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3권 – 제6부 : 톱메이지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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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 3권 – 제6부 : 톱메이지 1화


……심연의 가장 밑바닥으로부터 끌어올린 가장 강인한 철을 최고의 대장장이의 손길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검으로 편지 봉투를 자를 수도 있는 법. 부러진 낫의 끝 부분을 적당히 다듬고 나뭇조각을 하나 붙 여 손잡이로 삼은 칼로도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법. 100마리의 드래곤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공격해도 오두막 하나를 넘어뜨리지 못할 수도 있는 법. 한 명의 마법 수련자가 내뱉은 가벼운 주문으로 100개의 성채가 쓰러질 수도 있는 법. 이러한 법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그것은 인생이라 부르는 법………….

「품위 있고 고상한 켄턴 시장 말레스 추발렉의 도움으로 출간된,믿을 수 있는 바이서스의 시민으로서 켄턴 사집관으로 봉사한 현명한 돌로메네 압실링거가 바이서스의 국민들에게 고하는 신비롭고도 가치 있는 이야기」 돌로메네 지음, 770년. 제5권 172쪽.


1

언덕길을 올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두 번째로 찾아드는 길이라 그런지 이젠 좀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언덕 위를 보자, 전에 찾아보았던 때와 똑같은 경외의 마음이 날 내리누른다.

멋진 작품이란 말이야, 저 건물은.

그랜드스톰. 정말 멋지다. 저 건물을 설계한 자는 틀림없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저 언덕을 한 번쯤 바라보았을 것이다. 아니, 설마 한 번만 바라보았을까? 수십 번도 넘게 보았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땅을 단단히 디딘 모습으로 하늘을 압도하는 저런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휘유우.”

“뭐야, 그건?”

“감탄의 의미. 정말 아름다운 건물이야.”

샌슨은 동감의 의미인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길시언은 언제나 그렇듯이 마치 황소 위에서 졸듯이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왼손으론 칼 자루를 쥐고 웅얼거리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취한 채 황소 탄다고 생각하기 딱 알맞은 모습이다.

칼은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흠, 어흠. 제군들. 우린 여러 가지 사실을 알고 있네만,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네.”

네리아가 실쭉 웃으며 말했다.

“뭐죠, 칼 아저씨? 에델브로이의 하이 프리스트를 믿지 않으시나요?”

“아, 네리아 양. 그러니까 말입니다. 저희들은 국왕 전하와 최고위 각료들만이 알고 있어야 할 중대한 극비를 알고 있답니다.”

네리아의 눈이 커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네리아는 그야말로 번쩍거리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이 내 얼굴에 고정되었다.

“후우웃치야아아아?”

어어어억! 저 닭살스러운 콧소리!

“천만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좀 들려줄래? 궁금해 죽겠어.”

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리아 양.”

“농담, 아저씨. 그런데 왜 그걸?”

“에델브로이의 교단의 세력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 성직자들은 당연히 국경에 간섭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습니다. 간첩들이 이용하려면 가장 좋은 위장 수단이 됩니다.”

“아하?”

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샌슨은 질문했다.

“저번에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때는 우리가 찾아간 것이었지. 그리고 우리가 수도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고.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지 않은가. 그랜드스톰에서 우릴 불러들인 것이야.” 샌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다. 오늘 아침 갑자기 그랜드스톰에서 온 사자라면서 몇 명의 수련사가 우릴 찾아왔다. 수련사들은 얼굴에 잉크를 칠한 채 법석을 피우고 있는 우리 일행을 보며 얼빠진 얼굴이 되었고, 칼은 얼굴이 벌겋게 되었지만 샌슨은 역시 주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단호한 태도로 내 얼굴에 잉크를 발랐다. 존경스러운 전사야.

