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1권 3화 – 비어 있는 관 3 : 탐색
탐색
산을 내려가는 길에 일행은 몇 번인가 요원들의 검문을 받았 으나 박 신부가 백호의 이야기를 하자 모두들 물러섰다. 그런데 산을 막 빠져나오려는 무렵, 일행은 요원들에게 재차 제지당했 다. 백호가 무전으로 명령을 내린 듯싶었다. 요원은 일행을 막더 니 말없이 무전기를 내밀었다. 박 신부가 무전기를 받아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왜 우리를 막는 거죠?”
무전기에서 백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마음대로 가실 수는 없습니다. 저희와 행동을 같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저나 우리 요원과 같이 계셔야 됩니다.” “우리도 당신들을 돕기 위해서 가는 거요. 우리는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소. 아까 당신도 보았듯이 이러한 초자연적인 힘과 싸 울 때에는 당신들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오.”
“그러나 지금의 이 사건은 중대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누설 된다면 민심의 혼란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문을 일 으키게 된단 말입니다.”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소. 우리는 이미 이러한 일들을 수 없이 겪어 왔소.”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도 도움을 요청한 겁니 다. 그러나 수습은 반드시 우리가 해야 합니다. 우리도 물론 나 름대로 할 것입니다만 신부님 측에서 하는 수색에도 우리 측의 요원이 동행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훈련받은 정예 요원이라 할지라도 그건 사람을 상대할 때에나 도움이 되지 이런 초자연력 앞에서는 정규 훈련 따위는 거의 무의미한 것이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 같이 행동하다 보 면 방해가 될 뿐이라고 박 신부는 계속 주장했지만 백호는 고집 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듬직하고 몸이 날쌔 보이는 ‘박’이라는 요원과 자그마한 체구지만 눈빛이 예리한 ”라는 요원, 그리 고 무전기와 장비들을 둘러멘 ‘송’이라는 요원이 합류해 일행은 모두 여덟 명이 되었다. 이들은 원래 처음부터 백호와 함께 좀비 와 싸웠던 사람들은 아니었고 새로 보강된 인원이었다. 얼마나 날랜 요원들일지는 모르지만 영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 이었다. 사실 정규적인 군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능력을 자만하기 때문에 오히려 영력은 보통 사람보다 약한 경우가 많다. 이를 알고 있는 박 신부가 깊은 한숨을 쉬었 고준후도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들 요원은 도 리어 어중이떠중이 같아 보이는 퇴마사들과 윌리엄스 신부를 못미더워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승희가 아니꼽다는 듯 중얼거렸다. “내가 화장하는 데 당신이 뭐 보태 줬어? 그리고 여자라고 무 시하지 말라구!”
송 요원의 얼굴에 가볍게 경련이 일었다. 현암과 박 신부가 승 희를 말리려고 고개를 내저었으나 이미 그들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본 승희는 약이 오르는 듯 계속 쏘아댔다.
“엉큼한 생각하지 마, 이 밥통들아! 원 저런 것들이 어떻게 이 급 요원이랍시고 꺼떡거릴까? 그러고도 전에 대통령을 경호해 봤다니 알만하군!”
세 명의 요원들은 승희가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자 얼굴색이 변해 서로를 쳐다보았다. 박 신부가 승희를 잡아끌어 차에 태웠 고, 윌리엄스 신부는 어린애같이 킥킥거리면서 현암과 같은 차 에 탔다. 준후는 박 신부를 따라가려 했으나 요원 두 명이 박신 부와 승희 쪽의 차를 타자 몸을 돌려서 현암의 차를 탔다. 일단 윌리엄스 신부를 태운 현암의 차가 앞장을 서고 유사시엔 속도 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현암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신호로 만일 의 사태에 대처하기로 했다.
차는 넓고 좋았으나 박 신부는 불안했다. 준후가 탄 앞치는 영 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이 차는 보통 차에 불과 했다. 박 신부는 임시방편으로 성수 뿌리개를 꺼내어 성수를 사 방에 뿌렸다. 요원들은 차가운 물이 튀자 이상한 눈빛으로 박 신부를 쳐다보았지만 박 신부는 아랑곳없이 차 안에 성수를 골고루 뿌렸다. 요원들은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영 고운 기색은 아니었다. 승희가 다시 말했다.
