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75화
“예? 공주에 대한 정보라고요? 그 애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나요?”
여왕이 크게 놀라며 묻자, 라세츠는 표정을 어둡게 하며 대답했다.
“확실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이상한 집단과 함께 다니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기사인 케톤 프라밍과 마법 학자 노엘 메이브랜드도 같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공주님을 인질로 그 집단이 둘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여왕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세, 세상에 그럴 수가… 린스가 인질로…!?”
라세츠는 여왕을 슬쩍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집단의 우두머리이자 린스 공주님을 인질로 하고 있는 것 같은 자는 붉은 머리의 떠돌이 검객이라 합니다. 차림새는 마치 용병과 같고 검술도 뛰어나다 전해집니다. 항구 도시 트립톤부터 공주님과 같이 다녔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보아, 공주님을 처음부터 인질로 한 것 같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을 들은 여왕의 얼굴은 금세 분노로 일그러졌고, 결국 옥좌에서 벌떡 일어서며 라세츠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두고 볼 수는 없소! 그 붉은 머리 떠돌이를 곧장 잡아들이고, 공주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시오!! 모든 명령은 라세츠 후작이 맡아 주세요!!”
라세츠는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여왕에겐 자신의 미소가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며….
“라세츠 후작, 마마의 분부 받들겠습니다!!”
라세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여왕에게 맹세하였고,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맺었다.
“부탁해요 후작, 린스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그럼 나가 보세요.”
라세츠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알현실에서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문을 나선 라세츠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복도를 당당한 걸음으로 거닐었다. 그의 머릿속은 무언가로 꽉 차 있는 듯, 앞에서 오던 미네리아나가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였어도 본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왕궁을 찾으시는 것 같군요 미네리아나 마마.”
왕궁 복도를 함께 걷던 베르니카가 묻자, 미네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언니가 여왕이 된 이후 한 번 왔으니까… 3년 만인가요? 정말 기분이 새롭군요 베르니카. 아, 베르니카도 저와 비슷할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베르니카는 자신의 왼쪽 눈을 덮고 있는 안대에 손을 가져가며 가볍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미네아는 자신이 실수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자신이 사과를 하면 베르니카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할까 걱정되어 잠자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알현실이 가까워졌을 무렵, 둘의 앞에 금발을 말끔히 뒤로 넘긴 미남자가 걸어왔고 미네아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
“아…! 라세츠 후작님 아니세요, 정말 오랜만…?”
그러나 라세츠는 미네아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지나쳐 버렸고, 미네아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라세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베르니카는 굳은 표정으로 미네아에게 다가와 말했다.
“…마마, 라세츠 후작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품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않으시는 게 마마에겐….”
그러나, 미네아는 다시 웃으며 베르니카를 향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 아닐 거예요 베르니카. 급한 일이 있으셔서 절 미처 보지 못하셨겠죠. 그럼 알현실로 계속 갈까요?”
그런 미네아를 보는 베르니카의 표정은 근심으로 어두워지고 말았다. 그녀는 한숨을 짧게 내쉰 뒤에 미네아를 따라 알현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노엘도… 마마와 같은 반응이었지….’
“아… 계속 수고하고 계셨군요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알현실 앞을 지키던 병사와 시녀들은 미네아가 초라한 복장으로 다가와 자신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자 깜짝 놀라며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무,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미네리아나 마마!! 저희들의 목을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미네아는 손수 병사의 손을 잡아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왕위 계승이 끝난 왕족은 별 볼 일 없는데요… 호홋.”
“가만히 뭐 하는 거냐! 어서 여왕 마마에게 미네리아나 마마가 오셨다고 고하거라!”
도저히 보지 못하겠다는 듯, 베르니카는 무릎을 꿇고 있는 시녀를 향해 소리쳤고 시녀는 움찔하며 급히 알현실 안으로 들어갔다. 베르니카는 계속 미네아를 일으키며 미네아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기 시작했다.
“마마, 아무리 왕위 계승권이 없으시다 해도 왕족은 왕족이십니다.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네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잠시 후, 알현실의 문이 열리며 나온 사람은 놀랍게도 시녀가 아닌 레프리컨트 여왕이었다. 병사들은 더더욱 놀라며 허리를 굽혔고 미네아는 활짝 웃으며 여왕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미네리아나 레프리컨트, 레프리컨트 여왕 마마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미네아의 인사하는 모습과 초라한 옷차림을 본 여왕은 결국 눈물까지 흘리며 미네아를 꼭 안은 채 말했다.
“미네리아나! 돌아와 줬구나!!”
“아… 마마, 이러실 필요까지는….”
그러나 미네아의 그런 말은 여왕에게 들리지 않았다. 여왕은 미네아의 손을 잡고 알현실로 들어갔고 베르니카도 같이 알현실로 들어갔다. 여왕은 시종일관 미네아의 손을 놓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고 미네아 역시 사양하면서도 여왕의 손을 자신 역시 꼭 잡고 있었다.
“미네리아나… 네가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린스까지 없는 지금… 정말 다행이구나.”
“린스… 린스가 없다고 언니? 무슨 소리야 그게?”
둘의 말투는 어느새 보통 자매의 그것과 같아져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베르니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계속 둘의 얘기를 들었으나 린스에 관한 말이 나오자 그녀 역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벨로크 왕국이 수도를 침공해 들어왔을 때, 내가 직접 린스를 피신시켰단다, 그런데… 그런데 상황이 나빠진 거야. 붉은 머리를 한 떠돌이 검사가 린스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구나. 그래서 노엘과 케톤이 어쩔 수 없이 그 검사의 말에 따르고 있다는 데… 라세츠 후작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말을 듣고 있던 베르니카는 라세츠 후작이란 이름이 나오자 얼굴을 찡그렸으나 린스가 인질로 잡혀 있어 노엘 등이 고생을 한다는 말에 더욱 불안해졌다.
“라세츠 후작께서? 역시… 그래서 그분이 날 그냥 지나쳐 버렸구나. 그럼, 어떻게 하기로 했어 언니?”
“응, 그 남자를 수배하고 린스를 구출하기로 했지. 하지만 어디에 있을지… 라세츠 후작을 믿어보는 수밖에.”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3년이란 세월 동안 자매 사이에 쌓인 얘기란 끝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아, 아야야…! 여기가 어디지?”
마키는 루이체에게 맞은 부분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고 자신이 누워있는 장소는 어떤 여관의 안일 것이라 마키는 생각했다.
“근데, 누가 날 여기에… 앗!?”
마키는 옆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지크를 보고 의외라는 듯 놀라워했다. 그러나, 곧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 날 데리고 왔다면… 다행이야….”
마키는 머리에 두른 터번을 벗고 일어서서 조용히 욕실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