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668화
“믿어줄게. 그런데 이명호월의 처분은 어떻게 할 셈이지?”
그녀는 동천이 잡아왔으니 그가 결단을 내리게끔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그러나 의심 많은 동천은 그건 또 왜 물어보나 싶었다.
“그자들이요? 음, 실은 제가 요새 침술에 심취해 있는데 내가고수(內家高手)들을 상대로는 아직 한번도 시험해본 적이 없어서… 에 또, 그래서 그들을 상대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데 아가씨의 의견은 어떠하신 지……. 헤헤.”
사정화는 뜻밖의 대답에 눈을 반짝였다.
“침술?”
“예, 잔인하게 생체실험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반인이나 하급고수들과 비교하여 반응정도와 적용속도. 그리고 반발작용과 한계점 등을 꼭 시술해봐서 알아보고 싶거든요.”
그게 잔인한 생체실험이었지만 동천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약간의 침묵을 고수하던 사정화는 말했다.
“좋아. 그 대신, 그들이 소속한 흑마궁의 사천투입 인원과 정보망.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정도를 확보할 자신이 있다면 네가 무슨 짓을 하던지 눈감아줄게.”
순간 동천은 귀찮은 일을 떠맡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현재 이명호월의 상태로 보았을 때 그런 것쯤이야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쉬운 것이었으므로 그는 쾌히 승낙했다.
“까짓 꺼 하죠, 뭐. 맡겨 주세요!”
“그래 알았어. 네 맘대로 해.”
“감사합니다, 아가씨. 헤헤.”
그렇게 아침식사를 끝낸 후 자신의 예전 처소로 돌아와 구벽환 세 알을 차례차례 복용한 동천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빈둥거렸다.
“으흐흐! 한 알은 귀의흡수신공으로 흡수하고, 두 알은 역심무극결로 흡수하고, 이 몸의 황금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으하하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동천이 계속 광소를 흘리자 밖의 보초가 저 새끼 끝도 없다고 욕 짓거리를 해댔다. 모르긴 몰라도 반 시진 전부터 저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무인으로서는 내공의 증진이 사지에서 목숨을 구한 만큼 기쁘고 귀한 것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이해를 해주는 것이 예의였다. 그러고 보면 동천이 조금(?) 심하게 좋아하긴 했지만 말이다.
‘어디 보자. 현재 변종 귀의흡수신공이 2갑자를 약간 상회하고 역심무극결이 1갑자 반일 정도로 귀의흡수신공을 많이 뒤따라온 상태니까 이제 조금만 더 역심무극결에 신경을 쓰면 환골탈태에 도전해 볼만도 하겠네? 큭큭, 환골탈태……. 드디어 환골탈태란 말이렸다? 푸하하하! 아이고, 좋아라!’
평소에 투덜거리기는 했어도 알게 모르게 역심무극결에 신경을 썼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문득 요 근래에는 역의 성격이 활개를 치고 다니지 않았음을 깨달았지만 동천으로서는 안 나오면 더 좋았으므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어 그는 당장에 닥친 문제들을 떠올렸다.
“음! 이제 빨리 돌아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었나 확인 좀 하고, 강씨 형제들도 좀 가지고 놀고, 박심도 귀여워 해주고……, 아! 너무도 바빠서 눈 코 뜰 새가 없구나!”
눈 코 뜰 새가 없는 것치고는 너무도 한가로웠지만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놀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점심을 먹고 마차에 오른 그는 반나절을 달려서 석낙 고개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그는 나름대로 좀 지냈던 곳이라고 무언가 아늑함을 느꼈지만 사람들은 다시 돌아온 동천을 보고는 귀신 보듯 도망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표시가 나지 않게 말이다.
“어라? 어째 사람들이 없네? 다들 외부 경계에 나섰나?”
총책임자가 새로 부임하는 것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이 모여서 환영해줄 이유는 없었다. 인품이 좋다면야 자발적으로 모여든다지만 동천에게 무얼 더 바라겠는가 말이다.
어쨌든,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썰렁한 사람들을 살펴보며 3당주 포석이 웃는 낯으로 나섰다. 더 나빠지기 전에 잘 마무리를 짓고자 했던 것이다.
