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01화
“나이트 케톤·프라밍,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습니다.”
케톤은 여왕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고 여왕은 미소를 지으며 케톤을 환영해 주었다.
“고생이 많았군요 케톤. 린스가 너무 괴롭히진 않았나요?”
케톤 역시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닙니다, 저 대신 다른 분이 고생을 하셔서 전 그런대로 편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리오·스나이퍼라는 떠돌이 기사를 말하나요?”
케톤은 여왕이 리오의 이름을 알고 있자 깜짝 놀라며 여왕을 바라보았다.
“예? 마마께서 어떻게 그 분의 이름을‥?”
여왕은 빙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 린스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사람의 칭찬을 해서요. 케톤마저 그 사람을 칭송하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지금 이 수도에 있나요?”
케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리오가 며칠 전부터 계속 자신은 수도에 있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밖에 있지 않을 것이라 했기 때문이었다. 케톤은 표정을 굳히며 여왕에게 대답했다.
“계시긴 합니다. 그러나, 무례한 말씀이지만 그 분을 만나시기 전에 저와 약속을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마마?”
“약속? 어떤 약속인가요?”
케톤은 고개를 더더욱 숙이며 말했다.
“리오씨에게 계급을 주셔서 이 수도에 계속 있게 하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 왕국, 아니 이 대륙에 아직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마.”
여왕은 케톤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한 후 답해주었다.
“그럼 짐이 만나 보고서 결정하겠어요. 우리 왕국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안 만나보고선 모르잖아요? 그 후에 그의 신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하지요.”
케톤은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거절한 것은 아니기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예, 알겠습니다 마마. 그럼, 제가 직접 리오씨를 모셔 오겠습니다.”
“하실 말씀이라는 게‥.”
침대에 앉아있던 레이는 루이체가 팔짱을 낀 채 우두커니 서 있자 그녀에게 물었고 루이체는 레이를 바라보며 묻기 시작했다.
“간단해요, 오빠랑 어디까지 가셨죠?”
레이는 가만히 루이체를 바라보다가 빙긋 웃으며 간단하다는 듯 답해주었다.
“아, 물론 이 수도까지 왔지요. 전 괜히 긴장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루이체는 한순간 허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완전 벽창호잖아!! 어떻게 이런 여자가 오빠 같은 남자에게 붙을 수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레이는 루이체의 표정이 변하자 웃음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
“저어‥제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루이체는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근데 이 지방에 사는 사람들과는 좀 다르게 생기셨는데, 어디에서 오셨나요?”
레이는 다시 미소를 띠우며 답해주었다.
“전 이 마우이 대륙의 바다 건너 동쪽에 위치한 대륙이 고향입니다. 여기 사시는 분들은 흔히 동방이라 부르시죠.”
“아하‥그러셨군요. 그럼, 그 먼 길을 혼자 오셨나요?”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제 언니랑 함께 왔습니다.”
“언니요? 이상하다, 오빠랑 같이 오셨을 때는 혼자셨잖아요, 어디 다른 여관에 계시나요?”
루이체가 큰 눈을 껌뻑이며 자신을 바라보자, 레이는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손수 묶기 시작했고 그 묶인 머리는 곧 진홍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약간 곡선을 이루던 레이의 눈썹은 일직선으로 가늘게 펴졌고 그녀의 눈매 역시 평상시보다 가늘게 변하였다. 눈동자마저 진홍색을 약간 띠는 듯했다. 루이체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레이, 아니 케이는 씨익 웃으며 인사를 했다.
“하핫, 반가워요 루이체양! 제가 레이의 언니 되는 케이에요.”
루이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의 눈앞에서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건 마법으로 변신하는 것과 자신의 안면근육을 이용해 얼굴만 달라지는 것이었지만 레이가 케이로 변하는 모습은 그 어떤 변신과도 달랐다. 천사인 루이체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영혼 자체까지 바뀐 사실을.
“세,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사연은 좀 복잡해요. 하하하핫‥.”
‘도, 도저히 이 여자는‥!’
루이체는 머리를 감싸며 고민에 빠져버렸고 케이는 미소를 지은 채 재밌다는 듯 루이체의 고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끼이익-
방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오자 마키는 순간 긴장을 하며 이불 안에 있는 자신의 단검을 움켜쥐었다. 발자국 소리가 지크도, 루이체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마키는 눈을 꼭 감은 채 들어온 사람의 기척에 신경을 집중하였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난 지크 형제 되는 사람이니까. 아프다는 사람이 인상을 그렇게 쓰고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소.”
