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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21화


낫은 거대한 호선을 그리며 리오의 머리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약간 옆으로 비틀며 파라그레이드의 얇은 날로 낫을 받아내었다. 디바이너와는 달리 파라그레이드는 기의 날이 생성되지 않은 상태에선 보통의 소검과 같다. 리오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치이익–!!

쇠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파라그레이드의 날은 밑으로 휘어져 내렸고, 곧이어 날의 탄성 때문에 낫의 진로는 옆으로 휘어지고 말았다.

『으음!?』

순간 중심을 잃은 맨티스 퀸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고, 리오는 때를 놓치지 않고 파라그레이드에 급속히 기를 주입했다.

“파라그레이드–웨이크 업! 간다–!!!”

보통 때와 같이 크진 않지만 기의 날이 선 파라그레이드로 리오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감히 어딜–!!』

그 순간, 맨티스 퀸의 뒤돌려차기가 리오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고 리오는 어쩔 수 없이 왼팔로 그 공격을 막은 후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젠장‥생각이 짧았군.”

리오는 아깝다는 듯 파라그레이드에 주입된 기를 되돌렸고 맨티스 퀸은 역전될 뻔한 상황을 벗어난 것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무서운 녀석‥의외로 경험이 많은 인간 같군. 12 신장 녀석들이 꽤나 애를 먹었겠어. 워닐 녀석은 모르겠지만‥좋아, 후일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없애주지!’

다시 자세를 취한 맨티스 퀸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본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제부터가 진짜일 것 같다는 예상을 해 보았다.

‘‥어렵다, 이 세계에서 만난 적 중에서 지금까진 가장 강해. 단시간에 끝내는 수밖에!!’

리오는 급히 디바이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검을 뽑고 오른손엔 디바이너를, 왼손엔 소검 형태의 파라그레이드를 잡았다. 공격과 방어를 같이 하겠다는 뜻이었다.

“자아, 오너라!!!”

리오는 자신의 몸에 있는 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도에서 루카가 했던 것과 같이 충격파가 리오의 주위에 생성되어 건물들을 밀어냈고 흙먼지들도 회오리를 치며 주위에 날렸다.

“가, 강해!”

레이필은 밀려오는 흙먼지를 옷자락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루이체를 제외한 전원은 리오가 기만으로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랄 따름이었다. 루이체 역시 흙먼지 때문에 눈을 가리며 속으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 정도의 힘을 방출하면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는데‥! 하지만‥!!’

리오의 기가 급격히 높아진 것에 맨티스 퀸은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지만 리오의 일행처럼 놀란 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는 곧장 리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발악을 해 봤자 결과는 같다!』

리오 역시 맨티스 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파라그레이드는 대각선으로 눕혀 자신의 앞을 막은 상태였고, 디바이너는 반대로 잡고 등 뒤로 돌린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하아아앗–!!”

쉬잉–!!

낫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리오의 시신경을 비롯한 육체적인 모든 감각은 평소의 몇 배 이상으로 예민해졌다. 낫을 파라그레이드로 일단 받아낸 리오는 팔을 교묘히 비틀며 엄청난 무게가 실린 낫의 운동 방향을 바꾸었고, 낫은 다시금 리오의 몸을 스치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향했다. 그 순간 리오는 몸을 뒤로 젖혔다. 창과 같이 긴 낫의 자루를 이용한 맨티스 퀸의 2차 공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의 공격을 모두 피한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로 급히 맨티스 퀸의 복부를 노렸고 맨티스 퀸 역시 몸을 비켜 그 공격을 피하였다. 리오의 빈틈을 본 맨티스 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낫으로 리오의 몸을 올려치려 하였다.

『끝이다!!』

푸웃–!!!!!

날이 살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공중엔 황색의 체액이 높게 솟아올랐다. 왼쪽 옆구리에서부터 가슴까지 정확히 갈린 맨티스 퀸은 자신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보라색 검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 녀석‥!! 소검을 이용해 내 시선을‥!!! 분산‥시키다니‥!!!!』

신음과 함께 뒤로 쓰러진 맨티스 퀸의 호흡과 맥박은 급격히 느려지기 시작했고 지친 표정의 리오는 디바이너를 바로 잡으며 중얼거렸다.

