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278화


바이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크는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바이론의 왼쪽으로 돌진해 들어갔고 바이론은 지크의 움직임이 예전과 완전히 다르자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나타내었다. 지크가 왼손에 칼자루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본 바이론은 지크가 접근전을 펼치려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으나 지크의 스피드는 같은 가즈 나이트들 사이에서도 빠른 축에 드는 것이라 바이론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방어나 무리한 반격뿐이었다. 그러나 바이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방어인 이상 결론은 단 하나였다.

“먹어라앗–!!!”

지크는 기합과 함께 바이론의 왼팔을 향해 무명도의 일격을 선사했고 바이론의 왼팔에선 곧 선혈이 튀었다. 그러나 그 양은 지크가 예상했던 결과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크는 아차 하며 바이론의 오른팔을 바라보았고 바이론의 검은 벌써 지크의 머리 위에까지 내려와 있었다. 지크는 이를 악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오른 주먹으로 <다크 팔시온>의 날을 내리쳤다.

파악!

지크의 방어로 인해 <다크 팔시온>의 날은 지크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고 지크의 가슴에선 약간의 핏방울이 공중으로 튀어나갔다.

“으윽!”

겨우 자세를 바로 한 지크는 뒤로 뛰며 바이론과의 거리를 다시 두었고 바이론 역시 뒷걸음질을 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지크는 자신의 상처에서 나고 있는 피를 손가락에 묻힌 후 맛을 보며 바이론을 향해 중얼거렸다.

“후우… 독은 묻히지 않는 모양이군 빈혈 사나이, 의외인데?”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독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오른손에 잡고 있는 <다크 팔시온>의 날을 혀로 핥은 뒤 지크에게 말했다.

“크크크… 날 너무 더러운 녀석으로 알고 있군. 하지만 괜찮아… 크크크… 날 인정해 주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니까 말이야… 크크크.”

“…그렇겠군!”

지크는 다시 한번 바이론을 향해 자세를 낮추고 돌진하기 시작했고 바이론은 웃음을 띠며 지크를 향해 자신도 돌진하기 시작했다. 돌격으로 시작되는 지크의 공격을 원천 봉쇄할 생각인 듯했다.

“쓸데없다 빈혈맨!!”

지크 역시 바이론의 의도를 파악한 듯 소리치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바이론은 지크가 사라지자 그 자리에 멈춰서며 <다크 팔시온>을 자신의 등 뒤로 휘둘렀다.

“백 스텝(Backstep)이냐!!”

바이론의 예상 대로, 지크는 바이론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며 무명도로 바이론의 등을 향해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으나 바이론이 미리 휘두른 <다크 팔시온>에 의해 그 공격은 무산되고 말았다.

“아, 아니!?”

“크흐… 가즈 나이트끼리 이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아… 정면 대결만이 있을 뿐이다!! 크하하하하핫–!!!”

바이론은 곧바로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바이론에게서 뿜어지는 엄청난 힘에 지크는 전율을 감추지 못했다.

파아앙–!!

‘뭐, 뭐야, 리오 이상의 파워잖아…!?’

무차별로 공격하는 바이론을 향해 견제용으로 빠른 킥을 날린 지크는 바이론의 복부에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었고 그 틈을 이용해 다시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바이론은 복부를 쓰다듬으며 지크를 향해 조소를 던졌다.

“계속 도망만 다닐 거냐 지크…? 내가 무서운가 보군… 크크크 흐음.”

바이론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조용히 바이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잔재주는 안 통한다… 좋아, 그럼 새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 보자!’

지크는 양팔을 펴며 기전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크의 몸 전체에 강렬한 스파크가 흐르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뒤늦게 도착한 미네아와 베르니카는 지크가 자신들도 처음 보는 회색 피부의 사나이와 싸우고 있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녀석 결국… 하지만 저 회색 피부의 남자는 누굴까요 마마?”

미네아는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크 씨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미네아의 말 대로, 지크의 얼굴은 살기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지크는 무명도를 양손으로 잡고 자세를 낮추며 바이론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걸 받아봐라!! 구백구십일식, <뇌천살>(雷千殺)–!!!!”


“부인, 잠이 안 오나 보오…?”

부인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던 그레이 공작은 자신의 부인이 눈을 뜬 채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 슬며시 물어보았고 그의 부인인 레이필 여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여왕 마마가 계신 왕궁에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마마가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군요.”

그 말을 들은 그레이 공작은 한숨을 푸우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불을 켜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레이필 여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공작에게 말했다.

“그냥 느낌일 뿐인데 당신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옷까지 갈아입으실 필요는….”

그레이 공작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소리 말아요, 당신이 불안하다고 말한 것은 다 이루어졌잖소? 우리가 젊었을 적 모험을 다닐 때에도 당신의 예감이 적중해서 목숨을 구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이번에 벨로크 공국이 침공해 들어왔을 때도 당신의 말을 듣고 기습만은 면하지 않았소? 당신의 예감이 맞다면 지금 하인 중에서 한 명이 방문을 두드려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노부부의 침실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렸고 곧이어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공작님, 왕성에서 급한 전갈이….”

그레이 공작은 그것 보라는 듯 자신의 부인에게 윙크를 하며 벽에 걸린 자신의 장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래, 나간다고 전령에게 전하거라.”

하녀의 발소리는 곧 멀리 사라져 갔고 그레이 공작은 부인의 손에 살짝 키스를 해준 뒤에 검을 가지고 방문을 나섰다.

“다녀오겠소 부인. 만약 힘이 모자라면 당신도 부를지 모르니 준비하는 게 좋을 거요. 로드 덕과 마력 면에서 맞먹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 당신뿐이잖소. 허허헛….”

그레이 공작이 문을 닫자, 레이필 여사는 한숨을 쉬며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아… 미네리아나 마마가 계시다면 여왕 마마도 안심하실 수 있으실 텐데….”

말 발굽 소리가 왕궁 쪽으로 들리는 것을 확인한 레이필 여사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지 자신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마마를 안심시켜 드려야 할 것 같네… 능력은 충분하시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시니… 미네리아나 마마뿐 아니라 린스 공주님도 없고….”

복장을 갖춘 레이필 여사는 양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은 곧 빛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