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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81화


바이칼이 점점 고도를 높여나가자, 리오는 시력을 확대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바이칼에게 생체 레이더가 없는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보이나?」

“아니, 아직은 잘‥음? 저쪽 같다!”

리오는 바이칼의 등을 툭툭 치며 자신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그의 방향을 돌렸고 바이칼의 눈엔 파란 하늘로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검은색 연기의 모습이 들어왔다.

「‥배나‥비행기 같군.」

바이칼이 날개를 크게 펄럭이며 빠른 속도로 그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자 리오가 그에게 다시 말했다.

“고도를 최대한 낮추고 가 줘. 내가 보기엔 배 같은데 주위에 뭔가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바이칼은 빠르게 고도를 낮추어 비행 때 몸 주위에 쳐 놓는 공간 결계가 수면에 살짝 닿을 정도로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구조 신호는 검은 연기가 솟은 직후 끊어져 버렸기에 그쪽 사람들의 생존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최고의 방법은 역시 가 보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연기가 솟은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던 리오와 바이칼 앞엔 반쯤 가라앉은 배의 모습과 그 주위를 까마귀떼처럼 돌며 예전과는 달리 장비된 무기로 공격을 하는 나찰과 수라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뽑으며 바이칼에게 외쳤다.

“배 안에서 기 반응 하나가 희미하게나마 있어! 저 녀석들도 알고 주위를 맴도는 것이니 속전속결이다!! 목표는 여덟 대!!”

리오는 곧바로 바이칼의 등을 박차고 솟아올라 자신에게 쏟아지기 시작한 수라의 미사일 사격을 피하거나 받아 치며 로봇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속전속결은 이런 거야.」

날아가는 리오를 향해 중얼거린 바이칼은 입에서 자신의 에너지 브레스를 뿜어내 간단히 자신의 몫인 수라와 나찰 네 대를 먼저 쓸어 버렸다.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3m 간격으로 서로 간의 거리를 두고 자신을 공격하는 수라와 나찰들의 사이에 선 후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랜덤–!! 블러드 플라워!!!”

외침과 동시에 그의 주위엔 붉은색의 검광이 난무했고 주위의 수라와 나찰들의 표면 역시 붉은색의 금이 그어졌다. 로봇들은 에너지가 바뀐 듯 다른 때와 달리 폭발해 사라졌고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거두며 바이칼을 바라보았다.

“바이칼, 배를 끌어올려 줘!!”

바이칼은 투덜대며 거의 다 가라앉은 배의 끝을 잡고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배는 천천히 바다 위로 올라갔고 다 떠오른 후엔 바이칼의 힘에 의해 겨우겨우 가라앉지 않게 되었다. 작은 배였기에 바이칼은 문제없이 공중에 붙들고 있을 수 있었다. 리오는 바이칼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톡 치며 배로 향했다.

“자아, 부탁해 친구.”

「이럴 때만 친구겠지.」

배 안으로 들어간 리오는 퍼덕이는 몇 마리의 물고기들 사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치를 떨어야만 했다. 모두가 수라와 나찰들의 머신건 공격에 관통상을 입고 죽은 것이었다. 리오는 물이 가득 차 있는 선내에 들어가 보았다. 점점 꺼져가는 기 하나가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이 가득 찬 선내의 상황은 더 끔찍했다. 시체들이 둥둥 떠 다니는 모습은 완전 공포 영화에 가까웠다.

하지만 더한 상황도 수없이 접해본 리오였기에 별 마음의 동요 없이 시각을 적외선 확인이 가능하게 바꾼 후 선내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리오의 눈이 적외선 확인 가능으로 바뀌어 붉게 빛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시야엔 온통 검푸른색이 있을 뿐이었다. 계속 찾던 리오의 시야엔 붉은색의 광점들이 잡혔다. 생명 반응과도 같은 인간의 방출 적외선이었다. 리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어두운 탓에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그 사람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손이 가늘고 부드러운 것을 느낀 리오는 여자겠구나 생각하며 그 사람을 왼팔로 끌어안은 후 천정에 오른손 손바닥을 붙이고서 자신의 기를 뿜어냈다.

푸웅–!!

기의 충격에 의해 선체엔 외벽까지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리오는 생존자와 함께 자신이 만든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주위가 온통 붉게 보이자 리오는 다시 시야를 정상으로 돌린 후 자신이 구출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 이런!?”

잡고 있던 배를 물 위에 놓은 바이칼은 리오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여자 한 명을 끌어안고 소리를 치자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구해 놓고 보니 추녀였군. 불쌍한‥.」

리오는 농담을 받아줄 시간 없이 바이칼의 등에 올라탄 뒤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서, 주위에 육지로 향해 줘! 섬이든 뭐든!!”

