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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35화


“헹, 난 뭐 이런 거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 어, 그건 그렇고 네가 이 목도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사바신이 팔봉신 영룡이라는 이름만큼 긴 목도로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자, 지크는 무명도를 뽑아들며 중얼거렸다.

“어이, 건달. 이 칼 이름 맞춰봐.”

사바신은 표면에 은은한 푸른색 광택을 흘리고 있는 지크의 칼을 보고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무, 무명도(无冥刀)!? 너 따위야말로 어떻게 그 칼을!?”

둘의 무기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인간계에서 만든 무기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만든 장소도 똑같이 명계(冥界)라는 점이었다. 둘은 즉시 전음으로 둘만의 얘기를 시작했다.

「네, 네놈이 설마 바람의 가즈 나이트!? 저런 멍청한 녀석이 어떻게 가즈 나이트씩이나 되는 거지!!!」

「칫, 어쩐지‥어디서 많이 듣던 유치한 이름이라 했더니. 네가 바로 빈혈 사나이가 말하던 땅의 가즈 나이트구나. 그 할아범이 뭘 생각하고 저런 녀석을‥.」

둘은 곧 피식 웃으며 각자의 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서 동시에 말했다.

“네 볼일 봐라.”

곧 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키는 지크의 팔을 툭 치며 물었다.

“저 녀석이 뭔데 너 정도가 싸우다가 말아?”

지크는 머리를 세차게 긁으며 말했다.

“‥나보다 힘만 센 무식한 녀석이지. 어서 가자, 귀찮다.”

가르발 역시 사바신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두목, 두목도 저 젊은이를 아나?”

사바신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흥‥나보다 발만 빠른 놈이지. 어서 가자고, 귀찮으니까.”

가르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바신을 따라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그 무렵, 경기장에선 리오와 라우소의 싸움이 계속되는 중이었다. 라우소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전해 들은 왕국 병사들과 마법사들은 이미 장외에서 겹겹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일을 맨 처음 전해 들은 린스의 반응은 이러했다.

“괴물? 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네?”

그 말에 병사는 할 말을 잃었고, 린스는 걱정 말라는 듯 병사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했다.

“괜찮아, 설마 저 꺽다리가 질라고‥쟤가 다 알아서 할 거야, 하지만 불안하면 경비 몇 명 붙여.”

이렇게 된 상황에서 리오는 가급적이면 관중들과 병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검술을 펼쳤고, 그걸 알아챈 라우소는 거의 미친 듯이 리오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티잉–!!

리오는 라우소의 베기를 검으로 튕겨낸 후 그가 잠시 주춤거리는 틈을 이용해 일격을 날려보았다. 물론 라우소가 피할 수는 없었지만 피해를 당할 때마다 곧바로 회복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계속 반복이 되면 오히려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리오는 왼손에 기를 모아 라우소의 복부에 강한 일격을 먹였고 라우소는 장외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틈을 이용해, 리오는 디바이너를 공중으로 높이 던져 올렸다. 그것을 본 루이체는 주먹을 쥐며 외쳤다.

“역시! 마법검, [바이올릿(Violet)]!!”

맨티스 퀸과 대결할 때 쓴 일이 있던 기술이었다. 리오는 공중에 떠 있는 디바이너를 향해 급히 만든 주문진의 빛을 쬐었고, 빛을 쬔 디바이너의 표면엔 진홍색의 고대어 문자가 어지러이 떠올랐다. 그 모습에 노엘은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저건‥설마 저주의 주문‥? 왜 리오씨가 저주의 주문을 검에?”

“‥라우소의 재생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레이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나 그것이 정답이었다. 현재 라우소를 물리치려면 고급 주문이나 대 마법검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데, 관중도 있고 장외에 병사들까지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리오가 재생 능력을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저주였다. 리오는 바이올릿이 걸려 어두운 기를 뿜어내고 있는 디바이너를 장외로 올라오고 있는 라우소를 향해 들며 중얼거렸다.

“승부‥내주마.”

바이론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특유의 미소를 띄웠다. 린스는 여전히 바이론과 멀리 떨어져서 리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크흣‥무속성인 저 녀석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저주의 주문‥크크크크 섬‥.”

