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28화
“사바신을 아나?”
바이론의 말을 들은 지크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 유치한 이름의 신은 처음 들어보는데. 뭐 하는 신이지?”
바이론은 가만히 지크를 바라보다가 팔걸이를 내려치며 가가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핫! 유치한 이름? 하긴, 그 녀석도 자기 이름에 대해서 불만이 많지. 하하하핫!!!”
결국 무안을 당한 지크는 고개를 경기장으로 돌렸고 바이론도 웃음을 멈추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전음만 빼고 그들의 말을 다 들은 린스는 인상을 찡그린 채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이 녀석들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지?’
프라는 자신의 채찍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리오의 몸은 서서히 끌려가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프라의 힘이 강하자 리오는 감탄하며 말했다.
“호오‥대단한데 친구? 덕분에 다른 신장들의 힘도 뻔하다는 걸 알았어, 고마워.”
순간, 끌려오던 리오의 몸은 멈췄고 프라는 움찔하며 팔에 힘을 더 넣어 보았으나 리오는 아까처럼 끌려오지 않았다.
‘이, 이 녀석!?’
“자아‥가까이서 보긴 싫지만, 오너라.”
리오는 곧바로 왼팔을 굽혔고 갑자기 가해진 힘에 의해 프라의 몸은 튕겨지듯 앞으로 날아갔다. 프라가 중심을 잃자, 그 틈을 노린 리오는 즉시 디바이너를 빼들며 날아오는 프라를 향해 돌진했다.
“두 쪽을 내 주마!”
그 순간, 구경을 하던 바이론의 입에선 조소가 터져 나왔다.
“푸훗, 멍청한 녀석‥기회를 잃었군.”
“으읏!?”
앞으로 뛰던 리오는 왼팔에 감긴 채찍에 힘이 들어가자 균형을 잃고 말았다. 프라가 기로도 채찍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을 잊은 탓이었다. 결국 넘어진 건 리오였고 프라는 왼팔로 자신의 몸을 멈춘 후 자세를 바로잡으며 소리쳤다.
“통구이를 만들어 주지, 리오·스나이퍼!!!”
그러자 채찍에선 [파이어 윕]이란 이름답게 불꽃이 치솟았고 채찍이 감긴 리오의 왼팔 아대에도 불이 붙고 말았다. 리오는 왼팔에 기를 급히 방출시켜 채찍을 끊어버렸고 뒤로 뛰어 프라와 다시 거리를 두었다. 리오는 아대 덕분에 약간 그을리기만 한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쳇, 방심했군‥12 신장이라는 것을 잠깐 잊었어.”
「빨리 끝내는 게 좋을 거다 리오, 아무리 우리가 가즈 나이트라도 체력이란 건 존재하니까 말이야. 크크 섬‥하긴, 내가 다 끝내버리면 되겠지.」
리오는 갑자기 들려온 전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이론이 자신에게 보낸 전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이 남 걱정하는 건 처음 보는군. 훗, 4년 전까지도 서로 죽인다 하며 싸웠는데 말이야. 좋아, 지금의 충고는 맞는 말이니 들어주지.’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뽑아들었다. 프라의 채찍은 이미 재생되어 있었다.
“아까는 운이 좋아 채찍을 끊었지만, 이번엔 아니다! 승부를 내 주마!!!”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까딱여 프라를 도발하며 말했다.
“바라던 바다, 덤벼라 양초.”
결국 흥분을 한 프라는 리오를 향해 채찍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마치 창처럼 뻗어 오는 것이었다. 그 공격을 피하며 리오는 계속 돌진했고 프라의 채찍 역시 연속으로 뻗어 나오며 리오의 걸음을 막으려 했다.
“아, 아니‥!?”
프라의 초고속 공격에도 불구하고 리오는 프라의 코앞까지 온 상태였다. 프라는 순간 리오가 자신에게만 시선이 가 있는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채찍을 다시 한 번 뻗었다.
“나의 승리다, 리오·스나이퍼!!!”
이번 공격도 간단히 피한 리오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그의 눈은 순간 푸른색으로 번뜩였다.
프라의 채찍은 뻗어나가다가 방향을 180°꺾으며 리오의 등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오기 시작했다. 프라는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끝이다‥크헉–?!”
