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08화
세광특별시 한낮역의 주택가에서 좀비 비슷한 것에 쫓기다가 달빛타투샵 문을 발견했다.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더니, 그 안에 파란 마스코트가 타투이스트와 함께 앉아 있다.
…아무리 이게 괴담이라고 해도 좀 낮에 꾸는 개꿈 같은 상황이었다.
‘뭐지?’
순간 내가 이 역의 기믹에 걸려들어서 영원한 낮잠이라고 쓰고 목 돌아가서 죽는다고 읽는 상태에 빠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맞았다.
특히 내 뒤에서 거의 숨넘어갈 듯이 호흡을 몰아쉬는 백일몽 세 연구원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안녕하세요.”
일어난 타투이스트보다도 먼저 파란 마스코트가 열렬히 환영하듯 달려왔다.
어 서 와
그리고 용을 닮은 귀여운 데포르메의 큼직한 인형탈이 나를 껴안는다.
고 생 했 어
착 한 아 이
푹신한 촉감, 그 안에서 블루드림 테마파크의 배경음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감사합니다.”
이전에 느꼈던 공포가 사라진 자리로는, 기묘하게도 서글픔이 자리 잡는다.
[오, 과시적인 포옹이라! 이 마스코트는 여전히 감정 과잉에 체면을 모르는군요.]
[하기야 수영장 마스코트는 체면치레라는 단어를 알기도 어렵겠지요. 품위 있게도 리조트를 운영하는 내 친구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그리고 넌 정말 한결같다….
순간 이상할 정도로 뭉클할 뻔했던 감정은 쓱 자취를 감췄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물었다.
“저, 그런데… 테마파크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여기에?”
나도 내 대타로 일해줄 지배인이 있기에 리조트에서 나올 수 있던 것이다.
이전에 사망단길에서 마주쳤을 때의 파란 마스코트는 분명 전화기를 통해 검은 물 덩이로 나오는 게 고작이었는데, 어떻게 완전한 형체를 갖추고 있는 거지?
여 기
괜 찮 아
어?
마스코트인 내 정체성이 그 짧은 말에 내포된 의미를 더 폭넓게 알아듣는다.
‘달빛타투샵’이라서 괜찮은 것이다.
이 가게는 특정한 시공간의 장소가 아니라 시간을 유예하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 그렇기에 가게의 문은 출입구라는 역할만을 수행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 각양각색의 형태로 나타나며, 가게에 들어오는 것은 그저 타투를받는상황을경험하는것에불과하….
‘돼, 됐어.’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경험으로 넘어가는 순간 생각을 멈추었다. 130666의 상태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나는 사람의 정신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게 단지 세광특별시에서만 유지되는 특성일 뿐이라도.
‘어쨌든 테마파크를 벗어난 것으로 판정되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고립된 세광특별시에서도 입구가 있던 걸까.
잠깐, 그렇다면 말이다.
나는 연구원 셋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 자들을 들어온 장소가 아니라 다른 장소로 내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
달빛타투샵의 문을 통해서라면, 달빛타투샵을 통해 세광시를 탈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령 ‘공실입니다’ 같은 괴담이라면 훨씬 생존하기 수월하겠지. 마치 택시 괴담처럼, 괴담을 넘나들며 이동할 방법….
“…!?”
그러나 내 말을 들은 타투이스트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대단히 당혹스러운 느낌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냐는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신호 걸린 차 앞에 다짜고짜 뛰어든 행인이 돈 줄 테니 택시처럼 태워달라고 외치는 것을 들은 운전자의 표정이라고 할까.
‘으음.’
이 가게의 출입문은 그런 방식으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거겠지.
아쉽긴 했으나 목 돌아간 개체들을 피해서 잠깐 숨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긴 했다.
그리고 달빛타투샵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떠올리면 말이다.
‘문신.’
그보다 유용하게 쓴 괴담 속 산물도 드물 것이다.
나는 일단 다른 방식으로 말문을 텄다.
“마스코트님도 타투를 받으러 오신 겁니까?”
아마 어떤 방식으로든 문신과 관련 있는 목적으로 방문했겠거니 짐작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니
원 래 알 아
…원래 타투이스트와 친분이 있었다고?
내 가
찾 았 어
파란 마스코트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다.
착 한 아 이
잘 했 어
내가 매직버니를 없애며 유쾌 테마파크의 빨간 구역을 반씩 나눠 먹은 덕에, 더 넓어진 영역과 권한 덕에 달빛타투샵의 문도 발견했다…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어떻게 둘이 아는 사이….”
