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2권 – 5장 : Royal blood’s gift –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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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2권 – 5장 : Royal blood’s gift – 4화


율리아나 공주는 신음처럼 말했다.

“아아. 머리가 띵해요.”

오스발은 왜 머리가 띵한데 목 언저리를 더듬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이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취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오스발은 들고 간 물그릇을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아마 공주님은 지금 자기 입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실 테지.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율리아나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볼드윈 부인에게 가서 물어보세요. 지금 내 상태는 그녀와 좋은 상대가 될 거예요.”

“부인께선 거의 혼수 상태이십니다. 볼드윈 씨는 신부님께 그녀를 부탁하고는 아드님과 함께 다림으로 출발하셨습니다.”

“출발했다고요? 그럼 지금이?”

“글쎄요. 해를 보기 위해서 고개를 꺾을 필요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으흐 – 웅. 볼드윈 씨 화 많이 났죠?”

오스발은 대답 대신 조금 웃었다. 볼드윈은 만취하여 미사에 참여할 수 없으니 이런 개탄할 만한 죄악이 어디 있냐고 고래고래 고함 질렀고, 그래서 파킨슨 신부가 나서서 그를 만류해야 했다. 파킨슨 신부는 부인이 깨어나시면 자신이 약식으로라도 미사를 보면 되니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상 당히 수상한 논리를, 전혀 수상하지 않은 논법으로 당당하게 말함으로써 그를 달래어 다림으로 출발시켰다.

“왜 그러셨습니까? 어제 처음 만난 부인과 그렇게 만취되도록 술을 드시다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글쎄요. 그냥 그녀가 불쌍하게 보였어요.”

“불쌍하다고요?”

생각을 가다듬는 듯, 율리아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짐작했겠지만 볼드윈은 귀족이에요. 거실 벽의 방패를 봤어요? 아, 못 봤군요. 문장이 들어 있어요. 여기도 원래 가문의 재산인 산장이었대요. 그리 고 이젠 그의 유일한 재산이고. 부인이 말해 줬어요. 볼드윈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곤 빚쟁이들을 피해 이곳으로 도망친 거예요.”

“그런가요.”

“속언에 여자 팔자 어쩌고 하는 말이 있지만………… 어쨌든 모자란 남편 때문에 이런 곳에서 고생하고 있는 부인이 안쓰러웠어요. 그녀는 말하지 않았 지만 당연히 자신도 귀족일 터, 결혼 잘못해서 고생하고 있는 그녀를 보니 말벗이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이제 설명이 됐나요?”

“아니오.”

율리아나는 눈을 떴다. 오스발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서 언제나처럼 침착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스발의 시선 아래 드러누워 있는 자신을 깨달은 율리아나는 잠시 얼굴을 붉혔다.

“왜 설명이 안 되죠?”

“저는 모르겠습니다. 공주님. 볼드윈 부인에겐 건강한 남편과 건강한 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포도원이 딸린 훌륭한 집도 있고요. 그녀가 공주님께 동정받아야 할 것들은 어떤 여인들에겐 축복의 증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스발의 말을 듣던 율리아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그녀와 오스발의 신분 차이를 느꼈다. 

“아마…… 시야의 차이인가 보네요. 내가 볼드윈 부인이 잃은 것을 볼 때, 당신은 그녀가 가진 것을 보는 것이군요.”

“그런가요. 공주님과 전 신분이 다르니, 역시 볼 수 있는 것도 다르겠지요.”

“그래요, 그래요. 신분이 달라요. 난 함대의 호위를 받고 있어도 키 드레이번에게 붙잡히는 공주고 그대는 그냥 친절을 발휘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공주를 데리고 키 드레이번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노예고. 여기서 문제 하나. 누가 누구를 얼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물론 공주님께서 저를 제가 그랬다간 어느 칼에 죽을지 모릅니다.”

율리아나 공주는 갑자기 시트를 끌어올려 얼굴을 감췄다. 그래서 오스발은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시트 아래에서 까르르! 하는 웃음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다. 쉬도록 놔두고 나갈까 생각하던 오스발은 나가라는 명령을 듣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어쩌지. 그냥 나갈까? 그때 공주가 시트 아래 에서 말했다.

“맞아요.”

