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5화
“예. 내가 그 이루릴 세레니얼입니다. 첫 만남이 이런 민감한 시기인 점이 애석합니다만 어려울 때의 벗 한 명은 편할 때의 벗 백 명보다 낫다는 말 도 있지요. 무엇이든 내가 도울 것이 있다면 충심으로 봉사하겠습니다.”
“당신에게 바라는 건 간단해. 예언자를 죽여.”
“그는 이제 예언을 강제하는 손에서 벗어나 안전합니다.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웃거리고 있어. 솔베스를 관찰하고 있다고.”
“고국에서 그가 겪어야 했던 혹독한 경험을 잊기 위해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광물 탐사야!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그 많은 취미를 놔두고 왜 하필 지하에 관심을 두느냔 말이야! 들어봐. 예언의 힘은 사실 드 문 것이 아니야. 특히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러하지. 하등한 동물에게도 위기를 예감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 거야. 하물며 그 인간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예언자야. 그 강력한 예언의 힘이 그가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그를 충동질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면 피해망상 이라고 할 건가?”
“아니오. 충분히 합리적인 의견이라 말하겠습니다. 그가 예언에 대해 가지는 의식적인 거부감에 대해서는 나도 얼마든지 보증할 수 있지만 그의 무 의식까지 보증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자신이라 해도 그럴 수 없겠지요. 하지만, 그 말씀이 맞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 무의식 때문에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말은 꿈속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현실에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위험의 가능성에 대한 내 지적엔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이군.”
“예. 무의식적 예언이라는 것은 솔직히 생각해 보지 못한 가능성입니다. 흥미롭군요. 하지만 그것은 예언자가 광물 탐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현 상 하나만을 사례로 삼아 제기된 가설이군요. 말할 것도 없이 그 현상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이 당신 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혹이 아니라 불안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아니면 공포인가? 그래, 그건가 보군. 얼마든지 그렇게 말해! 인정해 줄 테니. 나는 무서워!” “미안합니다.”
“사과하지 마. 그게 아니야. 내가 바라는 건…
“무서워하지 말아요.”
“오, 이루릴!”
“괜찮아요. 아무 걱정 할 필요 없어요. 내가 당신을 돕겠어요. 당신의 친구가 되겠어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할 거예요. …라고 믿어요. …도 돼요. …………니까요………….”
“부탁해.”
“말해요.”
“그를 죽이지 않겠다면 어딘가에 가둬두기라도 해. 아무도 그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곳에. 3년이면 충분할 거야. 그 정도도 안 돼? 내가 모든 것을 제 공하겠어.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 기타 인간이 좋아할 만한 것이 전부 제공되는 호화로운 감옥살이를 3년만 하라는 거야. 이 정도면 관대하다 못해 분에 넘치는 제안이야.”
“가치관에 따라 선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제안인 것 같군요. 그런데 예언자에겐 거절할 권한도 있는 것인가요?”
“거절한다면 멍청이지. 그건 살해당하지 않는 대가야! 아니, 잠깐.”
“예?”
“자기를 성전 삼아 순교하는 선택 따위를 허락해선 안 되지. 다행스럽게도 나는 자기도취라는 것이 뭔지 알아. 더 다행스러운 것은 죄책감이라는 것 도 알고 있다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