하지만 나는 둘을 돌아보다가 깨달았다.
‘타투이스트는 그 심해도시 출신이지.’
……인어무덤.
반짝반짝 용궁.
그리고 블루드림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용 모습의 마스코트….
그 기이한 키워드의 일치성을.
“…두 분은 출신지가 똑같습니까?”
…….
침묵 속에서 푸른 마스코트의 둥그런 용 캐릭터 눈이, 타투샵의 인공 달빛 조명에 반들거린다.
안 중 요 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본래는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역할로 살았는지.
왜냐하면.
쓸 모 없 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유쾌 테마파크의 마스코트 안에 남은 정체성은 오랜 시간 마모되어 왔으며, 마스코트를 그만둘 방법은 없다. 탈을 벗고 돌아갈 장소 역시 없다.
그러니 쓸모없으며, 중요하지 않….
“아뇨. 중요합니다.”
나는 잘라내듯 대답했다.
“중요하니까 문신을 받을 것도 아니면서 이 가게를 찾아온 것 아닙니까.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알 았 어
파란 마스코트는 마치 기가 죽은 듯 뿔과 갈기를 늘어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왜 내가 발끈하는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과격했네요. 어쨌든 두 분이 잘 만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고 마 워
분위기는 다시 훈훈해졌다.
…약간의 문제가 더 있다면, 지금까지의 광경을 연구원들이 진귀한 구경 한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차.’
그들의 눈에는 다른 어둠 출신 개체들끼리 화목하게 대화하는 미친 광경으로 보였을 것이다.
“저거, 아니, 저분은 유쾌 테마파크 출신 마스코트 아닙니까! 이 가게는 뭡니까? 타투? 하하, 사람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은 아니지요?”
그리고 저 뒤에서 이연화 연구원이 슬쩍 눈을 굴려 카운터의 안내 문구들을 삼킬 듯이 샅샅이 훑어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프로젝트 연구원은 힐끔힐끔 중앙의 문신기를 보고 있고 말이다.
“…이 상황에서 그 질문이 먼저입니까?”
“하하하, 당연하죠!”
그 외에 뭐가 중요하냐는 눈으로, 곽제강이 나를 본다.
그 눈 안은 핑글핑글 돌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 아직 사람은 이해할 수 없으나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만큼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연구 주제도 없을 겁니다.”
“…….”
“우주는 탐험하기에 이르고, 지구는 샅샅이 탐사된 과도기 아닙니까. 하마터면 재미없을 뻔한 이 시대에 어둠이 있어서 얼마나 좋습니까?”
순수한 탐구욕과 즐거움이 그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익숙한 것.
어둠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흥미진진하게 탐구하는 자 특유의 느낌.
위키 작성자도 가지는 감정이다.
‘…이래서 괴담에 접근하는 방식이 나와 유사하게 느껴졌던 건가.’
그것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연구원들의 행태가 오싹해진다.
픽션으로 괴담을 즐겼던 사람과 현실에서 인명피해를 경험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비슷할 수 있다니.
‘…하기야. 결국 <어둠탐사기록>에서 작성자의 탐사 아이디어를 대변하는 건, 연구팀이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나와 완전히 다른 인물상인 것이다.
…불쑥 위화감이 치솟았다.
눈앞의 인물들이, 그리고 이곳이 아주 낯설게 느껴진다.
그간의 탐사 인원들과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억눌렀던 감각이다.
본질적으로 나는 이 세상 사람들과 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감각.
비슷한 것을 찾자면….
향수병.
‘…하지만 이런 걸 느껴봤자 소용없어.’
어차피 난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소원권을 다시 탄다고 해도, 어떻게 빌어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최소한 왜 내가 불려 왔는지라도 알고 싶다는 목적성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
어쩌면 아까 내가 파란 마스코트에게 발끈한 것은, 어쩌면, 나와 그 처지가 비슷하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만 생각하자.
‘생각해도… 변하는 건 없어.’
이런 고민을 하면 안 된다. 할수록 130666의 상태처럼 붕괴할 뿐이다.
할 일을 하자.
“저, 한번 보여드리고 싶던 게 있습니다.”
나는 셔츠를 풀어서 심장 부근의 문신을 살짝, 타투이스트에게 보이도록 드러냈다.
바로 우주 쇼핑몰 VIP 쇼핑 중에 구매한, 내 오염을 정리하는 문신을.
