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4권 16화 – 홍수 29 : 그 순간에 벌어진 일들

랜덤 이미지

퇴마록 혼세편 4권 16화 – 홍수 29 : 그 순간에 벌어진 일들


그 순간에 벌어진 일들

그 순간, 그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인도의 마을에서는 로파 무드가 누구의 부축이나 인도도 받지 않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 다. 그리고 옆에서 졸고 있던 사툼나를 막 태어난 갓난아기와 같 은 눈으로 신기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이제야 영혼을 얻은 정 신은 갓난아기나 다를 바가 없었다.

히말라야 높은 산맥의 어느 산자락에서 바바지라 불리는 한 성자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조화대로 되었다는 듯 평안한 미소를 지었다.

비슈누는 마치야 아바타라로 변해 세상의 대홍수를 막았다. 그리고 지금은 라가라쟈를 아바타라로 변하게 하여 또 한 번 홍 수를 막았다. 또 다른 위기와 구원에서 이루어진 순환의 한 고비 가 막 지났다는 것을, 또 다른 조화와 질서가 바로잡혀 간다는 것을 바바지는 느낌으로 알았다.

그러고 나자 그 성자는 눈을 감으며 미소를 거두고 한 줄기 눈 물을 흘렸다. 세상 사람들이 연상하는 것과 달리, 그 성자는 여 인이었다.

그녀는 이제 사라져 버린 마스터를 위해 묵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악의 유혹에 빠져 타락한 마스터일지라도, 그는 끝까지 여인의 눈물은 꺼렸는데, 자신이 배신한 스승 바바지의 눈물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타락한 마스터에게 남아 있던 마 지막 한 줄기의 양심일지도 몰랐다. 성자는 자신조차 구원하지 못한 마스터의 영혼이 이 양심 한 줄기로 인해 구원받기를 진심 으로 바랐다.

증세가 악화되어 급히 본국으로 수송된 도구르는 공항까지 마 중 나온 부인과 아들의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았다. 그 옆에서 담 당의사는 극도로 악화된 간 질환이라고 병명이 기록된 도구르의 차트에 사망 시각을 적어 넣었다.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도구르의 얼굴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평안함이 넘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황달지 교수가 기적적으로 소생하였다. 뇌파가 비 로소 본래의 궤도를 잡자 의사들은 황 교수의 놀라운 회복에 기 쁨을 감추지 못했다.

북경의 한 길모퉁이에 있는 화씨 약재상에서는 화중명 노인이 한 장의 약방문을 써서 봉투에 넣어 봉하고 있었다. 화중명 노인 은 자신의 결정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잘 알 수 없었지만 그 의 로운 청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신이 옳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


티베트의 포탈라궁에서 쉬고 있던 연희는 아롱거리는 염체들 이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춤을 추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 모 습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어떤 남자를 연상하 게 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순간에 그려 주었던 빛의 파노라마 가 눈앞에 그려졌다. 연희는 오랜만에 행복한 기분에 잠길 수 있 었다.

아프리카 도곤족 부락. 그들의 성지이자 역대 추장들의 묘지인 산중턱 깊은 동굴에서 한 추장 앞에 놓여 있던 꺼진 등불이 빛을 내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드라큘라 공의 성이 먼발치로 보이는 트란실바니아 왈라키아 의 한 마을에 돌연 안개가 끼었다. 그러나 어느 작은 은빛 물체 가 안개 속을 뚫고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다만 백치 상태로 있는 한 소녀가 어떤 여자의 모습 을 꿈에서 보고 있었다. 그녀는 비록 얼굴의 반쪽이 흉하게 이지 러져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주 예쁜 모습이라고 소녀는 생각했 다. 그녀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아주 먼 곳으로………….


인도의 한 병원에서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성난큰곰이 묵 묵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조용히 창밖 하늘을 바라보고는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같이 입원해 있는 바이올렛의 안위를 물었다. 간호사는 증세가 좋아지고 있다고만 대답했다.


주기 선생은 의식이 점차 흐려져 가는 것을 느꼈다. 총을 몇방이나 맞고 여태껏 버틴 것이 한계였다.

‘현암놈은 수없이 맞아도 잘만 살아 있던데.’

주기 선생은 서서히 몸을 허물어뜨리며 이상한 안도의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태어나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쳐 주었던 단 한 사람인 준후가 보고 싶었다.

‘분명 잘되었을 거야. 암, 틀림없어.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이 렇게 좋은데……………. 너희들 살아 있지? 응? 그렇지?’

주기 선생은 웃으면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준후의 얼굴에 이 어 박 신부, 승희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도 싫어했던 현 암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나는 현암 그 친구를 왜 그리 싫어했을 까? 변변치 못한 나 자신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 었을까? 내가 하고자 하면서도 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조차 하 지 못했던 것들을 그 녀석은 할 수 있어서였을까? 질투했던 것일 까? 나는 정말 그 녀석을 싫어했던 것일까?

주기 선생은 몸에 감각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고통은없 었다. 편안했다. 편하고 안락한 느낌. 오랫동안 고된 일을 하다 가 집에 돌아와 쉬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기 선생이 움직임을 멈추자 멈칫거리던 요원들이 주기 선생 에게로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요원들에게 제압당해 있던 백호는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맨주먹으로 땅을 수없이 찧으며 하염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