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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32화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선 케톤은 세면을 한 후 침대에 앉아 자신의 검, 레드 노드를 깨끗한 헝겊으로 정성껏 닦으며 깊이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온 리오란 사나이의 무술과 그의 조부가 전수해준 검술의 장단점을.

‘할아버지의 검술은… 인간형인 상대로만 한정되어 있어. 리오처럼 다양한 적들과 대결하기는 무리다. 빈틈은 할아버지의 검술이 더 없는 것 같고… 가장 부족한 점은 바로 [결정력] 같아….’

그의 생각 그대로, 프라밍가의 검술엔 리오의 그것처럼 ‘필살’급의 대 공격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질문에 리오의 대답은 이러했다.

“기술? 너 같은 경우엔 힘을 위주로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는 연타 기술이 유효할 거야. 근데, 급소가 어딘지나 알아?”

케톤은 한숨을 푸우 하고 쉬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케톤은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린스를 지킬 수 있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리오란 사나이가 나타나면서, 그리고 최근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강적들을 만나면서부터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의 나이 열여덟,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발전 가능성을 가진 나이였다. 케톤은 비록 임무 때문이긴 하지만 리오와 같은 강한 기사를 만나게 된 걸 행운으로 여겼다.

“…계속 수련해야 하겠지. 후우….”

깨끗이 닦인 레드 노드의 날은 반사광에 약간 붉은빛을 발하였다. 케톤은 고개를 끄덕인 후 검을 허리에 장비한 채 가벼운 차림새로 여관 방을 나섰다.

여관의 1층엔 리오가 동방식 차의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레이가 손수 끓여준 그 차는 향이 지극히 향기로워 지나가는 여관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케톤은 눈을 감고 차를 한 모금씩 마시고 있는 리오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리오 씨, 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리오는 눈을 슬그머니 뜨고 케톤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딱 들어오는 것은 케톤의 허리에 매달린 레드 노드였다.

“허락까진 안 받아도 괜찮은데… 어디 결투라도 하러 나가?”

“하핫. 모르죠 그건, 누군가가 저에게 도움을 청해오면 도우러 가야 하잖아요. 전 맨손 격투엔 자신이 없으니 검은 꼭 장비해야 하겠지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차를 마시면서 말을 덧붙였다.

“좋지, 그리고 누군가 도와줄 때 힘이 모자라면 그 누군가하고 같이 이 여관으로 도망와도 좋아. 나 아니면 케이 양이 알아서 돌려보낼 테니까.”

케톤은 빙긋 웃으며 여관 문을 향해 가뿐가뿐 걸어갔다.

“다녀오겠습니다!”

여관문을 나서서 세 칸짜리 계단을 내려가던 케톤은 여관 앞에 우뚝 서 있는 세 명의 남녀를 보고 약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셋 다 무기를 장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셋 중에서 검을 장비하고 있는 미소년이 케톤의 앞을 가로막으며 건방진 말투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봐, 이 여관에 빨간 장발이 머무르고 있나?”

케톤은 흠칫 놀라며 자신과 키가 비슷한 그 청년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그를 왜 찾지?”

청년은 케톤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실력을 정식으로 시험해 보고 싶어서다. 호오… 너도 검을 가진 걸로 보아 그 녀석의 일행 같군. 맞지?”

청년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검을 천천히 빼어들기 시작했다. 검 중앙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날 여럿이 삼각형을 이루며 붙어있는 검, 케톤은 그 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메, 맨이터!? 그럼 네가 바로 현상금 사냥꾼 <테크·퍼밀리온>!?”

청년–테크는 의외라는 눈으로 케톤을 바라보았다. 검만 보고서 그를 알아본 사람은 그리 흔하지가 않았다.

“호오~ 너도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까지 날 제대로 상대한 녀석은 용사라 불리우는 <아슈탈>뿐이다. 너 따윈 안중에 없어, 다시 묻겠다. 너 붉은 장발과 일행인가?”

아슈탈의 이름까지 나오자 케톤은 보통이 아니라는 표정과 함께 자신의 검을 뽑아 들며 대답했다.

“그 사나이와 일행이다. 네가 아슈탈 녀석을 어떻게 아는지는 잘 몰라도 내 일행을 노리는 이상 이 여관으로 들어갈 순 없다.”

테크는 케톤이 들고있는 레드 노드를 보고 별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 노드에 대해서, 케톤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만용이었다.

“좋아, 그럼 한번 붙어볼까?”

순간, 테크는 상대방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맨 이터로 케톤을 기습 공격하였다. 케톤이 보통 때와 같았다면 당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신을 집중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공격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었다.

“예절을 모르는 녀석…!”

케톤은 자세를 취하며 테크를 노려보았다. 테크는 자신의 기습 공격을 피한 케톤에게 속으로 감탄을 보내며 그도 자세를 취했다. 옆에 서있는 가브와 리마가 동참하려 했으나 테크가 제지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상당히 실력에 자신 있는 모양인데… 재미있군, 덤벼 봐라!!!”

테크는 외침과 함께 케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맨 이터의 날은 작은 칼날이 톱처럼 모여있기 때문에 스치기만 해도 꽤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그야말로 대인 살상용 무기였다. 게다가 테크의 검기도 꽤 뛰어났기 때문에 갑옷을 입지 않은 케톤은 약간 밀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해! 솜씨는 네가 더 뛰어나니까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케톤은 흘끔 여관 쪽을 돌아보았다. 리오와 레이, 아니 케이가 창문을 열고 케톤과 테크의 대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넌 갑옷이 없어! 불리할지 모르지만 없는 대로 이점을 살려봐!!”

케톤은 리오의 얘기를 들으며 차근차근 마음을 가라앉혀 보았다. 과연, 갑옷을 입지 않은 것이 몸을 방어하는 데엔 좋지 않았으나 예전보다 행동을 더 빨리 취할 수 있어 오히려 가뿐했다. 케톤은 레드 노드를 든 손에 힘을 넣으며 힘차게 테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타아앗–!!”

힘이 실린 케톤의 레드 노드를 방어한 테크는 갑자기 강해진 공격력에 흠칫 놀라며 뒤로 주춤했다. 기회를 잡은 케톤은 때를 놓치지 않고 테크에게 연속 공격을 퍼부었고 테크는 결국 뒤로 물러서 거리를 벌린 후에 케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도망치는 거냐 건달?”

케톤은 씨익 웃으며 테크에게 손짓을 했다. 테크가 정식 대결에서 이런 상황에 몰린 적은 단 한 번, 용사 아슈탈과의 대전 때뿐이었다. 케톤을 얼간이로만 알았던 테크는 땀을 흘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 녀석… 아슈탈과 맞먹는다!’

위기를 느낀 테크는 눈을 번득이며 케톤이 느끼지 못할 만큼 살며시 맨 이터의 자루 밑부분을 돌리기 시작했다. 준비를 다 끝낸 듯,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케톤에게 말했다.

“멋진 걸 보여주마 얼간이…! 후후후….”

케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방어형 자세를 취하며 테크를 노려보았다.

‘멋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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