바이론의 중얼거림을 얼핏 들은 린스는 깜짝 놀랐으나 드러내지 않고 계속 경기를 지켜보았다.

‘무속성?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우소는 리오의 검에서 뿜어지는 분위기를 느끼고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후우‥좋습니다. 저도 승부를 걸지요‥대신, 이 근처의 인간들이 다쳐도 전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 말과 함께, 라우소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박아 넣었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놀란 것은 리오뿐이 아니었다. 전 관중들과 병사들을 비롯한, 12 신장들마저 놀라고 있었다. 워닐은 눈을 감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계 제어 장치를‥빼려는 것인가‥. 죽으려고 작정을 했군.”

다시 몸 밖으로 나온 라우소의 손엔 작은 기계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으깨버린 라우소는 곧 크게 웃기 시작했고 리오는 굳은 표정으로 라우소를 지켜보았다.

「하하하하하핫–!!! 난 리오, 당신의 목을 꼭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때, 라우소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빛과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크기를 더해가던 빛 덩이는 곧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리오는 흠칫 놀라며 중얼거렸다.

“뭐, 뭐야 저건‥!?”

라우소의 몸은, 어느덧 거대한 거인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마치 녹색 갑옷을 걸친 육중한 강철 골렘과도 같았다. 라도발트 역시 크기가 커진 상태로 손에 들려 있었고, 리오에 의해 잘려져 분해되었던 팔도 깨끗이 고쳐져 있었다.

「하하하하핫!!! 이것이 12 신장의 참모습!! 인간의 허약한 모습과는 상대할 수 없는 최강의 육체!!! 이제 당신에겐 죽음이 있을 뿐입니다!!!!”

라우소는 발을 크게 굴렀고, 그 힘은 경기장 전체와 그 주위를 진동시키기에 무리가 없었다.

“‥훗.”

가만히 라우소를 지켜보던 리오는 표정을 풀고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달라진 건 모습뿐이군. 어쨌든‥죽는 건 너다! 하아아아아아앗–!!!!!!”

리오는 기합을 넣으며 자신보다 몇 배는 더 큰 라우소를 향해 몸을 날렸다. 라우소는 가볍게 반격을 하기 위해 라도발트를 휘두르려 했다.

「갑니다!!! ‥으윽!?」

라우소의 몸은 더 이상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점점 굳어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그 모습을 본 워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주위에 있는 신장들에게 말했다.

“볼 것 없다. 자신의 상태도 모르고 제어 장치를 뜯어내다니‥어리석은‥!”

무슨 영문인지 라우소가 반응을 하지 않자, 기회를 잡은 리오는 디바이너를 양손으로 잡으며 외쳤다.

“간다–!! 주살참(呪殺斬)–!!!!”

파아아아악–!!!

리오가 라우소의 뇌천에 진홍색의 검광을 뿌리자, 라우소의 몸은 다시금 반으로 갈라졌고 잘려진 부위는 검게 타들어 가며 라우소의 재생 능력을 무위로 돌렸다.

「요, 요이르님‥!! 아아아아아아악–!!!!!」

라우소의 몸은 비명과 함께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고, 마지막엔 검게 타버린 두 개의 잿덩이만이 경기장 바닥을 구르다가 바람에 날려 사라져 갔다. 리오는 디바이너에 걸린 주문을 풀은 뒤 다시 경기장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좋아!!! 역시 리오 오빠는 다르다니까!!”

루이체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고 레이와 노엘은 한숨을 쉬며 긴장을 풀었다. 린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바이론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흥‥운 하나는 확실히 좋은 녀석이군‥.”

이렇게 그날의 경기 역시 끝나갔다. 내일은 경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리오는 푹 쉴까 생각을 하며 루이체, 레이와 함께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린스가 가만히 둘 이유는 없었다. 오랜만에 마차를 타고 나온 린스는 달리는 마차에서 고개를 내밀며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리오에게 소리쳤다.

“내일도 꼭 나와야 해!!!”

마차가 멀찍이 사라져 가자,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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