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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19화


지크의 속성은 바람이다. 속성에 맞춰서 전투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기전력(氣電力)을 끌어올릴 수가 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권법가들이 내공을 증가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의 형제 중 한 명인 슈렌의 속성은 불이었다. 그 역시 지크의 것과 같은 기염력(氣炎力)을 사용할 수 있다. 그 힘을 지금 지크가 사용해 보려는 것이었다.

“이봐! 손 들고 뭐하는 거야, 이 괴물들을 안 막을 거야!!”

망령 몇 마리를 벌써 자른 마키는 왼손을 멍하니 들어 올리고만 있는 지크에게 소리쳤고 루이체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역시, 속성이 친하긴 해도 사용하진 못하나? 그럼 오빠, 기전력을…!’

지크는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뭔가 뜨거운 기운이 감돌긴 하지만 슈렌이 사용할 때처럼 활활 타오르진 않고 있었다. 결국 짜증이 난 지크는 왼손으로 자신을 공격하려던 망령을 후려치며 소리쳤다.

“칫, 뭐 이따위야–!!!”

파앙–!

“키이이이익–!!!”

왼손으로 망령을 후려치는 순간, 망령의 타격점에선 불꽃이 치솟았고 지크의 주먹을 맞은 망령은 괴음을 지르며 불꽃에 타 들어가 사라졌다. 마키, 루이체는 멍하니 지크의 왼손을 바라보았고, 지크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크게 웃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왼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래! 이거였어, 하하하하핫–!!!”

순간 지크의 왼손, 아니 왼팔 전체에선 불꽃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고 주위에 떠돌던 망령들은 흠칫 놀라며 뒤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거다! 이게 바로 기염력이다!! 어서 와라 쓰레기들, 불지옥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지크는 자신의 왼손으로 달아나려던 망령을 잡아 기를 강하게 주입하였다. 그 압력에 견디지 못한 망령은 그대로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났고 그 광경을 본 망령들은 뿔뿔이 흩어져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나! 아직 인사조차–“

소리치며 왼손을 다시 들어올린 지크는 기염력을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안 끝났어–!!!!”

지크는 도망치는 망령들을 향해 왼팔에 머문 기염을 모래 뿌리듯 세차게 뿌렸고 그 불꽃을 맞은 망령들은 순식간에 타서 공중으로 사라졌다. 자신들 주위에 있는 망령들을 거의 다 처리한 마키는 루이체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오빠라고 했나? 저 꼴을 자주 볼 테니 고생이 심했겠네….”

망령 하나를 성력이 담긴 주먹으로 바닥에 눕힌 루이체는 씁쓸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동생인 만큼 싸움을 즐기고 있는 지크를 말릴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망령을 쓸어 태운 지크는 기염력을 거두며 씨익 웃어 보였다.

“헤헷, 뜨거웠을 걸 이 녀석들? 자, 이제 우리 갈 길 가자 루이체.”

다섯 마리째의 망령을 팔꿈치로 찍어 내려 없앤 루이체는 자신의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크에게 가려다가 옆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만 있는 마키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당신도 오세요, 어차피 우리 오빠를 죽이려면 같이 다니면서 기회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말을 얼핏 들은 지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황당한 듯 루이체에게 말했다.

“…네가 동생이냐?”

루이체의 말을 들은 마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천천히 루이체에게 다가와 자신의 왼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긍정적인 대답이었다.

“좋아, 어차피 목표는 당신의 오빠니까 같이 가주지. 당신의 오빠를 없애는 게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으니까 협조해도 괜찮을 것 같고… 으윽!?”

마키는 순간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뒷덜미를 잡은 지크의 손을 잡았고 지크는 그대로 마키를 들어 올려 자신과 마키가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돌린 후 조용히 말했다.

“날 없애든지 볶아 먹든지 그건 네 맘대로 해, 그러나 남의 동생까지 걸고 넘어가면 그땐 장난이 아닐 줄 알아, 알겠냐?”

인상을 잔뜩 쓴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둘 사이를 루이체는 손으로 밀며 말리기 시작했다.

“아, 알았어요 모두들! 그만해 오빠!!”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마키를 내려놓았고 마키는 붉어진 자신의 뒷덜미를 매만지며 지크를 노려보았다.

“칫, 힘만 세가지고…! 반드시 널 내 손으로 죽일 테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지크는 그 말을 듣고 다시 뒤로 돌아섰고 마키와 루이체는 흠칫 놀라며 지크의 행동을 주시했다. 지크는 마키를 향해 자신의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눈 아래를 끌어내리며 혀를 내둘렀다. 지크의 그런 행동을 본 마키는 순간 굳어 버렸고 루이체와 지크는 크게 웃으며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친 후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하핫! 어서 따라오라고 풋내기! 이 바람의, 아니 염풍(炎風)의 지크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정신을 차린 마키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지크와 루이체를 천천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성격이 이상한 녀석인데….’


그날 저녁, 아르센은 갑자기 나타나 난동을 부렸던 망령들에 대한 일로 굉장히 시끄러웠었다. 아르센 시장은 경관들을 비상 동원해 시민들의 안정을 도모했고 또 습격할지 모르는 망령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무렵, 지크 일행은 고급 식당에서 이 지방 특산 거대 가재 요리를 뜯어먹고 있었고 생전 이런 고급 식당에 와본 적이 없던 마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만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지크는 피식 웃으며 마키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이런이런~ 풋내기, 자고로 암살자 등의 무술가들은 한 번에 많이 먹고 힘을 축적해 기회를 확실히 살리는 거야. 나처럼 말이지, 헤헤헷… 그러니 날 죽이려면 어서 먹어! 가재 한 마리는 먹어야 사나이라 할 수 있지. 정력에도 좋다구.”

순간 루이체는 지크의 등을 강타하며 얼굴을 약간 붉혔고 지크는 두 번째 가재의 다리를 뜯으며 웃어 보였다.

마키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앞에 놓인 가재 요리를 바라보았다. 기억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쓰린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난 암살자가 되기 전에 단순한 좀도둑이었어. 8년 전… 그러니 10살 때였지. 가재 요리를 먹고 싶다는 한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가재 요리를 그 할머니에게 훔쳐다 드렸는데… 할머니는 기다리지 못하시고 돌아가 계셨어….”

입 안에 가재 살을 가득 머금고 그 말을 듣던 지크는 살들을 꿀꺽 삼킨 뒤에 마키에게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 할머니 일은 지나간 일이니 너나 많이 먹어둬. 네 삶의 몫이잖아.”

그 말을 들은 마키는 멍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았고 루이체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았다.

“어머머? 오빠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 놀랐네…?”

다시 티격태격 다투고 있는 남매를 보며 마키는 조용히 자신의 터번을 벗고 식사용 나이프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삶의… 몫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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