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검 – 152화 : 파천의 생략된 시간
파천의 생략된 시간
“무거움은 아래로 내려앉고 가벼움은 위로 떠오른다. 완전한 분리가 이루어지면 가운데는 밀도가 낮아진다. 그곳이 우리의 자리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에게 지혜를 주어라. 신을 판단하게 하라. 인간들을 타락케 하라. 그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또 하나가 화답했다.
“우리에게 향한 관심을 돌려놓아야 한다. 신은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생각과 행위를 감찰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설 자리가 없어진다. 힘을 합해야 한다. 더 이상 반목하지 말고 더 이상 주도권을 다투지 말고 합심하여 신에 대항하자.:
탄식의 소리도 있었다.
“지존의 의지가 이리도 허무했던가? 극복했다 여겼는데 그 모든 게 겨우 신의 무관심, 그 한 자락을 간신히 밟고 있었던 것이었나? 살고자, 신의 징벌을 우리에게 거두고자 기껏 이런 협잡이나 벌여서 연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소리 마라. 메타트론이 천사들을 이끌고 당도하기 전에 지혜의 빛을 그들에게로 가져가라. 누가 할 것인가? 이 일을 누가 도모할 것인가?”
나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서야 한다. 지금 저들은 은연중 날 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하겠다. 아름다운 피조물인 용을 일깨우고 첫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겠다. 장차 그들 중에서 신을 대신할 왕이 나오게 할 것이다. 모든 존재들을 다스릴 위대한 왕을 그들 중에서 태어나게 하겠다.”
모두가 나에게 환호했다. 그들은 저마다 가진 능력 중의 일부를 내게 주었다. 더욱 강력해진 힘을 바탕으로 나는 차원을 열었다. 우리 모두의 눈에 어둠이 갈라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찢어진 어둠의 장막의 한 손에 잡을 잡고 나는 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나를 기억하라. 그대들은 영원토록 나를 기억해야 한다. 그대들을 대신해 난 소멸의 길을 택한다. 신의 저주가 내게만 있을 것이다. 장차 빛의 세상에 혼란이 왔을 때 그대들은 신에게서 그 모든 영광을 훔쳐야 한다. 그리고 영원토록 나를 숭배해야 하리라. 그것만이 내 희생에 대한 대가다.”
모두는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장막이 닫히기 전에 떠나야 했다. 차원계를 벗어났다.
제일 먼저 용을 찾았다. 용은 천사들과 함께 있었다. 천사들은 인간들과 함께 있었다. 그곳에 어둠은 없었다.
이곳은 빛의 세상이다. 어둠에 익숙한 내게 빛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저들이 부러운가?
나는 저들이 얼굴에 떠올리고 있는 표정을 이해할 수 없다. 아무런 근심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생각을 떨쳐냈다. 인간들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용과 천사들과 생물들 중에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의 선한 의지는 단연 모든 존재를 압도하고 있었다.
천사들은 인간들을 시중들고 있었다. 생물들은 인간들 주위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용은 인간들을 사랑하는 듯 보였다. 저들을 분리시켜야 한다. 신을 닮은 인간에게서 신을 떼어놓아야 한다.
난 용에게로 접근했다. 내 접근을 특별하게 주시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자신들 중 하나로 여기는 건가? 미련하고 약한 존재들.
한 사람이 내게로 왔다. 날 바라보는 눈빛에 기이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저 눈빛에 내 몸이 마비되는 듯하다. 그가 말했다.
“방금 저쪽에서 오신 게 맞나요?”
사람은 내 귀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저쪽은 갈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갈 수 있었죠?”
그래 바로 이거다. 저 호기심이면 난 이들을 유혹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옛용이 우선이다. 나는 그를 적당히 따돌렸다. 대신 한마디 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저 너머에 기이한 생명이 있다. 감춰둔 생명은 존재를 완전케 한다. 그것이면 가장 완벽한 지혜와 아름다움과 강함을 소유할 수 있게 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뜻이죠?”
좀더 강한 충격이 필요했다.
“신보다 더 월등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신? 신이라뇨? 그게 뭐죠?”
