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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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8화


다음날 아침, 파킨슨 신부는 율리아나 공주와 오스발을 예배당으로 불러 한 사나이를 소개시켜 주었다. 민첩하게 생긴 그 사나이는 먼저 율리아나 공주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휘파람을 불어젖힌 다음 씩 웃으며 말했다.

“본인은 데스필드라고 하지. 이쁜이 당신.”

율리아나는 이 호칭에 대해 뭐라고 말해 주려 했지만 그보다 앞서 파킨슨 신부가 무쇠 같은 주먹을 휘둘러 데스필드의 뒤통수를 응징했다.

“이놈! 무엄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데스필드는 자신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끙끙거리다가 말했다.

“으흑, 신부가 힘도 좋아. 제길. 아, 아닙니다. 눈꼬리 내리쇼. 본인이 자주 말하는 건데, 이 본인도 신부님 당신이 공경해야 할 신의 자녀라는 것 모 르십니까?”

“아하! 네놈이 우리 주님의 자녀라고? 악마의 사생아라면 혹 모르지.”

“어이구, 정말 신부 입 치곤 걸지기도 하다. 쳇. 어쨌든 이제 바쁜 본인을 부른 용건을 말하쇼.”

파킨슨 신부는 흉포한 눈으로 데스필드를 쏘아준 다음, 그를 싹 무시한 채 율리아나에게 말했다.

“보시기에 우리 주님의 은혜보다는 악마의 은혜를 더 많이 받은 녀석으로 보이시겠지만, 그래도 우리 주님의 손길은 이 가련한 놈을 지나치지 않으 셨지요. 사악하고 교활하고 게으르고 우둔하지만, (데스필드가 점점 더 희희낙락하는 것을 보며 오스발은 고개를 갸웃했다.) 만약 맨몸으로 사무이다크의 고원 에 던져졌을 때 살아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녀석일 겁니다. 패스파인더로는 최고급이죠. 이놈이 우리들을 다림까지 안내할 겁니다. 다 림에는 카밀카르의 상관이 있으니 그곳에 가시면 될 겁니다.”

율리아나는 다시 말할 기회를 놓쳤다. 데스필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라니? 신부님 당신도 다림으로 간다고? 테리얼레이드 교회를 비워놓고?”

“그 정도 추리를 가지고 머리가 좋다고 말해 줄 수는 없군, 그래.”

“신부님 당신 미쳤소? 신부님 당신이 여기를 비우면 교회가 어떻게 될지 짐작 못하슈? 당장 결딴날 거라고. 깡패와 도둑놈 당신들이 우르르 달려들 어와서 집기와 성물을 다 들고 나갈 거란 말이야.”

“나도 우리 주님의 은혜로 어깨 위에 머리라는 부위를 얹고 다닌다, 이놈아.”

“원 참. 본인은 이해할 수가 없군. 저 이쁜이 당신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 보지? 어허! 또 끔찍한 눈짓 한다. 알았어요, 알았어. 안 묻지. 본인은 입 닫겠습니다. 언제 출발이오?”

파킨슨 신부는 다시 데스필드를 무시한 다음 율리아나에게 말했다.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만, 괜찮습니까?”

“하지만 신부님, 저분의 말대로라면 신부님께선 이곳에 계셔야…………”

율리아나의 머뭇거리는 질문에 대해 파킨슨 신부는 너무나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제가 어제까지 하던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교회가 박살나면 다시 지으면 되죠.”

율리아나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파킨슨 신부를 보았지만 파킨슨 신부는 허허 웃을 뿐이었다. 율리아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부님.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배낭과 무기를 가져오겠습니다.”

예배당을 나서는 율리아나와 오스발의 등뒤로 데스필드의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낄낄낄. 신부님 당신, 본인을 웃겼어. 아무리 미녀라지만 신부님 당신 나이의 반도 안 될 당신에게 그렇게 다정다감하게 말하다니, 엉큼하기 짝이 없는…… 꽥!”

오스발은 누군가의 후두부가 퍽이나 아프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짐을 들고 돌아오자, 파킨슨 신부와 데스필드 역시 배낭을 멘 채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킨슨 신부는 신부복 대신 여행에 편할 것 같은 평상복을 입고 있는 데다가 길고 튼튼해 보이는 지팡이들도 들고 있었다. 신부는 지팡이를 들어보였다.

“여행길엔 소중한 물건이죠.”

“글쎄. 내일만 되면 당장 내팽개치고 싶을………… 어억!”

이죽거리는 데스필드를 다시 한번 응징한 신부는 엄숙한 동작으로 율리아나와 오스발에게 지팡이를 건네었고, 그래서 두 사람 역시 경건한 기분을 느끼며 지팡이들을 받아야 했다.

지팡이를 받아들던 오스발은 신부의 허리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오스발이 보기에 신부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은 검대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스발은 곧 의아해해야 했는데, 파킨슨 신부가 착용한 검대엔 검집 대신 작은 가방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율리아나는 곧 환한 표정이 되었다.

“신부님! 그건?”

파킨슨 신부는 자신의 허리를 내려다보더니 껄껄 웃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면 제가 신의 사도임을, 그리고 공주님을 도울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놀랍습니다. 저희 고향에서도 카밀카르의 대주교님만이 그 성물을 소지하셨는데.”

“법황께선 지혜로우신 분입니다. 테리얼레이드에서 포교중인 신부를 도우려면 뭐가 필요하신지 잘 판단하신 거죠.”

두 사람은 그렇게 고의적으로 목적어를 생략한 대화를 나누며 오스발을 흘끔거렸지만 원래 호기심을 표현하는 일이 별로 없는 오스발은 신부의 허 리에 달린 물건이 뭔지 묻지 않음으로써 두 사람을 김빠지게 만들었다. 신부와 공주는 데스필드에게도 눈길을 보내었지만 데스필드는 눈을 껌벅거리 며 고함을 질렀을 뿐이었다.

“신부님 당신, 유리 당신,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요. 빨리 출발 안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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