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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35화


세광특별시의 내 자취방.

하얀 도마뱀 무늬의 담요 속에서 사람의 손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나는 멍하니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보면서, 깊은 충격과 안도감을 느끼며.

내가 그것을 왜 느끼는지도 모르며.

“노루 씨.”

담요 속 누군가가 나에게 말한다.

왜 나는 노루라고 불리는지 모른다.

그러나 입이 열린다.

“저를… 아십니까?”

“예.”

“당신은… 어떤 과장님이십니까? 왜 제가 당신을 과장님이라고 부르는 겁니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담요에서 빠져나온,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말한다.

나는 침을 삼켰다.

“…저는 왜 5월 4일에 갇혀 있는 겁니까? 대체… 이 상황은 뭡니까?”

“당신이 원한 상황입니다.”

뭐?

“아뇨, 그럴 리가…. 그럴 리 없습니다!”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지금 내가 5월 4일을 대체 몇 번째, 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정신이 나갈 것 같은데!

미치지 않은 게 대단할 지경이다.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5월 4일이 정말 평온하고 좋은 날이기 때문에….

…….

좋은 날.

좋은 일상.

“5월 4일이,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좋은 날입니까?”

“모릅니다.”

“제가 5월 4일에 집착해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인 겁니까?”

“추론을 원합니까?”

“…예.”

담요 속에서 건조하고 담담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집에 돌아가고 싶은 당신의 소원이 투영된 장소입니다.”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

왜 나는 충격을 받은 거지?

“노루 씨의 소원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해당 소망이 투영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

무슨 말이야.

내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그럼 분당에 있는 본가에 돌아가야지.

그래, 가끔 동생의 디저트 카페나 도와주는, 그런 주말로 돌아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다른 지역에서 혼자 자취나 하던 오늘로 돌아오길 바랐겠어?

그건, 그건….

…….

“…현실에서.”

나는 침을 삼켰다.

“저는 대체 어떤 상태입니까?”

대답이 없다.

“대체 어떤 상태라서 이 상태가… 5월 4일의 이날이 영원히 반복되길 바랄 정도인… 겁니까?”

“노루 씨.”

“왜 제가 노루인 겁니까?”

낯선 호칭으로 나를 부른다. 그것에 처음으로 공포감이 든다.

난 대체 어떤 상태인 거지?

나는….

“진정하십시오.”

“…….”

“제 추측을 바랍니까?”

“…예,”

“5월 4일이 반복되길 바라는 것은 또 다른 기재입니다.”

목소리의 침착함에 공포감이 잦아든다.

“당신의 소원이 세광특별시 재난의 영향을 받아, 특수한 방식으로 재현된 하루입니다.”

재난.

그 단어에 이상하도록 초조해지고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맺힌다.

“그것이 당신의 소원과 상호작용하여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소원.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다.

어린이용 낙원 시럽.

소원권의 원형, ‘소원을 들어주는 약’.

이걸 세광특별시의 프로젝트에 사용하려 했던 연구소와, 그곳에서 발생한 듯한 끔찍한 재난의 결과도.

…….

무슨 말이야.

이건 무슨 지식이지?

어디서 온 거지?

“욱.”

나는 신물이 올라오는 것을 참았다.

612번의 평온함에 절여진 머리가 기이한 소음을 내며 돌아간다.

그리고, 그리고…….

“과장님.”

나는 헐떡이며 담요를 보았다.

“…그쪽 팔이, 더 담요 밖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만.”

“예.”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이제 거의 어깨가 보일 만큼 담요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분명 미동도 없이 뻗어 나와 우두커니 있었는데, 어느새.

협탁과 담요 사이에는 분명 공간이 없을 텐데, 마치 누군가 담요의 틈 사이에 몸을 감추고 있다 빠져나오는 듯.

혹은 담요 그 자체가 변이하는 듯.

“좋은… 겁니까?”

“아닙니다.”

덤덤한 목소리가 담요 안에서 울린다.

“당신이 담요라는 이질적 위화감을 통해 이곳을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

“그럼, 그럼 당장 나가겠습니다! 위험할 테니까…,”

하지만.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예.”

나는 멍하니, 담요를 거의 빠져나온 오른팔을 본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당신이 곧 현실에서 경험할 트라우마적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시, 이곳에 남는 것이 더 안전할 확률도 존재합니다.”