얼굴을 다 닦고 무례를 사과한 다음 수련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복잡한 절차 다 빼고 말하자면 하이 프리스트께서 말씀하시길, 오후에 차나 한 잔 하고 싶은데 들 러주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길시언이 아니라 우리에게 전해 온 말이었다. 그러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지. 하지만 샌슨은 고지식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건 하이 프리스트의 초대가 아닙니까?”

칼은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이 프리스트를 의심하지는 않겠네. 세상이 너무 비참해져 보이는 일이니까. 하지만 난 그 비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의심할 생각이라고 말한다면 답이 되겠는 “가, 퍼시발 군?”

“예. 알겠습니다.”

네리아는 칼의 말에 놀랐다는 듯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후우웃치야아아아?”

“아아악! 그만!”

정문에는 수련사들과 몇몇 프리스트들이 이미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허, 확실히 ‘차나 한 잔’은 아닌 모양인데 그래? 프리스트들은 정중히 인사말을 꺼내었고 칼은 역시 능란하게 프리스트들의 인사말에 대꾸했고 우리는 뭐………… 날씨에 대해 조금 이야기했다.

수련사들은 역시 정중하게 우리의 말과 황소를 데려가려고 했고, 여기서 수련사들 세 명이 에보니 나이트호크에게 질질 끌려가며 에델브로이의 이름을 외치는 불상 사가 조금 있었다. 정말 성격 골치 아픈 말이다. 결국 내가 몸을 날려 그놈을 땅바닥에 메다꽂아야 했다. 윽. 차 마시러 가면서 옷이 엉망이 되었군.

프리스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따, 따라오시지요. 하이 프리스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수련사가 아니라 프리스트가 직접 우릴 안내했다. 갈수록 대접이 수상하다? 우리야 길시언 따라서 여기에 한번 들른 것뿐인데 무슨 귀빈이 될 수 있나? 아, 굳이 따 지자면 우리가 칼라일 영지에서 에델린과 함께 행동했다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궁성 임펠리아와 맞먹을 정도로, 아니 그보다 더 심한 길을 따라 걸어가자니 어지러울 지경이었다(최소한 임펠리아에는 구름다리나 허공에서 갈라지는 계단 등은 없었으니까.). “응?”

샌슨이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앞을 보니 복도 한편에 서서 프리스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자 두 명이 보였다. 신전에서 평상복을 입고 있어서 눈길을 끌 었다. 하나는 조금 젊은 남자였고 나머지 하나는 등에 롱소드를 메고 있었다. 어디서 본 사람인데?

“휴리첼 공?”

칼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자 프리스트와 담소하고 있던 그 남자도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았다.

“아, 헬턴트 영지의………….”

넥슨휴리첼이었다. 그리고 등 뒤의 그 남자는 그날 아침에도 보았던 그 마부 같은 남자였다. 넥슨은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 하이 프리스트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러십니까?”

넥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우리같이 방금 수도에 올라온 자들이 그랜드스톰의 하이 프리스트의 초대를 받는 것이 이상하다는 눈치인 모양이다. 흠, 그건 나 도 이상해. 그러나 넥슨은 다른 말 없이 점잖게 말했다.

“아, 참. 할슈타일 가문의 에포닌 아가씨가 당신들의 소식을 묻길래 가르쳐줬습니다. 만나셨습니까?”

에포닌의 이야기가 나오자 곧 칼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젠장. 또 생각나는군.

“예, 만났습니다.”

넥슨은 칼의 얼굴빛이 이상해지는 것을 보자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좋은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폭풍을 잠재우는 꽃잎의 영광을.”

칼이 대답하자 넥슨은 고개를 꾸벅하고는 이야기를 나누던 프리스트와도 인사를 나누고 떠나갔다. 그 뒤의 남자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넥슨의 뒤를 따라 갔다. 칼은 그 뒷모습을 잠깐 보다가 말했다.

“흠. 에델브로이의 재가 프리스트였지.”

“그렇지요. 그래서 여기에 들른 모양이군요.”

