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22화
나는 백사헌이 들고 있는 캠코더를 순간 멍하니 보았다.
지금,
사람을 죽이고 캠코더를 강탈….
“아아악!”
“…!”
나는 휙 고개를 돌렸다.
백사헌이 잠근 문 안에서 캠코더의 주인이 미친 듯이 다시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듯, 폐병원 5층 복도 저편에서 사람 형상이 일렁이더니 다가오고 있다….
말쑥한 차림새를 한 백일몽 사무원의 검은 실루엣.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나….
“거기 무슨 일이에요?”
그림자가 없다.
‘환자다.’
등골을 타고 소름이 올랐다.
나는 다급히 캠코더 주인이 갇힌 병실 문으로 다가가서 잠금을 풀려 시도했다. 백사헌이 내 어깨를 잡고 당황해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하냐고요!”
젠장.
나는 백사헌의 손을 떨쳐내고 마저 잠금을 풀었다.
“악!”
문이 열리면서 더 만신창이가 된 캠코더의 원주인이 쏟아졌다. 나는 그 사람을 거의 집어들 듯이 부축해서 다시 비상구로 뛰었다.
빨리…!
“괜찮으세요? 다치신 것 같은데.”
환자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진다.
“뛰십시오.”
백사헌이 이를 악물고 내 옆에서 뛰었다.
쿵.
나는 복도 저편의 인영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다급히 비상구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닥에 깔린 폐주사기를 피해서 부축한 사람을 바닥에 놓았다.
‘…하.’
겨우 긴장이 풀린 순간.
“…….”
나는 백사헌을 돌아보았다.
백사헌이 나를 당혹스러움과 짜증과 경직된 기색이 섞인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건데요.”
“시민님.”
“어차피 죽을 사람한테 왜 시간을 쓰냐고…!”
백사헌이 이를 악물고 캠코더 주인을 힐끗거리더니 초조하게 말한다.
“지금 저 사람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짐만 늘렸는데! 급하다며, 할 일이 있다며, 왜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고 있냐고요! 시간 낭비잖아…!”
“시민님.”
나는 백사헌을 잡았다. 상대가 캠코더 두 개를 움켜잡는다.
“방금 저 사람이 죽을 뻔했습니다.”
“그래서요.”
상대는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곧 이를 악문다.
“그냥 둬도 죽을 텐데, 그냥 캠코더 조금 일찍 챙긴 것뿐이잖아요. 필요하다며. 내가 죽이는 것도 아니라고요.”
“…….”
백사헌의 얼굴에 반감과 이상한 불안감 같은 게 일렁이더니, 곧 코웃음을 친다.
“뭐, 이 회사 다니는 사람 중에 선량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아, 요원이라서 꼭 눈에 보이는 사람은 구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잖아요? 상황 안 되면 안 구하기도 하면서 말이야.”
백사헌이 이렇게 말을 쏟아내는 것은 지산마을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마치 내게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반응한다. 저 자식의 미친 인성에 뒤통수 얻어맞은 건 이쪽인데 말이다.
‘이번엔 어쨌든 날 도와주려고 했던 것 같아서 놀랍긴 한데.’
그렇다고 왜 이 정도로 배신당한 것처럼 구는지는 모르겠다. 트라우마 반응처럼 유독 과한데….
‘…음.’
내가 요원이기 때문인가.
나는 지산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을 골랐다.
살 떨려서 한숨이 다 나왔다.
“시민님.”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요원이라서 구출하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냥, 간단한 논리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구석에서 벗겨진 피부를 더듬으며 벌벌 떨고 있는 구출자를 보았다.
“같이 살 수 있는데, 굳이 죽일 필요가 없잖습니까.”
“…….”
나는 백사헌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내가 끌고 온 사람에게 몸을 낮췄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안전한 곳에 계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까?”
“힉, 히읍….”
다급히 끄덕이는 고개.
그리고 백사헌을 두려운 눈으로 힐끔거린다. 백사헌은 자기 생존에 위협이 될지 모르는 그 변수를 차게 식은 얼굴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둘 모두에게 반응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선언했다.
“네. 그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구출자를 부축한 뒤, 비상계단을 통해 한 층만 더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백사헌을 부르지 않았다.
백사헌은 어쩐지 잠시 멍하니 서 있는 것 같았으나, 캠코더를 들고 도망가는 대신 나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6층으로 들어갔다.
‘5층보다 확실히 덜 살벌하네.’
폐쇄병동의 복도는 어두컴컴했으나, 아주 옅은 비린내를 덮듯 소독약 냄새만 짙게 났다.