마키는 흠칫 놀라며 눈을 떴고 그녀의 눈앞엔 지크와 비슷한 큰 키에 붉은 장발을 묶어 내린 한 남자가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오른쪽 눈을 덮은 붕대가 마키의 눈엔 거슬렸지만 그의 얼굴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응? 인사하려고 할 필요는 없소. 그러고 보니 상당히 동안인데 그래요? 얼굴도 미남이고. 내 이름은 리오라고 하오. 그만 누워서 몸조리나 해요.”
리오는 망토를 벗은 뒤 의자에 앉아 양손으로 머리 뒤를 받치고 한숨을 길게 쉬어보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형제라면서 그 녀석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른데? 훨씬 조용한 것 같군.’
그렇게 둘은 왕궁에서 케톤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동안 말없이 휴식을 취하였다.
“뭐라고! 린스 공주가 돌아왔단 말이냐!!”
라세츠는 자신의 의자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심복에게 소리쳤고 심복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예, 아무래도 벨로크 왕국 쪽에서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프로빌리아 마을에 있다고 해서 린스 공주도 납치하고 공주를 보호하는 케톤과 그 붉은 머리를 처치한다고 연락을 했었는데‥무리였나 봅니다.”
라세츠는 조각과도 같은 자신의 얼굴을 찡그리며 다리를 꼰 채 앞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을 하던 라세츠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심복에게 말했다.
“쳇‥여왕도 별것 아니고 양녀인 린스 공주도 그리 인재처럼 보이지 않길래 안심했더니 왕궁엔 이상한 보디가드 녀석이 둘이나 들어왔고 게다가 그 붉은 머리와 공주, 노엘까지 돌아왔으니‥일이 어렵게 되었군. 어쩔 수 없다, 벨로크 공국에 연락해라. 한 달 후에 열리는 왕국 검술제에 맞춰 그들을 보내라고‥!”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심복은 곧 잔상을 남기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라세츠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듣기론 그 붉은 머리 녀석 거의 무적이라고 하던데‥제발 떠나길 바래야 하겠군, 그 녀석만이라도 없다면 일은 쉬워질 텐데‥.”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리오는 눈을 뜨며 문밖에 있는 사람에게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문 열렸어, 들어와라 케톤.”
그러자 문이 살짝 열리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케톤이 방 안에 들어왔다. 케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저인지 아시네요. 아직 리오씨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은 것 같군요. 찾아온 이유는요, 레프리컨트 여왕님께서 리오씨를 뵙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모시러 왔습니다.”
리오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케톤에게 물었다.
“아직도 공주 납치범 어쩌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
“하핫, 당연하죠. 그럼 가실 거죠?”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가야지 뭐. 같이 가자.”
케톤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예! 그럼 여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케톤이 나간 후 리오는 의자에서 일어서 몸을 푼 뒤 망토를 다시 입고 방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려다가 마키가 누워있는 모습을 본 리오는 멈춰 서서 마키를 향해 말했다.
“음, 간호는 루이체에게 맡길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럼 몸조리 잘 하길‥.”
마키는 아무 대답이 없었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방 밖으로 나가 루이체의 방으로 향하였다.
“루이체, 오빠 나간다.”
곧 방 문이 열렸고 루이체와 케이가 나와 리오의 앞에 서서 물었다.
“가다니? 어디 가려고?”
“응, 성에서 나도 부르나 봐. 여왕님이 감사하다고 할 모양인데‥대충 하고 와야지 뭐. 내 방에 누워있는 그 괴한 간호 좀 해 줘라. 그럼 난 간다, 레이씨‥아니 케이씨는 기다리고 있어요.”
케이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아요, 어디 안 갈 테니까.”
리오 역시 씨익 웃어보인 뒤에 케톤이 기다리고 있을 여관 밖으로 향하였다.
“‥음?”
마키는 이상하다는 듯 눈을 깜박여 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열이 나던 자신의 몸이 갑자기 씻은 듯 나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마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았다. 그녀의 몸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좋아, 왜 갑자기 나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움직여 볼까?”
마키는 자신의 작은 짐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붉은색과 흰색을 띤 두 개의 작은 자루와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자루였는데 마키는 방 안에 있던 작은 대야에 흰색 가죽자루에 든 가루를 조금 풀어 넣고 다른 자루에 들어있는 액체를 대야에 넣어 반죽을 하듯 먼저 넣은 가루와 섞기 시작했다.
“좋아‥이 정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