넥슨휴리첼과 헤어지고 나서 역시 한참 동안 프리스트들의 안내를 받아 걸어갔다. 그러자 언젠가 안내되었던 그 후원이 나타났다. 그리고 후원에는 전에 보았을 때 부터 그대로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은 모습으로 하이 프리스트가 앉아 있었다.

하이 프리스트는 일어나며 미소지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어서들 오시오.”

길시언은 정중히 목례하면서 말했다.

“폭풍을 잠재우는 꽃잎의 영광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냥 따라서 목례했다. 하이 프리스트의 눈길이 이동하다가 잠시 네리아에게 멈추었다. 하이 프리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숙녀분은 전에 못 뵈었던 분이시군?”

네리아는 고개를 까딱하면서 말했다.

“네리아예요. 이분들 동행입니다.”

하이 프리스트는 잠시 네리아를 이채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리아 양,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이를 좀 묻고 싶은데.”

네리아의 눈이 반짝했다고 느껴졌다. 그건 내 느낌뿐일지도 모르지만, 허어, 하이 프리스트도 그 일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말인가? 네리아는 간단히 말했다. “음, 10대는 넘었고 30대는 아직 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지요.”

하이 프리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미안하오. 아가씨와 비슷한 사람을 알고 있어서 무례를 범했소. 자! 귀한 손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손님까지 맞이하게 되어 더욱 기쁘군. 앉으시지요.”

우리는 테이블 주위에 몰려 앉았다. 잠시 후 수련사들이 쟁반과 다기들을 들고 왔고 조그만 램프와 주전자도 옮겨졌다. 하이 프리스트는 손수 램프에 불을 붙이고 물

을 끓였다.

“그래, 길시언. 그 귀여운 마법검은 어떻게 되었나?”

“…….”

“길시언?”

“…………예? 아,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됐네. 대답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하이 프리스트는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따라서 찻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칼은 역시 능란하게 차 맛을 칭찬했고 하이 프리스트는 적당한 겸양을 표시했다. 두 어르신들이 하도 절묘하게 말을 주고받는 통에 난 차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하이 프리스트는 날씨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칼 선생과 일행들은 수도에 보석을 구하러 오셨지요?”

칼이 정말 존경스러운걸? 놀란 얼굴이 된 나와 샌슨과는 달리 칼은 얼굴에 있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가볍게 대답했다.

“그걸 물으시는 하이 프리스트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겠습니다만.”

“내 의도에 따라 대답이 바뀐다는 말이오?”

“대답이 필요없지 않겠습니까?”

하이 프리스트는 손가락을 깍지 껴 무릎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미 빛의 탑에 들르신 것으로 알고 있소. 그렇다면 당신들이 수도에 보석이 동이 났다는 것은 알고 계실 줄로 믿소만.”

칼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그윽한 미소만 지었다. 와, 나라면 벌써 몇 마디는 대답했을 텐데 칼은 그저 부드러운 미소로 하이 프리스트의 말이 이어지기만을 기다렸 다. 그래서 하이 프리스트는 조금 주춤하다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귀금속에 대해 물어보고 다닌 통에 나 또한 그 소식을 알게 된 거지.”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 프리스트는 말했다.

“어떻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감사합니다만 이미 마련해 주시기로 약속한 분이 계십니다.”

“국왕이? 글쎄. 닐시언 국왕이라 해도 없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야 없지 않겠소?”

“그랜드스톰은 없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허허. 그건 신만이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신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지.”

칼은 묵묵히 하이 프리스트를 바라보았다.

“언외언을 읽어낼 정도로 지각 있지 못한 미욱한 촌부올시다. 하이 프리스트의 말씀은…….”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는 말이오.”

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석이 품절된 이유를 말입니까?”

“그렇소. 하지만 내가 아니지.”