바이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통 인간을 태운 이유로 공간 결계의 수준을 높힌 후 플레어 부스터를 꺼내었다. 날개를 접은 바이칼은 곧장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드래곤인 상태에서 자신의 공기 중 최고 속력인 6배 음속으로 다시 유럽 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공간 결계 안쪽은 바깥쪽의 공기 흐름이 6배 음속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리오는 바이칼의 등에 구출한 여성을 눕힌 후 혈을 눌러 폐에 찬 바닷물을 뽑아내었다. 컥 소리를 내며 물을 한꺼번에 뿜어낸 그 여성은 약간 콜록거리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봐, 물은 다른 곳에 뱉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바이칼의 투덜거림을 피식 웃으며 넘긴 리오는 정좌를 한 후 여성을 끌어안고 기열을 이용해 자신의 젖은 옷을 말리는 겸 그녀의 내려간 체온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치를 하면서도 리오의 얼굴엔 경악이란 두 단어가 떠올라 있었다. 리오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아니‥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이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텐데‥!!”

리오의 눈엔 곧 멀리 다가오는 대륙의 모습이 들어왔다. 지형으로 보면 에스파냐나 포르투갈, 프랑스 중 한 나라의 영토일 것이다. 리오는 접근해 오는 대륙의 모습을 보며 짧게 한숨을 지었다.


제너럴 블릭사 회장은 아들인 넥스와 함께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들며 비서의 보고를 듣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소화가 안 되는 내용이 끼어 있어 불편할 수 있겠지만 회장에겐 그렇지 않았다. 하루라도 그 보고를 듣지 않으면 더욱 소화가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보고 내용입니다. 어제 탈주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보냈던 수라와 나찰 여덟 대가 버뮤다 근처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파견된 후속 부대에 의해 탈주자들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배와 시체들은 수폭을 이용해 깨끗이 처리했습니다. 이상입니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서에게 가 보라는 손짓을 했고 남자 비서는 서류를 들고 조용히 회장 전용의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식사를 하고 있는 회장 옆자리의 공간이 순간 흐물거리더니 붉은 턱시도를 입은 검은 피부의 악마가 나타났다. 회장은 이젠 적응이 된 듯 옆에 나타난 크라주에게 물었다.

“음‥당신도 들겠소? 오늘은 주방장이 야채 스테이크를 알맞게 구웠다오.”

크라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양합니다 회장. 그건 그렇고‥그 로봇 여덟 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비서가 보고했지요? 음‥전 약간 불길한 감이 드는군요. 하지만 시체들과 배를 완전히 없애 버렸으니 확인할 길은 딱 하나뿐이겠소.」

식사를 다 마친 회장은 입을 닦으며 크라주를 바라보았다. 무엇이냐 묻는 질문의 의미이기도 했다. 크라주는 조용히 대답했다.

「뭐, 별거 아니오. 그냥 닥쳐오는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끝이지요. 하하하하핫‥. 그럼 자연히 알게 되겠지요, 안 그렇소? 후훗‥자, 그럼 후식이나 같이 주시오. 이 세계에 올 때마다 난 커피를 즐긴답니다. 블랙커피인가? 그 색이 저와 같은 색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들더군요.」

“아, 그러시오? 그러면‥넥스, 너는 무엇으로 하겠니?”

회장은 마침 식사를 마친 넥스에게 물었고 넥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저도 커피로 하지요. 오늘은 카푸치노로.”

“좋아, 그럼 난 차로 하지.”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장을 향해 박수를 두 번 쳤다.


리오는 병실 밖 의자에 앉아 양손을 깍지 낀 채 턱을 괴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구출해 온 여성이 왜 이 세계에 왔는지를‥.

‘‥그냥 평범한 사람일 텐데 왜‥? 마력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리오의 앞에 병원 기록용의 얇은 펜 노트북 컴퓨터를 든 간호원이 다가왔다. 리오는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고 얼굴에 여드름이 약간 있는 간호원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부인은 괜찮으십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리오가 미간을 약간 좁힌 채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간호원은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호, 호홋‥죄송합니다, 실례를‥. 그럼 동생분‥아니면 누님‥?”

리오는 피식 웃은 뒤 조용히 물었다.

“훗‥용건이 뭡니까?”

간호원은 핵심을 찔린 듯 계속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예‥저, 환자분이 좀 뵙자고‥.”

리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간호원의 어깨를 툭 두들긴 후 병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수고해요.”

간호원은 리오가 들어가자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다가 혀를 병실 문을 향해 내민 후 간호원 대기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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