“잠자코들 계셔! 나중에 고맙다는 인사할 준비나 하구!”
현암의 차에 탄 요원도 무전기를 꺼내다 말고 준후가 자기의 입에 불붙은 부적을 불쑥 집어넣자 기겁을 했다. 윌리엄스 신부 는 킥킥거리며 계속 웃었다. 현암은 왠지 불안했다. 영력이 없는 요원들과 동행하다니. 백호가 시켰는지 일단의 요원들과 군인들 이 차를 타고 속속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준후가 중얼댔다. “저 사람들보다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하는데.”
현암도 준후와 같은 생각이었다. 사명감에 불타는 백호는 사 건의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을 하는 백호더러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또 사실 윌리엄스 신부의 부적이 얼마나 신통한지 입증된 바도 없었고, 현암이 차를 타고 빙빙 돌아도 숨어 있는 좀비들을 꼭 찾아낸다는 보증도 없었다. 어찌 보면 백호의 명령에 따라 수색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지 도 몰랐다. 그러나……………
뒤차에 탄 박 신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색하는 사람 들이 먼저 좀비들을 발견한다면 다음의 일은 쉽게 풀릴지도 모 른다. 그러나 그 수색조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또 무장한 요원 이며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간다면 사람으로 되살릴 수 있는 좀비들까지 한꺼번에 희생될 여지도 충분했다. 박 신부는 아까 급 한 나머지 사람으로 되살릴 수 있는지 채 확인도 해 보지 못하고 좀비들을 해치운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 박 신부 의 생각을 읽어 낸 승희는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시트만 쳐다보 았다.
현암이 운전하는 차가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동안 윌리엄스 신부는 앞자리에 앉아 아이티 섬에서 가져왔다는 부적을 묵묵 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송 요원은 나뭇가지로 몇 번 엮은 그 부 적에 일행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심하다고 생 각했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고 힐끗힐끗 곁눈질을 하며 계속 바 쁘게 교차되는 무선 신호들에만 신경을 기울였다. 잡음이 별로 없는 것이 특수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준후는 무전기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틈만 나면 만져 보려 했고, 송 요원은 그럴 때마다 아까 부적 때문에 혼난 것이 기억나는지 흠칫거리며 몸 을 피했다. 뒤차는 박 요원이 몰고 있었고 최 요원은 조수석에 앉아 뭐가 그리 바쁜지 무선 교신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박 신부 는 눈을 감고 계속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심심한 것은 승희뿐 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인천 남동공단의 곳곳을 누비던 현 암의 차에서 윌리엄스 신부가 소리쳤다.
“Oh! Look!”
나뭇가지로 엮은 사람 눈 모양을 한 형상의 가운데 부분에 있 던 작은 화살이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차가 흔들린 탓은 분명 아니었다. 오히려 차의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화살은 팽팽히 고 정된 듯 빳빳이 서서 일정한 속도로 빙글빙글 돌았다. 현암은 차 를 세웠다. 차 두 대가 간신히 비켜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길 이었다. 작은 골목들이 이리저리 나 있었고 문을 닫고 폐업한 작 은 공장들이 모여 있었다.
“어딥니까?”
“오우, 아직은……. 분명 이 근방이긴 합네다. 그러나 아직 그 리 가까이 온 것 같지는 않습네다.”
“그러면 방향은 어디죠?”
윌리엄스 신부는 부적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천천히 돌 던 작은 화살의 속도가 높아져 갔다. 뒤에서 준후가 소리쳤다. “이상해요.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뭐가 이상하니, 준후야?”
“이곳이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인가요?”
현암도 뭔가 섬뜩한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수상했다. 아무리 늦은 밤 시각이고 후미진 곳이라 해도, 공단 지역이면 술 에 취해 노래라도 한 곡조 뽑는 사람이 한둘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너무 조용해.”
송 요원이 권총을 빼 들었다. 그러자 현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그건 함부로 쓰지 마시오!”
“왜요? 이미 상시 발포 허가를 받아 놓았습니다.”
“그들은 적이지만 죄 없는 사람들이오. 생명이 위험해지기 전 에는 총을 절대 쏘지 마시오. 알겠소?”
