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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45화


옥상 출입문이 열리는 순간 찌르는 듯한 햇살이 눈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시야가 적응하는 순간, 소름 돋도록 청명한 파란 하늘 아래, 세광시청 옥상의 모습을 본다.

…바닥이, 이상한 회백색 물질로 막처럼 덮여 있었다.

마치 고치의 껍데기 같다.

그러나 오색찬란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알.’

나는 은하제 기자 일행이 찍은 영상을 떠올렸다.

시청 건물 맨 위에 부풀어 오르고 있던 기이한 형상.

그것이 옥상 바닥까지 ‘부풀어 오른’ 모양새였다.

“…….”

나는 손을 떨지 않으려 기를 쓰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조심스럽게 편의점 영수증 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던졌다.

툭.

옥상 바닥의 고치 표면을 구른 영수증은 옥상의 난간에 부딪혀 아래로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그 너머에 펼쳐진 도시의 모습이….

“보지 마세요.”

“…….”

나는 쭈뼛 솟는 긴장감을 억누르며 옥상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옥상 한복판에 덩그러니 기계 하나가 놓여 있었다.

꿈 배양기.

그 거대한 기계의 주변 바닥에는 장난감 조각들과 연구원의 가운, 안경, 옷들이 쓰레기처럼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무언가가 우뚝 서 있었다.

사람으로 보이는 크기의 인영.

천으로 덮여 있다.

“…….”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이상하게 살짝 푹신한 질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앞으로 걸어 나갔다.

[거침없군요, 친구!]

꿈 배양기 앞까지 다가간 후.

나는 손을 뻗어서… 인영의 천을 휙 걷어냈다.

“……!”

레트로풍 그림체의 눈과 마주쳤다.

사람이 아니다.

백일몽 주식회사의 캐릭터.

노란색 용 캐릭터의 등신대 판넬이었다.

그 레트로 만화풍의 노란 용이 그려진 납작한 판넬은 이질적으로 꿈결 배양기 옆에 서 있었으며, 그 여백에는 푸른 버튼 하나가 설명과 함께 달려 있었다.

*CLICK*

-> 용용이의 축하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누를 때마다 다른 내용이 나와요!)

“…….”

위화감에 불길함이 차오른다.

“제가 누를까요?”

“…아닙니다.”

나는 침을 삼킨 후, 손을 들어서 직접 그것의 버튼을 눌렀다.

명랑한 목소리가 음질 낮은 녹음본을 타고 나온다.

안녕하세요 유쾌연구원 여러분!

저는 백일몽의 청달래 이사님께서 유쾌연구소의 이번 실험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하신 기념 판넬입니다.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실험 현장에 참석하게 되어 이 용용이도 큰 영광입니다.

실험 결과를 기다리고 계실 텐데, 제가 잠깐 지루함을 달래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 홍보용도로 왔기도 합니다. 이번에 새로운 제품라인을 런칭하는 우리 백일몽, 잘 부탁드려요!

변조되어 지직거리는 그 아이같은 음성은 텅 빈 옥상을 울린다.

실험 결과를 기다리며 연구원이 눌렀다면 분명 웃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이제는 이 판넬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만.

“…….”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우리 백일몽과 유쾌연구소는 시작부터 적극적인 협력 관계였습니다.

청달래 이사님의 지휘하에, 백일몽은 유쾌연구소의 실험에 필요한 꿈결 용액을 으쌰으쌰 열심히 공급해 왔습니다.

청 이사님께서 유쾌연구소의 뜻깊은 연구 목표에 큰 감명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괴현상이 없는 안전한 세상’! 정말 멋진 캐치프라이즈인데요.

그거 아세요?

그 캐치프라이즈대로라면 우리 백일몽은 쪽박이란 거 말이야.

“…!”

녹음이 끝났다.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다시 눌렀다.

하하하! 농담이었어요!

백일몽은 유쾌연구소의 캐치프라이즈를 존중하며 지금까지 협력해 왔습니다.

이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지 않을까요?

좀 방향성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청 이사님이 오늘, 이 기념할 만하며 결정적인 실험을 위해 아주 오래, 깜짝선물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바로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릴 선물인데요.

궁금하시죠?

…….

꿈 배양기를 보세요.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내 눈은 빠르게 옥상의 꿈 배양기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덩그러니 놓인 꿈 배양기의 곳곳에… 손톱으로 긁은 듯한 핏자국이 있었다.

청 이사님께서 배양기 수조 안에 작은 오르골을 넣어두셨어요.

기념으로요.

여러분의 초대가 성공하는 순간, 도착한 존재가 오르골을 듣게 될 거예요.

문제가 있다면 이 오르골의 멜로디를 세 번 들으면 미친다는 거죠?

“…!”

아, 슬슬 초대가 성공했을 타이밍이네요.

오르골은 자동 재생해 놨으니, 5분이면 끝장이겠습니다.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5분만 지나면 주민을 수조 속에서 배양하려던 여러분의 원대한 계획은 안타까운 사고로 끝장… 어? 배양기를 열어보려고요?