하이 프리스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우리들도 덩달아 고개를 돌렸다. 이곳 후원과 본관(본관인가? 글쎄. 좌우간 제일 큰 구조물) 3층을 잇고 있는 구름다리에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칼은 눈을 찌푸렸지만 눈이 좋은 샌슨은 그들을 알아보았다.

“어어?”

역광이라서 나도 잘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은 아버지와 아들인지, 어쨌든 키가 크고 작은 두 사람………… 그런데 아들 쪽이 수염이 더 많군 그래? “엑셀핸드?”

“어어? 아프나이델?”

나와 샌슨이 차례대로 말했다.

키가 작은 쪽은 탄탄한 몸집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그 드워프, 엑셀핸드였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어서인지 빈약해 보일 정도로 껑충해 보이는 남자는 아프나이 델이었다. 엑셀핸드가 먼저 손을 휘저었다.

“여, 오래간만이군. 그래, 요즘도 말과 함께 후치에 타고 다니시나?”

샌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프나이델 역시 미소를 지으며 우릴 둘러보다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그 엘프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칼은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가 하이 프리스트를 바라보았다. 하이 프리스트는 빙긋이 웃었다.

“길시언 바이서스입니다. 이분들과 동행하고 있습…………”

“바이서스! 전하십니까?”

아프나이델은 기겁했고 엑셀핸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엑셀핸드는 뚱한 얼굴로 길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그 난봉꾼 왕자인가?”

으윽. 드워프니까 인간의 왕자에 대해 경의를 표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저게 원래 엑셀핸드의 성격인 것 같다. 길시언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프나 이델은 당황한 얼굴로 길시언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길시언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간의 소개를 끝내었다. 나는 먼저 엑셀핸드에게 질문했다.

“언제 오셨어요?”

“어제.”

“흐음. 레너스 시에서 헤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퍽 빨리 오셨군요?”

우리는 그 뒤에 칼라일 영지에서 역시 사흘을 지체했고 수도에서도 그 정도의 기간을 보냈다. 그러니 엑셀핸드가 걸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빠른 것이다. 그 러나 엑셀핸드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사실 자네들 탈옥시킨 것이 들켜버렸어. 그 칠칠치 못한 하플링놈! 돈 셀 때 외에는 흐리멍덩한 눈을 해가지고! 젠장. 그래서 시청에 불려가고 여러 가지 조회를 받 다보니 늦어졌지. 안 그랬으면 훨씬 일찌감치 도착했을 텐데.”

엑셀핸드는 수도에 늦게 도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 생각엔 저 짧은 다리로 꿋꿋하게 걸어오느라 늦어진 것 같은데 말이야. 칼은 황급히 사과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당한 일인데. 신경쓸 필요 없네!”

“아니, 그래도….”

“됐다니까! 그리고 시청에서도 나 때문이 아니라 그 듀칸 녀석 때문에 날 닦달한 거야. 자네들 탈옥건은………… 자네들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고 떠났더군? 시청에서 날 붙잡아 놓고 닦달한 것은 듀칸의 그 열쇠 때문이었어. 시청에서는 큰일 아닌가.”

“아하. 그랬군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저희들 때문에………….”

“아냐, 됐네. 덕분에 좋은 구경도 했지.”

“좋은 구경이오?”

엑셀핸드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할수록 말이야, 정말 교활한 수법이었어. 자네들이 시청에 넘겨버린 투기장 말이야.”

칼은 미소를 지었다.

“아, 네.”

“그런데 말도 마. 원참. 실리키안이라는 그 작자는 인간성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경영 능력은 괜찮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자네들 덕분에 그 투기장이 시 소유가 된 다음 레너스 시는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었지.”

“그렇습니까? 그것 참. 도박장이나 다름없는 그런 곳이 경영난에 허덕인다는 것은 믿기 어렵군요.”

“그게 말이야, 원참. 사상 최악의 승률이 터져버렸어. 내가 거기 잡혀 있느라 그 과정을 잘 볼 수 있었지. 그리고 그게 내가 말한 좋은 구경이고.”