난 말을 할 수 없었다. 충격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어지럽다. 지금 저 자가 무라고 지껄여댄 거지? 설마…… 신을 모른단 말인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신……을 모르느냐?”
“네.”
“너희를 창조한 신을 모른단 말이냐? 너는 왜 나를 속이려 드느냐? 네가 어찌 신을 모른단 말이냐?”
그는 흠짓 하며 뒤로 물러섰다.
몇 명의 인간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들 중에 용도 보였다. 한 사람이 놀라서 굳어버린 자를 이끌고 사라진다. 다른 이가 말했다.
“그대는…… 우리와 다른 존재군요.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우리와 함께 이곳에서 살아가길 원한다면…… 내 손을 잡으세요. 당신을 환영합니다.”
제길, 저런 표정이라니. 난 비참했다. 난 그들과 눈길을 마주칠 수 없었다. 주시하는 시선이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선택은 그대가 하는 것. 강요하지는 않겠어요.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우리 중 하나에게 말해주시면 됩니다.”
그들은 돌아섰다. 내게서 돌아섰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그때 조금 전 말했던 이의 음성이 내 마음속에서 울려 나왔다.
“신이 뭐죠? 그 말을 하는 당신의 마음을 읽었어요. 그런 감정의 격렬함은 처음 겪어보는 것이죠. 그대는 참…… 특별한 사람 같군요.”
더 이상 인간들은 내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름다운 낙원에 살면서 그 모든 걸 자신들에게 허락한, 조성해준 이를 모르다니. 신을 모른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신을 알고 있는 당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군요. 인간이 신을 알고 있다니 그대는 아마도…… 다른 차원에서 왔겠군요.”
난 고개를 들었다. 신을 알고 있다. 누군가?
용이었다. 난 그제야 어찌된 일인지를 알 수 있었다. 용은 말했다.
“저들은 완전자들. 신에게서 분리되지 않았으니 신을 모른답니다. 자신과 구별된 존재로 여기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요. 그대는 왜 이곳으로 왔나요?”
“널 만나러 왔다.”
“날?”
“그래. 널 만나러 이곳까지 왔다. 신의 주시를 무릅쓰고 널 만나러 왔다.”
“왜죠?”
“네가 모르는 것들을 말해주기 위해서. 네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네게 없는 지혜를 주기 위해서…… 내가 온 것이다.”
“왜 그래야 하죠? 모르는 것을 알면,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면, 그런 지혜가 생기면…… 뭐가 달라지나요?”
“물론 달라지지.”
용은 이미 내게로 향한 관심을 거두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난 이놈의 눈빛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인간과 친밀한 용을 통해서 내 모든 의도를 이루고야 말리라.
더 이상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흔들림은 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뭐가 말인가요?”
난 용을 한적한 곳으로 이끌었다. 난 그와 동행하며 그를 가르쳤다. 그의 의문에 충실하게 답해주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모든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어떤 결과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인이 있는 법이다. 너와 천사들과 인간이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은 신이 너희를 창조했기 때문이 아니더냐! 원인을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최초의 원인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금부터 내가 보여주는 것들은 그런 네 의문에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용에게 다른 차원계들을 보여주었다. 용도 천사도 인간도 만들어지기 전에 신에 의해서 창조되었던 수많은 차원들을 보여주었다.
그곳은 이곳처럼 아름답지 않다. 이곳처럼 모든 것이 완벽해 전혀 부족함을 모르는 이상적인 곳이 못 된다.
용의 표정이 점차 흥분되어 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완전하다고 생각해 왔던 신의 실패작들. 신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용이 자각해야 한다.
“언젠가 또 다른 차원, 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더욱 완벽한 차원이 만들어지면 이곳은 네가 보았던 곳들과 다름없이 버려지게 된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최초의 동의였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너의 인간보다 우월한가? 천사들은 인간보다 우월한가? 신의 관심이 너로부터 시작되었느냐, 아니면 인간들을 위해 너희들을 창조한 것이냐?”
“우리는…… 인간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섬기고…… 그들을 자유롭게 합니다.”
“흥, 자유라고?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지. 어쨌든 너희 존재 의미는 인간들에 기대어 있다. 인간들에게서 신의 관심이 멀어지면 너와 이 세계는 어찌 될까?”
