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25화
“죽어랏–!!!”
퍼어억–!!!
뼈와 금속이 충돌하는 이상한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고, 모닝스타를 휘두르던 거한은 멀찌감치 장외로 나가떨어졌다. 디바이너의 날 옆으로 거한의 얼굴을 내쳐 밖으로 떨어뜨린 리오는 죽은 듯 쓰러진 거한을 보고 안됐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쯧쯧‥경기에선 상대방을 죽이면 안 돼 친구. 많이 흥분한 것 같으니까 좀 쉬어.”
리오는 천천히 경기장에서 내려왔고 그 광경을 보던 하롯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저 거한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거지‥?”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케톤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와아! 역시 꺽다리야!”
다시 린스의 곁으로 돌아온 리오는 린스가 박수를 치며 환영해주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훗, 별말씀을‥. 근데 지크의 경기는 언제죠? 그 녀석 모르고 있을 텐데요.”
“내일일 거야 아마. 나중에 만나면 전해줘, 그 녀석도 강하다고 그레이 할아버지가 그랬으니까 말이야. 어머, 이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린스의 입에서 그레이의 이름이 나오자, 리오는 이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호오‥공작님도 이 음모에 가담하셨나 보군요. 어쩐지, 공주님 혼자서 명단에 저와 지크를 올리셨다는 건 좀 이상했어요.”
리오가 그렇게 말하자 린스는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뭐? 그럼 날 무시하는 거야!!”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럴리가요, 공주님이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데 공주님 스스로 제 이름을 검술 대회 명단에 올리셨겠습니까. 그레이 공작님이 무슨 말을 하셨겠죠.”
리오가 그렇게 나오자 린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젠장, 하여튼 귀신이라니까.’
린스가 투덜대는 것처럼, 리오의 말은 거의 틀린 부분이 없었다. 리오와 지크의 이름을 명단에 올리는 걸 주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레이였다. 처음엔 린스도 반대를 했으나…
“리오군을 명단에 넣으면 그를 더 오래 수도에 붙잡아둘 수 있을 것입니다. 잘만 하면 아예 눌러앉게 할 수도 있고요. 잘 생각해 주십시오 공주님‥.”
…이라는 공작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첫날 경기가 끝나고 린스를 왕궁까지 데려다준 리오는 허탈한 표정으로 길을 걸었다.
“아아‥또 쓸데없는 경기란 것에 참가하게 됐구나. 하지만 우승은 케톤에게 주면 되고‥그렇게 날 눌러앉게 하고 싶나?”
계속 길을 걷던 리오는 어느새 여관가를 걷게 되었다. 그곳에선 첫날 경기에 져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부상자들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그중엔 리오에게 단 한 방에 날아간 거한도 섞여 있어서 리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골목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리오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계속 가면 저 녀석들과 또 싸울지도 모르겠군. 돌아가야지.”
다른 길로 돌아가던 리오는 한 여관 앞에 열두 명의 남자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리오의 얼굴은 굳어졌고 리오의 기척을 느낀 열두 명은 모두 리오를 돌아보았다.
“‥호오, 리오·스나이퍼 아니신가?”
리오는 그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바로 12 신장, 천공의 루카였다. 갑옷만 좀 허름한 걸 입고 있을 뿐, 얼굴과 목소리는 똑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12 신장이라는 생각을 한 리오는 즉시 디바이너를 뽑아들었으나 저쪽에선 그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곧, 열두 명 사이에 있던 검은 머리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12 신장들의 우두머리, 차원의 [워닐]이었다.
“그만둬라. 지금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싸워봤자 손해 보는 것은 이 근방의 주민들뿐이다. 우린 그냥 검술 대회에 출전하려고 온 것이다.”
리오는 디바이너를 다시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흥, 너희들 따위가 출전하게 놔둘 것 같나!!”
그러자 워닐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참가 자격의 제한은 없는 걸로 아는데‥? 후후후후훗‥.”