“사상 최악의 승률이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신인 두 명이 사상 최악의 승률에서 이겨버렸단 말이야. 기가 막혀서. 그 두 신인은 겁도 없이 전투 상대로 트롤을 지명했거든. 승률이 얼마 였는지 아나? 자그마치 300대 1이었다고! 그런데 이겨버렸어. 시청 금고가 텅텅 비게 될 뻔했지. 어쨌든 완전 적자 경영에 허덕이게 되었어.”

“허, 놀랍군요.”

“그래서 시청에서는 실리키안을 고문으로 받아들였어. 옛날처럼 포악한 짓은 못하게 되었지만 실리키안은 투기장 경영도 열심히 하고 시청 재산도 불려주며 간신히 체면 차릴 정도로 벌어들이게 되었어. 성격도 괜찮아졌고, 내 생각엔 잘된 결말인 것 같아. 간수도 못할 큰 재산을 받아들인 레너스 시에서만 좀 고생을 했다뿐이지 만, 지금은 경영이 정상으로 돌아간 것 같아.”

“그것 참 잘됐군요. 그 두 남자는…….”

“뭐, 엄청난 거금을 만지게 되었으니 그 남자들도 행운의 바람을 탄 사람에 속하고. 원 참. 지금도 기억나는군. 늑대 발톱 목걸이를 걸친 완전 야만인 같은 놈………… 뭔 가?”

엑셀핸드는 신나서 말을 하다가 내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 난 기가 막힌 심정으로 물었다.

“느, 늑대 발톱 목걸이? 혹시 팔치온을 좀 이상하게 쓰지 않았어요? 얼굴에는 보조개가 있고.”

“어랏?”

“나머지 하나는 혹시 핼버드를…”

“자네 아는 사람들인가?”

“알다뿐이겠어요?”

내 한숨에 샌슨은 껄껄 웃었고 칼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레너스 시에서 했던 일을 모르는 길시언과 네리아는 엑셀핸드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으며 감탄했다. 그 다음엔 내가 칼라일 영지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샌슨과 칼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고 우리 이야기를 들었다. 중간중간에 칼의 눈짓을 받아가며, 난 그 이야기에서 자이펀의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그저 알 수 없는 저주에 걸린 마을의 이야기로 바꿀 수 있었다.

“그 남자들은 발러를 잡겠다고 설칠 정도로 배짱 있는 사람들이지요. 거기로 간다는 말을 듣기는 들었는데 정말 갔군요. 허 참.”

“발러를 잡는다고? 그 친구들 돌았구먼! 하긴 그 정도로 돌았으니 그런 지명을 할 수도 있었고 레너스 시청을 파탄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겠지. 푸하하!”

하이 프리스트는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꾹꾹 눌러참고 있었다. 뭐,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주 대화에 끼어들 틈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엑셀핸드는

이야기하는 것을, 특히 입을 큼지막하게 벌리고 큰소리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퍽이나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하이 프리스트는 옆에서 보기에 좀 안쓰러울 정도 로 조바심을 내고 있었지만 엑셀핸드는 영 눈치가 안 좋았다. 가장 존귀하시다 보니 눈치도 가장 좋지 않은 모양이군. 눈치 볼 일이 없어서 그럴 테지?

그래서 보다못한 칼이 점잖게 이야기의 주도권을 하이 프리스트께 돌려주려고 했다.

“이거 참 반가운 손님들이로군요. 하이 프리스트께서는 이분들을 소개시켜 주시려고 우릴 부르셨습니까? 감사한 일이로군요.”

하이 프리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파하하! 모루와 망치의 불꽃의 정수를 기억하는 이들은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드워프의 우정이 함께하는 거라네. 더욱이 자네들은 오크, Cxakro, Dmeiin! 그 추 악한 생물에 대항하여 나와 함께 섰던 사람들, 어떻게 우리가 헤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만남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라네. 핫하하!”

