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72화
내가 강이학 씨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접한 건 ‘화면 속 남자’ 괴담을 수집하러 나갔던 당시였다.
그것도 실종 소식.
재난관리국에 연행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차피 주임이라 큰 문제 없이 풀려날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왜, 여기에?’
적막이 흐르는 지저분한 복도에 서 있는 화려한 여인의 토우.
도자기 속에서 나는 소리.
“~!!”
질식사하는 듯이 절규하는, 생매장된 자가 지를 것 같은 억눌린 비명….
-응…. 그 층에서…… 실종된 직원도 있을걸….
‘…실종된 직원이라는 게 강이학 씨였다고?’
그러나 그 생각을 길게 이어갈 겨를도 없다.
다음 순간.
복도의 토우는 둘로 늘어나 있었다.
“…….”
저 모퉁이 너머에서 보이는 건 내 눈앞에 있는 여인 형상보다 훨씬 작다. 마치 마트료시카의 안에 든 것처럼, 비슷한 생김새지만 다르다.
그리고 줄어든 형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 정체.
‘항아리 단지.’
그 순간.
기우뚱.
‘…!’
도자기 여인이 내 앞으로 기우뚱거리며, 앞뒤로 흔들린다. 귀금속이 복도의 어두운 불에 반짝이며 떨어진다.
그 토우 안에서 사람과 귀금속, 액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나는 미동도 없이 그것을 보았다.
“잘했네…. 건드리지… 마요….”
…….
“일부러 저러는 거니까….”
긴장감으로 굳은 분위기.
내 등 뒤에서 사태를 확인한 은하제 대리의 침음이 들린다.
“이런 미친. 저거 꿀단지 새끼네.”
그래. 나도 눈치챘다.
백일몽에서 금을 수급하는 황혼 등급 어둠 중 하나.
정확히 말하자면.
철저한 매뉴얼을 토대로 황혼 등급에 맞는 위험성을 유지하고 있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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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카노푸스의 황금 단지]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E-195.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제작할 시 장기를 보관하던 단지의 왜곡된 버전.
장기를 보관하는 것을 실패한 단지가 사후세계에서 미라가 사용할 새로운 장기를 구하기 위해 귀금속으로 미끼를 유혹하는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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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강이학 씨가 왜 갇혔는지 알 것 같은, 괴담이다….’
탄식이 나온다.
지금 저건… 강이학 씨를 양분 삼아 거대하게 자라난 파리지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러니까 제압이 어려웠겠지.’
단순히 부수거나 제압하는 와중에도 저 토우는 장신구를 흩뿌린다. 그리고….
해당 어둠이 외관에 부착된 귀금속을 통해 증식하는 기이한 양상이 관측됨.
단지에서 떨어진 귀금속은 주변의 밀폐공간 곳곳에서 우연히 발견되며, 선형 루트로 발견자를 황금 단지로 유인.
만일 발견자에게 습득되지 않을 시, 귀금속의 외피에 점차 유약과 흙이 쌓이며 사흘 내로 작은 단지의 형태로 구성된다.
이것은 새로운 황금 단지의 개체로 판별됨.
흩뿌려져 곳곳으로 이상하게도 자취가 사라진 장신구를 전부 회수하지 못하면, 그 장신구나 하나하나 토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희생양을 부르겠지.
게다가….
“…저 꿀단지 새끼 지금 사람 먹은 거지?”
“예.”
은하제 대리가 나직하게 쌍욕 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왜요?”
“사람 먹은 놈은 내부에서 사람 소화해서 내장 꺼낼 때까지 더 기운차게 지랄을 한다는데, 그건….”
그리고 말이 끊긴다.
‘눈치채셨구나.’
별관 지하 2층 출입 통제가 길어지는 이유.
보안팀은, 저 단지 내부에 삼켜진 사람들이 사망할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그런 지시를 받은 것.
‘이 시기만 버티면 되지.’
안에 든 사람이 완전히 내장으로 변이하면, 저 황금 카노푸스의 단지는 목적을 달성하고 얌전해질 테니까.
게다가….
그러나 해당 어둠의 증식 행태는 카노푸스 단지의 어떤 전승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서 실제로 여인의 모습을 한 카노푸스 단지는 없으며, 인체와 유사한 형태의 도자기 항아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해당 유물을 흉내 낸 알 수 없는 무언가라는 섬뜩한 가설도 있다.
미지의 공포.
참고할 만한 전승도 없으니 더더욱 추가로 자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황혼 등급에 해당하는, 얌전한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강이학 씨는… 구출할 예정도 없었겠는데.’
회사에서는 가뜩이나 재난관리국에 한 번 잡혀갔다가 복귀한 저연차 직원, 매몰 비용으로 잡고 실종 처리해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더 문제는….