“버려……지게 되겠죠.”
용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 감정이야말로 네 자유를 보장해주는 최초의 감정이지.
두려움. 우리 또한 아직까지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 두려움이야말로 신을 인식하게 하는 족쇄다. 하지만 신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두려움의 감정을 직시해야만 한다.
“자, 이번엔 이것을 보아라.”
난 용에게 우리들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유의지에 대해 말했다.
“너희들은, 심지어 인간들마저도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엇엔가 기대고 의존하고 있다. 너희들은 불완전하다. 완전해지고 싶지 않은가? 그 무엇에도 구속됨 없이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고 네 스스로 존재하고 싶지 않은가?
신이 관심이 네게 있든 없든 그가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그의 의지에 상관없이 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존재하고 싶지 않은 건가? 진정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싶지 않은 건가? 될 수만 있다면 넌…… 신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섬기지 않아도 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너희는 인간들보다 더 자유롭다. 너희에게 허용된 자유의지의 폭이 그만큼 더 넓기 때문이지. 그래서 저들에게는 없는 두려움이 너에게는 있는 것이다.
저 천사들을 보라. 저들이 진정으로 저런 삶을 원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왜 모든 게 애초부터 정해져 있어야 하나, 왜 모든 질서가 신의 의지 여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나. 생각해본 적이 있나?”
“아뇨. 단 한 번도. 방금…… 신이 될 수도…… 있다고 했나요?”
“그렇다. 자유의지를 회복하면 넌 신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 삶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솔직히 난 아직까지도 그렇게 믿고 있다. 물론 완전한 확신에 이르기까지는 더 많은 걸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너희들의 반역이 필요하다.
신의 완전성이 훼손되지 않고서는 신과의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신의 약속. 그것이 필요하다. 너희에 대한 믿음이 깨어져야만 그것을 획득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보장. 결과가 생겨나기 전까지 우리를 벌하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존재를 인정해주겠다는 약속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기나요?”
“스스로 존재하는 의문이 없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 바로…… 신이 되는 것이다.”
“당신은 그러한가요?”
용의 흥분은 점차 강렬해지고 있었다. 내게까지 그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아직은 그렇지 않다. 그 길을 향해서 가고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지를…… 신이 허용하셨나요? 어찌…… 그럴 수 있죠? 당신들 같은 이들이 어찌…… 존재할 수 있었죠?”
“그와 우리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 그가 조금 더 우리보다 월등 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신이 우리를 벌하지 못하는 건 그 행위가 스스로의 완전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를 인정해야만 한다.”
“으음.”
“어찌하겠는가?”
“그…… 방법은 뭐죠? 지혜를, 완전한 지혜를 얻는 방법이 뭐죠? 당신과 가탕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그건 매우 간단하다. 신은 이 세계를 조성하며 모든 상반된 가능성을 동시에 존재케 했다. 단지 너희에게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을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감춰두었을 뿐이다. 생명수를 아느냐?”
“네.”
“생명나무를 아느냐?”
“네.”
“생명나무에 무엇이 있는 줄 아느냐?”
“생명나무엔…… 생명의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생명의 열매! 신은 그것을 너희가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지기켰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유일하게 금지된 것이 바로…… 그 열매입니다.”
“인간은 그런 사실을 아느냐?”
“모릅니다. 단지 그들의 성정이 기본적으로 신에게서 비롯되었기에 신의 금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도 신은 천사들을 시켜 뜰 주변을 지키게 했습니다.
인간들이 그 곳에 이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 그것을 따먹어라. 그리고 너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을 모아 함께 나눠라.”
“생명나무의 생명열매가 그런 지혜를 주나요?”
“아니다. 그것이 유일하게 신이 금지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네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지.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로부터 넌 모든 사물과 현상과 의지와 생명을 판단하고 선택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자유의지다. 서로 상반된 상태를 구별하고 구분하는 지혜가 생겨난다. 그것으로 넌 근원적인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네 자유로운 판단으로. 그것이 신이 되는 길이다. 지금까지는 신을 판단 할 자유가 너희에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부터 신도 너희의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모든 걸 저울질하고 의심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라. 그 행위가 신의 입장에서는 악이겠지만 너희에게는 유일한 선이다. 모든 존재 형태가 상대적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고 네 의식 속에서 절대라는 의미는 사라진다.
