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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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6화



“아깐 정말 놀랐어요. 신부님의 손에 그런 단검이라니. 카밀카르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만일 어떤 신부님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 이 신도들에게 목격된다면……”

“어떻게 됩니까?”

“글쎄요. 어쩌면 유황 냄새 풍기는 이야기가 오가게 될지도 모르지요.”

율리이나와 오스발은 테리얼레이드 교회 내의 수도원 안에서 쉬고 있었다. 이 또한 다른 교회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파킨슨 신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세속인인 그들을 수도원에서 쉬도록 했다. 물론 바깥의 무법 천지보다는 수도원 내에서 공주를 보호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긴 했지 만. 율리아나의 말을 듣던 오스발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율리아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유황 냄새………… 악마 말씀이군요. 악마의 사역, 악마의 유혹.”

“물론 내가 그걸 말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너무 쉽게 그 참렬한 이름을 입에 담는군요?”

질린 얼굴로 말하는 율리아나를 보며 오스발은 빙긋 웃었다.

“용서하시길. 천한 노예는 단지 천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대악마 나리들의 관심거리는 되지 않겠지요.” 

“그럴까요?”

농담처럼 말하던 오스발은 율리아나 공주의 진지한 표정에 놀랐다.

“예?”

“그 사악한 존재가 사람이 정한 신분 차이를 인정할까요? 어쨌든 그가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그가 사람이 정한 규 칙을 따르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저는 정말이지 그 사악한 존재에 비교될 만한 사람을 봤어요.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 그자의 흉포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그가 나를 라오코 네스에게 바치려고 했던 것 기억하죠? 그때 키는 나를 오로지 객체로만 대우했어요. 내 꿈, 내 희망, 하다못해 내 신분 등 나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서는 정말 철저하게 무관심한 채 오로지 내 용모, 여성으로서의 내 용모에만 관심을 뒀어요. 게다가 그것은 남성으로서 여성에게 가질 수 있는 그런 관심도 아니었죠. 그는 드래곤에게 바칠 제물로서만 나를 평가했던 거였어요. 그렇죠?”

오스발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율리아나는 차근차근히 말했다.

“그렇게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적인 것들을 싹 무시해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이용하는 모습은 오히려 사람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 습이에요. 나는 언제든지 키 드레이번을 주여, 용서하소서 악마라고 말하겠지만 그때 나는 사악하다거나 못됐다는 의미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 을 거예요.”

“그럼 어떤 의미입니까?”

“사람이 스스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중하게 대하는, 그런 인간적인 것들에 완전히 무관심한, 인간 아닌 존재로서 악마라고 부 를 거예요.”

무겁게 말하던 율리아나는 갑자기 자신의 볼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심지어 그자는 나를 자신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요. 요렇게 이쁜 나를. 악마!”

오스발은 웃어야 되는 시점이라고 느꼈고, 동시에 뱃속으로부터 웃음이 치밀어올랐기에 시원하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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