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93화
“‥나와라, 친구들을 깨우기 싫군.”
슈렌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는지, 근처의 나무 위에서 무언가 튀어 올랐고 보름달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보라색의 광대 차림을 한 2m가량의 거구였다. 슈렌은 뜬 듯 감은 듯한 자신의 눈으로 그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벌써 위치가 포착된 건가. 벨로크 공국에서 여기까지 알아내다니‥.”
그러자, 그 거구는 괴이한 웃음소리를 공중에 흘리기 시작했다.
「키히히히힛‥ 어둠의 정령들이 말하고 있다, 위험 인물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힛힛힛힛힛‥. 난 조커 나이트, 오늘은 저번과는 다른 가즈 나이트인 듯하군. 걱정마, 오늘 너희들하고 싸울 생각은 없어.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가즈 나이트 네 명과 싸우기엔 무리겠지. 뭐, 난 강하지도 않지만‥ 힛힛힛‥.」
“….”
슈렌은 말 없이 그룬가르드를 두 개의 손가락으로 공회전시켜 보았다. 조커 나이트는 다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힛힛힛힛‥ 재미가 없는 모양이군. 뭐, 좋아‥ 어쨌든 너희들은 여기서 발견되었다. 난 보고만 하면 돼. 힛힛힛힛힛‥ 그럼, 좋은 밤이 되길‥ 크히히히히힛–!!!!」
조커 나이트는 자신의 뒤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달의 뒤로 돌아 들어가듯 사라졌다. 슈렌은 커피컵을 들고 여관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여관 1층 로비엔 바이론이 조용히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슈렌은 그를 바라보며 조커 나이트의 일을 말하려 했다.
“이봐‥.”
그 순간, 바이론의 눈이 다시금 광기에 젖어 들었고 그는 예전과 같은 웃음을 지으며 슈렌의 말을 가로막고 말했다.
“크크크크팰‥ 알고 있다. 윗층에서 자고 있을 얼간이들이나 깨워. 이오스님이 주무시기라도 하는가 보군‥ 하긴, 아직 완전히 엘프의 몸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후후후후훗‥.”
“‥좋아.”
2층으로 올라간 슈렌은 레프리컨트 여왕과 린스 공주가 사바신에 의해 깨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바신은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하핫, 우리도 가즈 나이트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줘 슈렌. 다른 사람들은 레디가 깨우러 갔으니 걱정하지 마.”
슈렌은 고개를 끄덕인 후 계단 쪽 복도에 위치한 이오스의 방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위장을 위해서라면 신도 어쩔 수 없이 보통의 방을 사용해야만 했다.
“…?”
슈렌은 이오스가 자신들보다 감각적인 면에서는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문을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슈렌은 결국 손잡이를 비틀고 방 안에 들어갔다.
“‥! 이오스님!”
슈렌은 이오스가 침대 위에 반쯤 쓰러진 모습을 하고 있자, 급히 그녀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그녀의 몸에선 신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보통의 하이엘프에 불과했다. 슈렌은 미간을 찡그리며 그녀를 어깨에 업고 방 밖을 나섰다.
“‥!?”
순간, 슈렌의 눈이 번쩍 떠졌고 그는 이오스를 안은 채 공이 튕기듯이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무가 부러지는 둔탁한 음과 함께 흑색의 거대한 물체가 여관의 천정을 뚫고 안으로 침입해 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곳곳에서 검은 인간형의 물체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슈렌은 자세를 바로 잡은 후, 이오스를 왼쪽에 안은 채 그룬가르드를 오른손으로 빙그르 돌리며 중얼거렸다.
“‥나찰‥인가.”
방 밖에서 슈렌을 바라보고 있던 키 3m가량의 나찰은 마스크를 개방한 후 안에 있는 날카로운 이빨을 벌리며 포효를 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시끄러워!!!”
그때, 거대한 목도가 나찰의 옆구리를 강타했고 나찰은 깨진 장갑 질 표면과 함께 여관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나찰을 일격에 날린 사바신은 슈렌에게 어서 내려가라는 눈짓을 한 후 다른 방에서 나타난 나찰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아깝군‥.”
슈렌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지면에 가볍게 착지한 그는 밖에 이미 모든 일행이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퍼엉–!!
또 한 번의 기계음과 함께, 다른 나찰이 이번엔 여관의 천정을 뚫고 인형처럼 밖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슈렌의 눈에 들어왔다. 과연 최고의 파워라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하하하하핫–!!! 이 사바신님께 힘으로 대결하려 하다니, 어리석은 것!!!!”
사바신은 여관 안에 침입한 나찰들을 혼자서 거의 처리 중이었다. 한 나찰이 오른팔을 뻗쳐 사바신을 공격했고, 사바신은 그 공격을 왼손으로 가볍게 잡아내었다. 그러자 그 나찰은 이번엔 왼손으로 사바신을 공격했고 그는 역시 오른손으로 그 공격을 잡아내었다. 양손을 서로 마주 잡은 상태가 된 둘은 즉시 힘의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크우우우우우!!!!!」
나찰이 괴성과 함께 힘을 쓰자, 사바신의 발 밑에서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바신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웃으며 자신의 팔에 힘을 넣었다.
