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3권 13화 – 왈라키아의 밤 13 :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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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3권 13화 – 왈라키아의 밤 13 : 뒷이야기


뒷이야기

장애인들의 마을에서 다시 만난 이반 교수는 놀랍게도 토굴의 붕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드라큘라 성은 겉으로 보기에 는 여전히 멀쩡했다. 붕괴된 곳은 지하에 새로 지었던 광장과 코 제트가 만들어 놓은 통로뿐이었던 것 같았다. 이반 교수는 여자 아이와 사람들을 데리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현암은 부러진 왼팔 때문에, 박 신부는 얼굴의 상처 때문에, 승희는 쥐 들에 의한 충격 때문에 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그동 안 연희는 드라큘라 공이 마지막 남겼던 말, 그러니까 흡혈귀의 관은 크로커스의 것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알아내기 위해 동 분서주했다. 마침내 이반 교수와 함께 크로커스가 누구였는지를 알아냈는데, 드라큘라에게 처형당한 많은 보야르 중의 한 사람 이었다. 준후의 도움으로 투시를 해 본 결과, 이 마을이 저주받 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드라큘라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크 로커스란 자 때문이라는 게 밝혀졌다. 코제트는 크로커스 악령 의 기운을 몰아 관을 찾아낸 다음, 그를 흡혈귀로 만들었던 것 이다.

사람이었던 미르챠와 그라쉬 외에 퇴마사들과의 싸움에서 희 생된 흡혈귀들은 거의 다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퇴마사들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마을은 몇몇 희생자를 내기는 했지만, 그 문제를 놓고 따지기는커 녕 직접 일을 겪은 사람들조차 가엾게도 다시 기억해 낼 만큼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좌우간 그 마을에서 장애인 들만이 태어나는 끔찍한 일이 앞으로는 없게 하기 위해, 이반 교수는 알려지지 않은 그 마을을 국제기구에 알려서 후원을 부탁 하겠노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신부는 흡혈귀가 죽었으니 정상으로 돌아와야 했는 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준후가 짚어 본 바로는 희한하 게도 흡혈귀의 힘이 몸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윌리 엄스 신부는 질색하면서 며칠씩 기도를 올리고 난리를 쳤지만 끝끝내 그 힘을 몰아낼 수는 없었다. 흥분을 하면 힘이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 힘 때문에 이성이 지배당하는 것은 아니었 다. 어찌 보면 윌리엄스 신부는 엄청난 힘을 얻은 것인지도 몰랐 다. 그러나 본인은 그것을 자신에게 내려진 벌이라고 여겼고, 그 것 때문에 번민했다. 신부의 몸에 흡혈귀의 기운이라니, 종교인 의 입장으로는 그럴 만도 했다. 한편으로 이반 교수는 숙원이던 흡혈귀 퇴치에 성공하여 의기양양하게 윌리엄스 신부와 함께 공 항으로 나갔다. 풀이 죽어 고민하는 윌리엄스 신부와는 달리, 이 반 교수는 아주 잠깐이지만 딱딱한 얼굴에 보기 드물게 환한 미 소까지 지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반 교수는 스웨덴 사람이 었다.

현암은 병상에서 박 신부와 함께 코제트에 대한 이야기를 오 래도록 나누었다. 박 신부는 코제트가 어쩌면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도 혐오했으며 그 때문에 더욱더 악 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얘기했고, 현암은 그 보다는 증오에 의해 스스로의 파멸을 바랐기 때문에 힘을 모으 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견해였다. 두 사람의 의견 중 어느 쪽이 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깊은 곳에 있는 코제트의 본 심은 그래도 선한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승희는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서 쥐 떼 쇼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흡혈귀를 힘으로 터뜨린 문제에 대해서는 정신과 의 사들에게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 불안정한 상태로 퇴원했다. 전 과는 달리 조금 우수에 깃든 얼굴이 되기는 했지만, 곧 명랑한 태도를 되찾았고 자신의 몸속에 있던 애염명왕이 힘을 발휘한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일은 나중에 박 신부가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연희는 다른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준후를 데리 고 드라큘라 성을 방문했다. 드라큘라 성은 그 후로 발걸음을 들 여놓는 사람이 없어서 현암이 부숴 놓았던 자물쇠가 그대로 있 었다. 낮에 방문한 연희는 살짝 준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전날 에 헤매고 다녔던 성의 층층을 돌아보다가 드라큘라 공의 초상 화를 한참 쳐다보았다. 준후의 말에 의하면 드라큘라 공은 크로커스의 악령이 사라지고 마을의 저주가 풀리자 더 이상 방황하 지 않고 승천했다고 했다. 연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드 라큘라 공의 약간 음산하면서도 집념에 찬 얼굴을 싫증도 나지 않는 듯 계속 계속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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