“……그거, 그거!”
나는 손에 쥔 귀걸이를 보았다.
“저기서 나온 거예요? 이….”
내가 고장 난 장난감 메이커에서 찾아낸 이 장신구가, 저 토우에서 떨어진 것 같다는 점이다….
‘젠장.’
유인당한 거구나.
“저거 격리 안 된 상태면, 속에 든 인간이 내장만 남을 때까지 귀금속 주운 사람도 끝까지 쫓아올 텐데.”
회사에서도 격리 상태에서 습득한 장신구를 완전히 녹여 형태를 없애 초자연 현상을 방지하고, 금으로만 사용한단 말이다.
그런데 쫓기는 상태로, 보안팀에게 걸리지 않고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가?
특히 나처럼 눈에 띄는 특수부서 직원이 말이다.
일행의 표정이 변했다.
‘…부숴도 보안팀이 알아차릴 것 같은데.’
게다가 온갖 파편과 장신구가 비산하고 흩어질 테니, 격리 실패 기간이 더 길어지고, 이 층의 다른 어둠들도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방금, 고장 났던 장난감 메이커처럼!
‘너무 눈에 띄는 짓을 해선 안 돼.’
아무리 호 이사가 뒷배라고 해도, 그쪽도 무마 못 해줄 만큼 사건이 커지면 곤란해지는 거다.
“후우.”
투두둑.
그 와중에 내 눈앞의 토우는 장신구를 계속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마치, 나에게 주우라는 듯이.
‘…….’
저러다가, 안 통한다는 걸 알면 그때부터 ‘어떻게든’ 내 몸에 닿기 위해 애쓸 텐데….
‘사람이 아닌데도 내장만 있으면 된다 이건가.’
심란한 순간.
“음… 그냥… 삼킬까……?”
예…?
“부스러기도 안 남기고… 먹으면 될 것 같은데…?”
경비반장의 머리가 이상한 형태로 뒤틀리며 검고 거대한 형상으로….
비추천
사유 : 단지 내부의 생존자
“……음.”
어느새 경비반장은 다시 축 처진 평소의 모습이다.
후우.
‘…빨간 망토를 본 영향인가.’
평소보다 호전적으로 느껴진다….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저런, 막간을 이용한 구경거리가 됐을 텐데 말입니다. 도자기째 먹이를 삼키는 꼴이라!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도 원초적 재미가 있긴 하지요.]
잠깐만.
‘삼킨다?’
경비반장이 다소 호전적이라도 평소의 무심한 듯 정확한 업무 판단력은 분명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식을 고른 건, 흩어질 귀금속과 도자기 조각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건, 나도 할 수 있지 않나?’
…….
나는 검은 연기를 풀어서 눈앞의 토우를 감쌌다.
“…!”
“노루야?”
대기 요청
그리고 생각한다.
‘착각할 뻔했다.’
별관 지하에 들어와서 이렇게 다니는 게 너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잊었나 보다.
나는 더 이상 현장탐사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런 짓도 할 수 있지.’
나는 괴이한 토우의 머리를 뜯어냈다.
“…!”
으적.
…비슷한 짓을 사람에게도 했었으나, 오히려 그보다 쉽다.
‘오염될 걱정도 없는 꼴이니까.’
단단한 것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화려한 귀금속으로 장식된 항아리의 밀봉이 부서진다.
하지만 귀금속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못한다. 내가 연기로 전부 받아 삼키고 있으니까.
그래.
‘어차피 어그로 끌린 거.’
장신구는 모조리 내가 주운 걸로 판정받으면 그만인데.
으드득.
나는 토우의 머리와 장신구를 연기 속에 잡고 있다가, 내 손목만 꺼내어 인벤토리 문신에 쑤셔 넣어버렸다.
“힉.”
그리고 꺼낸 손을 그대로 카노푸스의 황금 단지 안에 밀어 넣었다.
수많은 노란 눈 중 하나로 내부를 들여다보며, 검은 장갑 낀 손으로는 기이한 괴담의 내부를 헤집는다.
축축한 소화액, 달그락거리는 귀금속, 하지만 그 모든 게 내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순 없다….
그리고.
“…고양이님?”
잡았다.
휙.
나는 인체를 꺼내어 바깥으로 던졌다.
“…!”
팔다리의 곳곳의 살점과 뼈가 귀금속 장식으로 변한 직원 하나가 복도 바닥에 부딪히려는 것을, 이자헌 과장이 재빨리 잡아든다.
숨을 몰아쉬는 강이학 씨.
그리고.
“남았네….”
덥석.
거대한 늑대의 입이 남은 토우의 몸째를 삼킨다.
으적, 으적…. 짧은 파열음이 울리고,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리더니.
“…….”
모든 게 조용해졌다.
“후우.”
