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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601화


스스스스스. 자신의 방안에서 조용히 운기조식을 시작한 냉현은 전신을 차갑게 하고 마음을 비우며 몸을 편안히 내맡기는 경지에 올라 별 무리가 없이 운기조식을 진행시켰다. 헌데, 냉현의 진행 정도와는 별개로 그의 안색은 편해 보이지가 않았다. 운기의 중간 중간에 눈썹을 꿈틀거리고 안면의 근육을 파르르 떠는 것으로 보아 내부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던 것이다.

번쩍!

감고 있던 두 눈을 부릅뜬 그는 급기야 붉게 충혈된 눈으로 거친 숨결을 내뱉었다.

‘왜지? 왜 내공이 흩어지는 거지?’

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처음에는 진기의 흐름에 약간의 거북함이 느껴졌었는데 어느 순간 원상태로 되돌아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다시 근자에 발동하더니 이제는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기가 흩어지거나 요동쳤던 것이다.

‘무언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운기를 진행할수록 내공의 흐름을 방해하는 괴이함이라니!’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근시일 내에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건만 혼자서는 더 이상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빙강파천심법(氷剛波天心法) 때문에 얼굴이 창백해진 것인지, 아니면 원인 모를 현상 때문인지는 구분할 겨를이 없었지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는 얼굴로 부르르 몸을 떨던 그는 소량의 검은 핏물을 뱉어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숨을 돌린 표정을 지었다.

“후우! 후우! 아무래도 독전주를 찾아가 봐야겠군!”

지체할 것 없이 광예를 찾아간 냉현은 거의 반나절 동안 독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 사이 냉현은 세 번씩이나 광예에게 진찰을 받고도 별 소득이 없어서인지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는 상태였다. 수련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하루가 중요한 이 순간에 운기조식조차 금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자 그는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듯한 얼굴로 안면을 꿈틀거렸다.

‘멍청한 늙은이! 벌써 세 번째인데도 독전의 전주라는 자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단 말인가?’

이곳이 독전만 아니었어도 벌써 뒤집어엎고 담당자의 목을 쳤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오직 독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그는 마침내 광예의 도착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소교주님, 전주님께서 뵙기를 청하고 계십니다.”

냉현은 시비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허락했다.

“들어오라고 해라!”

그 즉시 냉현의 앞에 당도한 광예는 얼핏 보기엔 무거운 얼굴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앞서의 경우들과는 다른 어떠한 자신감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감지한 냉현은 급히 물어보았다.

“그래, 알아냈는가?”

공손히 냉현의 앞에서 부복한 광예는 미리 준비해서 가져온 검은 단환을 소교주에게 들이밀며 질문의 답을 해주었다.

“현귀배수신단(玄歸排水神丹)입니다. 이것을 복용하시고 운기를 하신다면 결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이것마저도 소용이 없다면 장기간 이곳에 머물러 계셔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받아든 단환에 잠시 시선을 고정시킨 냉현은 순간 표정을 지우고 말했다.

“나 또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

“으음!”

차갑게 식은 그의 눈빛에 광예는 나직이 침음했다.

‘무슨 눈빛이 살무사와도 같은가.’

성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태까지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어서 무슨 짓을 해도 꺼리는 마음이 없었다. 헌데, 자신과 직접 관련이 된 지금에서야 보니 당했던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알 듯도 한 기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당할 그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꿀꺽!

그때 냉현이 단환을 삼키고 운기에 들어갔다. 광예는 재빨리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현귀배수신단의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 모으시면 하단전에서 꿈틀거리는 정체불명의 기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때 그것을 흡수하시려고 노력하시면 반대로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중요한 부분은 지금부터인데 그때 배출이 되어간다고 해서 그것을 도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만 되었다고 할 때까지 계속 그것을 흡수하시려고 노력하신다면 틀림없이 불순한 기운이 몸 밖으로 모두 배출될 것입니다.”