여전히 공포 체험에 나올 것 같은 음울하고 기이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 정상적인 몰골이라는 뜻이다.
[1F]
5층을 넘어가며, 사실상 요양병원의 1층이 반복적으로 투영되고 있는 거니까.
‘캠코더 녹화기록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들은 4층, 5층 위주로 일어났지.’
[흐음. 다만 복도가 지저분하군요.]
그건… 환자들이 단체로 행진을 했기 때문이다.
탐사기록 #3
1층에서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라고 주장하는 특수부대원 차림의 수십 명의 사람이 복도에 나타남.
행렬을 따라간 민간인 7명 모두 사망.
캠코더로 확인한 결과, 리코더와 캐스터네츠 등 문구식 악기를 든 한 무리의 입원 환자들로 판명.
이 개체들이 무언가 축하하거나 기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불확실한 증언 확인.
이 괴담에서 1층은 이렇게 초반에 박수하며 복도를 행진하는 환자 무리만 버티면 생존자가 나오기도 하는 곳이다.
물론 이곳은 1층이 투영된 6층이기에, 내가 확실한 안전 구역을 인지한 채로 진입한 거지만.
“이거, 잠시 사용하겠습니다.”
나는 캠코더로 복도와 병실 내부를 보면서, ‘환자’를 피해서 신중히 이동해 병실을 빠르게 훑었다.
‘하….’
부축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초조하긴 해도 차라리 덜 무서웠다.
그리고 다행히 어딘가에서 튀어나오는 환자와 만나기 전에 발견했다.
“여기 들어가십시오.”
나는 중앙에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111호]
그 병실 안엔 기이하게도 병상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며, 한 면 가득 책상과 빛바랜 명패가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힉,”
“괜찮습니다.”
내가 상대를 침대에 올리려 하자 기겁했으나, 나는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가 안전하다고요?”
“예.”
나는 데스크를 눈짓하며 말했다.
“여긴 원래 현관이었던 곳입니다.”
“…!”
층수가 일치하지 않으며 발생하는 오류다.
탐사기록 #21
7층에서 규격에 맞지 않는 거대한 통창 밖으로 투신하는 환자 셋을 확인.
해당 건물에 본래 요양병원 2층 식당에 있던 테라스식 공간이 없기에 발생한 이상 현상으로 확인. 캠코더 녹화기록의 재현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짐.
본래 현관이 없는 6층에서 현관 비슷한 곳이 만들어지며 발생한 오류.
캠코더 녹화기록에는 없던 부가 장소.
“현관에는 원래 병상 침대가 없었을 테니, 캠코더 속의 존재는 인지하지 못할 겁니다.”
그 순간.
“혹시 나갈 방법 아세요? 저기요, 여기 사람 있죠?”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우리 셋은 침대에 올라가 붙어 섰다. 백사헌도 갈등하는 듯하다가 이를 악물며 침대에 몸을 낮춘다.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당혹스러운 표정의 백일몽 연구원이 등장하는 순간.
‘…캠코더!’
나는 황급히 캠코더를 꺼놓으며 백사헌의 캠코더도 접었다. 하지만….
“사람 있죠?”
…방금 캠코더의 화면으로 스치듯이 보았다.
이 요양병원에서 일어났던 실제 모습을.
“분명 목소리가 들렸는데….”
연구원으로 보였던 환자는, 캠코더 안에서는 병원복 아래로 복부가 개방되어 있었다.
장기가 꾸며진 듯, 밝은 색실로 고정된 기이한 몰골에 수액을 맞고 있었다.
‘하.’
그 장기는, 이미 잡힌 사람의 것과 ‘교환’된 상태일 터다….
“저기, 저 나갈 방법을 같이 찾아봐요. 저기요?”
환자가 가까워진다. 우리는 모두 숨을 죽였다. 그리고….
“저희 같이 안전한 곳을 찾아봐요!”
환자는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 코를 스치는 낡은 병원복의 촉감을 느끼며, 숨을 쉬지 않고 굳어 있었다….
…….
…….
쿵.
환자가 나갔다.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구출자가 기침을 삼키며 널브러졌다.
‘후우.’
“보셨죠? 여기 계시면 됩니다.”
나는 그렇게 그 자리에 구출자를 두었다.
셋도 숨을 수 있는 자리였기에, 구출자는 벌벌 떨면서도 어느 정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는 여기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 듯한 눈치의 구출자를 안심시키고, 다시 복도가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비상계단으로 복귀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백사헌은 조용했다.
이 모든 과정은, 정확히 12분이 소요됐다.
“시민님. 보세요.”
“…….”
