축축해지네 진짜.”
“…….”
“증거 없죠?”
딜러가 카드 뒷면에서 손을 뗀다.
“그 말씀이 맞네요.”
하지만 절대 안심이 되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럼 게임을 계속해 볼까요?”
이성해 대리의 머리를 한 딜러가, 우리가 있던 테이블의 딜러를 밀어내며 자신이 그 위치에 선다.
진행자로.
“설마 도망가실 건 아니져? 수상쩍게요.”
“…….”
“좋습니닷. 그럼 이제부터는 제가 이어서 딜러로 계속 플레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새로운 트럼프 카드를 꺼낸다.
낡았으나, 이 전과 완전히 다른 한 벌.
“자, 그럼….”
웃는 얼굴이 말한다.
“배팅해 주세요.”
조졌다.
“제가 하겠습니다.”
“오.”
“포도야.”
“공금이라서요. 보통 운은 평균으로 수렴한다고 하니, 재밌게 많이 따신 분은 여기서 그만두시고 제가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성해 대리의 남은 한눈을 보며 말했다.
“괜찮겠죠?”
“물론이져!”
그리고 최 요원에게 속삭였다.
“이번에는 저도 배팅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잠시만요.”
“…….”
“왠지 딸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최 요원은 가라앉은 눈이었으나, 결국 손을 뗐다.
그리고 나는 잠시….
…….
[오, 어렵지 않지요. 친구.]
“방문객님?”
“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혹시 원래 딜러님이 쓰시던 테이블로 가서 할 수도 있을까요? 여기는 이미 운을 다 쓴 느낌이라.”
“물론 괜찮져!”
이성해 대리의 머리를 단 딜러가 흔쾌히 자신의 테이블로 안내한다. 나는 코인을 다 챙겨 들고 바쁘게 이성해의 테이블로 이동해, 다시 질문을 듣는다.
“그럼 얼마나 배팅하시겠습니까?”
나는, 챙겨온 코인을 테이블에 내밀었다….
924개 전부를.
“…!!”
“924개를 배팅하시는 게 맞나요?”
“……예.”
“확인했습니닷. 그럼….”
이성해 대리가 다시 테이블에 카드를 펼쳤다. 나는 손을 내밀어서 내가 고를 카드를….
“잠깐.”
손이 잡혔다.
“방문객님, 고른 카드에 손대시면 안 되져?”
“…….”
“지금 뒷면에 손자국을 남겨서 카드를 기억하시려고 했던 거잖아여?”
“아닙니다. 그리고 오해가 있습니다.”
“오?”
“저는 제 전 재산을 걸었으니 이번 한 판을 이기지 못하면 다음 게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 카드를 기억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졌을 텐데요.”
…….
“오.”
딜러가 손에 힘을 풀었다.
“그 말씀이 맞네요. 그럼 진행할게여.”
“예.”
나는 원래 고르려던 카드를 그대로 골랐다.
뚝.
식은땀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자.”
…….
“어떤 모양, 혹은 어떤 숫자에 배팅하시겠습니까?”
나는 간신히 눈을 들었다.
“…하트.”
이걸로.
“처음에 배팅했을 때도 하트로 땄으니, 이번에도 거기에 걸어보려고 합니다.”
“…….”
카드를 보고 있던 딜러가 휙, 고개를 돌린다.
테이블 주변의 사람들과 기물을 확인하나, 특별히 이 딜러의 카드를 읽고 신호를 주는 사람, 혹은 갑자기 생긴 거울 같은 것은 없다.
그나마 이자헌 과장이 가까운 뒷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긴 하지만 그뿐이다.
어떤 딜러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가 ‘의심스러울 만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딜러님?”
딜러가 카드를 뒤집는다….
“축하드립니다.”
하트 4.
“상금 2772 코인을 지급드리겠습니다.”
테이블 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코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
됐다.
‘성공했다.’
나는 테이블 아래로 꽉 주먹을 쥐었다 폈다.
식은땀이 고여서 축축했다.
“대박이다, 으하하하학!! 이야, 코인벼락이잖아?”
최 요원이 마치 대박난 도박꾼처럼 호들갑스럽게 내 등을 두드리고 있으나, 그 눈이 가라앉아 있었다.
대체 무슨 수로 내가 이걸 맞힌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럴 만했다. 왜냐하면….
나는 편법이 아니라, 아예 사기를 쳤기 때문에.
‘후우.’
이 테이블로 갑자기 옮긴 이유.
-브라운, 혹시 도마뱀 과장님에게… 돌고래 대리님 테이블 뒤편 벽에 기대서 있어 달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그래.
이자헌 과장이 자연스럽게 기대서 서 있을 벽을 뒤로 끼고 있는 테이블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자헌 과장이 필요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 눈에는 도마뱀 머리로 보이니까!’
그리고 사람과 같은 크기의 도마뱀 머리에 있는 눈은, 인간의 그것보다 크고 수정체도 두꺼웠다.
즉.
‘딜러가 들고 있는 카드가, 비친다.’
숫자처럼 세밀한 것을 읽을 필요도 없었다.
색과, 아주 흐릿한 실루엣만 있어도 성공이다.
‘…그리고 성공했지.’
나는 이자헌 과장님의 눈에 비친 카드의 앞면을 보고 배팅에 성공했다.
[훌륭한 순발력이었습니다. 노루 씨!]
고맙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아무도 내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자헌 과장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외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까지 경험했던 괴담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인간의 머리를 한’ 이자헌 과장님을 기준으로 보자면….
‘눈에 카드가 비칠 리가 없지.’
