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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02화


마키가 스승에게 배운 것은 무술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스승이 다른 제자인 리마에게 함정 설치를 가르쳐 준 것처럼 마키에겐 변장술을 특별히 가르쳐 준 것이다. 마키가 대야에 반죽해 놓은 물질은 그녀의 피부색을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반죽은 재빨리 굳어져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입자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가루로 변하였고 마키는 상의를 모두 벗은 뒤 그 가루를 헝겊을 이용해 상체에 바르기 시작했다. 곧 마키의 상체 피부는 약간 갈색을 띠던 전과는 달리 우윳빛에 가까운 깨끗한 피부가 되었고 역시 가루가 발라진 그녀의 얼굴 역시 루이체와 같이 희게 변하였다. 거울을 본 마키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하였다. 짐에서 꺼낸 화장 도구로 가볍게 화장을 한 마키는 어떤 식물에서 채취한 기름을 이용해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밀착시킨 뒤 약간 분홍색을 띠는 가발을 짐에서 꺼내 머리에 썼다. 가발을 깨끗이 다듬자 마키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고 자신의 앞, 뒤, 옆을 모두 살펴본 마키는 다시 옷을 입고 뒷정리를 한 뒤 창문을 통해 밖으로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여왕 마마, 케톤 기사님과 또 다른 손님이 오셨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듯, 여왕은 속히 그들을 들라 했고 명을 받은 시녀는 인사를 한 후 알현실의 밖으로 빠져나갔다. 곧, 케톤과 함께 리오가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고 여왕의 앞으로 온 케톤은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여왕에게 리오를 소개하였다.

“마마, 이분께서 공주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을 도와주신 리오라는 분입니다.”

케톤의 소개가 끝나자, 리오는 오른손으로 망토의 끝을 잡아 자신의 반대편 가슴에 올려 붙인 후 무릎을 꿇고 정중히 예를 올렸다.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레프리컨트 왕국의 어머니이신 여왕 마마께 처음으로 인사를 올립니다.”

‘‥멋있다.’

리오가 정중한 예를 올리는 모습을 처음 본 케톤은 속으로 상당히 놀라워했다. 처음에 자신의 걱정과는 달리 상당히 숙련된 폼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여왕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론 갑옷도 입지 않고 머리도 뒷머리만 대충 위로 묶어 내렸기 때문에 그리 정중한 예는 기대하지 않았던 그녀에겐 리오의 예상 외의 모습은 상당히 멋지게 느껴졌다.

“반갑소 리오, 고개를 드시오. 우리 공주를 보호해 준 은인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군요.”

리오는 가볍게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살며시 들었고 오른쪽 눈을 덮은 붕대 외에 리오의 얼굴은 여왕에게 상당한 점수를 받았다.

“호오‥예상 외군요. 짐은 방랑 기사라 하여 상당히 투박한 인물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미남일 줄은 몰랐소. 호호홋‥.”

리오는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마마.”

여왕은 미소를 띄우며 리오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음‥그대는 어떤 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나요? 기사란 보통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직업이 아니라 생각하는데‥대답해주겠소?”

그런 질문은 셀 수 없을 만큼 받아본 리오였다. 리오는 가볍게 대답했다.

“제 기사 작위의 정식 명칭은 [프리·나이트(Free Knight)] 입니다. 그 작위는 스승이 제자에게 물려줄 수 있지요. 전 기사 작위를 제 스승께 받았습니다.”

여왕은 눈짓을 통해 케톤에게 맞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케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그럼, 그 증거물은 있나요?”

그 질문에, 리오는 디바이너를 칼집째 여왕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것입니다. 저의 검, 디바이너입니다.”

여왕은 디바이너란 이름을 듣고서 들어본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생각이 났는지 리오에게 확인을 하듯 물었다.

“[디바이너]라‥고대 언어로 [영원한 슬픔]이라고 짐이 예전에 서적에서 본 일이 있는데‥뜻이 맞나요?”

리오는 여왕이 디바이너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을 하려다 이름의 뜻을 말하자 속으로 잔뜩 품었던 긴장을 풀며 대답을 했다. 혹시나 디바이너 때문에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예, 저도 그렇다고 스승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에 들어갔다.

“역시 검에서부터 보통 실력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군요. 그럼, 지금까지 계속 방랑 생활만 했나요?”

리오는 여왕의 질문이 거의 끝났구나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대답을 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스승님과 사별 후에 스스로 실력을 키우며 방랑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래요? 그럼 목적이 없이 방랑을 한다는 말입니까?”

리오는 웃으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 일생을 바쳐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습니다.”

여왕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들어봐도 되겠소?”

리오는 고개를 반쯤 들며 입을 열었다.

“제 목적은,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고통과 슬픔을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없애는 것입니다. 물론 불가능한 목적입니다만, 저 하나라도 방랑을 하며 사람들을 돕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계속 방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여왕은 만족한 듯한 눈빛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소. 짐이 만약 그대에게 직위를 내린다면 어떻게 할 것이오?”