아이고, 어제 나사 잠금 방식을 바꿔뒀거든요. 원래 하시던 방법으로는 열 수 없는 상태입니다.

포기하실 생각이 없다면, 그래도… 음, 어쩌면 강제로는 열 수 있을지도?

배양기에 남은 처절한 수많은 흔적.

마치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안을 뜯어보려고 애쓴 것 같은 흔적이 노골적이고 섬뜩하다.

지금 어떻게든 열어보려고 노력하고 계시겠어요. 화이팅! 또 힘센 장난감들을 가져오려고 열심히 계단을 달리고 계시겠죠. 그런데….

어라?

왠지 좀… 이상하죠?

“…….”

어? 잠깐만, 지금 옥상 실험장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잖아요?

갑자기 연구원들의 몸 이곳저곳이 장난감 부품으로 돌아가죠? 수조를 열어보려고 가져온 신비한 장난감이 작동하지 않죠?

왜 이러는지 궁금하면… 앗, 녹음 길이가 다 됐네요! 버튼을 다시 눌러보세요.

퍽!

나는 거의 갈기듯이 버튼을 눌렀다.

이걸 또 누르시네.

일단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목표를 지금 달성하셨어요.

‘괴현상 없는 세상’이 지금 이 시청을 중심으로 도래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제가 오르골 이름을 말씀드리는 걸 깜박했네요! 바로….

‘천사의 한숨’ 오르골이라고 합니다.

“…….”

잠깐만.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름이다.

그건, 그건….

‘…인어 무덤!’

반짝반짝 용궁의 이면, 생물재해로 멸망한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라고둥 아이템.

그 아이템의 이름이 천사의 한숨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멜로디를, 나는 이 세광특별시 지하철에서도 확인한 적이 있었다.

-‘천사의 한숨’ 테이프 녹음판. ‘천국의 상서로운 선율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들어보세요.’

신체 카지노역의 슬롯머신 경품에서.

“…….”

전율인지 충격인지 모를 것이 오싹하게 타고 오른다.

‘설마 재난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허밍하던 게….’

그 멜로디였나…?

걱정은 마세요. 그 오르골 멜로디의 기능은 한 심해도시에서 이미 면밀히 검증되었거든요!

이 멜로디는 사람에게 기생해서 활력과 재생력을 주는데, 과용하면 결국 기생체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해요. 원래 사람을 위한 멜로디가 아니라서요.

그리고 온 사방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전염된다고 합니다!

세상을 만드는 것에 딱 좋은 기능이죠?

나는 손을 꽉 쥐었다.

정말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의 연구 목표가 달성됐잖아요? ‘괴현상 없는 세상의 도래’!

물론 그 과정에서 한 괴담은 널리 퍼지게 됐지만… 어쨌든 다른 괴담은 없으니 괄목할 성과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추진력 있는 시도가 여러분께는 필요했을 거예요.

이번 실험은 원대한 목표에 비해 너무나 소극적이고 지지부진한 시도였으니까요!

꼴랑 ‘괴현상 없는 세상의 주민’ 하나만 소환한다니.

‘해당 주민을 소재로 세계관을 연구’한다니.

너무 느려요.

너무 모호해요.

둘 다 청 이사님은 선호하지 않는 방향성입니다.

그래서 청 이사님께서 친히 다른 조치를 해놓으신 거예요.

성공에 대한 감사 인사는 나중에 받으신다고 합니다!

아마 이렇게 말씀하시겠죠.

청 이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마워할 일이지. 자네들의 표어를 내가 대신 이루어줬으니 말이야.’

‘다만 백일몽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그 표어에 당사의 지분이 있는 게 옳겠지.’

그리고 그렇게 될 겁니다.

‘괴현상이 없는 안전한 세상’이란 캐치프라이즈에 문구를 하나만 효율적으로 추가하겠습니다.

…….

‘나를 제외한.’

“……!”

‘나를 제외한, 다른 괴현상이 없는 안전한 세상’!

경쟁자 제거야말로 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독점시장입니다.

미친.

이런 미친….

안타깝게도 이제 유쾌연구소는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우리의 협력은 계속될 겁니다. 여러분의 꿈 배양기는 백일몽의 새로운 제품라인 생산에 충실히 활용될 것이며, 막대한 이득을 낳을 거예요.

추진력 없고 현실성 없는 여러분의 뒤처리를 백일몽에서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그리고….

왜 내가 이걸 설명해 주고 있는지 아나?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삐걱.

…반대편 옥상 문에서 소리가 난다.

다른 행동을 할 시간을 다 버리고 여기까지 들었다는 건 이미 늦었다는 거지.

그대들은 이미 쓸모없는 장난감으로 돌아갔거나 내 안에 있겠지. 불길 속에.

아하하하하하…..

나는 판넬을 후려쳤다.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쾅, 쾅, 몇 번의 소리와 함께 판넬이 우그러지며 웃음도 함께 우그러지고, 지지직거리고, 섬뜩한 뒤틀린 음을 내다가… 끊겼다.

“…허억.”

숨을 몰아쉬는 순간.

끼이이이익.

“…….”

반대편 옥상 문이, 비틀리며 열린다.