결국, 이건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신호가 된 것이다.
어쩌면 본인도 모를.
[오, 제법 짜릿했습니다!]
[물론 카지노 사기 같은 일에 방송인이 연루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는 유쾌한 초능력 정도로 볼 수 있겠지요.]
[레코드판의 홈을 보고 어떤 연주곡이 녹음된 건지 추측한 남자가 초능력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면, 내 친구가 한 일도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모르겠다.
비록 나만 확인할 수 있는 거긴 하다만, 사실 매커니즘만 보자면….
‘빼도 박도 못할 사기야.’
하지만 카지노에서 확정적으로 돈을 벌 방법은 사실 사기 외에는 아까 같은 편법뿐이었는데, 그게 이미 사용해 본 사람에 의해 막혀버린 이상 별수 없었다.
즉흥적으로, 그리고 이렇게까지 돌려서 사용하긴 했지만, 혹시라도….
“…….”
눈치챘나?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최 요원과 축하를 나누며 웃고 있었으나, 딜러는 말이 없다.
차마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축하드려여. 999 코인을 넘기셨네요.”
“…!!”
“이제 VIP 구역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닷! 지금 안내해 드릴까요?”
“……예.”
됐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조심스럽게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 * *
“VIP룸에는 999코인 이상을 소지하신 일행만 입장할 수 있으며, 이때 일행은 본인 외 2인까지 가능합니다.”
카지노의 공용 구역을 걷는 여섯 명의 발걸음, 그 앞에서 발랄한 목소리의 딜러가 설명한다.
그리고 곧, 발걸음이 멈춘다.
VIP ACCESS
“그럼, 개방하겠습니다.”
딜러가 황금빛 철문을 잡아, 옆으로 잡아당기며….
VIP 룸이 개방되었다.
“…!!”
그 안은 놀랍게도….
미로였다.
[오, 낡아빠지지 않았군요.]
마치 밀담을 위한 고급스러운 공간이 끝없이 가려진 커튼 너머로 늘어선 듯했다. 거울을 맞댄 것처럼 연결된 공간.
마치 낡고 해진 바깥의 신체 카지노와 질적으로 다른 곳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렇게 있었다.
이질적인 것은 하나뿐.
~■■ CITY ROYAL CASINO~
지하철 광고판이 그림 대신 벽의 액자에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커튼 너머로 들리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애쓰며, 우리는 문 앞으로 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시겠어여? 편하게 앉아주세여. 구분된 장소에서 프라이빗하게 갬블을 즐기실 수 있답니닷.”
일행은 조용히 입장했다. 백사헌은 맨 끝에서 슬쩍 빠지려고 했으나, 청동 요원에게 잡혀서 그대로 입장한다.
하지만 나는 불길한 예감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쪽입니닷.”
딜러는 커튼을 걷고 들어간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장면은 유사했다. 벨벳 소파, 탁자, 다과, 그리고….
은색 권총.
“오늘 준비된 게임은….”
뚜벅뚜벅.
걸어간 딜러가, 고급스러운 원목 탁자 위에 놓인 권총을 잡아들어, 장전을 위해 꺾는다.
“러시안룰렛입니다.”
X발.
“워낙 유명하니 잘 아실 것 같지만 설명드리자면, 6구경 권총에 탄환을 하나만 장전하구,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쏘는 게임이죠!”
달칵, 달칵, 달칵.
방아쇠를 당기는 딜러의 손이 거침없었다.
반사적으로 긴장한 사람들이 몸을 졸이는 가운데, 웃으며 딜러가 아직 발포되지 않은 권총을 들어보인다.
“이러다가 포기하는 쪽이 패배입니닷.”
하.
“그런데! 쏘기 무섭다면 다른 옵션도 있어여.”
딜러가 우리를 훑어본다.
“신체 부위를 하나 포기하는 겁니닷.”
“…!”
“그럼 자기 차례를 넘기고 상대에게 권총을 줄 수 있어요.”
“잠시만.”
나는 황급히 물었다.
“누구와 대결하는 겁니까?”
“다른 방문객님이져?”
“…!”
“서로 러시안룰렛을 해서 이기는 사람이 배팅한 코인을 전부 가져가는 게임이랍니닷. 그런데 지금 이 VIP룸에….”
딜러가 빙긋 웃는다.
“여러분 외에는 다른 방문객님이 없네여?”
“…….”
“기다리면 다른 방문객이 올 수도 있습니까?”
“글쎄여. 확실하지 않습니닷.”
“마지막으로 VIP룸에 손님이 방문한 건 언제였습니까?”
“으음,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직접 보신 적은, 있습니까?”
“아니요.”
“…….”
이런 X발.
“잠시만요. 그럼 전당포에 있던 ‘특별한 용도’의 신체 부위는….”
“아, 그것도 벌써 아시는군여.”
빙긋 웃은 이성해 대리의 입이 말한다.
“방문객님이 연속으로 방아쇠를 세 번 당기면, 신체 하나를 부상으로 받을 수 있답니다!”
“…!”
“멋지져? 짜릿한 게임에 어울리는 상품이에여.”
지하철 광고판이 달려 있던 그림이 내려가며, 그 속에 있던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레일이다.
‘신체 부위.’
여러 사람의 각종 사지와 장기가 나란히 레일에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그중에는 이성해 대리님의 것도 있을 것이다.
“…….”
이성해 대리님을 구출하려면, 무조건 이 게임에 참여해서 신체 부위를 따낼 수밖에 없는 상황.
“자, 그럼….”
딜러가 웃으며 우리를 본다.
“누가 플레이하실 건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