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4권 – 58화 : 이순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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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58화 : 이순신의 위기


이순신의 위기

재판이 끝나자 흑호와 태을사자, 그리고 은동은 각 기 헤어지기로했다. 은동은 삼신대모가 이끌고 중간 계로 영혼만을 빼내어 온 것이니도로 삼신대모가 돌 려 놓겠다고 했다. 태을사자와 흑호가 은동의 몸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삼신대모는 평양의 행재소 안이 라고 알려주었다.

은동은 호유화가 난동을 부릴 때에 자해한 이후 지 금까지 의식이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은동은자신이 상처를 입은 것은 알았지만, 난데없이 평양까지 가서 상감이계시 는 행재소 안에 누워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흑호는 은동이 왜 다쳤는지 궁금했지만 은동은 그냥 입을 꼭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은동은 이미 호유화 를 마음속으로부터 용서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유화 의 잘못을 구태여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태을 사자는 아까 은동의 기억을 읽어낸 바 있어서 그 연 유를 알고 있었으나 행여 은동의 마음을 건드릴까 봐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몸이 조금 다친 것 같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다시 가면 깨끗이 나아 일어날 수 있을 것 이야. 그러니 염려하지 말거라, 귀여운 녀석아. 호 호……”

삼신대모는 은동에게 말한 뒤 태을사자와 흑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면 자네들도 은동이가 있는 곳으로 갈 텐가? 여기서 생계로 갈때 자네들은 그냥 갈 수 없다네.” 

그러자 태을사자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각각 흩어져서 가야 합니다.”

“어째서?”

“지금 마계가 봉쇄되었다고는 하나 흑무유자가 무엇 인가 연락을 한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들도 왜란종결자에 대해 눈치를 챘겠지요. 그러나 왜란종 결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자는 지금까지 저와 호유화 뿐입니다. 그러니 마수들이 이 재판의 경과를 안다 면 필경 저를 주목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생계로 가서 누구 근처로 가는지 눈을 크게뜨고 지켜보고 있을 거란 말씀이지요.”

태을사자의 말에 삼신대모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 그럴 위험이 있지.”

“그러니 일단은 마수들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합니 다. 그래서 모두가 흩어져 각각 다른 장소로 가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들도 혼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흠. 좋네. 그러나 그 다음엔 어쩌려는가?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없지 않나?”

“물론 곤란하겠지요. 아마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마수들은 왜란종결자를 직접 없애는 것도 불사할지 모릅니다. 왜란종결자가 누군지 알아낸다면 말입니 다.”

“그래. 그러니 더 문제야. 자네들이 사방으로 흩어 지더라도, 마수들이 그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 면 어쩌겠나? 왜란종결자를 모르지만 자네들 주변 에 분명 왜란종결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일 세.”

그것은 좀 파격적인 방법이라 태을사자도 미처 생각 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다. 태 을사자는 좀더 깊이 생각해 보고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일단은 어쩔 수 없습니다. 비록 마계의 길 이 막힌다 해도마수들은 상당수 남아 있을지도 모릅 니다. 우리 둘이서 마수들 전체를상대하기에는 상당 히 어렵습니다. 다만 대모님이 너그럽게 대해 주셔 서 은동이의 힘을 빌어 기습을 하면 마수들을 상대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동이의 몸은 지금 평양에 있고 상처를 입은 몸이니 당장은 곤란합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어야겠지요.”

그러자 삼신대모가 말했다.

“좋네. 그런데 말이네…………. 자네는 호유화에게 이야 기를 듣지 않고서도 왜란종결자가 누군지 알아냈다 고 했지?”

“예. 짐작만 한 것입니다만..”

“그러하다면 마수들도 알아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

가? 마수들의능력을 무시하지 말게나.”

그 말을 듣자 태을사자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하다면….”

“나는 자네와 생각이 조금 다르네. 자네들은 그 왜 란종결자에게 곧바로 가보아야 할 것일세. 마수들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속아줄 리도없을 뿐더러, 설령 속는다 해도 마수들이 자네들이 흩어져 있는 사이에 힘을 집중하여 둘을 하나씩 처단한다면 어쩌겠나? 자네들은 우리들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는 법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만, 여러마수들이 몰려온다면 방법이 없을 걸세. 그렇지 않은가?”

“허나 제가 흑호나 은동까지 데리고 왜란종결자에게 곧바로 간다면그들에게 왜란종결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셈이 아니옵니까?”

“그래, 마수들도 알 테지. 그러나 자네가 재판에서 의 약속을 어긴것은 아니네. 자네 혼자 알면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고.”

