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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02화


“‥식사 안하세요?”

지크가 창틀에 턱을 괸 채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자, 방 안에 직접 배달된 아침을 먹던 라이아가 그에게 물어왔고 지크는 라이아를 흘끔 보며 힘 없이 말했다.

“‥먼저 먹고 있어. 좀 있다가 먹을께.”

라이아는 지크가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 물론 만난 지 몇일 안되긴 했지만‥.

지크가 겉으로 보기에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라이아의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도 그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1분도 지나지 않아 상처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가즈 나이트인 자신 이상의 생체 회복 능력을 가진 인간형의 존재는 많지 않았다. 예로 신이나 악마를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라이아의 행동으로 보아 인간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 혼란이 그를 진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할 수 없지.”

지크는 한숨을 쉬며 창틀에서 몸을 일으킨 후 라이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나서 옆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같이 먹자 라이아.”

“예에.”

라이아가 건내준 빵을 씹으면서도 지크는 계속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악마라면 ‥그렇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착한 악마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이라면‥지크는 이 가능성이 제일 싫었다. 예전에 자신이 당했던 경우가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그는 예전부터 지켜왔던 자신의 사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19세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것이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좀 이상한 경우지만.

“‥라이아.”

스프를 떠 먹던 라이아는 지크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부르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괜히 불렀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어제 내가 물어본 것‥생각해 봤니?”

그는 어제 자신이 물었던 라이아의 거처 문제를 떠올렸던 자신의 머리에 내심 감사하며 겉으로는 진지한 얼굴을 유지했다. 라이아는 숟가락을 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좀 더 시간을 주세요.”

“음‥천천히 생각해 봐. 자자, 빨리 먹자. 지겹겠지만 다른 곳으로 가야 하거든. 누가 빨리 먹나 시합할까?”

그러자, 라이아는 멍하니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 언니가 먹는 것으로 내기하는 사람이 제일 멍청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지크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무렵, 도시의 입구 쪽에선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땅 속에서 시체들과 해골들이 밀려 올라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보라색 머리의 소녀와 갑옷 차림의 남자는 별 표정 없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루카님, 어째서 당신까지 이곳에 오신 것입니까. 저 하나로도 충분하다 생각하

는데요.」

12 신장, 천공의 루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대답했다.

「글쎄‥난 워닐 대장군의 말을 따를 뿐이야. 그건 그렇고, 이쪽으로 그 신의 부산

물이 갔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군. 반응이 있어. 홀핀, 망자들을 동남쪽으로 가게

해라. 반응이 강하다.」

「예, 말씀대로‥.」

보라색 머리의 소녀–홀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손바닥에 떠오른 칠흑빛의

구슬을 매만졌다. 그러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던 언데드 몬스터

들은 동남쪽으로 모두 방향을 바꾸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휩쓸고 간 자리를

따라 홀핀과 루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군, 왜 신의 부산물 따위가 필요하시다는 걸까‥. 그저 불로불사

의 불행한 쓰레기일 뿐인데‥. ‘목적’ 때문이신가‥?」

「‥?」

그말을 들은 홀핀이 루카를 흘끔 바라보았고, 루카는 뭘 보냐는 듯 한 얼굴로 홀핀

을 쏘아보았다.

「‥마족 따위가 끼어들 일은 아니다. 하긴‥들어도 알 리는 없지만‥.」

홀핀은 루카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물론 힘의 차이도 차이였지만, 도저히 루카

를 비롯한 신장과 여신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신들이 현재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단 한명, 12 신장 대

장군 워닐만이 알고 있었다.

마동왕도 나라를 빼앗았다면서 탄압은 커녕 별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모두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세계가 합해지는 일‥설마 ‘일 따위’가 되는 건 아닐까‥?’

홀핀은 그렇게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나, 휀?”

“예, 유감스럽지만‥. 아무래도 신이 한명 이상 개입한 듯 합니다.”

“‥그래‥흠,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군. 그렇다면 차원 이동도 당연히 안되겠지.”

“예. ‥리오와 바이론이 있다 하더라도 이번 일은 좀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둘은

몰라도 다른 가즈 나이트들은 위험할지도‥.”

“아니,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몰라. 이번 일로 가즈 나이트들이 자신의 힘을 반

이라도 깨달으면 좋으련만‥.”

“‥예?”

“‥보통 인간이라도 위기 상황에선 초인적인 힘을 내지. 난 자네들을 가즈 나이트

로 개조할 때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네.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

었지. 자네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 바이론과 같은 이중 인

격, 지크와 같은 자유분방함, 리오와 같이 사랑의 슬픔에 젖은 성격, 슈렌과 같은

차분함, 사바신과 같이 힘을 바탕으로 둔 난폭함, 레디의 조용함과 친절함‥. 모든

가즈 나이트들은 700년 이상 살면서 자신들의 성격을 그렇게 만들어 갔지. 자네들

은 내가 준 힘을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다 사용하려면 아직은 더 살아야

해. 하지만‥가끔씩은 그 힘이 절반까지라도 나올 수 있을거야. 그땐 자신도 모르

게 본능적인 파괴 행동을 하겠지.”

“‥언제쯤 그 힘이 나옵니까?”

“‥예를 들어‥내가 안전주문을 풀어주지 못하는 상황? 허허허헛‥.”

“‥하긴, 그렇겠군요. 지식이란 쓸데없는 것이 없어지고, 인간에게만 있는 원시적

인 무한의 전투 본능이 깨어날 때가 바로 극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물론, 극한 상황

이 닥쳐도 본능에서 깨어나는 인간이 수십억의 한명 꼴이지만요‥. 어쨌거나‥일이

잘못되어도 처리는 제가 하니 안심하십시오.”

“‥자네 결론은 언제나 그거군‥700년간 똑같이‥. 허허허허헛‥.”



「호오‥인간들이군. 언제나 처럼 나타나다니, 심심하진 않겠는데?」

홀핀의 조롱어린 말을 들은 테크는 맨 이터를 뽑아든 채 앞으로 불쑥 나서며 홀

핀과 루카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흥! 쥐방울 같은 마녀에겐 관심 없다! 뒤에 있는 갑옷 녀석, 나와 한판 붙어보는 게

어떠냐!!! 설마 무섭다고 그 마녀 뒤에 숨어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에, 루카는 피식 웃으며 테크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서 조용히 입을 움직였

다.

「후‥그게 아니고‥.」

순간, 루카의 손바닥이 옆으로 움직였고 마치 뺨을 맞은 것과 같이 테크는 볼에 큰

충격을 받으며 루카의 손바닥이 움직인 쪽으로 날려졌다.

“크아앗–!!”

루카는 다시 팔짱을 낀 후 쓰러진 테크에게 말을 마저 했다.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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