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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46화


나는 무너진 콘크리트의 아래에 깔린 채, 그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는다.

입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몽롱하고 둔탁한, 머리로, 말소리가 흘러든다….

깊은 피로와 당혹으로 점철된 세광시 재난관리국 요원들의 목소리가.

“일단 추가 붕괴는 막았습니다. …무전으로, 저희도 이제부터 종결보다는 구조 위주로….”

“대합실에도 시민들이 있…. …렇게, 너무 많이 죽었….”

“어떡합니까, 팀장님? 선별 기준이….”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아.’

여기 깔린 사람을 구할 시간은 없겠지. 나는 상황을 아주 느리게 이해했다.

요원들이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놔두고 움직이는 발소리가, 볼에 닿은 차가운 바닥 철근을 타고 진동으로 퍼진다….

“요원님들.”

그때, 아는 목소리가 울렸다.

상담 교사의 목소리.

잔뜩 쉬고 갈라진 그 목소리는 나처럼 콘크리트 안에 갇힌 듯, 꽉 막힌 채 낮게 들렸다….

“이 안에, 요원이 있, 습니다…….”

“…!!”

“저 아래에, 있어요,”

요원들 사이에서 짧은 소란이 이는 듯하더니, 가까이 다가오는 듯했다.

“누구십니까?”

“저는… 저는, 세광고의 상담사인데.”

“아!”

그 말로 정체를 눈치챈 듯, 황급히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콘크리트와 철근 잔해를 치우는 것 같은 소음이 울린다.

그 움직임에 내 등에 꽂힌 구조물 파편이 옆으로 더 무너진다. 나는 몸을 타고 퍼지는 통증을 둔탁하게 감지했다….

움직일 순 없었다.

“잠깐.”

침착한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 같은 분이 어떻게 그 아래에 깔리신 겁니까?”

“예…? 저는… 그냥 상담사입니다….”

“…….”

침묵이 짙게 깔렸다. 그 사이로 잔해를 치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으나….

“뭔가 이상해, 물러나.”

“잠시만요. 이것만 치우면… 흡!”

“…!!”

“자, 잠깐.”

마침내 들어 올린 무거운 잔해를 떨어트리는 소리,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린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목격한 것처럼, 말이다.

“모습이….”

“오염일 거다. 떨어져.”

발걸음 소리, 장비가 부딪치는 소리, 마찰음이 울린다….

“아니에요, 쿨럭, 오염이… 아니에요.”

바깥으로 노출된 듯 상담 교사의 목소리는 더는 막혀 있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그러나 힘없이 쉬어 가라앉아있다.

“…‘상담사’님.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자각하고 계십니까?”

“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기, 아래에….”

간절한 듯 들린다.

“절 업고 나오셨던 요원분이 계세요….”

“…….”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계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침묵이 흘렀다.

요원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요원분들?”

“그 요원의 요원명이 뭡니까?”

“저도… 아직 듣지 못해서요.”

“…그럼 소속은 어떻습니까? 재킷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요.”

“…….”

느리게, 답변이 들려온다.

“재킷은… 여기에. 절 주셔서…. 입고… 계시지 않습니다.”

“…….”

“…….”

“이건, 당신의 재킷이 아닙니까?”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

“…….”

“알겠습니다.”

“요원…님?”

요원들이 물러나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들끼리 낮게 대화하는 소리도, 무너진 콘크리트를 타고 내 귀로 들려온다….

“더는 시간을 쓸 수 없어. …이동해.”

“하지만…!”

“정황이 앞뒤가 안 맞아. 저 영물은 이미 정상이 아냐. 구조해도 도움을 받긴 어려울 거다. 이미….”

“……그, 그래도, 요원이 아니더라도 저 아래에 사람이 있을 텐데… 곧 죽을 텐데요…!”

“요원!”

어깨를 잡는 소리.

“지금, 죽어가는 사람이 이 도시에 수십만 명은 될 거다.”

“…….”

“그런데 생존이 불확실한 한 사람만을 위해 시간을 더 쓰자고? 규칙에 예외를 두면, 구하지 못한 다른 시민들은 어떻게 되나?”

“…그,”

“가. 다른 시민들이 오기 전에!”

그런데.

“그 말이….”

느릿한, 상담 교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 익숙한데.”

“…….”

“이미… 내가 들어봤던 것 같은데요.”

나는 숨을 삼켰다.