리오는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송구스럽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이 수도 주위에도 저의 작은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오의 말투가 확고한 것을 안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며칠간 수도에 쉬어 달라는 부탁은 들어 주겠지요?”

여왕이 그 말을 하자 케톤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 역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감사합니다 마마.”

여왕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리오와 케톤에게 말했다.

“좋소, 그럼 두 기사는 저녁 만찬 때까지 이 왕궁에서 기다려 주시오. 훌륭한 만찬이 될 것 같소. 호호홋‥.”

리오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케톤은 리오의 옆에 서서 리오와 함께 허리를 굽혀 여왕에게 인사를 하였다.

“여왕 마마의 깊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알현실을 나온 리오에게 케톤은 의외였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야아‥놀랐어요. 다른 나라의 왕을 많이 만나보신 것 같은데요?”

“아니‥많이 만나보진 못했어. 자아, 저녁까진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 어디서 기다리면 되지?”

케톤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만 따라오세요. 아직 리오씨에게 소개시켜 드릴 분이 계시니까요.”

“또?”

리오는 한숨을 쉬며 케톤을 따라 복도를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아휴‥제발 좀 보내줘요 할아버지.”

지크는 인상을 쓰며 자신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그레이 공작에게 투정을 부렸고 그레이 공작은 지크를 흘끔 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 돼. 난 자네가 어느 정도 강한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네. 내 부인이 그렇게 강하다고 말한 남자는 나 이외에 처음이거든!”

지크는 말이 안 통하는구나 생각하며 오른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이고, 이 노인이 70 다 되어서 질투를 하는구나. 망령이야 망령‥.’

지크가 현재 있는 장소는 성 안에 위치한 [기사관]이라는 큰 건물이었다. 간판 그대로, 그곳은 고급 기사들이 서로의 힘을 겨루고 실력을 더욱 쌓는 무술관과도 같은 장소였다. 그러나 지크가 여기 왜 있을까? 카루펠을 타고 성안에 들어오자마자 지크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그레이 공작에게 잡혀 이곳에 반 강제적으로 끌려오게 된 것이었다. 목적은 단 하나, 지크와 겨루어보자는 것이다. 처음에 대전을 하던 기사들 차례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자, 그레이 공작은 가볍게 몸을 풀며 기사관의 중앙으로 향했고 지크는 땀을 닦으며 내려오는 기사들을 무섭게 쏘아본 후 공작을 따라 중앙으로 향했다. 공작은 지크에게 자신의 반대편 바닥에 그려진 붉은 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아, 자네는 저쪽에 서게.”

양편에 거리를 두고 선 둘은 곧 자세를 취하며 대기를 했고 오래간만에 그레이 공작의 검술을 보게 된 젊은 기사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야아〜공작님의 [코랄·벤]을 오늘 또 보게 되는구나. 그 검을 보는 것 자체가 영광 아니겠어?”

“그럼 그럼, 게다가 보통 사람은 볼 수도 없는 [베니싱]은 어떻고. 그 기술을 받아낸 사람은 여지껏 케톤 한 사람뿐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기사들의 뒤에서 한 사람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기사들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곧 기사들의 눈은 크게 벌어졌고 헛기침을 한 미소년-케톤은 빙긋 웃으며 인사를 해 보였다.

“잘 있으셨어요 선배님들?”

젊은 기사들은 곧 와 함성을 지르며 케톤의 주위에 모여들었고 케톤은 멋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그들의 환영에 기뻐하였다.

“이야아! 케톤, 돌아왔구나!”

“마침 잘 돌아왔어, 오래간만에 그레이 공작님이 실력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셨거든. 근데‥잉?”

케톤 주위에 몰려있던 기사들은 케톤의 뒤를 따라 슬그머니 나타난 붉은 장발의 사나이를 보고서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케톤은 씨익 웃으며 리오를 기사들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이분은 왕실 손님이세요. 선배님들도 언젠가는 이분의 실력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함은 리오·스나이퍼, 프리 나이트세요.”

리오는 간단히 목례를 해 보였고 주위의 기사들은 리오의 오른쪽 눈에 감겨있는 붕대를 보고 케톤이 칭찬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나 의심을 하며 둘을 앞으로 보내주었다. 케톤은 박수를 한번 쳐 대결 직전인 두 사람에게 멈춤 신호를 보내었다. 곧 지크와 그레이 공작은 케톤이 서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고 둘은 활짝 웃어 보이며 소리쳤다.

“어엇! 돌아왔구나 케톤!!”

“이야〜호! 애꾸눈이 돼서 만나는구나 장발족!”

케톤은 그레이 공작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렸고 리오는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반가움을 표시했다.

“잘 왔군, 마침 몸을 풀려던 참이었는데 말이야! 잘 보게나 케톤, 하하하핫!!”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지크에게 전음을 이용해 말했다.

<살살 해 드려 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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