모퉁이에서 나타난 작은 단지까지 경비반장이 눈 깜박할 사이에 그림자를 길게 내빼며 삼키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은, 강이학 씨를 향했다.
“…….”
“…….”
“방금 눈 감는 거 다 봤는데 뭐합니까.”
“후하!”
백사헌의 말에 능청스럽게 강이학이 몸을 일으켰다.
몸에서 귀금속으로 변이한 부위가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이렇게, 어? 여러분이 곤경을 벗어나시는 도중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도움을 받았네요. 다음에 가능하다면 밥이라도 한 번 사겠습니다. 그럼 이만….”
“봤네.”
“…….”
“우리를 봤어.”
“하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회사가 이 녀석 어떻게 살아났냐고 물어보면 상당히 곤란해지겠는데.”
강이학 씨가 목격담을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의 별관 한탕 괴도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진다….
그리고 강이학 씨는 금 한 돈에 우리를 충분히 팔아넘길 사람이었다.
“그렇군요. 밀봉 상태로 이송하겠습니다.”
“네넵.”
“어, 어어??”
호유원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그렇게 강이학 씨는 휠체어에 고정된 채로 이자헌 과장님의 짐짝이 되었다.
“자, 잠깐만요! 혹시 고양이님과 동행 중이십니까? 절 구해주신 게 고양이님….”
음.
나는 일행들에게 문구를 만들어 보였다.
권유 : 먼저 빠져나갈 것
130666 : 차후 합류 예정
“…!”
‘어차피 이성해 대리님이 필요하던 장비는 구했지.’
남은 건 나뿐이니, 차라리 나 혼자 다니는 편이 나을 것이다.
황금 단지들은 나만 따라올 테니까.
‘그리고 보안팀을 혹시 마주치더라도 변명하기 쉽지.’
특수 부서 직원과 동행하는 정도라면 말이다.
사유 : 탈출의 안정성
권유 : 조랑말 주임을 데려갈 것.
“확인했습니다.”
“혹시 제가 오염에서 회복돼도 이 금 장신구는 따로 분리해서 받아갈 수 있….”
꽥.
강이학 씨는 이성해 대리님의 손에 빠르고 정확하기 기절 당했고, 일행들은 일사불란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비상계단 가는 길 다 기억하니까 안내해 주실 필요 없어여.”
“네…….”
다만, 백사헌은 자리에 남았다.
내가 녀석의 어깨를 잡았기 때문이다.
“…?!”
사유 : 감시
“오냐.”
“저기요.”
물론 그것만은 아니고, 다음에 방문할 곳에서도 ‘사람’으로 판정받는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걸 은하제 대리님도 눈치챘는지, 다른 말 없이 빠르게 이동해주셨다….
“아니….”
그리고 백사헌은 복잡미묘한 표정이었으나, 결국 아이템을 가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는지 반항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고 나서야 경비반장은 고개를 들었다.
“더 나오기 전에… 가죠….”
“……예.”
어쩐지 그 말에서는 여전히 굶주린 듯, 허기지게 입맛을 다시는 듯한 소리가 났다….
‘…자극하지 말자.’
나는 경비반장과 함께 발을 옮겼다.
이번에는 좀 더 깊이 들어간다.
“이제… 그쪽 보안팀 구역이라…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나 멈추면, 바로 멈추고…….”
긍정
발걸음 소리가 고요히 복도를 울린다.
마주 보고 늘어선 철문들. 그곳에 새겨진 숫자들이 계속 바뀌고, 이윽고 세 자릿수에 진입한 지 얼마나 됐을까.
경비반장의 발소리가 멈췄다.
“……여기….”
E-404
도착했다.
장비 제작용 3가지 괴담 중 마지막.
제사를 드리오니
일명, 오염된 소원.
“…….”
우리는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타 버린 재의 냄새, 올리브 냄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향들이 차분히 가라앉아 맴돈다.
사각형의 좁은 공간의 바닥은 고운 흙으로 덮여 있었고, 입구 근처 구석에는 바싹 마른 올리브 나뭇가지가 잔뜩 쌓여 있다.
그리고 한가운데.
마치 아이들이 소꿉놀이처럼 만들어놓은 듯한 제단이 있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자연의 돌.
그리고 나뭇가지 타고 남은 재의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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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제사를 드리오니]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E-404.
번제용 작은 제단. 석고와 올리브 나뭇가지 더미로 이루어져 있으며, 빠른 이용을 위해 언제나 올리브 나뭇가지를 준비해 둘 것이 권장된다.
이용자는 제단에서 소금, 곡물, 기름을 태우며 원하는 물건을 세 번 아뢴 후, 남은 나뭇가지 재의 모양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확인할 수 있다.
