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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86화


[딩- 동- 댕- 동]

나는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야?”

“저기요, 이게 무슨….”

익숙한 웅성거림.

갑자기 괴담에 빨려 들어와 당혹감과 긴장감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불이 꺼진 심야의 교실. 그리고….

“으아악! 깜짝이야!”

“인형인가?”

교실 한 자리에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은, 세광공업고등학교의 학생.

곧 벌어질 참극.

“…….”

복잡한 감정이 몰려오나 그것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의 손이 보인다. 낯익은 예전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내 손.

‘역시.’

세광공업고등학교 역시 특별시 내부에 있는 곳이기에 내가 사람의 모습으로 구현될 줄 알았다.

잠이 들지 못하는 130666의 육신이 ‘잠들었다’라는 판정을 받게 해주기 위해, 정신을 잃어버리도록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며칠 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국 성공했다.

이 악몽의 학교에서 깨어나는 것에.

“어어?”

그러나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나는 당장 앞문을 열고 복도로 뛰어나왔다.

“가자.”

동시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다른 교실에서 뛰쳐나온 두 요원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2층.

모두 같은 층에 있었다.

‘좋아.’

이러면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저기요! 그쪽 뭐 아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반응하지 않고 뛰었다.

최 요원은 거의 이를 악문 채로 외면하는 것 같았다.

-요원님, 진입할 때 고등학교 사진 뒤에 이름을 적어야 하는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정말로 최 요원은 여기 서 있다.

남색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그 목과 손은 흉터 없이 깨끗해 이상한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할 일은 분명하다.

-아직 학생들이 움직일 수 없을 때, 게임 진행이 되기 전에 최대한 이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단으로 뛰었다.

랜덤으로 진입했을 백일몽 직원들이나 다른 요원들보다도 먼저 움직여야 한다.

‘3층으로.’

그리고 계단을 절반쯤 올라갔을 때.

[학생 여러분, 이제 난방과 안전을 위해 자동 커튼을 닫고 점등하겠습니다.]

점등이 시작되었다.

훅.

어둠이 몰려오기 직전, 청동 요원이 품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팔 부근에 케이블 타이로 고정한다. 최 요원이 비슷한 동작을 수행하며 3층을 주시한다.

하지만 둘 다 손전등을 켜지 않는다.

왜냐하면.

두근.

내가 심장의 문신을 눌러 오염을 꺼낼 것이기에.

“…!”

순식간에 세광공업고등학교의 정체성이 밀려 들어와, 나를 뒤덮는다.

옛날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

이결에게 교복을 빌렸던 1학년 5반의 전학생으로.

동시에 내 옆에 있었던 요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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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 그 자리에는, 글리치를 튀기는, 불쾌하며 없어져야 마땅한 괴물이 있다. 녹아내리는 픽셀의 오류만 있다. 귀를 찢는 것 같은 기이한 소리가 나는 것들.

침입자들.

당장이라도 없애야 한다. 저 느리고 끔찍한 것들을 향해 손을 뻗어….

간신히.

공격하지 않고 부드럽게 잡아든다.

-저를 손전등으로 비추시면 안 됩니다.

이를 악문다.

나는 약속대로 ‘거의 멈춰 있다시피 느린 오류들’을 잡아 든 채, 미친 듯이 3층을 달렸다.

그러다가.

깜박.

점등이 다시 일어나며 오류가 나를 본다.

그렇게 나는 움직일 수 없어진다.

그리고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땐, 어느새 나는 오류들에게 들려 이동되고 있었다.

3층 복도를 절반쯤 지나온 채로.

‘됐다.’

이거다.

-멈추지 않고 빠르게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점등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는 방식이다.

‘학생과 오류가 협력하면 돼.’

내가 멈췄을 때는 요원들이.

요원들이 멈췄을 때는, 내가 옮긴다.

그럼 공격받지 않으며 이동할 수 있다.

-문제는 진입한 사람들이든, 그 학교 학생이든, 우리가 걸리는 순간 무조건 의심받는다는 건데….

-포도야. 괜찮을 거야.

-예?

-들어보니까 거기 난장판이겠는데. 너 하나 정도 우리가 끼고 이동하는 건 그렇게 눈에 안 띈다?

-…!

-누가 봐도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 …시민들이 많이 죽기 전까지는.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같은 의미로 초반에는 학생 입장에서 ‘오류’로 보이는 침입자들이 너무 많기에 주의가 분산된다.

‘그러니 빨리 해야 해.’

시선을 끌기 전에.

나는 둘을 끌고 양호실로 향했다.

…복도 옆 주르륵 늘어선 교실 안마다 학생들이 ‘오류’를 파괴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그림자들을 외면하면서.

그리고.

드르륵.

양호실 문을 열었다가, 닫는다.

“…….”

이결은 자리에 없었다.

