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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18화


챙그랑–!

금속성과 함께 떨어진 칼과 표적이었던 남자의 손에 얼굴을 잡혀 땅 위로 들려져 있는 처참한 모습의 스승을 본 마키는 분노에 치를 떨며 지크의 발 아래에서 몸을 강하게 움직여 보았다. 스승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자신의 복부를 누르고 있는 그 힘은 자신이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경이적인 것이었다. 암살자 두 명을 한꺼번에 잡은 지크는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와하하하하핫!! 이 할아범이 스승인가 보지? 이 할아버지가 너에게 안 가르쳐 준 것이 있었군. 사람 가리는 법을 모르고 있었어. 건들 사람을 건드려야지. 이 정도면 이 나라의 무술 수준을 알 것 같군, 헤헷… 자 꺼져버려.”

마키와 마키의 스승을 동시에 풀어준 지크는 루이체와 손바닥을 다시 한번 마주친 후 가던 길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걸어갔다. 마키의 스승은 지크 쪽을 바라보며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제자에게 말했다.

“으음… 저런 사람이 있었다니, 굉장한 반사 신경에다 가공할만한 힘을 갖추고 있구나. 저 젊은이야말로 진정한 암살자 같구나. 좋아 마키, 너에겐 좋은 기회다.”

마키는 자신의 머리에 다른 두건–터번이라 해도 옳을 것이다, 무더운 기후의 지방이니까–을 두르다가 스승의 말을 듣고서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예? 좋은 기회라니요?”

“저 젊은이를 따라가 보거라. 저 젊은이조차 너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넌 그때 최고의 암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저 젊은이에게 가르침을 받던가….”

마키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승의 주름진 손을 잡고 소리쳤다.

“아, 아니에요! 스승님이야말로 최고의 암살자세요!! 제가 꼭 저 녀석의 머리를 베어다 스승님께 바치겠어요, 그러면 절 가르치신 스승님이 최고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마키의 스승은 제자의 손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행동엔 천 마디의 말이 스며있는 것이었다. 마키는 아무 말 없이 스승의 손을 놓고 지크가 간 방향으로 몸을 달리기 시작했다. 마키의 스승은 조용히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잘 가거라 마키. 사실 너에겐 암살자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라… 나를 이렇게 생각해준 제자는 네가 처음이구나, 허허헛….”

마키는 달려가며 자신의 눈에서 배어 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자신과 스승을 무참히 패배시킨 그 정체불명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며 눈을 번뜩였다.

‘꼭… 그 녀석의 머리를 베고 말겠어! 스승님을 위해서…!!’

아르센 공립 해변 공원을 빠져나가던 지크는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머리를 감싸며 오른 주먹으로 왼손바닥을 쳤다. 루이체는 눈을 껌뻑이며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오빠?”

“…아무래도 내가 실수한 것 같아. 그 암살자 녀석 말이야, 아무래도 또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머리가 나쁜 녀석 같았거든.”

그 말을 들은 루이체는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헹, 오빠도 만만치 않아.’

“자, 이 나라 수도가 어디 붙어있는지 지도나 구해서 찾아보자.”

레프리컨트 왕국 서쪽의 대도시 아르센은 무더운 기후로 인해 초기의 개척민이 제일 고생을 많이 했던 곳이다. 수십 년에 걸친 그들의 노력은 아르센을 레프리컨트 왕국 세 번째의 대도시로 만들어 놓았고 최근엔 해변 근처를 공원화하여 관광 이득도 꽤 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상가에서 지도를 구한 지크와 루이체는 지도를 펼치고 레프리컨트 왕국을 대충 살펴보았다.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왕국이어서 수도로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음… 이쪽으로 이렇게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빠, 어떻게 생각해?”

루이체가 지도에 그려진 도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갈 길을 묻자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무래도 상관없어, 빨리 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지 않아 암살자?”

지크는 자신의 뒤쪽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의견을 물었고 가로수 뒤에 몸을 은신하고 있던 마키는 자신의 머리를 긁으며 나무 뒤에서 몸을 드러냈다.

“어, 어떻게 알았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마키를 보며 지크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저었다.

“헤헷, 아까 말하지 않았나? 날 너무 우습게 보지 말아줘 갈색 풋내기.”

마키는 자신의 피부가 다른 사람에 비해 색이 짙은 것에 굉장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한 마키는 인상을 쓰고 뒤로 돌아섰다.

“어, 화난 거야? 참나, 여자도 아니면서 잘도 삐지는군. 맘대로 해, 난 언제나 너에게 기회를 줄 테니까 말이야.”

순간, 마키는 뒤를 돌아보며 지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여자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모르는 주제에 함부로 말하지 마!!”

지크와 루이체는 마키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정도로 과민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 못했기 때문이었다.

“흐흠~ 어쨌든 좋아. 너 레프리컨트 수도까지 가는 지름길 알고 있어?”

마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크는 약간 인상을 쓰며 다시 한번 물으려다가 아무 말 않고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에… 그러니까…? 어? 지크 오빠, 지금 무슨 소리 듣지 못했어?”

지크는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변한 상황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 어떤 소리인데?”

루이체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간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얼핏 들은 소리를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으응… 쇠사슬 끄는 소리 같았어.”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내가 못 들었는데 네가 어떻게… 잠깐, 네가 들었다고? 쇠사슬 끄는 소리를?”

“그렇다니까, 이 귀여운 동생 말을 못 믿는 거야?”

지크는 벌떡 일어서며 자신의 모든 감각을 증폭시켜 주위의 모든 움직임에 정신을 집중하였다.

“…귀여운 동생이란 대목은 마음에 안 든다만 말은 믿어주지. 루이체, 그리고 풋내기.”

마키는 지크가 자신을 부르자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투 준비해, 망령이다!!”

지크의 외침과 동시에, 상가의 이곳저곳에선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쇠사슬을 몸에 두른 정체불명의 망령들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망령들의 수는 생각보다 많아서 어느새 상가의 대부분을 차지한 채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습격하는 망령들과, 집기를 파손하는 망령들, 그리고 음식물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망령 등이었다.

지크는 씨익 웃으며 자신들을 향해 몰려드는 망령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마키는 망령을 처음 본 듯, 덜덜 떨며 지크와 루이체의 곁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저, 저것들은 뭐지? 뭔데 갑자기 나타난 거야?”

루이체는 자신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마키의 질문에 답했다.

“망령… 간단히 말해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들이 실체화한 거야. 보통 칼로도 잘라 없앨 수 있는 수준이니 그리 겁내지 않아도 돼.”

지크는 양손을 불끈 쥐고 기전력을 끌어올리려다가 관두고 자신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슈렌에게서 잠시 ‘빌린’ 불의 힘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였다.

“헤헷, 한 번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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