성공 시, 재단 아래 구덩이에서 묻혀 있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 확률은 약 3할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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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유용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나 의식을 마치고 제단 아래에서 발견되는 물건이 알 수 없는 고등급 어둠에 의해 오염된 경우가 다수 관측됨.
또한 해당 어둠에서 성공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제사를 드릴 수도 있으나, 횟수가 늘어날수록 더욱 치명적으로 오염된 물건이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
이 과정에서 ‘원하는 물건’으로 살아 있는 것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이 경우 해당 물건은 죽은 채로 나타난다.
랜덤성이 강한 데다가 악의적인 응답이 번번이 나오기 때문에, 쉬운 마음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주로 보안팀에서 사용하는 어둠이지.’
보안팀의 인원들은 웬만큼 오염된 물건과 접촉해도, 죽거나 리타이어 수준으로 끔찍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탐사팀으로의 복귀 불가 수준으로 오염된 상태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 거겠지.’
130666 상태인 나도, 비슷할 것이다….
‘…….’
[불을 이용해 제물을 태우는 의식이라! 아,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바치기’ 의식입니다. 이 브라운도 다소 익숙하군요.]
[물론 이건 소꿉놀이 같은 짓이긴 합니다만, 흐음… 과연 노루 씨에게 뭘 줄지 한번 확인해 봅시다.]
나는 제단 앞으로 나아가서, 이미 방의 옆에 준비되어 있던 소금, 쌀, 올리브유를 올리브 나뭇가지 위에 올렸다.
그리고 불을 붙인다.
치직, 소리와 함께 이상할 정도로 크게 불꽃이 제단 위로 피어오르며, 묘한 그림자를 석고 위로 일렁이게 한다…….
그때, 나는 바란다.
정확히 원하는 물건을, 세 번.
“…….”
“…….”
불꽃은 곧 사그라들고, 돌 위에 재를 남긴다….
선명한, 동그라미 문양.
[아, 단순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만큼 확실한 의사 표현입니다, 친구.]
성공이다.
나는 제단 아래를 조심스럽게 팠다. 이미 파진 구덩이 안 옅은 흙 밑에서 물건이 윤곽이 드러나며, 내 장갑에 잡혀 올라온다….
…한때 자주 봤던 문구를 보여주며.
따스한 그 시절,
마법의 사탕!
노스텔지어 캔디.
그래. 애초에 이 괴담이 경비팀이 노스텔지어 시리즈를 구하는 주요 수급처이기도 했으니까.
‘…….’
나는 손에 쥔 캔디 포장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지저분하거나, 환각이 보이거나, 기이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염의 징조는 전혀 없었다.
‘성공이다.’
그리고 이거면 충분하다.
세광특별시에서 복용하면, 아마 다리가 있던 시절로 돌려줄 것이다.
‘……아.’
나는 가만히 그 캔디를 잡고 있었다. 그 아이템의 이름처럼, 기이한 향수를 느껴진다.
그리고.
손
“소, 손??”
선물
나는 백사헌의 손아귀에 노스텔지어 캔디를 서너 알 올려주었다.
‘뭐, 이 자식이 쓸 일은 특별히 있겠나 싶냐만.’
여차할 때 탈출에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이렇게 해놔야 콩고물 때문이라도 탈주 같은 짓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노스텔지어 시리즈니까….
‘경비반장님께도 드리면 좋겠지.’
나누려던 순간이었다.
“잠시… 대기.”
경비반장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품을 뒤져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무전기.
아주 살짝, 진동하며 빛을 내는 그것을 경비반장은 느릿느릿 가져와 수신을 눌렀다.
그러자 들리는 목소리는….
[겨우 연결됐군!]
곽제강 과장이었다.
[어이쿠, 자네. 이렇게 늦게 받아서 되겠나? 경비 직원이 빠릿빠릿할 줄 알아야지.]
경비반장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도 곽제강이 항상 하던 대로 경비반장님을 긁는구나 싶어서 한숨을 참으며 기다리고 있었으나….
[그보다 말이야….]
[직원님, 옆에 계시지요?]
…….
……!
나는 무전기를 보았다.
거기에서는 어쩐지 흥분기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호 이사님 지시로 별관에 잠입하신 거 압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하하하….]
[청 이사님이 알아차리셨습니다.]
…!!
[얼른 빠져나가시는 게 좋겠다고 이렇게 말씀드리려 연락드렸죠. 이사님이 글쎄, 직원님의 담당 보안팀도 하나 챙겨가셨지 뭡니까!]
…뭐?
[아시겠지만, 청 이사님은 직원을 그렇게 아끼시는 윗분은 아니셔서 말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죠. 하, 하하하…. 어이쿠.]
뚝, 무전이 끊겼다.
그리고.
똑똑똑.
“…….”
“…….”
나와 일행의 시선이 나란히, 철제문을 향했다.
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