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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22화


4장 [크리스의 진실]

루퍼헨드에서 가까운 포르스크 마을에 도착한 리오는 여관의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오후에 주점에서 들은 적이 있는 거대한 흑색 보석에 관한 것이었다. 그 보석은 100년 전 자신이 육마왕 중 한 명인 기라이바의 성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겉모양을 하고 있어서였다. 기라이바가 그것을 자신의 목숨과 바꿔가며 지켰던 기억이 리오의 머릿속엔 생생히 담겨있었다. 그러나, 리오가 그때 보았던 보석의 크기는 사람보다 약간 큰 정도였지만, 오늘 들었던 그 보석의 크기는 거대한 바위와도 같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노인의 예기로는, 자신이 멀리 떨어진 친척의 집을 갔다 오다가 너무 늦어서 결국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공중에 큰 보석이 둥둥 떠서 서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노인의 말이라서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왠지 꺼림직한 내용이었다. 리오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오래간만에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였다. 의자에다가, 차가운 나무 바닥에다가… 차라리 노숙이 낫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리오였다. 그러나 오늘은 꽤나 깨끗한 여관의 좋은 침대였다. 그동안 밀린 잠을 다 자보겠다고 리오는 결심했다.

“하아아아암∼. 오늘은 편안히 자보겠군. 좋아 좋아….”

똑똑.

그런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리오의 귀에 들려왔다. 리오는 인상을 찌푸리고 방문을 열어젖혔다. 크리스가 와 있었다.

“어, 웬일이에요 크리스? 이 늦은 시간에….”

크리스는 살짝 웃으며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이곳에 왔다는 말을 수화로 해 보였다. 리오는 예전에 다락방 안에서 크리스가 보여주었던 그 눈빛을 기억하고 있는 상태여서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리오는 웃으며 그녀를 안에 들여보내 주었다.

“잠이 안 오시면 얘기라도 해 드릴까요?”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침대에 앉아 그녀에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으음… 저에겐 세쌍둥이 형제가 있거든요? 한 명은 이름이 지크고요, 또 한 명은 슈렌이라고 해요….”

그러나 크리스는 그 얘기를 듣는 건지 리오의 옆에 바싹 앉아서 꽤나 대담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리오는 또다시 생각했다.

“지크는요, 어… 그러니까 한마디로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멍청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크리스는 조용히 리오의 팔에 기대었다.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얘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슈렌이란 녀석은 약간 무뚝뚝한 면이 있긴 해도요, 실력은 좋은 녀석이에요, 으윽…?”

크리스가 점점 더 바싹 다가오기 시작하자 리오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일어서서 다른 의자에 앉아 얘기를 계속했다.

“아하하… 침대에선 얘기하기가 조금 그렇네요. 그쪽에 앉아 계세요. 계속 얘기를 해 드릴 테니까요… 엇!?”

리오는 크리스가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하자 움찔하며 눈을 아래로 깔았다. 리오는 이 정도로 긴장해본 적이 참 오래간만이라고 생각했다.

“더, 더우신가 보지요? 제가 나가 있을까요?”

크리스는 상의를 속옷만을 남기고 모두 벗었다. 리오는 도저히 눈을 그쪽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크리스가 다시 리오에게 다가오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나자 리오는 최대한 자신을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똑똑.

그때, 다시 리오의 방을 누군가가 노크했고, 리오는 한숨을 쉬며 방문으로 다가갔다. 크리스는 아깝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상의를 다시 입었다.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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