신의 권위도 사라지고 네게로 향한 신의 속박도 벗어날 수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신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네게 줄 수 있는 내 유일한 선물이다.“
“신을 의심하란 말인가요? 신의 순수성을, 절대성을 의심하란 말인가요? 그는 우리를 존재케 한 창조주이거늘…… 어찌.”
나는 인간들을 가리켰다.
“저들을 보아라. 너희보다 뛰어나냐? 너희보다 아름답나? 너희보다 지혜로운가? 아니면 더 완전에 가까운가? 저들은 신의 존재도 모른다. 그저 신의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아름다운 조형물과 다름없다. 저들이 가진 생명이라는 의미가 무슨 가치가 있겠나. 너는 저들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모두가 널 칭송하게 될 것이다. 그 영광된 자리를 포기하는 것도, 용기를 내 최초의 선구자가 되는 것도 모두 네 선택. 강요 할 일은 아니지. 난 신과 같지는 않으니까.
아무도 널 탓하지 않는다. 네게 그런 자유의지가 있음을 넌…… 날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그렇지 않은가?”
“네, 그건 분명합니다.”
“그럼 행동하라. 네 선택이 모두를 살릴 것이다.”
난 더 이상 그를 종요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 예상대로 용은 이후로부터 무리 중에서 벗어나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간과 천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연민이 가득 했고 때때로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내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그런 때면 난 부드럽게 그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쯤부터 나는 나를 향한 신의 주시를 느낄 수 있었다. 난 태연함을 가장해야만 했다. 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모습이 그의 미래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모습이 그의 미래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모습이 그의 미래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난 신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때 내게 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희들만으로 부족해 저들마저 내게서 빼앗아 가려 하는가?”
“당신의 전능으로 막을 참이오?”
“네 할 일을 하라. 네 계획은 네게서 나온 듯하나 그것 또한 내 의지의 일부분. 어찌 강제할 수 있으리오 . 후에 알게 되리라. 오늘의 참음이 너희들을 향한 내 선한 의지의 표현이었음을.”
신은 그 이후로 내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난 용을 좀더 먼 곳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천사들 중 가장 강하고 뛰어난 메타트론을 만났다. 그는 홀로 진 두려움을 나누려 했다. 그야말로 적임자였던 것이다.
용의 선택은 옳았다. 둘은 생명나무에 접근했다 생명의 뜰을 지키는 천사들마저 그들의 의지를 받아들인다. 이건 기대 밖의 성과였으며 너무나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천사들은 인간들을 시기하고 있었다. 그 감정이 작용해준 덕분이었다.
메타트론과 용이 주동이 되어 그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생명마무에 가까이 가 결국엔 생명열매를 땄다. 손 안에 든 열매를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삼켰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용과 메타트론을 좀더 강력한 지도자로 만들어 나갔다.
그들에게서 두 생명이 탄생했다. 난 위기를 느꼈다. 저들이 우리와 같아지려 하는구나. 저들의 능력이 우리처럼 되겠구나. 그렇지만 이제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메타트론은 그제야 날 무리 중에서 구분해 내었다.
그가 내게로 왔다. 처음엔 경계하는 듯했다. 그들은 아직은 신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날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경계하는 빛이 역역했다.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대는 나보다 강하구려.”
그의 관심은 지극히 저급했다. 그를 이용 할 수단이 생긴 것이다.
“더 강해지고 싶은가?”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소. 안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후엔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될 테니.”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내게 온 이유가 무엇이냐?”
“더 이상 당신의 뜻으로 용을 휘두르지 마시오. 이건 경고요. 우리에게 접근한 이유를 알고 있소. 우리가 신에게 반역해 주기를 바라겠지. 그렇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럼 너희는 끝내 인간을 섬기며 살겠단 말이로군. 하긴…… 열등한 존재가 우월한 존재를 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지.”
“인간이 우리보다 우월하다 믿소?”
“그럼 아니가?”
‘아니오.’
“그렇다면 용기가 없는 것이로군.”