“……”

“남는 것을 선택할 시, 이대로 담요를 방치하십시오. 10분 32초 남았습니다.”

나는 멍하니 담요를 빠져나온 손을 보았다.

“여기가 더 안전할 수도 있다고요.”

“예.”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쾌적한 봄날, 어제도 내일도 쉬는 날인 5월 4일 세광특별시의 풍경이 거실의 통창 너머로 펼쳐져 있었다….

영원히.

“…정확히, 현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알려줄 수 있습니까? 저희가 처한 상황 말입니다.”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내 입이 천천히 열린다….

“그래도 나가겠습니다.”

여기 더 있다가는 미칠 것 같다는 단순하고 확실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고 싶습니다.”

답답함.

사태의 진실과 해결책에 대한 탐구욕.

약간 별날 정도로 강력한 그 동기가 내 안에서 확고한 방향성을 잡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씩 웃었다.

“모르는 채로 계속 이대로 있어 봤자, 더 무서울 것 같고요.”

…….

“확인했습니다.”

대답하는 목소리는 똑같이 덤덤했다.

그러나 왠지, 담요 위 하얀 도마뱀 캐릭터의 주둥이가 곡선으로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준비하십시오.”

준비?

“뭘 하면 됩니까?”

“가지고 나갈 것들을 챙기십시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자취방을 둘러보다가, 침대에 둔 토끼 인형을 발견했다.

수백 번 동안이나 내 주머니에 들어 있던 녀석.

“저, 혹시 같이 데려가도 됩니까?”

“추천하지 않습니다.”

왠지 반사적으로 토끼 인형의 눈치를 보았다.

“7분 24초 남았습니다.”

젠장. 나는 아주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토끼 인형을 챙겨 들며 말했다.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인형이 계속 나와 같이 있었던 건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말이다.

“저, 혹시 원래는… 토끼 인형이 말을 합니까?”

“아니요.”

……휴우.

무슨 기대를 한 거지. 역시, 토끼 인형에게 말을 거는 건 바보 같은 짓….

“솜인형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 보통 인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 토끼 인형으로 한정해서… 이 인형이 말을 할 수 있냐는 뜻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담백한 대답이 나온다.

“예.”

……!

나는 토끼 인형을 보았다.

조약돌처럼 까만 두 눈을.

“혹시 지금도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예.”

“왜 저한테는 안 들리는 겁니까?”

“그것이 노루 씨의 소원을 구현하기 위해 필연적인 전제이기 때문이라 추측합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들리시면 전달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예.”

“친구, 이 브라운은 괜찮습니다.”

브라운.

“…브라운.”

나는 조심스럽게 토끼 인형을 불렀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토끼 인형을 잘 챙겨서… 이번에는 주머니가 아니라 앞 포켓에 넣는다.

안정감이 든다.

“저기, 이 동전은 혹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제가 5월 4일을 반복할 때마다 점점 까맣게 변하고 있습니다. 따끔거리기도 하고요.”

“모릅니다. 추론을 원합니까?”

“…예.”

“변색은 액막이가 오염을 대신 감당할 때 흔히 보이는 징후입니다.”

액막이?

“또한 따끔거림은 당신에게 위화감을 주는 자극으로 추측됩니다. 동전을 통해 다른 자가 당신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다른 자?

하지만 여기는 나뿐이지 않은가? 나 혼자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번 오늘을 경험했는데…….

…….

왠지 불안감이 든다. 빨리, 무언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 초조함.

나는 뭘 잊고 있는 거지?

“5분 14초 남았습니다.”

“준비 끝났습니다!”

나는 당장 담요 앞으로 나갔다.

내가 눈치챈 위화감, 인간의 팔은 이제 담요의 속에서 어깨를 넘어, 거의 상반신을 드러내기까지 왔다.

기어코 담요 한 장 아래로 희미하게 머리의 윤곽까지 보인다….

…….

사람의 턱선이다.

원래… 저렇게 생겼던가? 뭔가 더 전위적으로 생겼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잡으십시오.”

나는 심호흡 후, 지체 없이 팔을 잡았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힘으로 담요 속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

퍽, 담요에 처박힌 내 머리로 천이 일렁거리더니 얼굴의 이목구비를 덮는다.

가위에 눌리듯이.

‘흡!’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이 머리를 휘감았으나 촉감도 잠시, 곧 빈틈없이 모든 얼굴의 구멍을 덮는다.

