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87화
“후후후… 괴로운가 미남? 당연히 괴롭겠지… 자신의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렇게 죽어가야 하니 말이야. 한 가지 가르쳐줄까? 왜 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말이야.”
리오는 가물거리는 의식을 바로잡으며 라기아를 바라보았고 라기아는 통쾌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홋!! 이 나찰을 만든 물질은 이 세상에 1년 전 나타났던 마귀족 [아슈테리카]의 피다! 인간의 힘, 즉 [기]를 이용하는 너에게 아슈테리카의 독특한 이 피는 한마디로 말해 쥐약이지. 방출되는 너의 기를, 그리고 힘을 아슈테리카의 피로 만든 특별 가공된 세포질이 깔끔히 흡수해 준다. 그 덕분에 난 너를 이렇듯 여유 있게 괴롭힐 수 있게 되었지. 호호호호호홋-!!!”
리오의 복부에서 창을 뽑아낸 라기아는 황색의 빛을 눈에서 뿜어내며 리오의 가슴을 향해 창 끝을 갖다 대었다.
“후후훗… 이제 네 심장을 가져주지. 원래 계획으로는 린스 공주를 잡아가는 것인데 네가 의외로 빨리 세포질에 잡혀 줘서 더한 수확을 올리게 되었구나. 후후훗, 이제 안녕이다… 미남!”
“기다려-!!”
그때, 회은색의 작은 물체가 누군가의 기합성과 함께 라기아를 향해 날았고 라기아는 움찔하며 창으로 자신에게 날아온 그 물체를 막아 내었다. 라기아는 인상을 가득 쓴 채 창에 박힌 물체를 확인해 보았다.
“뭐야 이게… 으읏!?”
라기아의 창에 박힌 것은 긴 나뭇잎 형태의 수리검이었고 그 수리검의 표면엔 붉은색의 글씨가 어지러이 써 있었다. 그 수리검은 라기아의 창에 박힌 채 폭발을 일으켰고 라기아는 그 파편에 눈을 다친 듯 손으로 눈을 가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으읏!! 이, 이게 뭐야!!”
“떨어져라 마녀!!”
라기아의 빈틈을 노린 한 그림자가 리오와 라기아 사이에 어느새 나타났고 곧 섬광이 라기아의 가슴과 복부를 일직선으로 갈라 놓았다.
“크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라기아를 한 번 바라본 그 그림자-케이는 손에 든 약 1미터가량의 도검으로 리오의 몸을 싼 세포질을 과일 껍질 벗기듯 자르고 벗기기 시작했다. 리오의 상반신이 거의 드러날 무렵,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나찰들이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령자가 쓰러지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치가 조금 늦게 발동된 모양이었다. 나찰들에게 둘러싸인 케이는 리오를 자신의 뒤에 놓은 채 방어 태세를 취하였다.
“리오씨, 정신 차려요! 당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광경을 저승에서 보고 싶진 않을 거 아니에요!!”
솔직히 케이는 나찰들과 싸울 자신이 없었다. 파워에선 확실히 밀릴 것이 뻔했고 리오라는 짐을 뒤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싸우기에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케이의 뒷쪽에 있던 나찰의 밑 지면에서 갑자기 거대한 물 회오리가 솟구쳤고 그 안에 빨려 들어간 나찰은 그 압력에 의해 순식간에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고 장갑 안쪽을 유지하던 세포질 역시 분자 단위로 변하여 공기 중에 흩어졌다. 케이는 자신의 뒤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에 깜짝 놀랐으나 그녀는 다른 곳에 정신을 쓸 틈이 없었다. 마지막 남은 나찰의 공격이 시작된 탓이었다.
“그워어어어어-!!!”
투우우웅-!
케이를 빠른 속도로 찍어 내리던 나찰의 날카로운 기계 팔은 갑자기 이상한 방벽에 충돌했고 나찰의 몸은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케이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며 공중에 떠오른 나찰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 저, 저것은!? 설마 물방울?”
케이가 말한 대로, 나찰의 몸은 거대한 물방울에 잡혀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 물방울은 곧 사방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나찰의 몸도 사방으로 일그러졌다. 곧 나찰은 세포질이 포함된 고철로 변하였고 물방울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여 아까와 같은 회오리로 변해 나찰의 몸을 분해하였다.
세이아를 잡고 있던 나찰은 동료들이 모조리 당하자 자신의 자동 회피 장치를 작동하였고 케이가 그것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 여잔 데려가지 못한다!!”
그 순간, 케이의 눈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곡선의 날을 가진 파란색의 검을 든 녹색 머리의 남자, 그 남자는 조금 전에 리오의 앞에 나타났던 바로 그 사나이였다. 그는 케이의 앞을 막아선 후 자신이 직접 나찰에게 돌진하였고 그 사나이의 검은 나찰의 각 관절 부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물빛 곡선을 나찰의 몸에 그린 그 사나이는 공중에 가만히 떠 있는 나찰에게 잡힌 상태인 세이아를 가볍게 구출하며 지상에 착지했고 공중에 떠 있는 나찰은 곧 수십 토막으로 잘려져 땅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나찰의 몸들에선 아까와 같이 세포질들이 비어져 나왔고 그 사나이는 세이아를 바닥에 내려놓은 즉시 손을 이리저리 교차해 물 회오리를 생성하여 그 세포질들을 마지막으로 분해시켰다.
“다, 당신은 도대체…?”
케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사나이에게 물었고 그 사나이는 자신의 검을 집어넣으며 고개를 돌렸다.
“리오씨의 몸에 달라붙은 세포질들을 마저 제거해 주십시오. 전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폭파된 집 안에 있던 아이는 제가 구출해 놓았다고 리오씨에게 말씀드려 주십시오. 리오씨에겐 그냥 ‘물’이라고만 전해주시면 됩니다.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 사나이는 곧바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케이는 멍한 표정으로 그 사나이가 서 있던 장소를 바라볼 뿐이었다.
“‘물’이라고…? 그러고 보니 저 남자 물을 자유롭게 사용하던데… 풍수사인가?”
케이는 세이아의 상태를 살펴본 후 다시 리오에게로 돌아가 그의 몸에 아직도 달라붙어 있는 세포질을 칼로 떼어 내기 시작했다.
“언니! 세이아 언니!!!”
얼마 안 되어, 갈색 머리의 아이가 쓰러진 세이아를 향해 울먹이는 표정으로 달려왔고 케이는 큰일이다 생각하며 리오의 처참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곧 마을 사람들이 케이와 라이아, 세이아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케이는 리오를 촌장 집으로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크으으으윽…! 못된 계집 같으니…!!!”
몰려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라기아는 케이에게 받은 상처를 회복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으… 그 계집, 생각보다 좋은 칼을 가지고 있군.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으으윽….”
라기아는 비틀거리며 공간 이동의 주문을 외웠고 그녀의 몸은 나타날 때와 같이 공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사라져갔다.
“뭐야!! 꺽다리, 아니 리오가 당해!?”
노엘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린스는 멍하니 노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 가서 볼 거야! 그 녀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볼 거야!!!”
리오가 치료를 받고 있는 방에 린스가 뛰어 들어가려 하자 노엘이 급히 그녀를 말렸고 린스는 고함을 지르며 노엘에게 소리쳤다.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그러나 노엘은 놓을 수 없었다. 오른쪽 눈을 잃고, 복부에 지름 5cm가량의 커다란 상처가 두 개나 난 리오의 모습을 린스에겐 결코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