“그것도 아니오. 아직은 신을 극복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오. 반역은 한 번이면 족하기 때문이지. 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난 현재의 위치에 만족할 수밖에 없소, 내가 영원의 시간을 통해 내 힘을 키운다 해도 신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소.”
“왜 그렇게 부정적이지?”
“진정 몰라서 묻는 것이오? 하하하하, 날 속이려 하지 마시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소.’
“무엇을 말인가?”
“피조물이 창조주를 이길 수는 없소. 나와 용은 루시퍼와 그레고스를 잉태시켰소. 그리고 우리 중에 하나가 되게 했소. 하나는 천사 중 월등한 존재로, 하나는 인간 중 월등한 존재로.
하지만 둘은 실패작이오. 그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레고스가 지혜로 용을 능가하지 못하고 루시퍼가 힘으로 날 넘어설 수 없음을 깨달았소. 이 같은 이치요.”
“그럼 너희가 가진 지혜가 아무런 소용이 없겠구나.”
“아니, 그렇지는 않소.”
용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었다. 그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난 그에게서 빛을 볼 수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성질의 지혜를 그는 가지고 있었다. 용이 말했다.
“난 그대들에게 관심을 느꼈고 연구를 했소. 그대들의 존재 형태가 가장 흥미롭더군요. 신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과 같아지려는 그대들의 행위를 신은 묵인하고 인정해 주고 있어요.
내 결론은 바로 그것이죠. 신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신에게서 벗어날 수 는 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우리는 당신들과 같아질 것이오.”
“어떻게 말이냐? 신이 허용할 것 같은가? 너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너희의 반역의지는 신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고, 그 순간 너희는 허무하게 소멸된다.”
“역시 당신은 그 모든 걸 알고서도 우리를 선동했군요. 그렇소. 당신의 말대로요. 당신들은 우리를 이용해 얻을 것이 있고 우리는 그런 당신들을 이용해 또한 얻을 게 있을 테지요.”
“내 도움을 바라는 것이냐?”
“그러고자 우리에게로 온 것아 아니었소?”
메타트론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저들이 지닌 한계를 극복해 낼 방안이 내게는 있었다. 그리고 그리 되어야만 우리 또한 신의 징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용의 열정은 메타트론과는 달라 보였다. 굳이 메타트론과 구분하자면 하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였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을 위해서였다.
하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고, 하나는 시기하고 질투했다. 하나는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고, 하나는 지배하고 싶어 했다. 그럼에도 공통점도 있었다. 둘 다 그로서 무언가를 증명해 보이려 한다. 그것도 신에게. 그 점에서 둘은 우리와는 달랐다.
“말해주세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용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그는 어느 정도 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메타트론은 어림도 없었다. 동기가 갈라서일 것이다.
용은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메타트론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난 망설였다. 좀더 먼 미래의 시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오늘의 결과가 우리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먼저 알아야만 했다.
생명의 뜰 위, 여래장에서 인과의 사슬을 짚어 나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그 동안 루시퍼와 그레고스는 동류의 무리들 중에서 좀더 특별한 존재로 주시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메티트론과 용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천사들과 사람들과는 동일하지 않았다. 그레고스는 용의 선한 의지가 영향을 끼쳤고, 루시퍼는 메타트론의 악한 의지가 만들어냈다. 둘은 형제였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난 결정했다. 고백하건데 난 신이 아니다. 내가 짚어낼 수 있는 미래에도 한계가 있었다. 말해주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걸 둘은 쉽게 짐작하는 듯했다.
둘은 이제 우리들과 같아진 게 분명했다. 두려운 일이다. 특히 메타트론 강력함은 용의 지혜와는 달리 날 위협할 정도였다. 난 말했다.
“신의 관심은 우리도 아니고 너희들도 아니다. 오직 인간. 그들에게만 신의 관심이 머물러 있다. 너희의 반역은 즉각적으로 신의 징벌을 면할 수 없다. 허나 그대들과 인간이 함께라면…… 그 징벌을 면할 수 있다. 신의 성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너희의 생각은 아직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너희에게 아직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신은 잠잠하다. 너희만의 반역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인간을 타락시켜라.
그들을 신에게서 분리시켜라. 신을 인식시키고 판단케 하라. 신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시켜라.”
