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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35화


“뭐야, 아침부터 시끄럽게…!”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잠에서 깬 린스는 신경질적으로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문 밖을 내다본 린스는 리오가 어떤 거인과 대치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즉시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 여관 정문을 열어 젖힌 린스는 리오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싸우는 거야 꺽다리!!!”

린스의 목소리를 들은 리오는 슬며시 그녀를 돌아보았다. 린스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한 것을 본 리오는 빙긋 웃으며 왼손 바닥을 그녀에게 펴 보였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잠깐 노는 것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태연한 리오의 표정을 본 린스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여관 문 앞에 서서 리오를 지켜보았다.

“저번에 보니 리오 씨가 힘에서도 저 남자에게 밀리지 않았었어요. 아마 쉽게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케이가 말하는 도중부터, 리오와 가브의 대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가브는 동작 하나하나에 자신의 괴력을 몽땅 실었고 리오는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했다. 도끼창이 한 번 리오의 허상을 칠 때마다 사람들은 몸을 움찔거렸다. 저 공격에 맞는다면 분명 성한 사람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처참한 광경이 펼쳐질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리오는 쉽게 쉽게 공격을 피하였고 가브는 곧 숨을 헐떡이게 되었다.

“훗, 지쳤나 친구? 그럼 맘 놓고 시작해 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오는 가브를 향해 맹렬히 대시했고 가브는 너무나 급작스러웠기 때문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리오가 검의 등 부분으로 가브의 갑옷에 보호된 몸을 올려치자 가브의 몸은 가볍게 위로 치솟아 올랐고 군중들은 모두 위를 바라보았다. 공중에 올라가 있는 가브를 향해 뛰어 오른 리오는 검 자루의 끝으로 가브의 등판 정중앙을 내리찍었다. 흙먼지와 갑옷이 박살 나는 굉음을 일으키며 지면에 처박힌 가브는 결국 일어서지 못한 채 실신하고 말았다.

“쯧쯧… 체력이 의외로 약하군 친구. 덩칫값 좀 하라구….”

가브가 이렇듯 허무하게 당하자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테크가 분노에 몸을 떨며 리오의 앞을 향해 달려 나왔다.

“이 자식! 감히 가브를 저 꼴로 만들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맨 이터의 먹이나 되어라–!!!!”

맨 이터의 늘어나는 칼날은 리오의 목숨을 노리고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그러나 케톤과의 대전에서 맨 이터의 공격 범위를 눈에 익혀둔 리오를 테크가 맞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테크는 결국 맨 이터를 정상으로 되돌렸고 리오에게 자신에게 있는 검기를 모두 전개하기 시작했다. 수십 회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테크는 리오의 망토 자락조차 건들지 못했다.

“이런 젠장–!!!”

테크는 결국 기본적인 검술로 리오를 공격하려 했으나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의 눈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났다. 리오의 왼손이었다.

“허억!?”

테크의 안면을 왼손으로 움켜쥔 리오는 테크를 그대로 지면에 내다 박은 후 사람이 없는 건물의 벽 쪽으로 던졌다. 수 미터가량 지면에 끌려가다 벽에 충돌한 테크는 몸을 웅크린 채 입에서 피를 뿜으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서 처음 있는 일방적인 승부였다.

“졌다는 것에 화가 나는가? 하긴, 인간인 이상 화가 나겠지. 이것이 힘의 차이라는 것이다 멍청이. 또 우리에게 시비를 걸면 다음번엔 내가 셋을 다 상대해주지. 그땐 숨을 다 쉴 각오하고 도전해라.”

경고성의 말을 남긴 리오는 디바이너를 거두고 일행과 함께 여관에 들어가려 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이 그들에게 들려왔다. 로브를 입고 있는 한 노인이었다.

“이, 이런! 나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노인–로드 덕은 숨을 헐떡대며 리오 일행의 앞에 섰다. 그 노인의 얼굴을 본 린스는 흠칫 놀라며 리오의 뒤로 가 몸을 숨겼고 의아하게 생각한 리오는 로드 덕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후우, 후우… 아, 소개가 늦었군 젊은이. 난 로드 덕이라 하오. 얼마 전까지 아르센 아카데미(시립대학: 글쓴이 주)에서 일했는데 어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길이라오. 이 노인의 일행이 젊은이의 일행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내 사과하리다. 근데, 다 어디 있소?”

리오는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져 있는 가브와 테크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사태는 다 정리되었는데… 제가 조금 거칠게 처리했지요. 죄송합니다.”

로드 덕은 테크와 가브를 번갈아 돌아본 후 빙긋 웃으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허허헛, 괜찮소이다. 저 녀석들 한 번 혼쭐이 나야 했소. 이제까지 상대가 없었는데 오늘 깨끗이 당했구려. 아참, 그리고….”

리오에게 무슨 말을 하려던 로드 덕은 무심결에 여관 안으로 들어가려는 케톤을 보게 되었고 그는 크게 소리치며 케톤을 향해 소리쳤다.

“자, 잠깐!! 케톤·프라밍 군!?”

피곤함에 어기적거리며 여관 안으로 들어가던 케톤은 로드 덕이 소리치자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다, 당신은 대 현자 로드 덕님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다시 뵐 줄이야…!!! 공주님 뭐 하세요! 로드 덕 현자님이세요!!”

케톤은 눈치가 없게도 리오 뒤에 숨어있는 린스를 불렀고 린스는 이를 부드득 갈며 리오의 등 뒤에서 빠져나와 로드 덕에게 인사를 올렸다.

“현자… 로드 덕,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리, 린스 공주님!?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린스까지 만난 로드 덕은 크게 반가워하며 린스 앞에 절을 올렸다. 주위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리오는 급히 일행에게 말했다.

“얘기하실 거면 안으로 들어가서 하시죠….”

“아, 그게 더 좋겠소 젊은이. 고맙소, 허허허헛!!”

리오 일행과 함께 여관 안으로 로드 덕이 들어가자, 구경거리가 없어진 군중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다만 남은 것은 길바닥에 여전히 쓰러져있는 테크와 가브, 둘이었다.

로드 덕이 일행과 함께 여관 안에 들어오자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엘 역시 크게 반가워하며 로드 덕에게 인사를 했다. 후에 알려진 일이었지만,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은 바로 로드 덕이었다.

“스승님! 건강하셨군요!!”

로드 덕은 노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반가움을 표하였다.

“노엘까지 여기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공주님. 이 젊은이와 저 처녀까지 포함하면 이 일행은 정말 최강이군요. 허허… 공주님의 사교성은 정말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허허헛….”

‘꺽다리 하나로도 최강이라구 늙은이….’

린스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로드 덕과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로드 덕이 자신의 여행 이유를 차차 밝히면서부터, 린스를 비롯한 일행의 얼굴 표정은 차차 돌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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