이전에 그 동급생을 이송해 뒀던 양호실의 침대는 비어 있었으며, 마치 방금 일어나서 나간 듯 침대보가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쪽지 하나가 남아 있다.

종이 조각? 선생님?

자기 손에 스스로 적어놓은 듯한 필체의 메모가 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

이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 빠르게 양호실에 비치된 A4용지를 꺼내 바닥에 두고 글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도착했습니다. 창문도 확인했고요. 뒤뜰이 보입니다.

-준비되시면 같이 내려갑시다.

하지만 곧바로 찾아온 다음 점멸의 순간.

-포도야.

돌아온 답장에 나는 숨을 들이켰다.

-창밖에 아무것도 안 보여.

오류의 눈에서, 양호실 창밖은 새카만 어둠뿐이라는 것이다.

‘게임 진행 중에 방문하도록 구현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 건가?’

모르겠다. 확실한 건….

‘……괜찮아.’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된 것처럼 내가 오염되지 않았는가.

‘혼자 할 수 있다.’

이미 부적은 완성됐으니, 정확한 장소에 두기만 하면 된다.

-망을 봐주십시오.

그 말을 남긴 채, 아직 고개를 들고 있는 중인 최 요원의 품에 손을 넣어서 부적을 찾아냈다.

‘어차피 빼돌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빼내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재빨리 창문을 개방해, 그 아래로 내려갔다. 오히려 이쪽은 오류가 오지 못한다니 이동하기 편했다.

뒤뜰.

불과 며칠 전, 늑대 조장과 함께 왔던 화단은 매말라 죽어 있던 그때와 달리 기이할 정도로 푸르다.

봄이나 여름처럼.

‘후우.’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뒤뜰의 흙을 파내 유리 초롱을 찾아냈다. 그런데….

‘…!’

부서진 유리 초롱의 바닥에서 은은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부적이 활성화된 상태인 건가.’

그러나 깜박거리는 빛은 위태로워 보였으며, 금방이라도 꺼질 듯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듯한 균형.

직감한다.

‘이거 곧 끝이다.’

오늘 이 부적은 힘을 다했을 것이란 예감.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이 학교의 상태가 그나마 부적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 중인 거라면 더더욱.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긴장감 속 안도가 통증처럼 가슴을 누른다.

나는 그것을 흙에서 파내는 대신 조심스럽게 그 바닥만 분리해서 찢어진 부적을 확인했다. 그 반쪽 난 모양은 그대로다. 하지만….

문양이 획마다 푸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유리 초롱의 바닥을 달구고, 초롱을 타고 올라가며 흙에 퍼지듯이.

도깨비불의 힘.

‘…….’

침착하자.

나는 매우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새 부적을 꺼내었다. 그리고….

‘흡.’

새 부적을 초롱의 바닥에 밀어 넣는 동시에, 찢어진 부적을 살짝 빼냈다.

그러자 새 부적에서 푸른 빛이 타오른다.

“…!”

이곳의 삿된 것을 모두 몰아낼 듯이, 지켜야 할 장소를 감추어 자기 속에 숨겨줄 듯이 반짝이는 도깨비불의 힘.

‘좋아.’

나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픽.

부적의 불이 꺼졌다.

“…….”

잠깐만.

‘아니….’

어두컴컴한 뒤뜰의 흙더미 속에 파묻힌 유리와 부적은, 그냥 쓰레기처럼 그곳에 있다.

…등골이 서늘하게 식는다.

‘왜지?’

안 된다.

나는 다급히 찢어진 부적을 다시 초롱 밑바닥에 넣어도 보았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미 효용이 끝난 듯이.

-부적을 본래 위치에 두면 제대로 발동할 겁니다.

분명 청동 요원은 장담했다.

‘그런데 왜 안 되는 거지?’

나는 미친 듯이 흙더미를 더 파냈다.

그리고 다급히 초롱의 밑바닥에서 부적을 다시 샅샅이 확인한 다음 순간.

소름이 쭉 돋았다.

‘…유리 초롱!’

흠집.

부서진 유리 초롱에는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공예 같은 장식이 있었다. 그러나 손 쓸 수 없이 흠집투성이였으며 이미 수많은 금이 가서 부서진 상태였는데….

찢어진 부적을 가져다 대고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보인다.

그 금 간 흔적의 일부와 부적의 획이 연결되는 것이.

‘일부러 냈던 게 섞여 있어.’

유리 초롱의 흠집까지 부적의 일부였던 것이다.

종이 속 글자를 확장해서 초롱까지 무언가 그려두었기에, 부적은 찢어진 채 절반만 남은 상태로도 위력을 발휘했던 거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혹은 누군가 건드려 유리 초롱 역시 부서져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했고….

이 순간,

모든 위력이 다한 것이다.

세광공업고등학교를 무언가로부터 지켜주던,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만들어냈을 방어막이.

방금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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