“후우, 후우, 상당히 강했다‥. 완전히 결말을 내는 것이 좋을 듯하군‥!”

리오는 맨티스 퀸의 목을 치기 위해서 디바이너를 높이 들었다.

「잠깐 기다려라‥.」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디바이너를 든 리오의 팔은 누군가에 의해 잡혔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뒤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뒤엔 어두운 보라빛의 갑옷을 걸친 검은 머리의 미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팔을 휘둘러 자신에게 잡혀 있는 리오를 저만치 날려버렸고, 곧이어 맨티스 퀸에게 회복 주문을 쓰기 시작했다.

“너, 넌 누구냐!!”

리오는 다시 몸을 일으켜 그 남자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으나, 순간 그의 앞을 가로막는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천공의 루카였다.

「여기까지다 리오·스나이퍼. 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넌 나에게 저항할 힘도 없어. 가만히 있기만 하면 우리도 맨티스 퀸을 모셔가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움직인다면 널 포함한 네 일행과 맨티스 크루저 암컷들은 모두 박살 난다.」

리오의 붉은 눈썹은 순간 꿈틀거렸다. 일행의 머리 위에도 신장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디바이너를 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빌어먹을‥!”

루카가 리오를 막고 있을 무렵, 수수께끼의 남자는 맨티스 퀸의 상처를 거의 치료했고, 의식이 멍한 맨티스 퀸을 어깨에 들쳐 업으며 루카와 공중에 떠 있는 신장에게 말했다.

“루카, 마르카, 니마흐 모두 귀환하라. 난 조금 있다가 귀환하도록 하지.”

신장들은 곧바로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는 리오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리오는 팔짱을 끼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리오·스나이퍼인가‥. 역시 강해 보이는군. 나보다 강한 축에 드는 맨티스 퀸을 단 한 방으로 처리하다니‥물론 맨티스 퀸께서 방심하신 것이지만 말이야. 칭찬해주지.」

“‥칭찬만 하려고 날 살려두는 것 같진 않은데‥?”

리오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훗‥겨우 서 있을 정도의 체력이면서 말은 잘 하는군. 내 이름은 차원의 [워닐], 제1위의 신장이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해 서로의 이름과 모습 정도는 알아야 정상 아니겠나. 후훗‥그럼 또 보자 리오·스나이퍼.」

워닐은 곧 괴상한 빛에 휩싸여 사라졌고, 리오는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리오씨! 리오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멀어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리오의 모든 감각은 암흑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20장 [새로운 일행]

“으음‥?”

리오는 서서히 눈을 떠보았다. 하얀 천정을 보아하니 병원 내지는 천국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본 리오는 루이체가 자신의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국은 아니구나 생각한 리오는 상체를 일으켜 보았다. 근육의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아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체력이 상당히 소모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우욱‥젠장, 이렇게 뻐근한 적은 정말 오랜만이군‥!”

리오의 그 목소리에 루이체는 흠칫 놀라며 깨어났고, 리오가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자 다시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우웅‥깼어 오빠? 잘 됐네‥하아아암‥.”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옆 탁자에 놓인 물을 한 컵 마신 후 루이체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병원 비슷하게 보이는데‥.”

“‥잘 맞췄어. 수도 안에서도 꽤 큰 병원이라서 침대는 편할걸?”

“‥그래? 수도라‥그럼 내가 몇 일 동안 여기 누워 있었니?”

기댄 상태로 루이체는 계속 대답했다.

“‥한 4일? 그동안에 내가 더 피곤했다구 오빠. 레이씨 말리느라 고생하고, 노엘인가 하는 여자 말리느라 고생하고‥아유, 징그러. 아 참, 맨티스 크루저 아줌마들하고 애들은 그 도시 밖으로 몰래 보냈어.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해.”

리오는 천천히 어깨를 주무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다 루이체. 아, 좀 더 쉬고 싶으니까 지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겐 내가 아직 누워있다고 전해줘.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말이야.”

루이체는 침대에 머리를 부비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피곤한 모양이었다. 새우처럼 몸을 굽히고 머리만 기대어 자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 리오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루이체, 내가 옆으로 비켜줄 테니 누워서 잘래?”

루이체는 잠시 동안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오라버니 신경이나 쓰시지요. 괜히 오해 사면 어쩌려고‥쯧. 자는 사람 방해하지 마 오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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