“가소롭다 가소로와!!! 푸하하하하하핫–!!!!”
사바신은 악력을 이용해 나찰의 손을 으깬 후 즉시 팔도 꺾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 등 뒤에 둥둥 떠있는 팔봉신 영룡으로 나찰을 강렬히 후려쳤다.
“꺼져버려–!!!”
일격을 받은 나찰은 힘없이 밖으로 날아갔다. 사바신은 영룡을 등에 메고서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나찰들은 현재 일행들이 있는 여관만 습격한 상태였다. 밖으로 나온 모두는 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잘 피해 다녔는데 오늘 갑자기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레프리컨트 여왕을 꼭 안고 있던 린스는 불타는 여관을 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바이론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이봐 미치광이!! 어째서 오늘 이러는 거야! 가즈 나이트인가 뭔가라면 어서 대답해봐!!”
바이론은 뒤를 흘끔 바라본 후 광소를 하며 대답했다.
“크크크팰‥ 약효가 다 되어서지. 각성제라고 해야 하나‥? 이오스님이 드신 약은 그녀를 다시 여신으로서 각성하게 만드는 신약이었다. 하지만, 약효가 불완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효과가 흐려지게 되어 있지. 운이 없게도 오늘이 그 일주일째거든‥ 크크크크팰‥ 이제 30분 후면 이오스님이 다시 일어나실 테니 그때까지 참아 봐 공주, 이 미치광이와 함께 말이야. 크하하하하하핫‥!”
린스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손 안에 들어있는 작은 은제 십자가를 꼭 쥐었다. 예전에 리오가 그녀에게 준 일이 있는 물건이었다.
“칫‥ 왜 혼자 바보 같은 짓을 해서‥!!”
린스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자, 여왕은 안쓰러운 얼굴로 린스를 내려다보았다.
우르륵–
순간,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바이론의 눈에서 뿜어지는 광기는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땅에서 소리가 들린 것을 다른 보통 사람들 중 가장 먼저 느낀 마키는 땅에 귀를 대고 그 소리가 어디서 들린 것인지 확인해 보려 했다. 무언가 땅 아래에서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 마키는 계속 머리를 땅에 대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윽!”
갑자기, 슈렌이 마키를 뒤에서 안아 땅으로부터 들어 올렸고 그와 거의 동시에 마키가 귀를 대고 있던 땅에선 창과 같이 뾰족한 나무 덩굴이 솟아올라왔다. 생명을 잃을 뻔한 마키는 숨을 몰아쉬며 약간 질린 듯한 얼굴로 나무 덩굴을 내려다보았다. 슈렌은 말 없이 마키를 다시 내려놓은 후 바이론에게 걸어갔고 마키는 흘끔 슈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흔들며 다시 주위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이론, 이건‥.”
슈렌의 말을 들은 바이론은 다시 중간에서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알고 있다‥ 12신장‥ 크흐흐흐흐흣‥!”
바이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찌감치 떨어진 넓은 지면에선 굉음과 함께 수많은 나무 덩굴들이 솟아올라왔다. 그 모습을 본 노엘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서, 설마‥! 12신장, [나무의 라우소]!? 아니야, 그는 분명 리오 씨에 의해 죽음을 당했을 텐데‥?”
나무 덩굴들은 서로 꼬아지더니 곧 거대한 굵기의 나무로 변하였다. 그리고 조금 후, 나무의 중앙이 열리며 녹색의 빛과 함께 한 사나이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사나이는 남자답지 않게 요염한 미소를 띠우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바이론 일행에게 중얼거렸다.
「후후후훗‥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상당히 오래간만이군요‥. 후후훗‥.」
조용히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슈렌은 목을 살짝 풀며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그때, 바이론이 슈렌보다 먼저 다크 팔시온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갔다. 바이론은 뒤를 흘끔 바라보며 슈렌에게 말했다.
“‥저 말하는 야채는 내가 죽이겠다, 넌 여기서 사람들이나 돌보고 있어. 크크크크크팰‥.”
바이론의 말을 들은 슈렌은 불만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룬가르드를 잡은 손을 풀었다.
“‥그게 더 서로에게 어울리겠지.”
라우소는 바이론이 자신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하자, 어깨를 으쓱이며 특유의 목소리로 말했다.
「호오‥ 혼자 오십니까? 간만에 다시 살아났는데 너무 섭섭하군요. 당신의 광기는 예전에 경기를 보며 눈에 잘 익혔습니다. 정말 잔인하시더군요. 가즈 나이트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후후후훗‥.」
퓨웅–!!
순간, 라우소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바이론은 다크 팔시온을 어느새 휘둘렀는지 손 안에서 휘휘 돌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감상이 너무 길군‥ 크크크팰‥. 널 잘게 잘라서 야채 돼지죽을 만들어 주지, 크크크크크팰‥ 크하하하하하하핫–!!!!!”
라우소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과 동시에, 라우소가 나왔던 거대한 덩굴 나무가 윗둥이 세로로 잘리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라우소는 눈에서 광채를 뿜어내며 말했다.
「후훗, 멋지군요. 야채 죽이라‥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란 전제가 붙겠지요? 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