운기를 하며 고개를 끄덕인 냉현은 실지로 얼마 안 있어 단전에서 자신의 내공을 흐트러뜨리던 기운이 꿈틀하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예의 지시였지만 그것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광예의 말처럼 흡수가 아닌 밖으로 배출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 참 놀랍군! 독은 아닌 듯 한데 도대체 이 미지의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흥분한 그는 잠깐 정신이 흩어진 사이에 본능을 제어하지 못했다. 배출되려는 기운을 도와 진기를 흡수에서 배출로 뒤바꿨던 것이다. 그러자 전신이 갈가리 찢기어 나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크아아악!”

당황한 광예는 급히 손을 움직여 소교주의 전신 곳곳을 내리찍었다.

파박! 파바박!

범인의 눈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의 손놀림이 이어졌고, 손속 하나하나에 내공을 주입했었던지 광예의 얼굴은 순식간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땀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후우, 소교주님. 일단 응급조치는 행했으니 평정을 되찾으시고 앞서의 일은 날려버리십시오. 그리고 이번에는 꼭 성공하셔야 합니다. 방금 전의 실패로 현귀배수신단의 효능이 상당히 감퇴되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냉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잡념이 사라진 상태여서 언제 실패했었냐는 듯 무난히 성공할 수 있었다. 운기를 끝마치고 알 수 없는 기운을 모두 배출해낸 그의 몸에는 끈적끈적해 보이는 액체들이 흘러나와 있었는데 광예가 턱짓을 하자 대기하고 있던 시녀들이 다가와 정성스럽게 헝겊으로 냉현의 몸을 닦아주었다. 번쩍 눈을 뜬 냉현은 일어나 물었다.

“일단 몸을 완치시켜주어 고맙네. 이번 일은 깊이 새겨두도록 하지.”

광예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이 늙은이는 약간의 도움만을 드렸을 뿐 치유는 전적으로 소교주님의 의지였으니 그런 말씀은 거두어 주시옵소서.”

아부 아닌 아부에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 냉현은 굳이 부인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헌데, 도대체 내 몸에서 흘러나온 것이 무엇인가.”

안색을 굳힌 광예는 대답했다.

“귀배(歸排)라는 것이옵니다.”

“귀배? 귀배라면 나에게 먹인 현귀배수신단의 그 귀배와도 연관이 있는 것인가?”

광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귀배라는 물질은 내공을 이끌어주는 성분의 약초들과 산공독에 주재료로 쓰이는 현존하는 모든 독초들을 섞어가며 연구를 하다가 실로 우연찮게 조합법이 탄생하여 만들어진 신종 산공독입니다.”

가만히 듣던 냉현이 끼어들었다.

“들어본 기억이 없는 산공독일세.”

“그러하실 겁니다. 본 독전에서 10년 전에 만들어졌다가 폐기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눈살을 찌푸린 그는 의심에 찬 눈길로 광예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면 이곳의 누군가가 본 소교주를 암산(暗算)하려고 했단 말이지 않은가.”

광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급히 설명해주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귀배는 저희들조차 감당해내지 못하여 손을 뗀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냉현은 차갑게 대꾸했다.

“하지만 나는 중독되었소.”

광예는 바로 자신을 옹호했다.

“그래서 놀랍다는 것입니다. 귀배는 호신강기조차 뚫는 것으로서 만들어지자마자 공기 중으로 흘러 퍼지기 때문에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 극악한 물질입니다. 더군다나 피부의 접촉 시 일반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무림인에게는 쥐약과도 같은 효과를 띄게 되는데 바로 내공을 끌어 모으면 되려 밖으로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그것 만이라면 응용하여 주화입마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배출된 진기가 재생성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주화입마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내공이 생성되는 족족 바로 배출이 되니 영영 내공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흥미가 동한 냉현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것에 관하여 계속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내공이 살아 있소. 또한 왜 그렇게 뛰어난 물질을 폐기시켰는지 보고하시오. 실로 유용하게 쓰여질지도 모르는 것을 임의대로 사장시키다니! 징계감이 아닐 수가 없구려.”

다른 자들 같았으면 벌벌 떨었겠지만 광예는 아니었다. 그는 되려 웃음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허허, 소교주님. 그것의 폐기를 명한 분은 다름 아닌 교주이십니다.”