“예?”

“당신 말이 맞다고요. 그녀 자신도 몰랐고 나도 몰랐지만, 볼드윈 부인은 적어도 얼마 전의 저보다는 훨씬 좋은 처지군요. 언제 드래곤의 입에 던져 질지 모르는 처지보다야 지금 처지가 백배 낫겠죠.”

“아 ᅳ 예.”

“흐음. 내가 그녀를 동정한 건 주제넘은 짓이었나 보군요. 아니, 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가 잃은 것에 대한 추억만 떠올렸겠군요. 데스필드 말대로 고 귀한 피의 선물이었나 봐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그거? 흐음. 선물은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지만, 왕에게 선물받는 건 뭐든 나쁜 거라는 뜻이에요. 자살용 독약이나 단검 같은 거야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의미에서 받는 것도 문제죠. 그 왕이 혹시 반역이라도 당해 죽게 된다면………… 과거 왕에게 선물받았던 이도 무사하기 어려우니까요. 그 러니까 왕족에게선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상당히 비꼬는 말………… 크르르릉!”

조용히 듣고 있던 오스발은 시트 아래에서 울려퍼지는 장엄한 콧소리를 들으며 핏 웃고 말았다. 오스발은 저건 왕족의 코골기(Royal blood’s snore)인 가 보다 생각하며 공주의 이불을 대충 매만져준 다음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내려온 오스발은 거실의 의자에 앉아 있던 파킨슨 신부를 보게 되었다. 핸드건을 꺼내어 손질하고 있던 파킨슨 신부가 오스발에게 물었다. “좀 어떠시던가, 오스발?”

“일어나실 만한 상태가 아니더군요.”

파킨슨 신부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핸드건의 포구를 청소했다. 그때 데스필드가 주방으로부터 걸어나왔다. 데스필드의 손에는 빈 술병이 들려 있 었고 거기에 코를 가져가 킁킁거리던 데스필드는 그것을 기울여 밑바닥에 남은 술을 조금 맛보았다.

“신기하네. 이런 메스꺼우리만큼 달짝지근한 술을 어떻게 다 비운 거지? 본인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을 텐데.”

파킨슨 신부는 데스필드를 흘끔 바라보고는 말했다.

“평소에 술 안 마시던 사람이 그런 설탕 범벅 같은 술을 만나면 위험한 법이다. 음음. 사실 익숙한 술이군. 나도 테리얼레이드에 처음 발 들여놨을 땐 그걸 꽤 마셨었지.”

“에? 신부님 당신이?”

“그래. 사람들이 그런 지독한 술을 어떻게 마시냐고 물었을 때 난 이해를 못했었다. 술맛을 좀 알게 되었을 때에서야 그게 지독하다는 것을 알아차 렸지. 그래서 끊기도 쉬웠다. 하하.”

“흐음. 한번 타락한 신부님 당신은 악마 당신의… 아, 아하하. 부디 이거 좀 치워주쇼.”

파킨슨 신부는 데스필드의 관자놀이에서 핸드건을 치운 다음 방아쇠틀에 집게손가락을 건 채 그것을 휙휙 돌렸다. 그리고 신부는 곧 당황해야 했는 데, 오스발과 데스필드가 사지를 편 채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기 때문이다.

“뭐, 뭐, 뭐하는 거쇼! 신부님 당신!”

“신부님, 부디 고정하십시오!”

파킨슨 신부는 헛웃음을 지은 다음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던 핸드건을 허리의 홀스터에 꽂아넣었다. 벌떡 일어난 데스필드는 노기충천한 얼굴로 우 릴 죽일 작정이었냐고 고함 질렀지만 파킨슨 신부는 핸드건은 그런 식으론 발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꽤 연습한 거라고. 테리얼레이드에선 자기 영혼의 문제로 내게 상담하러 오는 형제들은 별로 없었고, 그래서 난 심심할 때마다 연습할 수 있었지. 한번 더 보여줄 테니 잘 봐. …………이봐. 이왕이면 서서 보라구!”