“한창 경계를 강화해야할 시점인지라 내부에는 인원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어제 약소전주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자 너도나도 외부 경계를 지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므로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래? 금면마제님께서는 돌아오셨고?”
포석은 대답했다.
“가능한 빨리 돌아오셨으면 했지만 약소전주님께서 무사히 귀환하셨다는 소식을 접하시고는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마저 처리하신 후에야 돌아오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동천의 수색 때문에 뒤로 밀려난 업무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금면마제의 입장에서는 안 해줘도 될 것을 자발적으로 도맡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동천을 책임져야했던 자신이 행적을 놓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조금이라도 죄를 감면 받기 위해서는 솔선수범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음, 늙은이가 정력도 좋아? 하긴…, 늙어서 할 게 그런 것 밖에 없다는데, 그거라도 잘 하라고 응원해주는 수밖에 없지 뭐.’
생각을 마친 동천은 말했다.
“허어! 그랬는가? 아무쪼록 빨리 돌아오셔서 이곳을 든든하게 지켜주셨으면 좋겠군. 아, 그리고 포로들의 처리는 어떻게 되었는가?”
포석은 이것저것 다 가리지 않고 간섭하려고 드는 약소전주의 넓은 오지랖에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약왕전의 소전주면 소전주답게 조용히 침(鍼)질이나 할 것이지, 뭐가 그리도 궁금해서 끊임없이 계속 물어본단 말인가.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댄 그는 안 그런 척 대답해주었다.
“우리 쪽에서는 이미 충분히 위력을 선보였고, 오련과의 분란을 더 이상 원치 않는지라 은자 4만냥을 받는 선에서 그들을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곳 대파산맥의 상황이 특수한지라 쉽고 빠르게 끝맺을 수 있었지요.”
‘헉? 으, 은자 4만냥? 그 돈이면 평생 놀고 먹고 뒹굴고 잠자고 할 수 있는 돈인데, 고작 몇 십 명 살리자고 그 정도의 돈을 썼단 말야?’
이 순간 동천은 납치범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의 액수라면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유혹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포석의 물음에 동천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응? 아닐세. 액수가 좀 적은 게 아닌가 싶어서 생각 좀 해봤네. 헌데, 적어도 그 두 배는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
포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모용세가의 셋째 아들이 있었으니 받아낼 수는 있었겠지만 무슨 일이던지 적정선 이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한번 일을 벌리고 끝내는 것이 아닌 이상 상대를 너무 궁지에 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어기게 되면 그만큼 우리 쪽에도 피해가 돌아오게 되어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이곳에서의 목적은 포로 교환이 아니었던 만큼 상대를 너무 자극할 필요는 없는 법이지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자 동천은 달리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그 돈이 자신의 돈이 아닌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지만 당장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렇긴 하겠군. 그러나 저러나 이명호월은 어떻게 처리했지?”
포석은 흥미가 있는 쪽으로 넘어가자 이제까지와는 달리 목소리가 가볍게 흘러나왔다.
“약소전주님의 명령대로 골방에 가둬 두었습니다. 헌데 신기하게도 약소전주님의 금제가 탁월하여 저희가 따로 금제를 가하지 않아도 되었을 정도였지 뭡니까? 하하, 도대체 어떠한 신기를 발휘하신 것인지요.”
혈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풀리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금제는 그 효과가 상당히 길었지만 누가 당했느냐에 따라 빠른 시간 안에 풀 수 있었다. 그래서 자주 확인해주는 것이 좋았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포석 또한 금제를 확인하고자 그들의 몸을 조사했었는데 놀랍게도 느슨해졌기는커녕 방금 금제를 가한 것처럼 혈도가 꽉 막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전으로 내려오는 금제였다면 그렇구나 했겠지만 동천이 가한 금제는 일류 고수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포삭혈금법(捕索穴禁法)이었다. 이명호월 정도의 고수들이라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금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슬쩍 그들을 떠보았고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다고 대답해주었다.
