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2권 –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랜덤 이미지

비뢰도 22권 –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전격(電擊) 신 연재!

연비와 미소저들의 오붓한 다과회

(방 안, 자단목 탁자에 둘러앉아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네 명의 여인들).

나예린:(차를 한 모금 마시며) 하나의 시대가 저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무척 안타깝군요.

연비: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낡은 해가 지지 않으면 새로운 해는 떠오를 수 없으니까요.

은설란:흠, 그런데 아까부터 문 너머가 소란스러워요. 저 소리는 무슨 소리죠?

이진설:그러게요, 되게 시끄럽네.

(문밖)

쾅쾅쾅!

장홍:이보오, 우리 좀 들여보내 주시오. 우린 오늘 촬영이 있단 말이오. 이보오! 이보시오!

쾅쾅쾅쾅쾅쾅!

효룡:장 형, 아무 반응도 없는데요?

장홍:계속 두드려 보세. 뭔가 착오가 생긴 게 분명하네! 이럴 리가 없어!

효룡:앗, 장 형! 여기 뭔가 붙어 있는데요? 男… 子… 出… 入… 禁… 止! 남자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장홍:뭣이라! 어, 어째서! 어째서 남자출입금지인 거야! 원래 이 코너는 항상 우리들 남자들의 차지였단 말일세! 효룡:저… 아무래도…… 이번부터 우리들 잘린 모양인데요?

장홍:그러언 바보 같으으은~!

(다시 방안)

연비:자,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차나 마시죠. 저건 과거의 망령이 남겨놓은 메아리 같은 거예요. 최후의 발악이라고나 할까요?

은설란하지만 이렇게 소란스러워서야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어요?

나예린:그러네요. 이 메아리엔 남자들의 덧없는 명예욕, 그리고 퇴락한 기득권의 한탄이 느껴져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듣고 있긴 괴롭군요. 이진설:누군지 모르겠지만 진짜 시끄럽네요. 남자라면 좀 진득한 맛이 있어야지.

(문밖)

장홍:이런 중요한 때에 비류연 그 녀석은 어딜 간 거야!

효룡지난 권 끝나고부터 계속 안 보여요. 지난번에 이계 어쩌고 하던데, 이계로 날아가 버린 게 아닐까요?

장홍:…… 이 작품 촬영은 어쩌고! 안 되겠네, 효룡! 비상 수단을 써야 할 것 같아.

효룡:장 형, 무슨 비상 수단이요? 애초에 그런 게 있긴 있었습니까?

장홍:그딴 건 지금부터 만들면 돼. 자, 효룡, 출동하게.

효룡:아니, 제가 왜요?

장홍:저 안에 진설 소저도 있지 않나. 자네가 한번 그녀에게 탄원해 보게. 그럼 문을 열어줄지도 몰라. 자넨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이야기도 모르나? 자, 힘내게, 효 동!

효룡:.. ..제 이름은 효룡입니다만.

장홍:사소한 건 넘어가세.

효룡:알겠어요. 그럼. (똑똑!) 진설, 진설, 안에 있소? 나 효룡이오. 잠깐만 문 좀 열어주오. (쾅쾅쾅!)

(문안)

이진설:(안절부절못하며) 어, 어떡하죠? 어떡해요? 효룡이 절 불러요, 언니. 자, 잠깐만이라는데, 열어줘도 될까요?

연비:(당황하는 진설을 붙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남자들은 처음엔 다 저렇게 말해요. ‘잠깐만’이라거나, ‘조금만’이라거나, ‘괜찮아’라고 말하고는 마지막은 결 국 ‘크크크크’로 끝나게 된답니다. 제가 잘 아는데, 저런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가면 나중엔… 흑흑흑!

나예린:여… 연비!! 그랬군요, 울지 말아요. (연비를 토닥인다)

은설란:(파들파들 떨며) ……!

나예린(진설을 싸늘하게 돌아보며) 마음을 굳게 먹으렴. 여기엔 나와 다른 동료들이 있잖니.

