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16화 : 고귀하신 분의 부하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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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38권 16화 : 고귀하신 분의 부하 – 3


고귀하신 분의 부하 – 3

잠시 망설이던 올란도는 결심했다. 저들을 회유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 하지만 이번 일의 흑막에 실버 드래곤이 도사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나?”

링카 성 술집에서 사람들이 떠들어 대던 소문을 떠올리던 월터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알카사스 쪽의 추측이 사실이었단 말입니까?”

“물론이네. 실버 드래곤이 왜 언데드를 부리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주인님의 추측으로는 그렇다고 하더군.”

“주, 주인님・・・・・・ 이라고요?”

월터 일행은 모두들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일국의 근위 기사단장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강자가 주인님이라고 칭할만한 존재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문제다.

잠시 고민하던 월터가 모두를 대표하여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위대하신 분을 섬기고 계십니까?”

“내 처음부터 말했지 않나. 고귀하신 분을 섬기고 있다고 말이야. 참, 말조심하게.”

그러면서 올란도는 조심스런 손짓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분과 연결된 마도구라네. 이쪽의 정보가 얼마나 전해지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네. 하지만 그분의 역정을 사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 거라 믿네.”

올란도의 협박은 곧바로 먹혀들었다. 모두들 바짝 얼어붙은 표정들이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월터가 입을 열었다.

“혹시 그분의 존명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안에 따르려면 본국에 허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드래곤의 이름을 사칭하기는 의외로 힘들다. 웬만한 국가들은 자신의 영토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드래곤에 대한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 없이 숨어 지내는 드래곤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존재의 경우, 평소 뇌물을 바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드래곤에게

물어보면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드래곤 전체의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혹시, 아르티엔이라는 드래곤을 아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대충 답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모시고 있는 분은 골드 드래곤이신 아르티어스 님이시네.”

“예에~?”

“어?”

드래곤의 이름을 들은 모두가 약간은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걸 본 올란도는 의아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드래곤의 이름을 듣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시고 있는 분이 골드 드래곤이신 아르티어스 님이 틀림없습니까?”

올란도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틀림없네.”

“지금 그분께선 어디에 계십니까?”

“미안하지만 그건 알려줄 수가 없군.”

“그렇다면 그분을 언제부터 모시게 되었습니까? 서로의 신뢰를 위해 사실대로 말씀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이곳은 위험하니까 가면서 얘기를 하시지요.”

월터 일행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올란도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용병단에 들어가 있을 때, 아르티어스와 만났을 때의 일을. 그리고 그 후 말토리오 산맥에 있는 ‘페이지’라는 작은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가, 아르티어스 밑에서 일하고 있는 엘프의 지시를 받고 이곳으로 왔다고.

지금 그는 아르티어스의 지시에 따라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괴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물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왜곡한 부분이 조금, 아니 많긴 했지만…………….

하지만 월터 일행에게 있어서 그 정도만으로도 아르티어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충분했다. 사실 그들도 아르티어스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건 아니었으니까.

“아르티어스 님의 지시랍니다.”

복귀 명령이 떨어졌지만 좀 더 조사를 해보고 싶었던 월터나 다이아나는 한술 더 떠서 그렇게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아르티어스를 모시는 사내에게서 들은 게 아닌, 마치 아르티어스 본인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보고를 받은 코린트 제국과 치레아 공국은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르티어스 님의 지시가 확실합니까?』

“맞다. 그리고 우리들은 지금 그분을 모시고 있는 올란도 크론다이스 경과 함께 있다.”

『올란도 크론다이스・・・・・・ 공작?』

고개를 갸웃하는 수정구 안의 마법사를 향해 월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미센트라 왕국의 근위 기사단장이셨던 올란도 크론다이스 공작님 말일세. 그분이 가지고 계신 타이탄까지 확인했으니 틀림없네.”

한때 근위기사단장이었던 사람까지 모시고 있다고 하니 신뢰성은 한층 높아졌다. 더군다나 그가 한 얘기를 미뤄봤을 때, 레어의 위치라든지,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엘프 등등…………… 거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만약 그의 요청을 무시했을 때 뒤따를 후환까지 생각한다면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코린트 제국이 기억하고 있는 아르티어스라는 골드

드래곤은 정말 성질이 더러웠으니까.

예전에는 다크라는 불세출의 존재가 그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아르티어스를 통제할 수 없다.

과거 코린트의 수도 코린티아가 브래스 한방에 잿더미가 되었던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단장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처리해야 할 게 있어. 타이탄을 반쪽 노획했는데 말이야. 그걸 가져갈 사람을 보내줬으면 해.”

반쪽이라는 말에 상대는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반쪽이라고요?』

“그래, 반쪽. 그러니까 오너를 한 명 보내줘야겠어.”

『알겠습니다.

다이아나가 치레아 공국에 올린 보고 내용도 월터와 대동소이했다.

아르티어스가 관계되어 있다는 둘의 보고에 코린트와 크라레스 양국은 발칵 뒤집혔다.

‘페이지’라는 작은 마을에서 체류하고 있었다는 올란도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페이지라는 마을이 아르티어스의 둥지와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었으니까. 아르티어스의 무서움을 잘 아는 그들은 올란도의 요청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아르티어스 님은 아주 예민한…………, 아니 귀관의 이해를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도록 하지. 그분은 아주 성질이 더러운 드래곤이다. 본국의 옛 수도 코린티아를 브래스 한 방으로 날려버렸을 정도로 말이야. 그분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하도록 해라. 그것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귀관이 가지고 있는 화물을 회수할 사람은 곧 보내줄 테니 기다리도록.』

그게 상부에서 그들에게 전달된 지시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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