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3권 7화 – 홍수 4 : 에메랄드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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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혼세편 3권 7화 – 홍수 4 : 에메랄드 태블릿


에메랄드 태블릿

에메랄드 태블릿의 내용이 적힌 메모를 집어넣고 나서 준후가 난데없는 소리를 했다.

“저, 최 교수님 댁에 다녀올게요.”

“음? 아니 이 밤중에?”

“현암 형도 가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알아볼 게 있어서요.”

이번에는 승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걱정돼서 그러니? 현암 군이 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아뇨. 오늘은 아이 하나가 많이 다쳤으니 또 오지는 않을 거 예요. 걱정돼서 가는 건 아니에요. 좌우간 다녀오겠습니다.”

준후는 말을 마치자마자 의아해하는 승희와 박 신부를 남기고 급히 방을 나섰다. 너무나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후 는 재빨리 위층 자기 방으로 올라가 종이 뭉치 하나를 품에 끼고 지체 없이 집 밖으로 나왔다.

대문을 나선 준후는 호흡을 조절한 뒤 품에 들었던 종이 뭉치 를 꺼냈다. 책 한 권과 그 내용을 번역한 종이였다. 준후는 그중 에서 한 장을 꺼내어 유심히 살폈다. 한자를 파자(字)로 구성 해 놓은 글이었는데 다른 것에 비해 비교적 쉽게 쓰인 편이어서 빨리 해독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사실 가림토 고어로 나오는 말들은 준후로서도 읽을 수만 있을 뿐, 뜻풀이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아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이 시만은 예외였다. 물론 운율이 절구(絶 句)나 당시(唐詩)처럼 맞아떨어지거나 한문의 문법을 잘 지킨 것 은 아니었지만, 예언서라는 것은 원래 해독하고 보면 단어의 나 열 같은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大水積家 以火終

큰물이 집을 쌓고 불로서 끝난다

見綠碑 北西走

녹비(碑)를 보고 북으로 서로 달릴 것이고

藏眞來出 四大客忘

장차 드러날 진실을 감추고 네 명의 큰 손님은 세상에서 잊히리라

‘세상에서 잊히리라…………. 잊히리라………………’

호흡을 조절하기는 했지만 준후의 가슴은 여전히 방망이질 치 듯 두근거리고 있었다. 준후는 다시 한번 길가에서 해동감을 펴들고 자신의 해석이 맞는지 확인해 보았다. 틀림없었다. 물론 파자로 쓰인 해동감결』의 해석이 쉬운 것만은 아니어서 얼마든 지 틀릴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네 명의 큰 손님이 준후 자신과 박 신부, 현암, 승희를 가리키는 말임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녹비라는 말은…………….

‘가림토로 쓰인 이 부분의 세 글자는 한자 표현으로求임이 틀림없으니 이건 녹() 자가 분명해. 그리고 일어난 돌이라는 건 비석을 가리키는 것이니 비(碑) 자가 틀림없어. 아! 녹비……………. 에 메랄드는 녹색이야. 만약 이 구절에서 말한 녹비가 정말 에메랄 드 태블릿을 가리키는 거라면 ・・・・・・ . 우리는 전부……..’

준후는 맨 앞의 큰물이라는 구절도 다시 살폈다. 큰물은 바다 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물이 집을 덮는다는 것은 홍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최 교수가 하고 있는 연구도 홍수 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박 신부가 에메랄드 태블릿의 내용을 살피러 가야 한다는 것은……………. 그리고 맨 마지막의 ‘사대객망 (四)’이라는 것은 잊힌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죽는다는 의 미도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자신이나 현암, 박 신부, 승희 모두 가…………….

‘운명이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준후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두렵거나 대책 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아냐, 더 알아봐야 해. 아직은 확신할 수 없어. 여기서 말한 큰물이라는 것이 정말로 최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그 홍수를 의 미하는 것인지 알아보아야 해.’

준후는 종이 뭉치를 싸서 옆구리에 끼고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밤이고 외진 곳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었다. 달 려가는 준후의 얼굴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미처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바람에 부서져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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