‘자,’

잠깐.

숨을 쉴 수 없다. 나는 답답함에 담요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잡히지 않는다. 압박감과 차단된 시야 속에서 발버둥을 치려는 그 순간.

그 모든 감각이 사라진다.

“…….”

냄새도, 시야도, 소리도 없다.

담요 속.

내가 경험한, 아름다운 5월 4일 하루가 손을 뻗어도 몸부림쳐도 닿지 않도록, 내 감각에서 사라졌다.

이제 없다.

그 사실에 해방감보다도 기이한 울컥거림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곧 깨닫는다.

내 의식, 내 감정.

그리고 쏟아지듯이 돌아오는. 감각과 같은 자의식을.

‘아.’

나는 내가 왜 노루로 불리는지 깨달았다.

백일몽 주식회사에 다닐 때 얻었던 별명이다.

그리고 백일몽 주식회사는 <어둠탐사기록>에 나온 괴담 회사였다.

나는 어느 날 이 괴담 세계관으로 빨려 들어왔다. 다양한 인물들을, 위키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모든 고통과 행복.

목표 의식.

그리고 돌고 돌아서, 내 소원은… 여전히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

‘…그 이야기를, 도마뱀 과장에게 한 적이 있었지.’

나는 담요에서 나온 손의 정체를 알았다.

현장탐사팀 D조 조장.

이자헌 과장.

“…….”

눈을 떴다.

통증, 고통, 그리고 익숙한 하얀 도마뱀의 머리가 보인다.

그 파충류 외계인이 내 몸을 어딘가에서 잡아뽑듯이 잡고 있었다.

‘뭐야.’

통증 속에서도 웃음이 날 것 같다.

덕분에 또 살았다. 후우. 아무래도 하루가 반복되는 루프형 괴담 속에 붙잡혔던 모양이다.

몇 번이나 반복했지? …612? 613? 잠깐만, 생각만 해도 아득해진다. 나는 최대한 그것을 꿈으로 치부하기 위해 애썼다. 거기에 정신이 또 빨려 들어가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이자헌 과장에게 보조를 맞춰서 빠져나오자.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면 된다.

나는 이자헌 과장의 움직임을 보았….

…….

움직이지 않는다.

“…과장님?”

나는 고개를 내렸다.

없다.

이자헌 과장의 허리 아래로 아무것도 없다.

“어.”

나는 몸을 뒤틀었다.

나를 쥐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상반신만 남은 이자헌 과장의 몸뚱아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툭.

짧고 잔인한 소리와 함께.

…….

어?

어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상하다? 이자헌 과장은, 직원 D는 이렇게 죽을 리가 없는데? 그, 팀장까지 되는데?

어?

뭐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나는 손을 뻗어서 그 상반신을 거두기 위해 일어섰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나에게도 팔다리가거의없기 때문이다.내 몸은거대한구체에 달려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같은 소리를 내는 다른 입들과 함께

종말이 왔다!

낙원이 있다!

우리는 실패했다!

이게

이이이이게뭐야이이이게 나 지금 무슨 상태지? 허공을 본다

저 멀리서 기차가 온다 기차가! 기차가 달려와서 우리의 위를 스쳐 지나가서 저 머리 위를 스쳐서 저 멀리로 간다 바깥으로

왜?

종말이 왔다!

낙원이 있다!

우리는 실패했다!

내 몸이 구체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더 끌려 들어간다.

안 돼! 안 돼!

나는 몸을 뒤틀었다. 굴러가는 몸뚱이 밑으로 내 남은 하반신 뭉개지며 순간 분리되어 떨어진다. 철퍽, 바닥에 내 몸이 떨어진다.

나는 폐허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출혈이 극심해진다. 정신이 희미해진다. 통증이 둔탁해진다. 뒤뒤뒤뒤에 뭔가 있다피해야해저거 다시 저기에 붙으면 안 돼 나는 싫어 나는 아직

아직

[노루 씨.]

[여기까지군요.]

사망했다.

* * *

“흑, 허어억!”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백화점 로비의 모습이 보였, 아니, 안 돼! 안 돼!

돌아왔다! 5월 4일로!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 아니, 나는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나서 자취방으로 달려가려 했….

[이런, 친구! 괜찮습니까?]

…….

아.

