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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89화


바이칼은 먼 동이 틀 때까지 계속 차원이동을 해 온 대륙의 상공을 날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밤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먼 동이 틀 무렵, 바이칼은 레프리컨트 왕국 쪽으로 날아가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대륙이 차원 이동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 바이칼은 생각했다. 주민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시무룩했다. 나라를 빼앗긴 것 이외에도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외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가즈 나이트와 같이 강력한 기, 강력한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안 느껴진다고 해서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바이칼은 계속해서 수도가 있던 자리로 가기 시작했다. 퓨리로 인해 중앙부터 날아가 버린 수도의 모습은 보기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고 바이칼의 자존심도 긁을 것이었다. 바이칼로서는 그렇게 처참히, 그리고 간단히 당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흡!」

수도로 향하던 바이칼은 순간 놀라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수도의 중앙, 즉 퓨리의 발동 지점에 거대한 흑색의 기둥이 솟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뭐야‥! 어째서 저런 것이‥!!」

「신의 기둥이다. 뭐, 당연하겠지. 신이 만든 것이니까‥.」

바이칼은 움찔하며 자신의 옆쪽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피부에 붉은 턱시도를 입고 있는 악마 귀족이었다. 바이칼은 즉시 모습을 인간형으로 바꾼 후 팔짱을 끼고 그 마 귀족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또 뭐냐? 모습을 보니 마 귀족 같은데‥.”

그러자, 그 마 귀족은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흥, 드래곤 따위엔 관심 없어. 어디서 길러진 드래곤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주인을 안 태우고 나왔군. 주인이 없으니 버릇도 없는 건가? 크크크큭‥. 이 몸은 마 귀족 크라주라 한다. 어쩌다 운이 없이 날 만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죽어줘야 하겠어. 참고로 말해주마. 이 몸을 이기려면 용제의 직속 부대라는 전룡단의 단장 정도 되는 초 전투 드래곤 정도는 되어야 한다. 물론, 그 정도 된다 해도 겨우 이기겠지만‥ 크크크크.」

그러자, 바이칼은 여전히 무표정인 상태로 크라주에게 물었다.

“‥용제를 아나 보군. 만난 일 있나.”

그러자, 크라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 생물 중에선 신을 능가하는 유일한 존재인데 만나서 피 볼 이유는 없겠지. 자아‥ 이제 천천히 죽여 볼까? 드래곤을 죽이는 건 참 오래간만인데‥.」

크라주가 그렇게 말하자, 바이칼은 거의 보이지 않던 웃음을 살짝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도‥ 마 귀족을 죽이는 건 간만이군. 풋‥ 언제나 결론이지만 너무 빨리 끝나. 시시해‥. 하긴, 내 부하들보다 약한 녀석들이니 오죽 하겠나‥.」

순간, 크라주의 검은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바이칼은 양 손바닥을 맞댄 후 천천히 벌려 나갔다. 그러자, 양 손 사이엔 긴 빛줄기가 생겨났고 그의 손바닥 사이가 최대로 벌어지자 그 빛은 형체를 갖추어 나갔다. 용의 뼈로 되어 있다는 흰색의 자루, 용을 상대할 땐 배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날,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였다.

바이칼은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크라주에게 말했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용제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할 일 없이 들고 다닌다고 말이야. 운이 없는 건 바로 너 같군‥.”

크라주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양손을 뒤로 가져간 채 바이칼에게 소리쳤다.

「자, 잠깐! 그럼 당신이 바로 용제‥겠군요!! 그런데 당신과 같은 고귀한 분이 왜 인간을 등에 태우고 다니시는 겁니까!!!」

바이칼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날 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보며 중얼거렸다.

“‥내 등에 타고 다니는 그 인간도 보통은 아니거든. 가즈 나이트라고 들어 봤나‥ 너희들 세계에선 거의 킬러로 자리 잡은 상태일 텐데‥ 하긴, 상대한 악마 중 살아남은 녀석이 거의 없으니 외모에 대한 정보는 별로겠지. 그 녀석이 친구라고 우기면서 내 등에 타고 다니는 것이다. 자, 유언은 끝인가?”

크라주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바이칼에게 소리쳤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더 여쭤보면 안 됩니까? 죽은 인간의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순간, 크라주의 몸 중앙엔 흰색의 검광이 번뜩였다. 좌, 우로 이등분된 크라주에게 바이칼이 나지막이 말했다.

“시끄럽군‥.”

이등분된 크라주의 몸은 빠르게 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다시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도마뱀의 꼬리‥라는 것이 있지? 마 귀족은 많이 상대해 봐서 잘 알아, 지금의 너처럼 몸 전체는 버리고 왼손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어넣어 팔만으로 탈출하는 것‥.”

그의 말대로, 재로 변하는 크라주의 몸 중 오직 왼쪽 팔뚝만이 정상으로 있었다. 바이칼은 손을 내 저으며 마저 말했다.

“꺼져.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그러자, 크라주의 왼팔은 뒤에 열려진 검은 공간을 통해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바이칼은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뒤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저런 녀석이 몇 명째더라‥ 300명 이후로는 기억이 안 나‥.」


포르투갈의 리스본 항. 어젯밤 사이 항구 저 멀리 대륙이 하나 생겨나는 바람에 사람들은 그리 즐겁지 못했다. 유럽을 장악한 블랙 프라임 때문에 있던 배들도 제대로 항해를 하지 못하는데 대륙이 생겨남에 따라 어장이 사라진 탓에 나갈 수 있는 배도 나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리의 한 넓은 장소에선 사람들의 활발한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예전엔 단속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경찰들도 같이 구경하고 있는 스트리트 파이팅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불법 경기의 규칙은 하나였다. 상대를 눕히는 것.