나는 백사헌을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안 달라졌고, 제 손에 캠코더도 그대로 있습니다.”
백사헌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시민님은 안전한 장소를 직접 확인했죠.”
“…….”
“상황은 전혀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저쪽이 살아서 저한테 나쁜 증언을 하면 어쩔 건데요.”
“공격받은 사람이 공격한 사람에게 반감을 품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게 싫다면, 애초에 공격하지 않으면 됩니다.”
백사헌은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웃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을 겁니다.”
“…예?”
-캠코더를 든 사람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미 구조한 분께 잘 설명드렸습니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게 위험할 수도 있어서 일단 회수한 거라고요.”
“……!”
아마 극한 상황이라 일단 도와준 사람을 무조건 믿고 싶을 테니, 상황이 끝나고 문제 생기진 않을 거다.
“그리고 애초에 다짜고짜 강탈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죠.”
“저기요. 내가 먼저 선점 안 했으면 안 주려고 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럴지도요. 하지만 그건 해보기 전엔 모르는 겁니다.”
“…….”
백사헌의 얼굴에 납득할 수 없다는 감정과, 뭔가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낀 기색이 동시에 드러난다.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뭐가요.”
“본의는 아니셨겠지만, 사헌 씨가 여기 있어서 저분은 살 테니까요.”
“……!”
“그리고 별개로….”
나는 요원답게 웃었다.
“제게 캠코더를 주려고 노력해 주신 점은, 감사합니다.”
“…….”
“사실 시민님께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백사헌은 대답이 없었다.
“잘 쓰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캠코더를 챙겨 들었다.
[갈등 소재를 지혜롭게 잘 봉합하고 이득도 얻었군요. 훌륭합니다, 친구!]
이 칭찬은 좀 달게 받고 싶다….
“그럼 전 다시 5층에 들어가겠습니다.”
“…….”
그리고 나는 솔직히, 이쯤에서 백사헌이 튈 줄 알았다.
각자 캠코더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안전 구역도 알았으니 이제 생존 본능에 따라 후다닥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근데 안 튀네.’
다만 말이 부쩍 없어졌다.
백사헌은 어쩐지 조용히, 내 옆에서 캠코더를 들고 따라오고 있었다….
‘…냅두지 뭐.’
덕분에 덜 무섭긴 했다. 다만….
와 진짜.
‘사람을… 거침없이 담그네.’
식겁했다.
최근에 그냥 날치기식 트롤짓하는 것만 몇 번 보다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고민 없이 남한테 파격 행동하는 걸 보니 정말 백일몽 직원답다.
‘괜히 독사 과장이 아니지.’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을 참았다.
하지만 더 의외인 것은, 지금 내 말을 듣고 묘하게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조용한데.’
나는 백사헌을 돌아보았다.
움찔거린 놈이 마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입을 열다가 다문다.
병원 5층 분위기가 진짜 살 떨리게 무섭긴 한데, 저걸 보고 있으니까 무슨 콩트 같아서 덜 무서운….
축하합니다….
“……!”
나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복도 저편에서부터 발랄한 동요 같은 음악이 들리고 있었다.
-(지지직)축하합니다(지직)축하합니다사랑하는(지지지직)요양병원입원환자들다시태어나는오늘축하합니다
잠깐만.
‘이건… 마지막에 일어나는 일인데.’
벌써 캠코더 녹화본 사건들이 거의 재현됐다고?
백일몽 이 미친놈들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럴 리가, 잠깐….
-(지지직)축하합니다(지직)축하합니다사랑하는(지지지직)요양병원입원환자들다시태어나는오늘축하합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 속에서 빛이 쏟아지며, 사람 하나가 걸어 나온다. 거대한 무언가를 들고 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캠코더를 올렸다….
축하 케이크였다.
HAPPY
D-DAY
5층 비상문에 적혀 있던 것과 같은 문구가 적힌, 질척질척한 케이크.
-(지지직)축하합니다(지직)축하합니다사랑하는(지지지직)요양병원입원환자들다시태어나는오늘축하합니다
1층에서 행진하던 한 무리의 환자 중 단 하나만이 남았다.
그것은 거대한 생일 축하 케이크처럼 생긴 것을 온몸으로 껴안아 든 채로, 우리를 향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온몸이 피범벅으로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 핏자국이 진득하게 남는 것이 보인다.
엉겨 붙은 머리 위 축하용 고깔에서도 피와 약물이 떨어진다.
-(지지직)축하합니다(지직)축하합니다사랑하는(지지지직)요양병원입원환자들다시태어나는오늘축하합니다
발이 움직인다.
“…!”