“예?”

“대답하지 마.”

“그러니까, 어제…?”

…….

“아니… 그저께도, 그러니까, 그전에도, 그 전의 전에도, 그 전의 전의 전의 전의…….”

“자, 잠깐.”

“물러서!”

나는 소란스러워지는 바깥에서도, 이미 혼몽해진 정신 속에서도 상담 교사의 목소리에 틀어 잡힌 듯이 그 소리를 들었다.

‘저건….’

섬뜩하도록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 모습과.

‘자각했어.’

내가… 613번의 5월 4일 속에서 정신을 차릴 때 느꼈던 그 감각.

그것을 상담 교사가 입으로 뱉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른데, 그래서, 그래…. 타죽었지.”

“뒤로 가!”

“문손잡이를 잡은 채 불에 탔던 것 같… 맞아. 타죽었어. 나는 저 기계실 안에서 불에 타면서 요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무너진 콘크리트가 문을 막고 있어서 나갈 수 없다고…….”

“그리고 너희는 그냥 갔어.”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원망은 없었어요. 시민을 구하는 게 우선… 저, 그런데.”

“…….”

“대체 몇 번이나… 시민을 구하고 있어요? 왜 계속 같은 일이?”

“저게 무슨 소리예요?”

“듣지 마.”

“왜 계속… 반복… 이건…… 이건, 이상, 쿨럭, 어? 갇혔….”

“젠장.”

발소리가 급박히 울린다.

“피해! 승강장 봉쇄해라. 설피야, 부적!”

“그건….”

“봉쇄?”

순간.

분위기가 기이하게 오싹하도록 가라앉는다.

“맞아. 그거였어. …봉쇄.”

…!

홀린 듯이 읊조리는 말이 들린다.

“나는 저 안에서 타죽고 난 이후에 문을 빠져나와 승강장에 남았지요. 그런 존재니까요. 그리고 나흘간 갇혀 시민들이 자살하는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든 지상을, 바깥을 훑으려 기를 썼답니다. 누구든, 어떻게든 이 도시를 도와달라고 애걸할 생각으로… 그런데.”

…….

“이상한 굿을 하기 시작하더군.”

심장이 조여든다.

“잘 들여다보니 제물굿이었지요. 나는 대체 무슨 제물을 바쳐서 이 사태를 막으려는 걸까, 대체 내 내담자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하고 대가를 치르려는 걸까 애가 타면서도 희열에 차서 간절히 그 완성을 기다렸는데….”

“제물이, 내 내담자들이었어.”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굿판에 올려서 바치더군요.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지상의 풀 한 포기까지 생명이란 생명은 모조리 긁어모아서. 그리고, 그리고….”

…….

“5월 4일이 다시 시작되었지.”

나는 둔탁한 정신을 파고드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눈치챘다.

‘아.’

하루가 반복되는 건… 멸형급 초자연 재난의 일부가 아니었다.

‘봉쇄 의식의… 일부였어….’

그렇다면, 하루가 반복되는 이유는 아마도 두 가지였다….

전염을 막기 위해.

그리고….

봉쇄를 유지할 산제물을 계속 되살려 공급하기 위해서.

세광특별시는 마치 자가 발전하는 시설처럼, 도시의 봉쇄를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삼아 매일 공급하고 있던 것이다….

5월 4일에 갇혀서.

‘아.’

몸에 섬뜩한 한기가 깃든다.

피가 빠져나갔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

“내 내담자들은 또, 이 광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전부….”

상담 교사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승강장을 울린다.

…이제 요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미 무너진 승강장을 부적 등으로 차단한 듯, 아까부터 들리던 비명과 소음, 말소리들은 모조리 스위치를 끈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고요해졌다.

하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이한 기운이 내려앉는다.

‘…안 돼.’

나는 힘겹게 머리를 들었다.

“매일 비참하게 죽겠구나. 나는 계속 그 모습을 보며 불에 타죽겠구나. 이 수십만, 수백만 생명을 구조 대신 미끼로 삼아 던졌구나. 너희가 입에 발린 말로 혀에 단 말로 나를 속이고, 나를….”

툭.

나는 머리를 박았다.

“……!”

투툭….

“요원….”

나는 콘크리트에 부딪히던 머리를 확 놓았다.

더는 움직일 기력도, 힘도, 아무것도 없었으나….

“잠시, 잠시만….”