백부장도 아니고 도나텔도 아닌 남자는 마을 사람이 가르쳐준 오솔길을 바쁘게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한시 라도 빨리 끄집어내고 싶었기에 그의 걸음은 성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언덕을 다 올랐을 때, 백부장도 아니고 도나텔도 아닌 사내는 눈앞의 광경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심려도 잠시 잊은 채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던 산장의 문으로부터 두 사내가 뛰어나왔다. 사내들은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온몸을 날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저게 뭐야? 그 러나 잠시 후 백부장도 아니고 도나텔도 아닌 사내 역시 그들의 행동을 흉내내어 땅바닥으로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휘리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문을 응시했고, 핸드건을 휘두르며 걸어나온 파킨슨 신부는 고함을 빽 질렀다.

“절대로 발사 안 되니까 마음놓고 구경하란 말이다!”

신부의 외침에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데스필드가 맞고함을 질렀다.

“그 커다란 목표도 못 맞춰서 건물을 쏘고야 마는 포수 당신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요!”

“건물? 어, 그거? 이 자식아, 내가 못 맞춘 거냐! 일부러 건물을 맞춘……… 그런데, 저 형제는 뭐지? 뭘 흘렸나?”

파킨슨 신부의 지적에 오스발과 데스필드는 그제서야 그들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휘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잠시 뭘 찾는 시늉을 할 것인지 술주정뱅이 흉내를 낼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던 휘리는 힘없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뵈었던, 으악!”

반쯤 일어나던 휘리는 다시 납작 엎드렸다. 그를 본 파킨슨 신부가 몸을 돌렸고 그러자 핸드건의 포구 역시 그에게로 돌아왔던 것이다. 파킨슨 신부 는 메어쳐진 개구리 같은 모습으로 엎드린 세 남자를 보며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이렇게도 나를 못 믿나! 서부 최고의 건맨인 나를! ‘일반인들은 건맨 이 뭔지도 모르며, 제국 서부에서 핸드건을 소지한 신부는 파킨슨 신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던 파킨슨 신부는 핸드건을 홀스터에 집어넣으며 침울하게 말했다.

“나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혼 족의 풍습을 끌어올 필요는 없소.”

“예?”

“오체투지는 혼 족의 풍습이란 말이오.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이게 뭔지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럼 오체투지도 뭔지 알 거 아니오.”

휘리는 멋적게 웃으며 일어났다.

“예. 그건 교회의 보물인 핸드건이죠. 그리고 저는 그것을 쥐신 분이 신부님이시라는 것까지 짐작하고 이렇게 찾아.”

“너희들도 어서 일어나란 말이다! 도로 집어넣었어!”

“아, 예, 저, 신부님? 계속 말해도 될까요?”

“물론이오. 형제.”

파킨슨 신부는 오스발과 데스필드 쪽을 노려보며 말했기에 휘리는 한숨을 내쉬곤 잠시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오스발과 데스필드는 핸드건이 홀 스터에 들어갔음을 확인하고서야 일어났고, 파킨슨 신부는 그제서야 휘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참. 이 만남을 인도하신 주님을 찬양할진저. 파킨슨 신부요. 도나텔 백부장님이시던가?”

“이 만남을 인도하신 주님을 찬양할진저. 그렇습니다.”

“다른 부하들은 어디 있는 거요?”

“저 혼자서 잠시 찾아온 겁니다, 신부님, 부하들은 마을 바깥의 야영지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찾아온 거라고? 나를 말이오?”

“그렇습니다.”

파킨슨 신부는 의아한 얼굴로 휘리를 바라보았고 그제서야 이 젊은이가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볼은 홀쭉하고 이마는 창백 하며 눈가는 거뭇한 것이 하루 만에 이렇게 변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파킨슨 신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제 처음 만난, 그것도 스쳐 지나가듯 만난 이 사람에게 무슨 용건이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파킨슨 신부의 미소를 보고 있던 휘리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옷을 털던 데스필드와 오스발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고, 신부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휘리에게 손을 뻗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어디 불편하시기라도?”

그리고 파킨슨 신부는 더 놀랐다. 무릎을 꿇은 휘리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서럽게 울던 휘리는 신부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고 그래서 허리를 굽히던 신부는 하마터면 나동그라질 뻔했다. 그러나 휘리는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울부짖듯 외쳤다.

“으흐흑! 고해하고 싶습니다, 신부님! 제 죄를 사해 주십시오!”

