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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29화


벨로크 공국과 레프리컨트 왕국의 접경 지역은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중간의 국경 무역 도시인 렌톨을 비롯한 많은 마을이 있어 그리 진행은 힘들지 않지만 그것 역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마동왕의 레프리컨트 전격 침공작전이 이루어진 후 그 숲은 각종 마물들이 설치는 죽음의 숲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국경의 유일한 대 무역도시 렌톨.

마동왕이 레프리컨트 왕국을 침공할 때 그 길에 놓여 있으면서도 무사한 유일의 도시였다. 그만큼 인구도 많았고 엄청난 경제력이 뒷받침을 하고 있는 도시란 증거였다.

프로텍스 마을을 떠난 지 일주일 만에 그 죽음의 숲을 통과한 일행의 앞엔 렌톨에서의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일주일간의 강행군을 버텨낸 린스는 여관의 침대에 털썩 쓰러지며 정신을 잃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괴물에 당하기 싫다면 계속 걸으라는 리오의 협박 아닌 협박을 들은 탓이었다.

“뭐가 그렇게 피곤하다고 야단이지? 그렇지 않아요 리오?”

자신과 리오를 남기고 몽땅 침대 위에 쓰러진 일행을 한심한 듯 바라보며 케이는 살짝 혀를 찼다.

“그래도 잘해주었잖아요 모두들.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 괴물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요.”

리오의 그 말에 케이는 피식 웃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헤, 웃기지 말아요 리오 씨. 일주일간 당신이 볼일 보러 간다고 한 게 몇 번인 줄 알아요? 스무 번이 넘는다고요. 습격하려고 접근하는 괴물들을 혼자 다 처리했으면서… 거짓말도 정도껏 하라구요.”

리오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케이의 날카로운 관찰력에 내심 탄복했다. 케이는 어깨를 몇 번 돌려보더니, 리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시내 구경 하고 싶은데, 같이 나가지 않을래요? 레이도 그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리오 씨랑 같이 가면 더 신날 것 같아요.”

리오는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도시와 근처의 정보도 얻어볼 겸 그녀의 제의를 허락했다.

“단, 제가 괴물 없앴다는 건 말하지 말아요, 알았죠?”

리오의 말에 케이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무사의 명예를 걸고…!”

“좋아요, 그럼 나가 보실까요?”

렌톨의 한 주점가에선 네 명으로 이루어진 모험가 일행이 사람들의 시선을 약간씩 받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리더로 보이는 미청년과, 그 옆에 있는 20세 가량의 처녀, 도끼 창을 어깨에 매고 있는 엄청난 키와 근육질의 사나이, 그리고 로브를 입고 있는 노인이 이 일행의 구성원이었다. 노인은 자신의 눈에 쓰고 있는 안경으로 주위를 걸어가는 청년과 처녀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리더인 청년은 노인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강한 사람 있나요? 아르센에서부터 강자를 찾아왔지만 소득이 없잖아요. 그 디텍트 안경 효과 있는 거예요?”

“뭐라고! 그럼 써봐!!!”

청년의 말을 들은 노인은 그 청년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안경을 벗어 그 청년에게 씌워주었다.

‘디텍트 고글(Detect goggle)’

아르센의 최고 현자라 불리는 로드 덕이 발명한 마법 안경이다. 그것은 보이는 사람의 전투 수준이나 마법 수준을 탐지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강한 동료를 찾을 땐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다섯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의 수준을 본 현자 로드 덕은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과 같이 다니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만이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이었다. 로드 덕의 안경을 써본 청년은 안경에 떠오른 로드 덕의 마법 수준을 보고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눈금이 꽤 높으시네요? 거의 끝인데요?”

로드 덕은 껄껄 웃으며 다른 사람도 봐 보라는 듯 손짓을 하였다. 같은 일행 중 유일한 여성인 <리마>의 전투 수준은 눈금이 중간 정도에 올라갈 수준이었다. 그리고 큰 몸집을 자랑하는 <가브>의 전투 수준은 눈금이 4분의 3 정도 올라가는 수준이었다. 청년–<테크>는 안경을 로드 덕에게 다시 돌려주며 그에게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자네는 8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네, 굉장히 강한 수준이네만… 아직 사람이 모자르네. 여신들은 자네들보다 훨씬 강할 테니 말이야!!”

지루함을 조용히 달래려던 리마는 로드 덕이 들고있는 디텍트 안경이 재미있게 보였는지 슬쩍 가로채며 주위의 사람들을 그것으로 돌아보았다. 상점 주인의 전투 수준은 눈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주위를 지나가는 이 지역 경관들의 전투 수준은 2할 정도의 실력을 나타내었다.

“어머머, 정말 별거 아니네요 할아버지? 어디 보자… 저 사람은 어떨까?”

리마는 멀찌감치 걸어가고 있는 두 남녀가 눈에 띈 듯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먼저 여자를 본 리마는 흠칫 놀라며 디텍트 안경을 살짝 두드려 보았다.

“왜 그래 리마? 그거 만들기 힘든 거라구, 소중히 다뤄줘!!”

리마는 이 안경이 제발 고장이기를 바랬다. 진홍색 머리를 위로 올려 묶은 그 여성의 전투 수준은 테크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9.9할 정도를 나타내었고 마법 수준은 중간 이상까지 올라가 있었다. 리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 이상해요 이거.”

로드 덕은 인상을 찡그리며 리마에게 물었다. 자존심이 강한 탓인지 자신이 발명한 물건이나 마법에 대한 의심을 듣게 되면 기분이 나빠지는 그의 고약한 버릇이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리마는 안경을 벗어 로드 덕에게 넘겨주고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저기 저 남자랑 여자 보이죠? 여자는 그렇다 쳐도 남자는 눈금이 안 나오더라고요. 고장 난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들은 로드 덕은 기겁을 하며 안경을 쓰고 리마가 보았던 두 남녀를 자신이 바라보았다. 둘을 다 본 로드 덕은 몸을 부르르 떨며 테크와 가브에게 소리쳤다.

“이봐! 여자는 내가 지금껏 보아왔던 여자 중 최강이고 남자는 전투에 관해선 입신의 경지에 든 사나이야!!! 어서 붙잡아! 저들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입신의 경지란 말을 들은 테크는 코웃음을 치며 가브와 함께 그 두 남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검에 관해선 용사라고 불려지는 아슈탈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던 테크였기 때문에 그의 투쟁 본능은 끓어오르고 있었다.

여자는 진홍색 머리에, 약간 큰 키를 가지고 있었고 보통의 여전사들과는 다른 복장을 입고 있었다. 활동하기 아주 쉬운 복장이었지만 방어력은 부족할 것으로 보였다.

남자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 장발을 약간 위로 묶어 아래로 늘어뜨리고, 거대한 헝겊을 망토처럼 감아 사용하여 옷만은 거친 이미지가 나타나 있었다.

“자, 한번 시비를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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