사실 그들로서는 내공을 일으켰다간 바로 독이 발작했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흥미를 느낀 포석은 그들에게 다른 금제를 가한 후 동천의 금제를 자신이 풀어보고자 했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동천의 점혈법은 상대의 신체에 귀의흡수신공의 원리가 그대로 침투하기 때문에 회전의 이해와 비슷한 무공을 연마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2배 이상의 내공을 지닌 자라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 알아둘 것은 당한 쪽이 아니라 풀어 주는 쪽의 내공차이가 동천의 2배라는 말이었고, 당한 쪽이 자력으로 금제를 풀자면 거기에다 뻥튀기를 하여 동천보다 4배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힘의 우위를 내세워 강제로 풀었다고 해도 그 폐해가 엄청나게 확산되었으니, 동천은 자신이 지닌 무공의 가치를 아직은 잘 모르고 있는 셈이었다. 각설하고, 그런 의미에서 강두월은 지가 한번 풀어보겠다고 계속 같은 곳을 쳐오는 포석에게 몸에 구멍이라도 낼 작정이냐며 진한 살기를 내뿜었다.
그제야 포석은 나중에 풀려날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자신이 지나쳤음을 깨닫고 선선히 물러났지만 내심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오자 아부 섞인 발언을 하며 동천을 띄워줬던 것이고 말이다.
“하하, 그랬는가? 어떻게 하긴 어떻게 했겠는가. 그저 손가락 하나로 꾸욱 눌러줬을 따름이지. 하하하!”
아부가 제대로 먹혔는지 동천이 크게 즐거워했다. 포석은 재빨리 이어 말했다.
“아아! 그러니까, 그 꾹 누른 방법에 무언가 특별한 비기가 숨어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하하, 그렇지! 그냥 누른 것도 아니고 꾸욱 눌렀기 때문에 그자들이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던 것일세.”
다 되어간다고 생각한 포석은 이쯤에서 한번 더 치켜세워 주기로 했다.
“대단하십니다! 그럼 그 누르는 방법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동천은 당주 새끼가 같은 걸 계속 물어봐서 슬슬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자신의 솜씨를 칭찬했기에 빙긋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더 자세할 것이 있겠는가? 그저 꾸욱 누르면 되는 것인데.”
“하하, 약소전주님. 저희들은 아무리 꾹 눌러도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묻는 것이고 말입니다.”
동천은 마침내 짜증을 냈다.
“아, 이 인간 말귀 한번 참 못 알아듣네? 꾹이 아니라 꾸욱 이라니까? 자네는 꾹 하고 꾸욱 하고 어디가 똑같다고 자꾸 끈질기게 되묻는 겐가? 자네 지금 이 몸하고 해보자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오라…….”
“아니? 없는 아니는 왜 자꾸 오라고 그래? 잔말말고 안내나 하시게!”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곧 깨닫게 된 포석은 너무도 썰렁하여 온몸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약소전주가 평소에는 허술해 보여도 비기를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머리는 된다고 생각했는지, 내심 동천을 욕하며 그를 안내했다. 그들은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긴가?”
“예, 약소전주님.”
끼익!
동천이 직접 문을 열자 쾨쾨한 냄새가 흘러나와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끔 만들었다. 골방 안의 끝 쪽에는 두 노인이 벽에 등을 지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동천의 등장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곧 상대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두 눈을 빛내며 강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오셨소이까! 어서, 어서 우리를 풀어주시오!”
“이런 대우는 솔직히 너무 하오! 풀어주시구려!”
인상을 찌푸린 동천은 뒤에서 대기 중인 포석에게 싸늘히 말했다.
“누가 이분들을 이렇게 가두라고 명했나!”
“소, 송구하옵니다. 어제 가실 때만 해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다른 포로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하는 줄 착각하고 제가 그만…….”
동천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되었네. 그러고 보니, 무사히 돌아왔다는 흥분감에 아무 말도 않고 떠났던 내 잘못이 컸던 게로군. 응? 저분들,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추가로 혈도를 점했는가?”
“예, 약소전주님. 상당히 위험한 분들인지라 손발이 자유로워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조치를 취했었습니다. 풀어드릴까요?”
“그렇게 하시게.”