하이 프리스트는 그만 웃어버렸다. 그리고 칼은 곤혹스럽게 웃으며 재시도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이 프리스트, 아까 이분들이 오기 전에 하셨던 말씀은…..”

하이 프리스트는 재빨리 말했다.

“엑셀핸드. 드워프들의 노커여.”

“흠, 왜 그러시나, 그랜드스톰의 다락귀신?”

다, 다락귀신? 확실하군. 엑셀핸드의 원래 성격이다. 하이 프리스트는 빙긋이 웃었다.

“신선한 느낌의 호칭이오. 고매하신 드워프의 노커가 인간들의 수도까지 그 짤막한 다리로 걸어오신 이유를 좀 들려줬으면 하는데, 어떻겠소? 난 여기 이분들에게 수도에서 보석이 바닥난 이유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소만.”

엑셀핸드는 마땅찮다는 표정으로 턱수염을 쓸면서 말했다.

“저놈의 다락귀신은 해가 가면 갈수록 징그러워지는군. 에이, 백 년 묵은 너구리 같은 신의 지팡이 녀석. 이놈아! 드워프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맥주라도 한 잔 내어오는 것이 어떠냐?”

“미안하오만 그랜드스톰에는 맥주가 없소. 곡식의 무가치한 사용이라고 종규에 제조가 금지되어 있거든.”

“이 멀건 찻물은 무가치하지 않고?”

“찻잎은 곡식이 아니지 않소? 기호품이지.”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가장 고귀한 드워프와 가장 고귀한 에델브로이의 성직자의 독설 공방(엄밀하게 말하자면 독설을 사용하는 것은 엑셀핸드뿐이었지만)을 바라보았다. 하이 프리스트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고 그래서 엑셀핸드는 별로 재미가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결국 엑셀핸드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했다.

“에흠, 험. 그러니까 말할 테니 잘들 들어보게.”

우리는 대륙 어디엘 가도 이만한 청중을 얻으시기는 어려울 거라고 외치는 듯한 진지한 얼굴로 들을 준비를 갖추었다.

“세상에서 보석을 가장 탐내는 자는 누구인가?”

엉뚱하다면 엉뚱한 엑셀핸드의 질문에 우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샌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라 해도 드워프들이 보석을 가장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퍼헐헐헐, 점잖게 말해 줘서 고맙네만 세상에는 드워프들과 쌍벽을 이룰 만큼 보석을 좋아하는 놈이 하나 더 있지.”

칼이 말했다.

“드래곤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드래곤을 거론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드래곤 때문에 수도에 보석과 귀금속이 동이 나버렸으니까.”

써늘한 기분이 드는 이유가 뭘까?

“3개월 전쯤일까. 갈색 산맥의 광산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네.”

엑셀핸드는 침착한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갱도 어디선가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더군. 잘들 알겠지만 드워프들은 지하에서 움직이는 것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맞출 수 있다네. 우리는 지하에 서라면 100큐빗 이상 거리에서 기침하는 소리만 듣고도 오크인지 코볼드인지 구분해 낼 수 있지.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드워프들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엑셀핸드는 턱수염을 쓸었다.

“멀리서 들려오지만 거대한 소리였다더군. 소문이 하도 무성해져서, 알겠지만 드워프들은 성격이 원래 헛소문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도록 되어먹었거든, 그런데도 소문이 무성하더란 말이야. 그래서 내가 갈색 산맥으로 출발하게 되었다네. 그리고 도중에 자네들을 만났었지.”

“아, 그런 것이었군요.”

“젠장, 그러다가 재수가 사나워서 레너스 시에서 지체하게 되었지.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직 거기서 썩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서 엑셀핸드는 아프나이델을 가리켰다. 아프나이델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 제가 뭐 한 일이 있다고…….”

“겸손은 징그러워. 관둬.”