송 요원은 기가 막히다는 듯 현암을 쳐다보았으나, 곧 현암의 이글거리는 듯한 눈빛에 밀려 잠시 머뭇거리다가 총을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현암은 왼팔을 걷고 월향검을 드러냈고 준후도 조 용히 수인을 맺고 염을 하기 시작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오우, 이리로………… 이리로 다가오고 있습네다. 좀비, 좀비들 입네다!”
현암은 차에서 내리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송 요원은 급하게 무전기로 보고를 하기 시작했고, 준후는 부적 뭉치를 한 손으로 꺼내며 차에서 내렸다. 뒤차의 박 신부와 승희도 차에서 내렸다. 승희는 주위의 상황을 읽으려는 듯 차에서 내리자마자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눈을 감았다. 박 신부는 성호를 그었고 요원들은 무 기에 손을 댄 채 주위를 돌아보았다. 윌리엄스 신부가 외쳤다.
“오오! 세, 세상에 무척 많습네다! 이럴 수가!”
골목골목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흔들리면서 사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저들이 모두 좀비?”
준후가 중얼거리는 것을 현암이 손으로 제지하자 준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렇게 좀비들이 매복해 있다가 나올 줄은 짐작 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쪽에서 기습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 설마 저들이 매복하고 있을 줄이야. 그렇다면 도리어 놈들의 함 정에 빠진 셈이 아닌가.
갑자기 저만치에서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보이면서 엔진 소리 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근처에 서 있다가 떠나는 차인 듯싶었다. 유난히 덜덜거리는 엔진 소리가 먼발치에서 들려왔다. 박 신부 는 아까 차를 타고 오면서 뒤를 따르는 차가 세 대라고 생각했던 일을 문득 떠올렸다. 방금 떠나간 차가 아까 그들의 뒤를 미행했 던 차라는 예감이 들었다. 박 신부가 승희를 잡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승희야, 저 차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알 수 있겠어?”
승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방금 떠난 차라는 식의 단서로는 투시가 불가능했다. 아주 약간이라도 구체적인 것이 있다면 가능할 텐데.
송 요원이 무전기를 들고 나지막이 말을 하다가 거칠게 단추를 눌러 댔다. 통신이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이런 제길! 웬 잡음이 이렇게 많아!”
현암이 의아한 표정으로 송 요원을 쳐다보았다. 아까는 분명히 무전기 음성이 퍽 깨끗하고 감도가 상당히 좋았었는데, 이렇 게 황폐한 건물들 주위에서 저런 고급 무전기가 노이즈를 탄다 는 것이 어쩐지 이상했다.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두운 골목마다 그림자 들이 잔뜩 숨어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조짐은 나타나 지 않았다. 일행은 둥글게 사방을 보고 둘러섰다.
중앙에는 승희와 윌리엄스 신부가 섰고, 뒤쪽은 박 신부가 그 리고 앞쪽은 현암과 준후가 요원들을 뒤로하고 있었다. 요원들 이 총을 꺼내 드는 것을 현암이 침울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덜그 렁하면서 빈 깡통 하나가 날아와 떨어지자 일행은 몸을 움츠렸 다. 그것이 신호였을까?
어둠을 뚫고 골목길에서 수십 명은 됨 직한 사람들이 나타났 다. 모두 체구가 건장한 젊은 남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걸음 걸이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거의 손에 스패너나 쇠 파이프 같은 흉기를 들고 있었고 나사라도 풀린 것처럼 동작 은 느릿느릿했다. 윌리엄스 신부가 외쳤다.
“오우, 이런! 저들은 약에 중독된 좀비입네다!”
우 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와르르 덤벼들기 시작했다. 준 후가 부적에 불을 붙여 앞장선 좀비에게 날렸으나 부적은 좀비 의 몸에 맞고는 그냥 땅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이고, 이 사람들에게는 영력이 통하지 않아요! 멀쩡한 사람이에요!”
박 신부도 역시 달려드는 두 명의 좀비에게 오라를 펼쳐 보았 으나 그들은 뒤로 밀려나서 쓰러져 버렸을 뿐, 별다른 피해를 입 지 않고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이런!”