[자, 내가 있습니다. 얼른 앞주머니를 확인해 보시지요!]

나는 고개를 내렸다.

주머니를 뒤졌다. 반사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서 앞주머니로 향한다. 그러자….

“브라운….”

부드러운 토끼 인형이, 앞주머니에 들어 있다.

듣기 좋은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당신의 친구 브라운이 여기 있지요!]

[613일에 달하는 지루하고 뻔한, 반복되는 씬도 건너뛰지 않은 채 견딘 당신의 착한 친구, 시대의 엔터테이너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

그래.

그래…….

나는 숨을 골랐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가 처한 상황.’

체감상 몇백일 전 경험을, 간신히 내 머릿속에서 끄집어낸다.

나는 열차에서 떨어졌다.

세광특별시를 가로질러 바깥으로 향하는 지하철 열차에서, 갑자기 기관사석 옆문이 열리며 그 아래 도시로 떨어졌다.

멸형급 재난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지금, 그 속에…….

“내가, 내가 다시 5월 4일로 돌아온 건가?”

[우선 차이점과 공통점을 확인해 보는 게 좋겠군요. 노루 씨!]

나는 당장 내 상태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옷이….’

정장이 아니다.

내가 열차 안에서 포도 요원 행세를 하기 위해 입었던 차림. 안경을 쓰고 있는 그 상태다.

‘달라.’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나 마음이 서늘해지는 차이점도 있다.

…은빛 동전이 없었다.

상담사의 자아가 깃든, 주화가.

‘…검게 변했었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길게 생각할 새도 없었다.

지이이이이잉!!

내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백화점 로비에서 내가 하는 미친 짓을 힐끔거리던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울린다.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무언가의 예감을 느끼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세광특별시] 경계경보 발령. 시청 인근에서 테러 의심 폭발이 발생. 인체에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로 추정.

연쇄 폭발 정황이 의심되오니 시민 여러분께서는 지시에 따라 대피할 준비를 하시며 절대로 외출하지 마십시오.

“…….”

그렇게 알아차렸다.

여긴 5월 4일이 맞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평온하고 아름다운 5월 4일이 아니다.

-5월이었어. 어린이날 바로 전날.

-1교시 시작하는데 갑자기 재난 문자가 왔어. 시청에서 테러가 일어났다고.

재난의 날.

이건 세광특별시에서 멸형급 재난이 발생한 그날이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분명 열차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리고 이건 분명 몇 년 전의 하루일 텐데, 어떻게….

……!

-5월 4일이 반복되길 바라는 것은 또 다른 기재입니다.

-당신의 소원이 세광특별시 재난의 영향을 받아, 특수한 방식으로 재현된 하루입니다.

내 소원은 ‘괴담이 없는 평온한 내 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경험한 반복되는 5월 4일에서, 세광특별시의 재난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

‘…하루의 반복.’

그렇게 새로운 명제를 알아낸다.

“아아아아아악!”

“저거 뭐야?”

백화점 바깥 어딘가에서 희미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얼어붙은 채로, 깨달음을 언어화한다.

세광특별시.

이 봉쇄된 도시 내부에서는, 오늘 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던 것이다.

재난의 날이, 수백수천 번 동안.

영원토록.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속에 갇혔다.

“…….”

섬뜩함이 온몸을 타고 오른다.

‘안 돼.’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해야 하지?

잠깐, 잠깐만….

‘문신!’

그래. 내가 원래 몸으로 돌아오면서 문신이 생겼다. 일단 두 사람을 꺼내야 한다. 나는 다급히 문신에 손을 집어넣었다.

설마 612일 동안 생으로 이 속에서 두 분이 버틴 건 아니겠지? 설마…….

…….

없다.

청동 요원도, 은하제 대리님도.

없다.

문신 속은 두 사람 분량의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

‘안 돼!’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 차리자….

‘나도, 나도 방금 죽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이 아침 시점의 백화점에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가정하자. 어쩌면, 문신 속에 있던 사람들도 적절히 이 재난의 날 속에 배치되었을지 모르지 않는가.

청동 요원님도, 은하제 대리님도….

이자헌 과장님도.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찾아낸다.’

“아아아악!”

나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백화점 문 바깥을 보았다.

그리고 그 밖으로 뛰쳐나갔다.

멸형급 재난이 막 시작된, 세광특별시의 5월 4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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