“!”
타투이스트의 눈이 커지더니, 그곳에 새겨진 원형의 글자의 조합 문신들을 마치 읽어내리듯 본다.
“…달빛 문신기라는 기기로 시술받았는데, 이곳에 있는 타투 기계와 비슷했습니다. …여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달빛 문신사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아도 이미 타투이스트는 알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내 심장 부근의 문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타투이스트에게 부탁했다.
“혹시 커버업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전에 다른 문신에 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내 인벤토리 문신이 여기서 강화되어 인벤토리 기능을 갖췄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심장 위 문신도 오염을 더 능숙하게 꺼내서 쓰고 쉽게 집어넣을 수 있을지도 몰라.’
편리하게 말이다.
하지만 타투이스트가 세차게 고개를 젓는다.
“…?”
그리고 카운터로 달려가서, 조금 오래된 안내문 하나를 꺼내와 내게 보여주었다.
[잠깐!]
커버업이나 제거 시술을 받기 전에, 기존 문신을 차근히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던 새롭고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타투이스트는 그 코팅된 뒷면에 마카로 문구 하나를 추가해서 내게 보여주었다.
손님의 문신을 더 받아들이고 즐겨 보세요.
‘…해주지 않겠다는 뜻 같은데.’
어쩌면 같은 달빛 문신사의 문신이라 커버업을 꺼리는 걸지도 몰랐다.
나는 한 번 더 설득해 볼까 싶어서 타투이스트를 올려다보았으나, 그 눈은 단호해 보였다.
‘……흠.’
괜히 끈질기게 나오다가 진상으로 찍혀서 쫓겨나는 것보다는 다음을 노리는 편이 나을 듯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건 전문가의 충고니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지.
‘그렇다면 다른 걸 고른다.’
“저… 고양이님. 혹시 이 어둠에 더 머무실 건가요?”
“아니요.”
나는 이연화 연구원에게 친절히 대답했다.
“변한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승강장으로 돌아가 소화전에 숨어 있게 될 겁니다.”
다만….
“여기서 간단한 시술을 받은 후에 말입니다.”
“…?!”
연구원들의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여, 여기서…?”
“예.”
나는 그들의 어깨를 잡았고 나직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시술이 끝나면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할 겁니다.”
근데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괴담 같네.
* * *
“허억.”
이연화 연구원은 거의 단내가 나는 입으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골목을 달렸다.
운동을 안 하고 연구만 하면서 살았던 직장인의 업보를 온몸으로 받는 것 같았다.
‘나가면 무조건 정기 운동 한다, 내가.’
하지만 이 악물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후욱.”
이연화 대리는 자신의 손목 안에 붙인 타투스티커를 보았다.
불투명한 흐린 잉크에 뒤덮인 눈이다.
안개를 형상화한 것 같은 그것은 미학적으로 제법 괜찮아 보이는 작은 문신이었다.
-아마 기척을 감춰줄 겁니다. 너무 오래 착용하면 정말로 아예 인지불가 상태로 잊힐지도 모르니, 소화전에 도착하는 대로 제거하십시오.
바로 고양이님이 그들에게 ‘추천해 준’ 타투 스티커였다.
물론 그 말을 듣자마자 이연화는 노련한 어둠 연구자답게 비용부터 물어봤으나….
-바다와 관련된 물건이 있습니까?
-아, 아뇨.
‘그럴 줄 알았다’라는 눈으로 연구원들을 본 고양이님은 기꺼이 그들의 아이템 비용을 대신 지불해 주었다.
-나중에 갚게 될 겁니다.
그 말은 몹시 불길했다.
하지만 스티커의 효과는 확실했다.
목 돌아간 자들은 그녀를 쫓지 않는다.
골목길 너머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대방향으로 질주해서 어떻게든 ‘우연한 만남’만 피하면 되는 것이다.
-먼저 가라고요!
…타팀 연구원이 굳이 타투샵 입구에서 자신을 미는 이기적인 짓을 하지 않았어도, 객기만 안 부리면 모두 안전히 이동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호 이사 프로젝트팀 아니랄까 봐 인성이 진짜….’
하지만 이연화 대리도 알고 있었다.
사실 그 인성이 연구팀 평균이라는 것을 말이다.
‘…후우.’
카페인이 필요하다. 화낼 힘도 없다. 연구만이 재밌다….
그녀는 분노 대신 피로감에 맞서 싸우며 다시 발을 옮겼다.