“그렇게 하면 우리가 무사할 수 있단 말이오? 이해할 수 없는 말이군.”
메타트론은 그렇게 말했지만 용은 이해하는 듯싶었다. 그는 지혜에 충만한 눈빛을 들어 날 뚫어지게 주시했다.
“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언젠가는 난 그대들을 ……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그대들을 벌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먼 훗날 반드시 오늘의 대가를 받게 할 것입니다.”
난 용의 결심을 대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용은 내 포로다. 그는 알고 있었다. 선택할 의지가 자신의 것이라면 거부할 의지 역시 자신 안에 있다.
그가 알 탓할 자격은 없다. 내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신에 대한 신뢰가 더 굳건했다면 내 유혹에 넘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메타트론이 답답해했다. 난 상세하게 내 계획을 설명했다.
“신은 너희들의 반역만이라면 소멸로 끝내겠지만 인간과 함께라면 그럴 수 없다. 신은인간을 사랑한다. 자신의 형상을 가장 많이 닮은, 아니 서로를 구분할 수 없는 존재, 그들에 대한사랑은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분명 신은 인간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다. 그건 너희에게도 마찬가지. 공의로운 신이 차별적으로 징계함은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타락케 한 너희들의 죄가 가벼워질 수는 없는 법. 단지 징계의 시기가 늦춰지는 것뿐이지.
타락한 인간은 신에게서 분리된 순간 이 우주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가 된다. 그들이 다시 완전성을 회복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 . 그들 모두가 완전성을 회복할 때까지 신은 기다릴 수밖에 없고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때가 너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다.
그 주어진 시간 내에 그대들은 나약해진 인간들을, 신과 단절된 인간들을 너희에게 종속시켜야 한다.
만약, 만약 너희가 그 일을 이루어낼 수만 있다면 너희는 영원히 신의 징벌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신은 너희에게 대가를 집ㄹ하고서라도 인간들을 회복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신은 인간들을 믿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야말로 신에 가장 가까운…… 인정하기는 싫지만 신의 형상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메타트론은 곧장 반박했다.
“믿을 수 없소. 인간은 신에 의해 그렇게 규정되었을 뿐.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저들은 결코 완전해질 수 없소. 나보다 월등하다는 걸 결코…… 인정할 수 없소.”
“그럴 테지. 그런 네 생각이 널 힘들게 할 것이다. 넌 인간들이나 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과 싸우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네 의지와.
모든 게 명백하게 가려질 때까지 넌 싸움을 중단할 수 없다. 그것이 네게 내려진 형벌이다. 또 다른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넌 하나가 될 때까지 방황하게 될 것이다.”
난 그 말을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의지에 반해 또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그레고스에게였다.
“너는 영원토록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며 괴로워하게 되리라. 하지만 너의 선한 동기와 의지로 마지막 기회마저 거두지는 않겠다.
지금 그렇듯이 선택은 너의 것. 명심하라. 너로 인해 비롯된 일이니 너에게서 마칠 것이다.”
난 그제야 알게 되었다. 신이 나의 입을 빌려 예언하고 있음을. 난 두려웠다. 신은 지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난 순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걸 자각했다.
“신은 우리와 계약을 했다.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담보로 해서. 이건 서로의 신념을 증명하는 것. 그때까지 나와 그대들은 신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메타트론과 용은 침묵했다. 둘은 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그 때 신의 결정이 내게로 전해졌다.
그는 날 어딘 가로 이끌어 들였다. 난 그를 볼 수 없었지만 그는 날 낱낱이 파악하고 있을게 틀림없었다. 그는 내게 보여주었다.
“자, 보아라. 네가 뿌린 씨앗이 어떻게 싹을 틔어 어떻게 자라는가를. 너는 나와 함께 지켜보아야 한다. 그 열매가 얼마나 쓴지 너는 맛보게 될 것이다.”
“날 보내주지 않을 생각이군요.”
“내가 왜 너희들을 지금까지 내버려두었는지 아는가?”
“모르오. 사실……무척이나 궁금해 했었지요.”