송 요원과 최 요원이 상대의 숫자에 질린 듯 소음기가 달린 권 총을 꺼냈다. 현암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총을 낚아챘다.
“이게 무슨 짓이오?”
“함부로 총질을 할 생각이오? 저들은 모두 약에 마비되었을 뿐이오.”
“마비? 그게 무슨 소리요?”
아직 현암에게 총을 빼앗기지 않은 박 요원이 허공에다 공포 를 쏘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총성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했 다. 최 요원이 현암에게 소리쳤다.
“손을 치우시오! 우리도 함부로 쏘지는 않을 테니.”
윌리엄스 신부는 차의 뒤로 몸을 숨기며 부적을 살펴보고 있 었다. 부적은 빙글빙글 돌고는 있었으나 기세는 아까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다.
“오우! 저들은 모두 살아 있어요. 단지, 생각만 못하는 거예요.” 좀비 한 놈이 집어 던진 쇠 파이프 하나가 윌리엄스 신부의 어깨에 퍽 하는 소리를 내고 땅에 떨어지자 윌리엄스 신부와 승희 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현암이 길게 소리를 치면서 앞으로 달 려 나갔고, 박 요원은 계속 공포를 쏘아댔지만 좀비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총소리가 퍼졌으니 머지않아 후발대가 오긴 하겠 지만 그동안 어떻게 버티느냐가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준후 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멀쩡히 되살릴 수 있는 사 람들에게 주술력을 쓴다는 게 이 어린 꼬마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박 신부는 오라력을 최대로 늘리고 물리력이 실린 막을 만들어 덤벼드는 좀비들을 튕겨 내고 있었 지만 쓰러진 좀비들은 다시 일어나서 다가왔다. 현암은 뽑았던 월향검을 집어넣고 맨주먹으로 좀비들과 맞섰다. 기공력이 실린 주먹을 맞은 좀비들은 퍽퍽 나가떨어졌지만, 별로 통증을 느끼 지 않는 듯 계속 다가왔다. 요원들도 간간이 주먹을 날리고 훈련 받은 무술로 좀비들을 집어 던졌지만, 상대가 고통을 느끼지 않 는 데야 당해 내기가 힘들었다. 송 요원이 한 놈을 집어 던지려 는 순간, 다른 녀석이 각목으로 옆구리를 강타하자 고통스런 비 명을 지르면서 쓰러져 버렸다. 이를 본 박 요원이 고함을 치면서 바로 눈앞에 있는 좀비의 다리에 총을 쏘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맞자 피가 튀었다. 다리 한쪽이 거의 박살 난 듯, 다리가 옆 으로 꺾이면서 좀비는 풀썩 쓰러졌다. 요원들이 갖고 있는 총은 성능이 좋은 대형 권총인 듯싶었다. 그러나 쓰러진 좀비는 한쪽 다리로 기면서 박 요원의 발목을 잡았다. 이를 본 박 신부가 급 하게 오라를 발해서 덤벼들던 두 명의 좀비를 튕겨 내고는 발목 이 잡힌 채 넘어진 박 요원에게 힘을 집중했다. 박 요원의 발목 을 잡은 좀비는 박 신부의 오라를 맞더니 뒤로 튕겨서 데굴데굴 굴렀다. 급히 몸을 일으키는 박 요원의 권총을 급작스레 박 신부 가 빼앗았다.
“총을 쏘지 말게. 이들을 해쳐서는 안 돼!”
박신부가 박 요원의 앞을 막아서면서 있는 힘을 다해 오라 막 을 부풀리자 덤벼들던 좀비들이 와르르 밀려 나갔다. 총을 빼앗 긴박 요원이 소리를 쳤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이놈들과 싸운다는 말입니까!”
“싸우는 게 아니야! 이들을 구해 주어야 하네!”
“뭐라고요! 이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을.”
“이들도 인간이네!”
“하지만 이대로는 우리가 당하고 맙……..”
박 요원이 말을 잇는 순간 최 요원이 좀비가 내려친 몽둥이에 정통으로 맞고는 입에서 선혈을 뿜으면서 옆으로 우당탕 넘어 졌다. 송 요원이 총을 꺼내려는데 이번엔 뭔가 은빛 나는 물건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꺄아아아악!