“아니, 겸손이라니요. 이런. 제가 말씀드리죠.”

그렇게 말하다가 아프나이델은 우리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세 분들은 저를 사기꾼으로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저, 제 말을 믿으시긴 어렵겠지요. 하지만…… 선입관을 버리고 들어주셨으면 가,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부터 말씀드릴 것은 엑셀핸드 님도 함께 겪으신 일이니까………….”

허어, 이 남자, 예전에 비해 태도가 상당히 좋아졌군. 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린 인간에게 하나의 면만 있다고 믿는 바보는 아니오. 말씀하십시오.”

아프나이델은 안도의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아프나이델은 그날 밤 실리키안 남작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냥 털레털레 어딘가로 떠날 수는 없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그냥 발 가는 대로 출발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는 며칠 동안 레너스 시에 체류하면서 거취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는 칼이 말한 것을 받아들일 결심을 했다. 그는 결국 마법사였으니까. 그런데 그때 레너스 시청에서 그에게 협조 요청이 날아들었다.

“여행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우연히 레너스 시청에서 고초를 겪으시던 엑셀핸드를 뵙게 되었습니다. 시청에서는 여러분의 탈옥을 조사하다가, 결국 듀칸 버터핑거 라는 그 하플링은 놓쳤지만 엑셀핸드 님을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엑셀핸드 님은 그 하플링에 대한 증언을 완강히 거부하신 바람에 억류당하고 있었던 것입니 다. 시청에서는 절 불러서 그 하플링의 소재를 알아내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아프나이델은 잠깐 말을 끊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때까지도 레너스 시청에서는………… 절 대마법사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칼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하라는 시늉을 했다.

아프나이델은 솔직하게 말할 결심을 했다. 그는 대마법사도 아니며 대륙 어디에 숨어 있는 사람이든 간단히 찾아낼 만한 마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미 새출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다시 과오를 저지를 수야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엑셀핸드와의 면담에서 그는 엑셀핸드의 귓속말을 듣게 되었다.

엑셀핸드는 하플링 듀칸 버터핑거의 소재를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계속 시청에 억류당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프나이델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는 아프나이델에게 듀칸 버터핑거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엑셀핸드 님이 가르쳐주셔서 저는 그 하플링을 찾았고 그에게서 열쇠를 받아다가 시청에 가져다주었습니다. 시청에서 원하는 것은 그 열쇠였으므로 거기서는 만족 했습니다. 따라서 하플링 듀칸 버터핑거도 안전해지고, 시청에서도 원하는 열쇠를 찾았으니 만족하고, 또한 엑셀핸드 님도 풀려날 수 있었지요.”

그때 엑셀핸드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카리스 누멘의 수염에 맹세코 그놈은 틀림없이 복사본을 만들어두었을 거야! 하하하하!”

하이 프리스트는 질린 표정으로 엑셀핸드를 바라보았고 엑셀핸드는 간신히 웃음을 멈추었다. 아프나이델은 말했다.

“전 스승님을 찾기 위해 수도로 올 결심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엑셀핸드 님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엑셀핸드는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타파해 준 대가로 아프나이델에게 동행을 요청했던 모양이다. 아프나이델로서는 빈약한 자신의 마법만 믿고 수도까지의 여행을 결심하는 것이 어려웠던 차에 퍽 달가운 제안이었다. 그래서 둘은 함께 출발했다.

여행 도중 몬스터를 만나거나 산적을 만나는 등의 위험이 몇 번 있었지만 엑셀핸드는 아프나이델을 훌륭히 지켜내었고 아프나이델도 빈약한 마법이나마 열심히 엑 셀핸드를 도왔다. 엑셀핸드는 아프나이델이 자신의 마법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할 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여보게! 자네가 해준 그런 일을 스스로 깎아내리지는 말아!”

“아닙니다. 엑셀핸드, 그러니까…….”