“넌 말했다. 내 성정이 스스로 제한받고 있다고. 맞다. 너희에게도 기회는 공평한 것. 내 사랑은 너희에게도 향해 있다. 너희가 겪고 있는 두려움이 너희에게는 형벌이 된다. 그것으로 족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 믿었다. 지금까지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너희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보지만 내게는 동시적인 것. 너희에게는 영원한 것이 내게는 순간과도 같다. 내게서 난 것이 내게로 돌아옴은 당연하다.
저들 사람들을 보라. 얼마나 순수하고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난 저들을 통해 모든 피조물에게 내 사랑을 증명할 것이다. 저들은 잠시 방황하고 잠시 흩어지겠으나 결국엔 하나로 모일 것이다.
난 저들과 함께 하겠다. 저들과 함께 고통 받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고난을 받겠다. 저들 중에 내가 함께 있겠다.”
난 화가 났다. 난 참을 수 없었다.
“왜 당신은……저들만 편애하십니까? 왜 차별을 두어 이런 어려움을 자처하는 겁니까? 당신은 왜 우리와 천사들과 인간을 차별하시는 겁니까? 당신은 왜 우리와 천사들을 차별하시는 겁니까? 당신의 사랑이 유독 인간에게만 머물러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들만이 날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 말하지 않았더냐, 나를 닮아 있다고. 저들은 날 따로 구별하지 않는다. 저들과 나는 같기 때문이지. 내 안에 저들이 있고 저들 안에 내가 있다.
너희들 역시 사람이다. 너희 안에도 내가 있다. 그런데 너희는 저들과 같지 않았다. 가까이하면 구속한다 하고 멀리하면 버렸다고 말했다. 끝내 내게서 벗어나길 원했다.
날 의심하기 시작한 너희들을 곁에 둘 수는 없었다. 이제 저들도 날 구분하고 날 두려워하게 되겠지. 그러나 끝내 모든 걸 회복할 것이다. 그때까지 넌 나와 함께 저들을 살피자. 저들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어떻게 타락해 가는지, 어떻게 다시 극복해내는지, 어떻게 다시 회복해 가는지를 살펴보자.
그때가 되면 내가 왜 저들을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리라.”
“설사 당신의 뜻대로 저들 모두가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그것 역시 당신의 개입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너도 오해하는구나. 난 저들을 창조한 당시에 모든 걸 다 주었다. 저들에 대한 계획은 당시에 모두 완성되었다. 모두가 회복하게 되는 것은 저들이 내 형상을 본 따 지음 받았기 때문.
난 침묵할 것이다. 먼저와 나중의 순차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 더 많이 더러워지면 씻어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일 터.”
“저들 스스로 완전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과 분리되는 순간 저들은 이 우주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들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아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한번, 단 한 번 나도 저들 중의 하나로 존재케 해 주십시오.”
“네가 원하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네 선택이 장차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후에 알게 되리라.
이후 나는 인간들의 타락을 지켜보았다. 메타트론과 루시퍼가 반역을 일으켜 천궁의 천사들에게 쫓겨나는 것도, 용이 깊은 샘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와 동류였던 자들이 인간들에게 어떻게 개입하는지도 보았다. 난 점차 자신을 잃어 갔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무엇에도 확신하지 못하게 되었다.
신은 나와 함께 했지만 난 그를 느낄 수 없었다. 신의 말대로 인간들은 하나, 둘씩 완전을 회복해 갔다. 메타트론은 그 사실을 부정했다. 용은 후회했다. 나의 동류들은 초조해했다.
그때 신이 메타트론을 불렀다. 신을 다시 대면한 메타트론은 두려움보다는 원망이 더 앞서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었느냐는 원망이었다. 내게 했던 신의 말이 떠올랐다.
메타트론의 저 모습은 예전의 내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메타트론은 발악적으로 외쳤다.
“당신이 사랑하는 인간들을 모두 소멸시켜 버릴 것입니다. 그들이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항시 지옥문을 열어두겠습니다.”
그러자 신은 말했다.
“네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 네 스스로 했던 말들은 아직도 내 곁을 맴도는데 넌 벌써 포기한 것이냐?”
메타트론은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는 완전자가 나오는 것이 신의 특별한 혜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인간이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신의 의지를 따르게 되면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애원했다. 신은 그도 허락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나도 드디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메타트론도 기회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