나는 그 축하 케이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젠장.’
안 돼.
캠코더 녹화본 엔딩이다.
탐사기록 #4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축하케이크를 든 자가 내림.
복도를 따라 축하 음악과 함께 행진.
생존자 모두가 그를 따라 전진해 비상문으로 나간 후 [검열 삭제][검열 삭제][검열 삭제][검열 삭제][검열 삭제][검열 삭제][검열 삭제][검열 삭제]
※담당 연구원 및 현장탐사팀 직원의 열람을 금지합니다. 보안팀의 허가를 받은 후 해당 탐사기록에 접근해 주세요.
‘내 오염을 꺼내?’
잠깐만, 잠깐… 그러면 일이 어떻게 틀어질지 모르는데….
공포로 머리가 굳어간다.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귓가에 울리는 기이한 축하곡은 점점 커진다. 웃고 있는 생일 케이크를 든 자가 가까워진다.
비상문을 향해 가는 발.
‘X발.’
무서워서 손이 떨리고 뇌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130666의 상태가 짧게 그리워질 뻔한 것에 혀를 깨물 뻔했다.
‘다른 대응, 다른….’
나는 어떻게든 눈을 굴리며 캠코더를 통해 주변을 보다가… 발견했다.
‘아.’
복도에 떨어져 있는 물건이 있었다.
아까 구출했던 사람이 캠코더와 함께 양손에 들고 있던 물건.
보안팀 호출기.
아까 백사헌이 발로 차면서 튕겨 나와 복도 중간에 놓인 듯하다.
그 호출기를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었는지, 결국 구조에 도움받지 못한 물건.
하지만 그 가까이 걸어가면서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 사람, 잘못 누르고 있던 거였어…!’
이 호출기는 벽에 부착된 형태였다.
별관 지상층에 보안과 안전을 위해 곳곳에 붙어 있는 물건.
-혹시 무슨 일이 발생하면 바로 호출하세요.
아마 캠코더의 본래 주인은 휴대용 보안팀 호출기의 작동법만 익숙하게 알고 있었으리라.
그런데 괴담으로 인한 패닉상태에서 낯선 형태의 호출기를 억지로 누르려 다 보니, 하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안전핀.’
호출을 위해, 제거하는 부위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잠깐만.’
지금 난장판에 온갖 곳에서 호출을 눌러댔겠지만, 벌써 엔딩이 다가오고 있다면 다른 곳들은 소동이 끝나고 진압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안팀이 생존자의 콜버튼에 반응할 확률은?
나는 축하 케이크를 든 섬뜩한 환자를 식은땀을 흘리며 곁눈질했다.
‘아마 보안팀은 저것만 진압하고 곧장 다른 곳으로 이동할 거야.’
난리통이니까.
그럼 나는 다시 5층 목적지를 향해 탐사를 계속할 수 있다….
“…….”
-(지지직)축하합니다(지직)축하합니다사랑하는(지지지직)요양병원입원환자들다시태어나는오늘축하합니다
나는 걷는 중에, 간신히 동작을 바로 잡았다.
그리고 호출기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발로 그것의 안전핀을 눌러서, 다음 걸음에 차서 빼는 것에 성공했다.
‘성공….’
하지만 다음 발걸음은 버튼을 스치고 지나갔다.
‘망할!’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그것을 발로 다잡으려 했으나, 도저히 더 섬세한 움직임을 하기 어려웠다. 발이 계속 앞으로 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발을 뒤로 뻗는 순간, 호출기를 찼다.
내 뒷사람에게로.
“……!”
백사헌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발을 들어서….
호출기를 눌렀다.
…….
…….
[접수 진행 중.]
[호출 위치 확인 : 별관 5층. 위험코드 발령 확인 : 별관 점거 중.]
[진압 중 사내 호출이기에 별도의 비용이 부가되지 않으며, 자동으로 호출이 진행됩니다.]
빨리!
[보안팀 배정]
그 순간.
쿵.
호출기가 찢어지며, 그 사이로 검은 인영이 새어나왔다.
“……!”
인영이 마치 터져 나오듯이 부풀어 오르며 형체를 이룬다….
-(지지직)축하합니다(지직)축하합니다사랑하는(지지지직)요양병원입원환자들다시태어나는오늘축하합니다
전신에 검은 제복을 입은 자.
낯선 보안팀이 병원 복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섰다.
그러나 나는 딱 하나, 내게 눈에 익은 단서를 알아보았다….
저 제복.
130666이 입었던 것과 동일한 형식이다.
‘하.’
나는 호출을 받고 나온 보안팀 특수부서 직원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