“뭐요?”

데스필드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역시 칼만 잘 쓸 뿐 소심한 당신이었나. 휘리의 고뇌의 원인을 알고 그래서 그의 고통도 이해했지만, 데 스필드는 저토록 절규하는 휘리의 모습을 보며 뭐라 정의할 수 없이 웃기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죄의식 느낄 거면 결투는 왜 했냐? 아, 참. 안 죽이 고도 깨끗하게 이길 자신이 있으셨지? 데스필드가 조금 진정하게 되었을 무렵, 당황하고 있던 신부 역시 진정하게 되었다. 파킨슨 신부는 휘리의 손 을 뜯어내려 애쓰며 말했다.

“자, 잠깐. 형제여. 에,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어, 그러니까 형제는 영혼의 문제로 신부를 찾을 필요를 느꼈고, 이 근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신부인 나를 찾아온 거라 이 말이군?”

“주님의 이름으로! 오, 놀랍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거야 우리 주님이 이 늙은 신부에게 귀띔해 주시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거요. 어, 일단 좀 일어나 보시오. 당신이 내 다리를 부러뜨릴까 봐 겁나는군.”

휘리는 울먹거리며 일어났다. 너무도 순진한 그 울음에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울어제치는 젊은 사내라는 건, 그것도 맨정신으로 그럴 수 있는 사내는 고금을 막론하고 희귀 동물에 속한다 파킨슨 신부는 뭐라 탓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파킨슨 신부는 떨떠름하게 말했 다.

“어디 보자. 그런데 문제가 있군. 난 당신의 고해 신부도 아니고 -.”

“고위 성직자분 아니십니까! 제발이니 고해를 받을 자격이 안 된다느니 담당 교구가 아니라느니 하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혹시 이 비천한 죄인의 고해를 받으시기엔 너무 고귀하신 분인지라 주저하시는 건………”

“천만에, 천만에. 이런, 젊은 백부장께선 내 무구를 보고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이군. 어, 난 형제가 짐작하는 만큼의 고위 성직자는 아니지만 그래 도 내 교회를 가진 사제니까 고해야 받을 수 있소.”

파킨슨 신부는 잠깐 머뭇거렸다. 그런데 그 교회가 남아 있을까?

“그리고 주님의 아들이 고해를 원하는데 성직의 고하가 무슨 상관이겠소? 뭐, 좋소. 까짓 거 그럽시다.”

“예?”

이크, 테리얼레이드식 말투였나? 

“아, 아니, 고해를 받겠다는 겁니다. 흐음, 어디 조용한 곳을 찾아야겠군.”

파킨슨 신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조용한 곳이라곤 그들이 방금 뛰쳐나온 볼드윈의 산장뿐이었다. 파킨슨 신부는 오전의 햇살 속에 포근히 잠든 포도원에 유혹을 느꼈지만 저토록 아름다운 장소는 어쩐지 고해성사를 받을 만한 장소가 못 될 것 같았다. 결국 파킨슨 신부는 산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댁 주인도 자신의 집에서 성사가 행하여진다면 불쾌해하지야 않겠지. 들어갑시다. 그리고 데스필드와 오스발은

“밖에서 기다리겠수.”

파킨슨 신부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휘리를 인도하며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무심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보던 데스필드는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마자 재빨리 몸을 날려 건물 벽에 달라붙었다. 어이없는 얼굴로 그 모 습을 보던 오스발이 말했다.

“뭐하는 겁니까, 데스필드?”

데스필드는 건물 벽에 몸을 바싹 붙인 채 대답했다.

“보통은 엿듣는다고 하지. 다음절어를 좋아하는 당신들이라면 정보 수집 활동중이라고도 하고.”

“어, 저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고해성사를 엿들어도 되는 겁니까?”

“절대로 안 되지! 건전한 상식인 당신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아.”

오스발은 더욱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 데스필드는 갑자기 벽 뒤로 물러났다. 저 작자가 마음을 바로잡았구나 하며 반가운 얼굴로 다 가선 오스발은 데스필드가 뭐 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그런 얼굴이십니까?”

“안쪽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신부님 당신이 이렇게 말하더군. ‘벽에 붙어 있을 거 짐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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