이진설:헉, 어,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절대 문 열지 않을게요! 효룡, 미안해요! 전 언니를 따르겠어요.

(문밖)

효룡:크허어어어어억! 자, 장 형. 실패했어요! 거기다 나… 뭔가 엄청난 모욕을

장홍:큭, 좌절하면 안 돼! 그럼 지는 거야! 이럴 수가! 이토록 방어가 두터울 줄이야!

효룡:이제 어쩌죠?

장홍:할 수 없지! ‘그’를 부르는 수밖에.

효룡: (맞장구치며!) 아, ‘그’ 말이군요! 그래요, 그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누가 뭐래도 그는 준주연이니까요.

장홍:바로 그걸세!

(문안)

나예린:이래저래 아쉽게도 조용하던 다과회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네요.

연비:(대뜸) 린이 그렇게 말한다면 지금 당장 쫓아버리도록 하죠. (짝짝!) 경비병!

(문밖)

장홍&효룡:(질질질. ..) 안 돼에에에에에에~!!

(문안)

이진설: 이제 안 들리네요.

나예린:그렇구나.

연비:휴, 이제 좀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겠죠?

은설란:(찻잔을 들며) 그렇군요, 바라던 바예요.

연비:아참, 은 소저, 휘이… 아니, 모용 공자 만나러 간 일은 어떻게 됐나요?

은설란:하아, 왜 이렇게 남자들은 여자들의 맘을 모르는지…… 정말이지, 한심해 죽겠어요.

나예린:저도 예전엔 이 세상의 반이 남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무시무시하고 두려웠던 때가 있었죠.

연비:쯧쯧, 남자들이란… 이제 슬슬 진화할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죠.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대부분 여자들이 받들어주길 기다리는 것밖엔 모르니, 여전히 생각 이 짧단 말이에요.

은설란:정말 그래요. 그 사람도 정말 한심해 죽겠다니까요. 여자 마음은 요만큼도 못 읽으면서 청소는 얼마나 잘하는지.

연비:그나저나 본문에서도 생각했던 거지만, 은 소저, 나중에 정말 괜찮겠어요? 그 기준에 맞춰서 청소하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쓸고 닦고, 머리카락 한 올 떨어 질 때마다 경기를 일으키게 될 텐데.

은설란:그건 그 사람이 한다고…… 아니, 그보다 그 질문에는 이상한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군요. 왜 이런 질문을 저에게 하는 거죠? 이거 혹시… 유도신문인가 요?!

연비:알면서 시침은. 안 그래요, 린?

나예린:(끄덕이며) 얼굴이 빨개졌군요, 은 소저.

이진설:우와! 진짜 빨갛다~!

은설란:(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흐, 흥!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군요. 하지만 더 이상 유도신문에 넘어가지 않겠어요. 묵비권를 행사하겠어요!

연비:(손가락을 딱! 튕기며 작은 목소리로) 아깝다! 조금만 더 했으면 넘어오는 거였는데…….

나예린 정말 안타까워요. 거의 다 열렸던 마음의 문이 다시 굳게 닫혀 버리고 말다니. 이제 오늘은 두 번 다시 열릴 것 같지 않군요.

연비:이런, 역시 차가 아니라 술을 마셨어야 했나?

나예린:제 감으로도 그쪽이 훨씬 더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이진설:저도 술 잘 마셔요! 술 만세!

나예린:넌 너무 많이 마셔서 탈이다. 효 공자는 너의 그런 모습을 알고 있느냐?

이진설:걱정 마세요, 언니. 앞으로도 이삼십 년은 거뜬히 감출 수 있어요!

연비:아아,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겠군요. 칫! 약점 하나 잡을 수 있었는데……

은설란:(쫑긋) 연 소저, 지금 방금 뭐라고 하셨죠?

연비:네? 아무 말 안 했는데요? 어, 그것보다 문밖에서 다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요? 은설란딴청 피우지 말…… 어, 정말이네요.

