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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59화


리오 일행이 머물고 있는 외곽 도시 렌톨 근처에 위치한 이름 모를 큰 산속에선 정오가 거의 지날 때쯤 사나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두 일곱인 그들은 각자의 손에 무기를 들고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봐! 시장이 말한 그 나무 괴물 말이야, 자네들 중에 들어본 사람 있어?”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있는 중년의 사나이가 사람들을 향해 물었고, 그들 중 녹색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가 확실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무에 정령이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나무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역사가 없다네, 어찌된 영문인지… 하긴, 요즘 들어서 그런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우리들이 각자 들은 얘기만 하더라도 셀 수 없을 걸?”

옆에 있던 황색 가죽 갑옷의 남자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맞아, 내가 저번에 들은 얘기 중에 물에 ‘맞아서’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정말 세상 참 묘하지?”

그들은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산의 중턱을 넘어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두워진다든가,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바람에 잎이 마찰하는 소리가 좀 크게 들려오는 것 외엔….


‘왜 계시다가 도로 뛰어가시는 거지?’

리오는 항상 자신의 앞에선 이성적인 행동을 하던 노엘이 갑자기 20세 미만의 소녀 같은 행동을 하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노엘의 방으로 향하였다.

‘뭔가 내가 실수한 일이 있어서 그러실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아도 상태를 물어봐야 하니까 가볼까?’

노엘의 방 앞에 도착한 리오는 주먹을 살짝 쥐고서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노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있습니다. 누구십니까?”

리오는 노엘의 목소리에 이상이 없자 안심을 하며 대답했다.

“리오입니다. 잠시 뵈어도 될까요?”

그러나 방 안에선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리오는 다시 한 번 방문을 두드리며 노엘에게 물었다.

“노엘 선생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잠시간 대답이 안에서 들려오지 않자, 리오는 포기한 듯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방 쪽으로 향하였다.

끼이익–

그때, 문이 열리는 작은 마찰음과 함께 리오의 등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 들어오셔도 괜찮습니다 스나이퍼씨.”

리오는 노엘의 태도가 하루밤 사이에 이렇게 달라지자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색하지 않고 무표정인 상태에서 노엘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노엘 선생님.”

두 개의 침대에 각각 마주 앉은 둘은 서로가 말이 없었다. 리오는 숨이 탁 막히는 분위기에 견딜 수가 없었는 듯, 결국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몸은 괜찮으신지요, 노엘 선생님.”

계속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노엘은 리오의 질문을 듣고서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리오는 안되겠다는 듯 허리를 굽혀 노엘의 시선이 있는 곳으로 자신의 몸을 옮기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선생님?”

“어멋!?”

리오의 얼굴이 갑자기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자, 노엘은 깜짝 놀라며 침대 뒤로 쓰러질 뻔하였다. 그 모습을 본 리오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만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후훗… 마음속에 무언가 있으신가 보군요. 이런 반응은 2류 애정소설의 여주인공이나 하는 거라고 전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이해가 갑니다. 그런 류의 소설을 보면 남자 주인공이 이렇게 하죠.”

리오는 침대 위에 반쯤 누워 있는 노엘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살며시 속삭였다.

“다친 데 없어…?”

리오가 자신에게 의외의 행동을 대담하게 펼치자, 노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도망치려는 듯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리오는 속으로 큰일이다 생각하면서 다시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말했다.

“…물론 진짜로 한 건 아니니 너무 놀라진 마세요. 제가 선생님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예전처럼 이성적으로 생활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이 레프리컨트 왕국 최고의 여성 과학자라는 분이 취하셨던 행동과 지금의 행동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나이트메어의 충격이 크셨다는 건 저도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행동을 하신다면 린스 공주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실망과 걱정을 하고 맙니다. 제발 마음을 편안히 하시고 예전처럼 행동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리오가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말하자, 노엘의 두근거림도 이내 사라져버렸다. 리오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노엘은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스나이퍼씨. 제가 너무 어린 행동을 했었군요. 걱정을 드렸다면 사과드립니다.”

노엘의 말투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오자, 리오는 그제서야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주님께 인사나 드리세요. 어제 밤 선생님의 걱정을 가장 많이 해 주셨으니까요. 그럼 전 이만….”

노엘은 나가려는 리오의 뒤를 따라 일어섰고 문을 열고 나가던 리오는 노엘을 돌아보며 웃음을 띄운 채 말했다.

“…근데 아까 그렇게 행동하실 땐 귀여웠어요. 하하핫….”

그 말을 남기고 리오가 나가자, 노엘은 빙긋 웃으며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잠시간 생각하던 그녀는 턱을 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 아직 일이 남아있으니 나중에 더 생각하지 뭐, 그가 그때까지 죽진 않을 테니까… 후훗.”


렌톨 근처의 산속, 그곳에선 두 명의 사나이가 숨을 몰아쉬며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올라갈 때처럼 밝지 않았다. 사냥꾼에게 쫓겨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한 마리의 짐승과도 같았다.

파싯–

순간,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달아나던 사나이 중 한 명의 머리가 과일이 터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앞으로 쓰러졌고 그 사나이의 뇌수와 피를 흠뻑 맞은 다른 사나이는 포기한 듯 자신의 허리에 매여진 검을 부여잡고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오, 오너라 괴물! 너 죽고 나 죽자–!!!”

파싯–

그 사나이가 말하는 도중, 사람의 머리를 박살 냈던 그 음산한 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고 무언가 땅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사나이는 자신의 생명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검을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그것’을 치려 하였다. 그러나 검은 휘둘러 지지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한 사나이는 자신의 오른팔을 돌아보았다.

“으, 으아아아악–!?”

사나이의 오른팔은 깨끗하게 잘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괴성을 지르던 사나이는 뒤이어 연속으로 들려온 바람 소리와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사나이를 쓰러뜨린 ‘그것’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쓰러뜨린 두 사나이의 시체를 남김없이 수거하여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분명히 일곱인 줄 알았는데 먹이가 여섯이라니… 내가 한 마리 놓친 걸까? 아냐, 그럴 리 없어. 처음에 실수해서 세었겠지. 키키키킷, 오늘은 먹이가 많아 좋은걸? 저번엔 두 마리밖에 없어서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는데 말이야… 키키키.」

‘그것’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날 하루도 점점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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