사방에 소름끼치는 귀곡성이 울려 퍼지자 요원들은 물론 좀비들마저도 바르르 몸을 떨면서 잠시 주춤했다. 최 요원이 질겁을 하며 손에 든 권총을 보자 이미 총은 손잡이만 남기고 깨끗이 잘려 있었다.
“허억! 이・・・・・・ 이럴 수가!”
현암은 계속 달려드는 좀비들을 쳐 넘기면서 외쳐댔다.
“총은 쏘지 마시오. 제발!”
허공에 떠오른 월향은 명령을 기다리는 듯이 허공을 빙빙 돌 았으나 잠시 짬을 얻은 현암이 왼팔을 내밀자 순순히 자기의 칼 집으로 들어왔다. 쓰러진 최 요원을 한쪽으로 끌며 송 요원이 소리를 쳤다.
“저런 힘이 있으면서 왜 안 쓰는 거요! 놈들을 처치해요, 어 서! 이러다간 다 죽고 말겠소!”
박 신부가 달려들던 좀비들을 우르르 넘어뜨리고는 역시 큰소리로 맞받아쳤다.
“이들은 이용당하는 것뿐이오. 이들을 해친다면……!”
“뭐라구요?”
“이들을 이렇게 만든 자와 마찬가지가 되는 겁니다!”
별 힘을 쓸 수 없는 승희와 준후, 그리고 윌리엄스 신부는 초 조하게 중앙에서 박 신부와 현암이 분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이성이 마비되고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좀비들은 아무리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쳐도 금방 일어나서 흐물흐물 다가왔다. 박 신부의 몸은 조금 떨리고 있었고 현암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박 요원은 무술로 단 련된 큰 덩치로 놈들을 계속 넘어뜨리는 중이었고, 최 요원은 좀 비들을 협박하기 위해 허공에다 계속 총을 쏘아 댔으나 별 반응 이 없었다. 갑자기 승희의 머리에 퍼뜩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소금, 소금이 있어야 해!”
준후와 윌리엄스 신부가 승희를 돌아보았다.
“Alright. 맞습네다. 소금을 먹이면 저 좀비들은…………… 정신을 차릴 것입네다! 그러나………….”
그러나 그들은 사방으로 포위되어 있었다. 준후가 숨을 들이켰다.
“내가 갈게요!”
준후는 승희와 윌리엄스 신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쪼르르 달 려 나갔다. 좀비 하나가 자전거 체인을 힘껏 휘둘렀으나 준후는 용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승희가 엉겁결에 돌을 집어 던져서 준후를 치려던 좀비 한 놈을 정통으로 맞혀 쓰러지게 만들었다.
“준후야, 뛰어! 어서!”
승희가 고함을 치는 동안 준후는 거의 포위망을 빠져나갈 듯 했으나 좀비 한 놈이 준후를 낚아 올렸다. 녀석은 준후의 멱살을 잡고는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 순간 준후의 손에서 바지직하 면서 뇌전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승희가 소리쳤다.
“준후야, 쏴! 쏴!”
그러나 준후는 멈칫하더니 다시 뇌전의 기운을 풀었다. 사람 에게는 절대 주술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Forgive me!”
갑자기 고함을 내지르면서 윌리엄스 신부가 무서운 기세로 뛰 쳐나갔다. 육탄을 이용해 전력으로 부딪치자 두 놈의 좀비가 비 틀대면서 볼링 핀처럼 연달아 넘어졌고, 준후를 잡고 있던 놈도 준후의 멱살을 놓으면서 넘어져 버렸다. 준후는 황급히 놈의 손 을 뿌리치면서 다람쥐처럼 달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현암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갔다. 좀비한테 일격을 당한 것이다. 비틀대는 현암의 몸을 승희가 재빨리 부축하면서 중심을 잡았다. 방어하던 간극이 벌어진 틈을 타 좀비들이 우르 르 몰려들었다. 몽둥이와 쇠 파이프가 쇳소리를 내며 현암의 몸 을 강타했다. 몸에 기공력을 돌리고 있는 듯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맞고만 있어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승희가 이를 악물면서 힘을 끌어모으자 현암이 기운을 느끼고 눈을 번쩍 뜨면서 엄청난 고함을 질렀다. 사자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