“됐어! 아무리 내가 마법에 무지해도 그건 알아! 자넨 훌륭한 마법사였어.”

칼은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엑셀핸드는 아프나이델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인데. 흠. 우리야 저 마법사에게 좋지 않은 인상만 남아 있었지만 엑셀핸드의 태도로 보건대 아프나이델은 엑셀핸드를 만날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던 모양이군.

어쨌든 둘은 서로를 도와가며 무사히 갈색 산맥에 도착했다. 아프나이델은 잔잔하게 말했다.

“그리고 엑셀핸드 님 덕분에 갈색 산맥의 드워프들의 광산을 구경할 수도 있었습니다. 대단히 진귀한 경험이었습니다만, 그 이상한 소리 때문에 드워프들의 광산을 구경했던 감동도 잊혀지는군요.”

거기서부터 엑셀핸드가 말하기 시작했다.

“흠. 이 친구는 스스로 보잘것없는 마법사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이미 마법사 아닌가. 나야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마법사가 되려면 보통 이상의 학식을 쌓아야 된다는 것쯤은 안다네.”

아프나이델은 얼굴을 붉혔다. 엑셀핸드는 말했다.

“그래서 조사에 합류시켰다네. 갈색 산맥에 도착한 다음 나와 이 친구, 그리고 몇몇 늙다리 드워프들을 모아서 그 이상음이 들려온다는 갱도로 들어가 보았지.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네. 차츰 헛소문이 아닌가 생각할 무렵, 그 소리가 들려오더군.”

그는 우리를 쓰윽 훑어보았다.

“드래곤이었다네.”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틀림없었지. 수면기에서 깨어나는 드래곤의 소리. 나 같은 해묵은 광부나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는 희귀한 소리지. 내 몇 번 듣지는 못했지만 무엇에 걸고든 맹세할

수 있어! 그 소리는 수면기에서 깨어난 드래곤의 웨이크닝 사운드, 그러니까 활동기에 들어가기 전, 온몸으로 혈액을 돌리기 위해 행하는 특수한 움직임에서 나는 소 리였다네. 나와 함께 그 소리를 들었던 드워프들의 얼굴이 모두 창백해졌지. 푸…… 내 생전 그렇게 새하얀 드워프의 얼굴은 처음 보았지.”

샌슨의 침 삼키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난 잠시 백옥 같은 얼굴을 한 드워프를 상상해 보다가 찻잔을 뒤집을 뻔했다. 엑셀핸드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웃음 을 참아야 되다니, 그거 정말 예삿일이 아니었다.

아프나이델도 그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흠, 어둡고 밀폐된 지하의 갱도에 서서 멀리서 울려퍼지는 드래곤의 소리를 들었단 말이지? 그거 무서웠겠는걸. 엑셀핸드는 계속 말했다.

“소리가 들려오는 갱도는 폐쇄되었다네. 그리고 그 인접 갱도들도 모조리 폐쇄되었고, 곧장 갈색 산맥의 드워프들을 모아서 대책 회의에 들어갔지만, 솔직히 무슨 대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헛 참! 믿을 수 있겠나?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서 아직 활동에 들어가지 않은 그놈을 죽이자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네.”

드워프답군. 하지만 엑셀핸드는 탐탁잖다는 듯이 말했다.

“요새 젊은 드워프들은 도대체 드래곤을 제대로 구경도 못해봐서 말이야. 늙은이들은 모두 반대했고 내가 가장 크게 반대했지. 왜냐하면 그 웨이크닝 사운드로 미루 어볼 때 보통 어마어마한 놈이 아닐 거라는 판단이 되더라구.”

칼은 숨죽인 어투로 물었다.

“보통 어마어마하지 않다면……?”

“모르겠어. 하지만 아무래도 거의 신비나 전설, 기상천외? 이건 좀 이상하군. 어쨌든 뭐 그런 수식어를 앞에 달아야 되는 급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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