“뭣이?”

광예는 놀라 소리친 냉현에게 계속 말해주었다.

“바로 교주님이시란 말입니다. 이 귀배라는 물질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특이한 물질입니다. 트인 공간에서 만든 후 일정한 밀폐 용기에 몰아넣어야 하는데, 무색에다 무취여서 언제 그것이 만들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큰 치명성이 있지요. 물론 그것 만이라면 손을 뗄 이유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귀배가 돌림병과 같은 성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 사람이 중독되어 몸 안에서 내공을 배출시킨다면 그것이 공기 중에서 떠돌다가 언제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게 사람을 가리지 않고 스며든다는 것이지요.”

그제야 비로소 심각해진 냉현은 폐기의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허점을 찾았다.

“그런 것이라면 방금 내가 복용했던 현귀배수신단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광예는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현귀배수신단의 주성분 중 가장 구하기 힘든 것이 무엇인줄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극화(極火)의 경지에 이른 초고수의 원정지단(元精之丹)입니다. 그것도 오 갑자 이상의 고수가 남기고 열반한 결정체여야만 하지요.”

드디어 질린 얼굴을 한 냉현은 인정할 수는 없어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인 냉소천조차 오 갑자에 겨우 이르렀다고 알고 있는데 아직 이 수준으로는 내단을 남기지 못했다. 듣기로는 육 갑자에 이르러야만 내단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화공의 고수가 내단을 남겼다면 적어도 육 갑자에 근접했어야 가능했다는 소리인데, 어디 그런 화공의 고수가 한 시대에 하나라도 나올 법한가? 광예는 그가 깊이 생각했으리라 여겼는지 다시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소교주님은 천운을 타고나신 겁니다. 왜냐하면 현귀배수신단은 정말 만일을 위하여 마지막 한 알을 남겨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서늘한 기운에 진땀을 흘린 냉현은 재수가 없어서 단환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평생을 폐인으로 살아야했기에 정말 안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무서운 생각이 드는군. 알겠네. 말이 극화의 원정지단이지, 나머지 재료들 또한 범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으니까. 헌데, 도대체 사라진 귀배가 어째서 다시 나타났단 말인가! 독전주는 그것의 폐기 처분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여 분노가 치민 냉현이 몰아붙이자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던 광예는 일단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기로 했다.

“물론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극화에 이른 자의 원정지단이 있어야만 중화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제조한 단환이 총 다섯 알. 그 중 네 알은 독전의 상층부의 사람들에게만 물에 게워서 한 모금씩 마시게 한 뒤에 무려 반년 간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의심이 가는 인재들과 하청을 준 쓰레기들은 전부 죽인 후 화장(火葬)을 했고, 그 이후 귀배에 관련된 문서들을 모두 태웠으니 실로 소신의 머릿속 외에는 알고 있는 자가 전무합니다.”

그렇게 광예가 자신했음에도 냉현은 분명히 뚫린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로 독한 집착이었지만 이런 성격이야말로 오늘날의 그를 만들어준 원동력이어서 적이 아닌 이상 가끔은 득이 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가끔이 아닐 때에는 죄다 피곤했지만 말이다.

“정석이 아니라면 변칙을 사용해서라도 생각해보라고! 좀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만 귀배에 걸린 자는 나 밖에 없었으니 암산의 의도가 없지 않고서는 폐기 처분 했다고 자부하는 그것이 세상에 다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듣고 보니 그랬다. 일단 소교주가 증상이 시작된 날로부터 어디 어디를 다녔는지 자세한 조사를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더러운 암계가 들끓는 세계가 바로 무림인지라 광예도 십할을 자신할 용기는 없었다.

“존명, 명을 받듭니다.”

그제야 안색을 풀고 고개를 끄덕인 냉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쾅, 탁자를 내려친 뒤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번뜩였다.

“꼭! 꼭, 범인을 찾아내고야 말테다! 으득!”

분노의 화신이 되어버린 냉현은 바스러져라 이를 갈았다.

“에취이∼! 응? 언놈이 이 몸을 욕 하나?”

같은 시각에 코를 훌쩍인 동천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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