명을 받아 그들이 움직이게끔 혈도를 풀어준 포석은 다시 뒤로 물러나 조용히 대기했다. 동천은 수족이 자유로워진 그들에게 다가서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간 선배님들께 무례를 범하여 죄송합니다. 일전에는 제가 따귀를 맞아 흥분해서 그랬던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시고, 일단 밖으로 나와 몸부터 씻으신 후 식사를 같이 하셨으면 합니다.”
이명호월은 갑자기 인간이 달라진 듯한 동천의 태도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이 아이가 흑마궁에 속한 자신들의 신분을 깨닫고 함부로 대할 수가 없자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원한이 희석될 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아니외다. 이제라도 풀어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외다. 허허허!”
강두월의 노련한 대처에 동천도 이해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 뒤 그들이 씻을 수 있도록 안내자를 붙여준 동천은 자신의 막사로 돌아와 부실한 침대에 드러누웠다.
“늙은이들이 속으로는 이를 갈면서도 나이 좀 먹었다고 안 그런 척 실실 웃었다 이거지? 흐흐, 그래주면야 이 몸만 편한 것을……. 큭큭큭!”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며 즐거움에 몸을 떨던 그는 불현듯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왜 그러한 기분이 들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하? 그러고 보니 박심이 안 보이네? 이놈도 혹시 외부 경계에 나섰나?”
찾아볼 까도 했지만 지금 당장 불러봤자 이명호월과 마주쳤을 때 자칫 역효과를 불러낼 수 있었다. 이전의 실험체와 현재의 실험체들이 마주하게 되면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만 있는지 확인하라고 명령한 그는 느긋하게 이명호월을 기다렸다. 그리고 약 한 식경 후에 제대로 의복까지 갖춰 입은 그들이 도착했다.
“어서들 오십시오. 안이 좀 비좁긴 하지만 셋까지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동천의 가식적인 환대에 그들이 응해주었다.
“아니외다. 허허, 말씀대로 충분한 공간이외다.”
강두월과는 달리 동생인 강비월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표정으로만 감사하다는 대답을 대신할 따름이었다. 아마도 형처럼 아부하듯 말하기가 싫었기에 최소한의 동조만을 해주려는 것이리라.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놓입니다. 아? 식사들 하셔야지요? 여봐라. 음식을 들이라 일러라!”
“예, 약소전주님!”
밖에서 지키던 사내가 대답했다. 동천은 시녀가 아닌 사내자식이 대답해서 약간 기분이 더러웠지만 꾹 참고 웃으며 이명호월과 쓸데없이 시간 때우기 용 잡담들을 나누었다.
그러자 이명호월은 이야기 중간 중간에 하고픈 말이 있는 듯한 얼굴들을 보였지만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했던지 식사가 끝난 후에야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 형제의 독은 언제쯤 풀어주실 예정이십니까?”
동천은 왜 그 말을 안 하나 했다.
“하하,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부터 시술을 해드리고자 계획 중에 있었습니다.”
강두월은 재빨리 말을 받았다.
“오늘 저녁부터라고 말씀하시면……, 단 기간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까?”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동천은 내심 깜짝 놀랐다. 자신이 말하는 와중에 그런 기색을 약간 내비치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감이 좋은 영감일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강두월 선배님께는 못 당하겠군요. 예,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워낙에 강한 독인지라 조금씩 독을 중화시키는 방법 외에는 달리 해결책이 없습니다.”
그 말에 강비월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그것이 대체 어떠한 독이기에 해독이 어렵다는 말이오?”
“청약비독(靑藥秘毒)이란 것으로서 이번에 본교의 독전에서 새로 만들어 낸 무서운 독입니다. 자세한 효능은 극비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무리인 것을 감안하여 주십시오.”
적에게 극비라고 말하면 무조건 해결이 되는 것이었기에 동천은 초장부터 질문의 공세를 막아버렸다. 이명호월도 처음 당했을 때 푸른 기류를 본 것 같았으므로 약소전주가 알려준 독의 이름과 연관이 되는 것 같자 믿지 않을 수 없었고 말이다.
“음, 그렇구려. 그럼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 알고 싶소이다.”
강두월의 질문에 동천은 느긋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