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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31화


왕비가 권총을 뽑아들었습니다.

그녀는 예언자를 겨냥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총구가 엄청나게 흔들렸어요. 사실 그녀는 총을 쥐고 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죠. 그녀는 입술을 떨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나도, 하나도 사실이 아니잖아.”

“제가 말한 사건 중에 사실과 다른 것이 있습니까?”

“나는 당신을 원한 적이 없어!”

“정체를 숨긴 채 제 아이를 가지셨지요. 사람들이 그걸 알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

“저는 화가의 연인이었고 왕을 쏘려 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왕비는 방아쇠를 당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왼손의 검지가 움직였지요. 자신이 오른손잡이였는지 왼손잡이였는지도 알 수 없게 된 왕비 는 다시 방아쇠를 당길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도움을 구하듯 시선을 이리저리 보냈죠. 그녀의 시선이 왕지네에게 향했습니다.

“너, 너 저 남자가 좋아서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니잖아! 내가 강제로 데려왔던 거잖아!”

왕지네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언자는 쓰게 웃었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겠어?”

“……나가자. 일단 여기서 나가.”

“먼저 가. 나는 내 여자를 챙겨야 해서.”

예언자는 왕비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때 왕비가 방아쇠를 당겼어요.

총성은 요란했지만 탄환은 엄청나게 빗나갔습니다. 예언자는 파리 한 마리가 옆으로 지나간 것처럼 태연했어요. 그는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지요. 왕 비가 악을 썼습니다.

“가! 오지 마!”

“그러지 마세요.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어요.”

“알아! 나는……”

왕이라고 대답하려던 왕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어떤 왕인지 말할 수 없었거든요. 게다가 더 고약한 것은 어떤 왕이든 그 왕은 죽은 왕임 이 분명하다는 거죠.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왕비는 넋이 빠진 채 예언자를 쳐다보았습니다. 예언자는 그녀의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미소를 지었 어요.

“당신은 저를 원합니다. 가장 오래 분 바람이 되어버린 저 엘프를 보세요. 그녀의 품엔 당신의 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있습니다.”

“아냐, 아냐. 그건 내가 왕을 위해……

“어떤 왕이오?”

항상 그 지점이군요. 계속 그렇군요. 왕비는 왕을 말하고 싶었지만 왕을 말할 때마다 막다른 곳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었기에 왕비는 오른손 은커녕 그녀의 온몸으로도 예언자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왕의 여자였기 때문이죠.

예언자가 한 손으로 라이플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는 그것을 내뻗었습니다. 그를 겨냥하고 있는 권총 위로 뻗어간 라이플은 왕비의 미간에 닿았습니 다. 왕비는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총신 너머로 왕비의 눈을 보며 예언자가 말했습니다.

“화가가 돼.”

왕비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흘러나왔습니다. 왕비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예언자를 쏘아보았어요. 예언자가 단어를 흘리 듯 말했습니다.

“넌 나의 화가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너의 왕은 쪼개져서 죽었어. 그는 더 이상 단수가 아니지. 그래서 넌 왕을 잃었어. 넌 내게 와야 해.”

왕비의 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왕비는 몇 번이나 말을 하려 했지만 그것은 구역질 비슷한 것이 되었지요. 예언자가 선고하듯 말했습니다.

“너는 모든 미래에서부터 ‘오늘까지 나를 사랑해야 해.”

왕비의 호흡이 멎었습니다.

왕비는 어깨를 늘어뜨렸습니다. 그녀의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지요. 왕비는 춤을 추듯 가볍게 손을 들어올렸습니다. 리볼버 총구가 왕비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었지요. 왕비는 간지러운 듯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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