…참고로, 방금 전부터는 골목에서 안내방송 같은 소리도 울리고 있었다.
[소화전에 들어가세요!]
[은색 소화전은 이 어둠의 안전가옥입니다!]
골목길 어딘가에 덩그러니 있던 과일상용 트럭에서 누군가 녹음해 놓은 소리를 틀어놓고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그저 혹시라도 남아 있을 생존자들에게 생존법을 알려주려는 ‘고양이님’의 친절한 지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계단…!’
마침내 도착한 승강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뒤를 돌아봤을 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맙소사.”
주택가는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검은 연기와 탄내가 자욱이 코를 찌르며, 바람에 휘몰아쳐 뜨거운 연기로 몸에 닿는다.
“……!”
등 뒤를 달구기 시작하는 화마에 이연화 대리를 뛰어 내려가 승강장 소화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쿵.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숨을 고르며 그녀가 타투스티커를 떼어냈을 때즈음, 곽 과장이 같은 소화전 문을 발칵 열고 외쳤다.
“이 대리, 봤나? 불을 냈다고! 아주 홀딱 다 타고 있어!”
“…….”
“아까 안내방송은 이걸 위한 거였나 보구만! 아무리 생각해도 운동 부족 연구원들은 이미 모조리 죽은 후였을 것 같지만 말이야. 하하하!”
그리고 이연화는 찌릿하게 머릿속을 스치는 깨달음을 느낀다.
‘이거야.’
이게 고양이님이 떠올린 공략법이 맞다는 것을.
낮잠 시간을 끝내기 위해 알람 시계 같은 걸 한두 개 쓰는 것은 이 거대한 공간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공간 자체의 상징성을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거다.
낮잠을 잘 수 있는 집을, 안락함을, 낮잠용 쉼터 그 자체를 없애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없애는 방법 중 가장 편리한 것.
소화전에 들어간 자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토대로 역으로 추론할 수 있는 방식.
‘방화…!!’
그리하여 고양이님은, 한낮역을 전부 불태워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그들을 대합실과 분리된 승강장 소화전까지 보내놓은 것이고.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일반적으로 어둠에 투입된 현장탐사팀이 저지를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자가 시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
몇십 분 후.
이연화 대리는 소화전 안에서 침을 삼키며 초조히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게 된다.
활활 불타는, 마치 노을 지는 시간대처럼 보일 계단 위 풍경을 상상하며.
언제쯤 화마가 그것을 다 휩쓸어버릴지 계산하며.
그리고.
“…곽 과장님.”
“응?”
30분 전.
-아아아악!
…기껏 승강장에 도착해놓고도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소화전을 뛰쳐나간, 호 이사 프로젝트 연구원의 운명을 예견하며.
“다른 팀 연구원분은 어디로 가셨는지, 아세요?”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고 그러나, 이 대리?”
“…아까 저보다 소화전에 늦게 들어오셨죠.”
“응, 그런데?”
“혹시 그건 옆 소화전에 뭘 해두시고 오느라 늦은 거, 아닌가요?”
“…….”
“…….”
곽제강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주택가가 불타는데, 그 한가운데 있는 소화전에 들어가 있어도 정말로 타죽지 않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아.
“그래서 다른 소화전 안에 뭘 좀 뿌려놓기만 했네. 그리고 이 소화전에 고장 표시를 붙여두긴 했지.”
퉁.
곽제강은 소화전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래도 아예 계단 위로 올라가다니! 쯧쯧, 고양이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지. 아니, 상황 파악이 느리다고 할까….”
“…과장님.”
이연화 대리는 이를 악물었다.
“그분이 주택가 소화전에 들어가기 전에 타 죽게 될 확률도, 꽤 높을 텐데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뭐, 한번 도전해 보는 거지!”
곽제강이 웃으며 덧붙인다.
“검증하면 대박이지 않나!”
“…….”
“하지만 고양이님께는 비밀로 해주겠어? 괜히 연구원에 대한 인상이 더 나빠져서 우리도 모두 죽으면 오늘의 이 탐사는 누가 연구할 수 있겠어. 하하하!”
이연화 대리는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악물었다.
바깥에서는 어느새 타오르는 소리가 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고양이님’의 방식이 성공한 것을 깨닫게 된다.
경이롭게도.
“놀라운걸!”
그리고 불운인지 행운인지, 그들이 마주할 ‘고양이님’의 경이로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잿더미가 된 주택가에서 나온 고양이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네 짓이지.”
“…!”
그는 곽제강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