곧이어 라우소가 앞에 나서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대회에서 당신과 정당한 대결을 하고 싶습니다. 너무 그렇게 우리를 구박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 다음 다음 경기가 바로 저와 당신의 재 대결입니다. 물론 당신이나 제가 다음 경기에서 떨어질 염려는 없겠지요. 후후후훗.”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리오는 곧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흥, 좋아. 같이 즐겨주지. 하지만 명심해라, 너희들과의 경기만큼은 서바이벌 게임이 될 테니까‥!!”
리오는 말을 마친 후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고, 워닐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각 신장들에게 말했다.
“‥다시 힘을 얻으신 마그엘님이 나에게 직접 주신 정보로는, 신계에서도 저 녀석과 1대 1로 붙어 이길 수 있는 존재는 별로 없다 한다. 루카, 너와의 싸움도 모든 힘을 짜냈다고는 할 수 없어. 너와 맨티스 퀸의 힘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지? 그 녀석은 체력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도 맨티스 퀸과 싸워 이긴 녀석이다. 나조차도 저 녀석과 1대 1로 싸우면 질 가능성이 높을 거다. 명심해라,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다른 여신님들의 힘을 되찾아 드리는 것이지 전투가 아니다. 우리들이라면 모를까, 이스말님과 요이르님이라면 저런 녀석은 간단히 처리할 수 있으실 거다. 그리고 그분들이 재 강림함과 동시에 세계는 다시 하나가 된다. 그러니 저 녀석이나 다른 강자와 대결할 신장들은 목숨을 보존하도록.”
“옛!!”
크게 대답한 신장들은 자신들이 있을 여관 안으로 차례차례 들어갔다.
“뭐라고!? 신장 녀석들이 단체로 경기에 참가했다고!!! 게다가 수도에!!!”
리오의 얘기를 듣자마자, 지크는 즉시 무명도를 들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서려 했으나 리오가 고개를 저으며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지크, 그 녀석들도 함부로 움직이진 못해. 우리들이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어떻게 알아!!”
리오는 지크를 의자에 데려다 앉히며 계속 말했다.
“지금은 우리에겐 반대 세력일지 몰라도, 어쨌든 신을 섬기던 녀석들이야. 더러운 짓은 안 할 게 확실해. 방법은 딱 하나야, 경기에서 그 녀석들을 만나게 되면 깨끗이 없애버리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지크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다시 무명도를 벽에 기대어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1대 1이니 난 열심히 응원을 해주지.”
리오는 지크가 그렇게 말하자 자신이 말 안 한 것을 떠올리며 그제서야 말하기 시작했다.
“아, 내가 말을 안 해줬구나. 너도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되어 있어.”
“‥뭐라고!!!!”
지크가 다시 벌떡 일어나며 소리치자 리오는 지크의 입을 틀어막으며 다시 앉힌 후 계속 말했다.
“내가 그런 건 아니야, 그레이 공작님의 음모지. 마침 잘된 일이라 생각해야 할걸 지크?”
지크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말을 했고 리오는 컨디션 조절이나 잘해두라는 말을 남기고 지크의 방을 나섰다.
“‥아, 리오씨‥.”
방을 나서자마자 레이와 마주치게 된 리오는 빙긋 웃으며 자신이 경기에 출전한다는 것을 말해주었고, 레이는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물었다.
“예!? 하지만 리오씨의 상대가 될 정도의 사람은 정식 경기상엔 없을 텐데요?”
리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글쎄요, 나가라고 하는데 어쩝니까. 레이씬 응원이나 해주세요.”
“오빠!!”
자신의 뒤에서 순간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오자, 리오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루이체도 같이 응원하면 더 좋겠지‥.”
루이체는 뚱한 얼굴로 리오를 쏘아보다가 고개를 픽 돌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리오는 십 년 감수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리오도 지크도 루이체가 소리만 치면 그녀 앞에서 설설 기는 모습을 자주 본 레이를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에게 이유를 물었다. 리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답해주었다.
“‥쟤가 집을 자주 나가거든요. 이번에 또 나가면 네 번째랍니다. 그러니 이렇게 기분을 맞춰주는 수밖에요. 그럼, 잘 자요 레이씨.”
“예, 안녕히‥.”
리오가 방에 들어가자, 레이는 참으로 이상한 가족도 다 본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