퍼억–!!

“으허억–!!!!”

권투용 붕대를 손에 감고 있던 한 사내가 상대방의 긴 킥에 맞아 피를 흩뿌리며 멀찌감치 날아가 버렸다. 결과는 전투 불능. 그러자, 구경꾼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 괴물은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거야? 스트레이트로 일곱 명을 일격에 눕히다니‥? 누구 아는 사람 있어?”

“헤헷, 상금이나 빨리 빨리 바치라구 친구! 난 지금, 무지무지하게 신나 있으니까! 와하하핫!!! 다음 상대는 누구냐, 어서 나와!! 난 차비를 마련해야 한단 말이야!”

일곱 명을 모두 일격에 눕힌 짙은 금발의 수퍼 루키는 자신의 말대로 정말 신이 나는 듯 주위의 사람들에게 소리소리쳤다. 그러나, 더는 상대는 나오지 않을 듯했다. 그때, 사람들을 밀치며 한 사내가 말했다.

“헤이, 루키!! (신인이라는 뜻, 이름이 아님) 날 이기면 만 달러를 주지!!!”

“오오, 챔프다! 한 달 동안 150명을 이긴 전설의 챔프다!!!”

“이야, 저 건방진 녀석도 이젠 끝이겠군!! 이봐! 챔프에게 20달러!”

관중들 사이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고 그 금발의 청년은 오른쪽 눈썹을 치켜뜨며 씨익 웃었다.

“헤에‥ 챔프라? 좋아! 뭐하는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상대해 주지!!”

청년은 자신의 양 주먹을 격돌시킨 후 손가락을 까딱였고 그 챔프라는 사나이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훗, 꽤나 자신감이 있는데 그래? 미안하지만 난 전직 BSP였다. 지금은 실업자가 되었지만‥. BSP가 뭔지는 너도 잘 알겠지, 보통의 격투가는 날 이길 수 없다.”

그러자, 그 청년은 양팔을 벌리며 더욱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헤에‥ 그래? 그럼 더 잘 됐군! 좋아, 시작할까?”

“좋지!!”

순간, 청년을 향해 사내의 두꺼운 발이 연속으로 날아들었다. 1초에 적어도 일곱 번은 차는 듯했다. 청년은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다는 듯, 그 역시 같은 발차기로 사내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파파파팡–!

몇 초간 다리 공격만의 난전이 교차하자,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TV에선 볼 수도 없는 진기들이 그들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꽤 하는데? 그럼 이건 어떠냐!!”

슛–!!

사내가 발차기를 멈추고 손날을 모은 채 청년에게 일격을 가하자, 청년이 있던 자리엔 칼로 자른 것보다 더 예리한 흠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청년은 맞히지 못하였다. 몸을 돌리며 그 일격을 쉽게 피한 청년은 일갈을 터뜨리며 빈틈이 생긴 그 사내에게 공격을 가했다.

“일만 달러–!!!”

첫 공격은 오른쪽 낮은 발차기, 일명 로우 킥이었다. 그 공격에 사내의 몸은 공중에 약간 뜨게 되었고 청년의 추격타가 숨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회전이 가해진 왼발 올려차기였다.

“으헉–!!”

그 공격으로 사내의 몸은 공중에 붕 떠 올랐고 청년은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듯 양손을 모으고 사내의 위까지 재빨리 뛰어올랐다. 인간이길 거부하는 엄청난 탄력이었다.

“마무리닷–!!!!”

콰직–!!

그 청년은 모은 손으로 사내를 찍어 내렸고 사내의 몸은 지면에 격돌하고 말았다. 대결은 거기서 끝이었다. 조금 후 정신을 차린 그 사내는 아직도 하늘이 빙빙 도는 듯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서 겨우 일어나게 되었다. 자신을 단 한 번의 연계기로 쓰러뜨린 그 청년은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돈을 세고 있었다. 사내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 아니‥ 넌 누군데 BSP인 나보다 더‥.”

그러자, 청년은 사내에게 살짝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헤헷, 같은 BSP지. 국적은 안 어울릴지 몰라도 대한민국 소속이야. 헤헤헷‥.”

“대, 대한민국의‥? 설마 네가!? 후‥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보통 건달치고는 너무 강하다 했어. 그런데, 뭐하려고 스트리트 파이팅을 했지? 나야 전직을 숨기는 대신 이 짓을 한다 하지만‥.”

그러자, 청년은 오늘 번 1만 5천 달러를 주머니에 챙기며 가볍게 대답했다.

“응, 어머니께 전화 걸려고. 자자, 몸조리 잘 하라구 친구! 난 상대가 없으니 이만 가네〜.”

그러자, 그 사내와 그를 부축하던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 청년의 뒤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곧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후‥ 듣던 것보다 훨씬 괴짜군. 최강의 BSP‥.”

청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가 주인인 듯한 검은색의 거마를 두어 번 두드려준 후 말과 함께 멀리 보이는 공중 전화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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