‘아.’

부풀어 오른 바닥의 고치가 옥상 문틈 사이를 밀어내며 결국 문이 비틀려 개방된 것이다….

그 너머로 사람이 보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청명한 오르골 소리가 들려온다.

“……!!”

음산한 듯 맑고, 어딘가 따스하….

‘망할.’

나는 귀를 틀어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제대로 막히지않았반대편 열린 옥상 문틈으로 들리는 오르골 소리는 듣기 좋았다점점 커진다나는 가까이다가갔….

누군가 어깨를 잡아챘다.

“요원님.”

“…!”

“돌아가요.”

나는 뒤를 돌아 미친 듯이 뛰었다.

옥상을 벗어나는 순간, 내 뒤에서 따라오던 인영이 비상계단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쿵!

오르골 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질주하듯이 뛰면서 입안으로 호유원이 준 열매를 털어 넣어 씹었다.

‘괜찮아.’

아직 홀리지 않았다. 나는, 나는 간신히 혀를 씹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찾으시던, 허억, 여우 구슬은….”

“그곳에는… 없었습니다.”

절망도 느낄 새가 없었다. 아니, 그 다음부터는 말할 겨를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미친 듯이 지상을 벗어나기 위해 아래로 뛰었다.

아래로,

더 아래로!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 곧 연구소로군요, 노루 씨!]

그래, 일단 ‘괴현상이 없는 세상’이 뒤틀려서 도래한 이 미친 건물을 곧 벗어나는….

…….

‘브라운.’

[친구?]

발걸음은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질문이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것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질주하며 생각한다.

여긴 괴담이 사라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브라운은….

‘너는…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당연히 당신의 곁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할 수 있지요, 친구. 일방적인 환경의 시련은 더는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참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듯이 브라운관 화면을 닦는 과장된 소리가 난다…….

그 유쾌한 소리에 도리어 심장이 가라앉는다.

뽀득, 뽀득.

이, 소리는… 대체 어떻게 들리는 거지?

괴담이 존재할 수 없는 곳…에서?

[오, 하지만 이 브라운에게도 마침 비슷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한 번 질문해 볼까요? 긍정하는군요! 좋습니다, 그럼… 질문 하나.]

[노루 씨는 어떻게 제정신인가.]

…….

뭐?

[물론 ‘제정신’이라는 건 이 브라운의 기준이 아니라 친구의 기준이지요. 같은 의미로 한 번 더 깊게 들어가 볼까요?]

[이미 그 오르골 소리를 꽤 많이 들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내 친구는 자신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단언하는군요!]

그건… 그건 대비책이 있어서 그렇다.

‘계속 상담 교사, 호유원이 주는 열매를 먹었으니까.’

[흠. 그렇군요. 그렇다면 말입니다.]

[그 열매는 어떻게 효력이 있지요?]

…….

……!!

[그것도 노루 씨가 속한 집단에서 정의하는 ‘괴현상’ 아닙니까?]

[만든 당사자는 내 친구가 준 ‘상담사’라는 정체성에 의존해 겨우 체면치레나 하는 상태인데, 퍽이나 효력이 있겠습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

이게 뭐지?

‘왜 나는….’

저항할 수 있는 거지?

“요원님!”

“…!”

나는 퍼뜩 몸을 멈추며 정신을 차렸다.

[B3]

도착했다. 눈앞에 유쾌연구소의 문이 보였다.

나는 당장 손잡이를 잡았다.

상념에 빠질 시간은 없다. 빨리 지하철로 나가야….

아.

손잡이가 뜨거웠다.

“……상담사님.”

나는 작게 말했다.

“안에 불이 번져 있을 겁니다.”

“…….”

“업히세요.”

“괜찮….”

“얼른!”

빨리 가야 했다.

나는 내 재킷을 벗어서 그 위로, 그리고 내가 입은 정상의 소매에 배낭의 남은 물을 거의 뿌렸다.

그리고 뒤로 던졌다.

“머리 위로 덮으세요. 물 묻은 천이 호흡기를 가리게!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

다행히 천을 덮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대를 업었다.

이상할 정도로 가벼운 느낌은 사라졌으나, 일반 성인 남성치고는 가벼웠다.

부위가 몇 군데 없는 것처럼.

“…열겠습니다.”

나는 애써 그 감각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문을 열었다.

열기가 훅 코를 찌른다.

“…….”

유쾌연구소 핵심층 곳곳에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길이 보였다.

‘갈 수 있어.’

나는 물 묻은 소매로 입을 가린 채, 아직 연기가 자욱하지 않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후욱, 짧은 숨소리가 등 위와 내 입에서 들린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그러나 천장과 벽을 특히 조심하며 연기를 피해 달렸다.

‘할 수 있어.’

나갈 수 있다.

신비가 사라진 사무실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그 거리를 달렸다.

4미터,

3미터,

2미터,

1미터….

문손잡이를 잡았다.

나는 세차게 그것을 열어 당겼다.

훅, 지하철의 쿰쿰한 공기가 코를 찌른다. 시체의 냄새고 나발이고 일단 불구덩이를 함께 탈출했다는 점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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