곧, 비틀거리며 홀로 움직이는 진동으로 느꼈다.

내 위의 잔해를 치우는 손길.

아주 지난하고 오래 걸렸다.

간신히 무거운 것을 옮기는 듯한 기척이, 그 움직임이 손을 놓칠 듯하면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더니….

확.

이윽고 육중하게 내 머리를 누르고 있던 시멘트 덩어리가 사라졌다.

빛이 쏟아졌으나….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

머리를 잘못 다쳐서일까.

다만, 몽롱한 정신 위로 누군가 내 머리를 도닥이듯 손을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괜찮을 겁니다….”

하나 남은 손으로, 마치 아픈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내 머리를 다독인다.

뚝, 뚝. 피처럼 뜨거운 액체 방울이 이마로 떨어지는 감각이 머리를 울린다….

“…바깥에서, 날 돕기 위해 온 건가요?”

나는 간신히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고맙습니다….”

“…….”

“이 도시는 버려졌군요. 나는, 이곳을 보호하기는커녕… 그저 같이 공양물로 바쳐지는 여우일 뿐이지요.”

분노와 절망으로 떨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철퍽.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안 돼.

‘상담사로… 말해야.’

나는 간신히 팔을 들어서 상대를 툭, 쳤다.

“아! 아….”

“…….”

“걱정하지 말아요.”

내 상반신을 살짝 부축해 자기 다리 위로 올리려 애쓴다.

“그래도 당신은, 밖으로 나갈 겁니다.”

…….

…뭐라, 고?

“바깥의 사람은 돌아갈 방법이 있지요. 움직이지 못해도 괜찮아요. 내가 밀어줄 겁니다…. 작은 여우를, 붙여서요. 상담실 뒷문을 통해서 살짝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처럼.”

철퍽.

“상담사는, 상담을 끝마친 내담자를 배웅할 수 있으니까요.”

웃음소리.

“물론 평범한 상담사는 못 하겠죠? 하하….”

철퍽.

내 머리 위의 손 촉감이 사라진다.

녹아 흘러내려, 내 볼을 타고 저 바닥으로 떨어져서 사라지는 무언가의 감각.

이제 허공에서 목소리만 들린다.

희미한 상담 교사의 음성.

“당신도 숨이 끊어지며 제물 굿판에 올라가기 전에, 이 5월 4월에 갇히기 전에… 당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근무지로 돌려보내 주겠습니다.”

달칵.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직후, 내 등을 지지하던 바닥의 감촉이 사라졌다. 마치 그 뒤에서 문이 열린 것처럼.

내 몸이 그 속으로 떨어진다.

상담사가 열어준 문 반대편으로.

“안녕히.”

내 허리춤으로 작은 털짐승의 발이 감싸는 촉감이 느껴지며, 함께 허공으로 낙하했다…….

…….

“편안히 돌아가세요. 내담자님.”

그게, 마지막이었다.

* * *

‘……아.’

나는 느리게 의식을 되찾았다.

전신의 통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으나, 기이할 정도로 가라앉은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

‘그랬…구나.’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머리를 채웠다.

유쾌연구소, 재난의 정체, 봉쇄 의식…….

호유원.

‘…….’

마지막 순간, 호유원은 거의 형체를 잃고 무너진 것 같았다.

안전한 ‘상담사’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본연의 모습으로 어떤 영험하거나 삿된 능력을 발휘해 나를 내보내 주려 했기 때문…일까?

나는 아직도 허리춤에 매달려 있을 것 같은 작은 여우의 감촉을 생각했으나, 그 감각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일어나자.’

더는 상념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나왔지만, 다른 세 사람… 그래, 이자헌 과장님과 대리님, 요원님은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

‘제발 과장님이 두 사람 이끌고 잘 밖에 나간 거면 좋겠는데.’

그래서 다 같이 밖에서 깨어난 거면 좋겠는데 말이다.

‘일단 얼른 눈을 뜨자.’

그러면 쏟아지는 여우상담실의 가짜 햇살이 나를 반겨줄 것이다. 나는 숨을 내쉬며 정면을 보았…….

“아, 인지했나.”

…….

나는 정면을 보았다.

콘크리트 벽면이 보였다.

백일몽 지하의 보안 격리실 벽면이다.

그리고 그 벽면을 배경으로 삼아, 여기를 보며 즐겁게 웃고 있는 이사가 보였다.

“130666.”

청달래 이사다.

