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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30화


“…무슨 볼일 있소?”

리오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신과 케이의 앞을 가로막은 두 괴한에게 물었다. 반반한 얼굴의 미청년은 씨익 웃으며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리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일행의 할아범이 그러는데 당신의 실력이 입신(入神)의 경지라나? 입신의 경지란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서… 어때, 한판 붙어 보겠수? 그쪽도 둘이고 이쪽도 둘이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리오는 빙긋 웃으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때, 케이가 리오를 제지하며 청년의 앞에 섰다.

“이봐요, 거리에서 싸움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니 괜한 시비 걸지 말아요!! 가요 리오, 상대하지 말아요.”

케이는 리오의 망토 자락을 끌어당기며 발걸음을 옮겼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케이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잠깐….”

그때, 리오의 어깨를 뒤덮은 정체불명의 거대한 손이 리오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가지 못하게 했다. 리오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어깨를 잡은 사나이를 올려다보았다. 양손에 두꺼운 재질의 건틀릿을 끼고 있는 근육질의 거인이었다.

“우리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빨강머리….”

그 말과 함께 거인 사내는 리오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넣기 시작했고 리오의 오른팔은 거인의 팔에서 오는 진동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거인의 팔뚝에 오른손을 가져갔다.

“장난이… 아닌데?”

파지직!!

리오의 악력에 의해 거인이 팔뚝에 장비한 건틀릿은 과자가 부서지듯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고 그 광경을 본 미청년의 눈은 동그랗게 변했다. 상황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리오는 거인의 팔뚝을 잡은 오른손에 더욱 힘을 가했고 거인의 몸은 놀랍게도 공중에 붕 떠오르는 것이었다.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거인은 보도용 반석(磐石)이 갈라질 정도의 충격에 격한 숨을 몰아쉬다가 자신보다 작은 상대에게 가볍게 당한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른 듯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어허, 어딜…?”

리오는 거인의 두터운 가슴을 자신의 발로 내리밟았고 거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팔과 다리를 허우적댈 뿐이었다. 리오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미청년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훗, 놀랐나? 미안하게 됐지만 더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어서 사라져, 사소한 일에 검까지 사용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리오는 곧바로 거인의 가슴에서 발을 떼었고 거인은 힘차게 일어서며 리오를 공격하려 했으나 미청년이 막아서는 바람에 아무 말 없이 물러섰다. 청년이 거인을 만류하는 모습을 본 리오와 케이는 다시 둘의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테크는 흙이 잔뜩 달라붙은 가브의 등을 털어주며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가브, 너 그 사나이에게 밟혔을 때 진짜 일어서지 못했던 거야?”

가브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테크는 그 괴한이 박살 낸 강철제 건틀릿의 파편을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두께 2cm의 건틀릿을 맨손으로 으깨는 힘이나, 자신보다 덩치가 두 배는 더 큰 가브의 몸을 일어서지 못하게 막은 것이나, 힘의 차원이 전혀 틀리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사나이라고 테크는 생각했다.

“…리마에게 미행하라고 하자, 이제 우리는 무리인 것 같으니까.”

가브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어떤 건물의 뒷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케이는 사실 리오가 그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손으로 280cm는 되어 보이는 거인을 땅바닥에 가볍게 던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케이는 놀라움이 섞인 웃음을 지으며 리오의 어깨를 연신 두드리는 것이었다.

“하하하핫! 당신 밑에서 허우적대는 얼간이 얼굴 봤어요? 이야~ 정말 걸작이었다구요!! 근데, 당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거예요?”

리오는 케이에 의해 약간 구겨진 자신의 망토 자락을 툭툭 털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냥… 수련의 결과?”

케이는 싱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의 등판을 약간 강하게 손바닥으로 쳤고 리오는 아무 말 없이 렌톨의 거리를 돌아보았다.

렌톨의 거리 바닥은 마차가 통행하는 길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석으로 깨끗이 덮여있었고 건물들도 하나같이 흰색이나 베이지색의 벽에 짙은 갈색 지붕을 하고 있어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보기에도 평화로워 보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 근심이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평화로운 세상의 단면이 아닐까 리오는 생각해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리오·스나이퍼 씨.”

거리를 계속 둘러보던 리오의 눈과 목은 그 리듬감 없는 억양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멈추게 되었다. 리오는 천천히 자신과 같이 다니던 케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는 검은색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언니의 힘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해 왔군요. 갑자기 저로 바뀌어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리오·스나이퍼 씨.”

리오는 다닐 때 케이가 가장 데리고 다니기 편해서 좋았다. 급작스러운 상황에도 그녀는 문제가 없었고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러나, 레이로 바뀌었을 땐 상황은 달랐다. 그녀가 아무리 정신술의 대가라고는 하지만 순간적인 행동을 필요로 하는 전투 상황에선 그리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리오의 성격을 누그러뜨리는 그녀의 말투, 데리고 다니기엔 린스 다음으로 불편한 존재였다.

“아, 아니에요 레이 양. 레이 양도 거리 구경하고 싶다 했잖아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리오의 미소를 본 레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리오는 한숨을 조용히 쉬며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리오는 언제나 일행의 뒤에 서서 일행을 보호한다. 전투 상황에나 트랩이 가득한 지역을 다닐 때만 앞으로 나선다. 그것은 두 사람이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동료의 뒤에 서서 그, 또는 그녀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리오가 계속 자신의 뒤에만 서있자 레이는 이상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 큰 처녀의 등 뒤를 보며 따라온다는 것은 동방에선 질타의 제일 대상이었다. 하지만 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 안에 있는 케이가 리오의 행동 이유를 설명해준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도록 깔끔한 레이의 성격상 그런 것은 그리 이해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음? 왜 그래요 레이 양, 어디 아파요?”

리오는 레이의 발걸음이 약간 불편하게 보여진 듯, 그녀의 앞으로 돌아가 몸을 숙이고 그녀에게 물었다. 리오가 갑자기 자신에게 얼굴을 가까이하자 레이는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레이 양, 실례했어요. 근데 어디 불편하신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레이의 성격상 리오가 어쩌고라고 할 리는 없었다. 레이는 아무 말 없이 리오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제 옆에서 걸어 주세요 리오·스나이퍼 씨.”

리오는 레이의 말이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가 신청한 일이면 어려운 일이 아닌 이상 거의 들어주는 성격이어서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필요하시다면 팔짱도 껴 드릴까요?”

레이는 말이 없었다. 리오는 자신이 괜한 말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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