그러나 프라는 말을 다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다가와 프라의 가슴에 파라그레이드의 얇은 날을 꽂은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놓으며 반 바퀴 돌아 프라의 머리를 디바이너로 하늘 높이 날려버렸다. 리오의 등을 향해 빠른 속도로 뻗어 오던 채찍의 끝은 리오의 망토에 닿은 채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고 곧이어 날려진 프라의 머리도 경기장 바닥에 떨어졌다. 프라의 몸은 녹색 체액을 목에서 하늘 높이 뿜어내다가 바닥에 쓰러졌고 분리된 머리와 몸은 먼지로 변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진짜 끝이다. 후훗‥.”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심판은 손을 들며 리오의 승리를 선언했고 리오는 파라그레이드와 디바이너에 약간씩 묻은 프라의 체액을 깨끗이 떨구어 낸 후 경기장을 내려왔다.
관중들은 이번 검술 대회에서 처음 일어난 살극에 숨을 잠시 죽였으나 다시 환성을 지르며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 구경을 하던 다른 12 신장들은 프라가 너무나 간단히 쓰러져 버린 것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아, 아니 저렇게 간단히 프라가‥!?”
같은 소속인 뇌격의 트라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고 루카는 팔짱을 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예전에 나와 싸울 때보다 강한 것 같은데‥설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던 워닐은 서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루카의 예상이 맞을 수도 있다. 마그엘님이 말씀하시길, 가즈 나이트들은 싸울 때마다 강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모르지, 프라가 제 힘을 발휘할 시간도 없이 목이 날아가 버렸으니까 말이야. 다른 신장들은 프라처럼 되지 않게 주의하라. 내가 허락한다, 저 녀석과 싸울 땐 온 힘을 다하도록. 경기장이 날아가 버려도 별 말 안 하겠다.”
“‥옛!!”
선수 대기실을 거쳐 귀빈석으로 올라가던 리오는 계단 중간에 누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그림자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헤이–! 리오 오빠!!”
“‥언제 여기까지 왔니?”
루이체는 슬쩍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리오의 팔에 매달리며 대답했다.
“아까 아까 왔지! 지크 오빠의 경기부터 봤었어. 근데, 저 사람 뭔데 머리를 날렸어? 불쌍하게‥.”
리오는 다시 계단을 올라가며 말해주었다.
“12 신장이야. 그 녀석들은 특별 대우를 해 주고 있지.”
“으응‥아, 참! 왼팔 보여줘 오빠.”
리오는 순간 움찔하며 루이체에게서 떨어졌고 루이체는 인상을 쓰며 리오에게 접근해왔다.
“왜, 왜 그래 루이체. 난 안 다쳤다고.”
“그래도! 아까 보니까 왼팔 아대가 약간 그을릴 정도였으니 피부도 온전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야!!”
루이체는 리오의 망토를 강제로 들추었고 등 뒤로 돌아간 리오의 왼팔을 억지로 끌어내었다. 리오의 피부는 아대가 그을린 것과 마찬가지로 약간 상해 있었다.
“어머머머머!! 이게 뭐야 오빠!!! 자기가 무슨 로봇인 줄 아나 봐? 가만히 있어! 치료해 줄게.”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없이 루이체의 치유 마법을 받기 시작했다. 치유 마법은 루이체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과목이었다. 그을린 상처의 치료 정도는 긁힌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것보다 쉬웠다.
치료가 다 끝나자 리오는 자신의 왼팔을 약간 움직여 본 후 빙긋 웃으며 루이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흠흠‥고맙다 루이체. 같이 올라갈래?”
루이체는 양손을 뒤로 돌린 채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아니, 레이씨랑 레이필 할머니도 온다고 해서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어야 해. 미안해 오빠.”
“미안하긴‥그럼 구경 잘해라.”
리오는 손을 흔들며 위로 올라갔고 루이체는 가만히 리오의 뒤를 바라보다가 혀를 내밀며 말했다.
“흥, 바보‥!”
다시 귀빈석으로 돌아온 리오는 모두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고 지크와 린스는 답하는 것처럼 리오에게 엄지손가락을 펴주었다. 바이론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리오는 바이론의 옆에 앉아 그의 굵은 어깨를 주먹으로 툭 치며 말했다.
“너 혼자 끝내면 내 자존심이 허락 안 하지‥후훗.”
그 말에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크 섬‥글쎄?”
지크는 둘의 행동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이상하네‥뭔가 불길해.’
그는 다시 경기장을 바라보았고, 다음 경기를 위해 나온 선수를 본 직후 리오에게 소리쳤다.
“어이, 리오!! 그레이 공작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