(문밖)

쾅쾅쾅!

모용휘:은 소저, 접니다. 모용휘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장홍&효룡:(작은 목소리로) 잘한다, 준주연!

(문안)

은설란:(의외의 목소리에 당황하며) 어, 어떡하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할 말이 있다는데 잠깐만 문을 열어도……. 연비:(큰 눈에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예, 예린…. .!! 흑흑흑!! 여기 또 어리석은 여인이……!

나예린:여, 연비!! 괜찮을 거예요, 진정해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은 소저.

은설란:웃… 하지만..

이진설:훗, 설란 언니. 저도 한때는 아팠지만 결국 극복해 냈어요. 우리 함께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게 먹어요! 유혹에 넘어가면 안 돼요. 은설란:(눈물을 훔치며) 알았어요! 참을게요. 배신하지 않겠어요. (밖을 향해)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이만 돌아가 주세요.

(문밖)

효룡:장 형, 준주연이 쓰러졌습니다! 막대한 정신적 타격을 받은 것 같은데요.

장홍:크윽. 이렇게까지 방어가 두텁단 말인가……. 아앗! 아저씨, 아저씬 또 왜! 친구들까지 데려와서. 왜 돌아왔냐니, 여긴 원래 우리 자리……. 질질질!

장홍&효룡&모용휘: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문안)

연비:휴우, 겨우 처리된 것 같군요. 깨끗하게 승복했으면 저런 추한 모습 보이지 않고 끝났을 것을 안타까운 일이에요.

은설란:저, 정말 잘한 걸까요?

연비:그럼요. 다음 권에서도 이 다과회를 유지하려면 독한 마음을 먹는 수밖에 없어요. 그보단 독자 분들께 인사하고 마무리나 합시다. 첫 자리인 만큼 사내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요.

은설란물론 그래야죠. 그런데 이거 화제 돌리기는 아니죠?

연비:(싱긋) 물론 아니죠.

은설란 좋아요, 그럼. 제가 먼저 하죠. (갑자기 당당해져서) 안녕하세요. 앞에서도 미리 이야기했다시피 오늘부터 남자들의 땀 냄새나고 술 냄새 나는 구질구질한 좌담회 대신 저희들의 산뜻하고 가벼운 다과회가 이 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미련을 떨치지 못한 남자들이 다시금 복귀를 위해 도전할 것으로 보 이지만, 수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미 윗선에서 이야기가 끝났거든요. (단호)

이진설:언니, 조금 전에 미안해하던 모습이랑 너무 달라요. 박력있는 대사도 그렇고. 서, 설마… 지금까지는 단지 이미지 관리?

은설란:오호호호. 어머, 아니에요. 그건 오해예요, 오해.

나예린:진설아, 너무 깊이 파헤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연비에게 소곤소곤) 하지만 은 소저, 요즘 진짜 성격이 변한 것 같지 않아요?

연비:(린에게 소곤소곤) 그게 다 눈치코치없는 누구 때문이죠.

은설란다 들려요!

연비&나예린:움찔)

은설란자, 마무리는 진설 소저가 하는 게 어때요?

이진설:네! 안녕하세요, 비뢰도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독자제현 여러분. 드디어 비뢰도 22권이 나왔습니다. 무한 서바이벌 생존 경쟁 소설 비뢰도! 연비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23권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연비:나… 죽는 건가요? 서바이벌이라뇨. 생존 경쟁이라뇨! 안 돼요. 그럴 리 없어요. 난 살아야 돼요! 난 편하게 살고 싶다고요!

나예린:연비, 진정해요. 이제 다 끝났어요. 괜찮아요, 여긴 다괴회장일 뿐이에요.

연비:(식은땀을 흘리며) 정말일까요? 어째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나예린:기분 탓일 거예요. 아마도요. (연비를 토닥인다)

연비:으읏… 독자 여러분! 제가 23권에서도 건강 무사안녕하길 기원해 주세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네버어어어어어-!!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