조리있게 설명하는 삼신대모의 말을 듣고 태을사자 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신대모는 과연 현명했다. 만 약 마수들이 자신들이 흩어진 사이에 각개격파를 한 다면? 더구나 왜란종결자에 대해 알고 있는 자는현 재로서는 태을사자뿐이지 않은가? 태을사자만 해치 워 버린다면 재판에서의 금제에 따라 흑호나 은동은 왜란종결자가 누구인지도 알지못하게 된다. 그러니 삼신대모는 아예 왜란종결자를 태을사자로 하여금 눈에 보이게 보호하도록 하여, 흑호나 은동, 심지어 는 마수들까지 알게 한 다음 그를 집중적으로 보호하 려고 하는 것이리라. 여기까지생각하고는 태을사자 는 말했다.

“그렇다면 대모께서는 일종의 도박을 하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나는 이미 아까 이 아이 때문에 커다란 도박에 말 려 들었다네. 한번쯤 도박을 더 한다고 뭐가 어떤 가?”

“우리가 만약 마수를 감당하지 못한다면요?”

“호호호……, 나는 천기가 옳게 흘러갈 것을 믿는 존재이네. 더구나우려한다고 해보았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편하게 믿고 있어야지.”

그 말에 태을사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 자 흑호가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다.

“도대체 뭔 소리들을 하슈? 난 영 뭐가 뭔지 모르겠네. 난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유?”

그때 증성악신인이 껄껄 웃으며 흑호를 끌고 갔다.

“자네, 우두머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겐가?”

“아니. 그건 돼야 된다니까 되기는 하겠지만…….좌우간…….”

“자네는 태을사자만 따라가면 되네. 자, 오래 끌 것도 없이 지금 자네를 조선땅 금수와 정령의 우두머리로 삼아주지!”

증성악신인이 흑호를 데리고 간 사이, 잠시 염라대왕이 태을사자에게로 다가왔다.

“자네, 좀 변한 것 같은데?”

“예? 아…… 그것은…….”

염라대왕은 태을사자에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태을사자도 그 점을 깨닫고 금 방 부끄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뜻밖의 말을 했다.

“자네, 저승사자의 음신(陰身)을 지니고 양광 아래 를 다니니 힘들지않던가? 내 해줄 것은 없지만 조 금 도와줌세. 지금이라도 내려가려면활동하기가 매 우 힘들 것 아닌가?”

“예? 아…… 그것은………… 사계의 존재로는 불가능하다고…….”

돌연 염라대왕이 역정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아직도 그 가짜 이판관의 이야기만 믿는 겐 가? 물론 사계의 존재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 허나 나는 이래봬도 사계의 주인 중 하나일세! 인간이 죽는 것이 밤에만 그리 되라는 법이 없는데, 어찌 그런능력이 없겠는가!”

그러더니 삼신대모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이건 이번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대모 님. 제 부하가 일을 잘 못하니 잘하라고 하는 것일……”

그러자 삼신대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좋소, 좋소. 알아서 하시오. 아까 은동이에게 생살 여탈권(生殺與奪權)까지 주는 것을 방관하였는데 더 이상 뭘 어쩌겠소? 다만 지나치게는 하지 마시오.” 

“물론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염라대왕은 훅 하고 태을사자에게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태을사자는 전혀 변한 것 이 없는 듯싶었다. 그래 좀 의아하게 서 있자 염라 대왕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양광 때문에 걱정할 것 없네. 자 네는 이제 생계에서 마음먹기에 따라 인간의 모습 그대로 물화(物化)된 양신(陽身)으로 행동할 수 있다 네.”

“아…… 그렇습니까? 감사하옵니다!”

태을사자는 몹시 기뻤다. 사실 생계의 낮에 활동을 못 하여 겪은 고통이 그 얼마나 되었던가?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되었다! 진작에 그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 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태을사자가 양신을 진작에 가질 수 있었다면어찌 호유화를 찾으러 갈 생각을 했겠는가? 태을사자가 기뻐하자 삼신대모가 말했다. 

“그러나 조심하게. 마수들은 원래 그리 강하지 않았 는데, 자네들 같은 법력으로도 상대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들으니 괜스레 마음에 걸리는군. 그리고 인간 의 영혼을 빼내 간다는 그 방법은……”

삼신대모가 말끝을 흐리자 염라대왕이 미간을 찌푸 리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것이 아닐까요?”

“글쎄……. 더구나 염라대왕께서 확인한 바 인간의 영혼 수가 틀림이 없었다면… 그것으로 생각하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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