“…!!”

이게, 뭐, 이게 무슨….

-근무지로 돌려보내 주겠습니다.

잠깐.

잠깐만…!

안 돼, 안….

“드디어 돌아왔군. 그간 결근이 길었지.”

전신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충격 속에서 나는 뒤로 물러났, 안 돼, 안 돼….

“그리고 굉장히 나약한 모습을 하고 있군. 몸도 잃어버리고 말이야.”

이사가 손을 휘두른다.

그 손에 내 계약서가 있, 잠깐.

“음, 우리가 계약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근무를 위해 말이야.”

내 형상이 녹아내린, 안 돼.

녹아내리지 않는다, 녹아내리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다! 참, 참아야….

“참으면 안 되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보안팀 수트에 깃들기 편하지 않겠나. 육체가 없으니 수트를 육신 삼아 활동하면 되겠군.”

싫어.

싫….

“자.”

나는 보안팀 수트를 찾아 자리에서 일어나야한, 아니, 거부….

“거부? 계약 사항과 좀 다른데 말이야.”

130666은 호 이사의 프로젝트에서 근무 중이다! 프로젝트에서 근무 중이니, 그곳의 일을 우선….

“저런, 그 프로젝트에 이미 자네의 자리는 없는데 말이야.”

…….

뭐?

“호 이사가 자기 프로젝트에 다른 팀원을 선발해 운용하기 시작한 게 작년이지.”

…작년?

그렇다면, 지금 시간이 대체 얼마나 지난….

“자네와 몇몇 팀원이 장기 임무에 투입되며 우선 프로젝트에 운용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청달래 이사가 나를 본다.

수십만 명을 선뜻 죽이고, 연구소를 불태우고, 꿈 배양기를 가져온… 선명히 위험하고, 압도적인 폭력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존재가.

이해할 수 있기에 무서운 악의가 즐겁게 나를 들여다본다.

“다른 사정이 있던 모양이지?”

…….

“두려움이 느껴지는구나.”

즐거운 목소리가 들린다.

“어때. 특별시에서 재밌는 걸 찾기라도 했나? 나에 대해서.”

…!!

“그렇다면 내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겠지. 자네에 대해서도 말이야.”

…….

“자, 일어나게. 그리고 보안복을 입게.”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니, 내게 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세광특별시에 꿈으로 잠입했다가, 빠져나온… 몸 없는 무언가의 정신이었다….

“직접 꺼내야지.”

앞으로 나간다. 나는 콘크리트 벽에 있는 캐비닛으로 나아가다가….

벽을 통과해 복도로 쏘아져 나가려 했다.

“저런, 육체가 없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아.

“보안구역의 벽은 관념적으로도 구역 안의 격을 바깥과 격리하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초자연 현상을 격리하겠나.”

…….

“누가 꺼내주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야.”

나는 이사를 돌아보았다.

“총명하지만 안타까운 시도였군. 보안복을 갖추는 대로 징계를 줘야겠어. 아이를 죽이는 건 어떤가?”

제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캐비닛으로 다가갔다.

캐비닛 문을 여는 손이 떨린다. 몸이 없이 물리력을 행사한 기이한 보안팀 직원 130666은 그 캐비닛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

방울 소리를, 들었다.

-찾았다.

나는 캐비닛 속으로 당겨졌다.

위로 뽑아내듯 엄청난 압박감이 나를 감싸고 당기더니, 이윽고 백일몽 보안 구역에서 뜯어낸다.

뒤에서 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이미 순식간에, 나는 무언가 거대한 것에 사냥감처럼 목덜미를 잡혀서 이송되었다.

어딘가로.

“포도야.”

“…….”

“포도,”

나는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서 내 팔을 보았다.

있다.

손을 보았다.

있다.

움직인다.

나는, 사람 몸이다….

“…….”

그런데, 방금, 방금…!

“허억, 허어억…!”

“괜찮아.”

나는 숨을 헐떡이며, 내 등을 두드리는 감각에 맞춰서 진정하려 애썼다. 호흡을, 호흡을….

“다 끝났어. 안전해….”

가다듬는다.

“…….”

“포도야.”

고개를 들었다.

…최 요원.

창백한 얼굴을 한 그 현무 1팀의 요원은, 씩 웃으며 자신의 손에 든 의식용 방울은 옆으로 놓는다.

방울에서 피가 튀었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반갑다. …293일 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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