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438화


“오, 그 정도면 이제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리오는 어제 루이체가 사다 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마키를 보며 감탄하듯 말했고, 마키는 약간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러나 바이칼은 콧방귀를 뀌며 무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근육 때문에 벗겨놔도 남자 같군.”

“어머머? 바이칼,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보이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데리고 나온 건데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그러자, 바이칼은 평상시대로 별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난 내 생각을 말한 것뿐이야.”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오빠, 뭐라고 말 좀‥오빠?”

주위가 순간 잠잠해지자, 등을 돌린 채 눈을 감고 있던 마키는 갑자기 변한 상황에 눈을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나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던 리오가 지금은 정색을 한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휴가 기간이었나 보군‥. 뭐, 폭풍 전야라고는 언제나 느끼고 있었지만 말이야.”

마키로서는 알 수 없는 리오의 말이었다.

「휴가라‥뭐, 틀린 말은 아니야. 훗훗훗훗훗‥.」

순간, 창가 근처에 놓인 의자에 검은색 연기가 일어났고, 그 연기는 점점 인간의 형체를 이루더니 이내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검은색 피부의 악마 귀족, 크라주였다.

그러나 그가 나타났어도 리오와 바이칼, 루이체는 그리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리오는 덤덤히 크라주를 바라보다가 루이체에게 넌지시 말했다.

“‥네 방에 계시는 프시케 님을 모시고 이 방으로 오렴. 조금이라도 괜찮겠지.”

“응? 으응‥.”

루이체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리오는 팔짱을 끼며 자신의 앞에 앉은 크라주에게 물었다.

“흠‥뭐 하러 왔지? 사망유희(死亡遊戱)를 하며 즐기려고?”

크라주는 미소를 지은 채 일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난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구. 가즈 나이트에다가 용제까지 계시는 마당에 한판 붙을 용기를 가진 녀석은 별로 없겠지. 우리 대공님께서 보내시는 특별 선물을 전해주려고 왔다.」

대공이라는 말을 들은 리오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움찔거리며 크라주에게 다시금 물었다.

“대공(大公)? 다섯 악마 대공 중에서 누구를 말하는 거지?”

「쿳, 당연히 내가 모시는 [린라우] 님이시지. 자, 나와보면 안다. 전할 것을 전했으니 난 이만 가지.」

크라주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자, 바이칼은 자신의 오른 주먹에 힘을 넣어보며 크라주를 향해 중얼거렸다.

“‥좀 더 남아 얘기할 생각은 없나 보군.”

거의 다 사라지고 검은색 얼굴만이 남은 크라주는 크게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후하하하하하핫‥! 난 겁이 좀 많거든. 하하하하하하핫‥.」

크라주가 사라진 뒤, 리오는 본래 복장으로 모습을 바꾼 후 닫혀져 있던 커튼을 활짝 열어 젖히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좋아‥다시 한번 날아 볼까 친구?”

“흥, 이럴 때만 친구겠지.”

바이칼은 투덜댈 뿐이었다.


밖으로 나온 바이칼은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드래곤 상태인 원래 모습으로 바꾼 후 거대한 날개를 퍼덕였고, 자신의 어깨 위에 리오가 안착하자 곧바로 호텔 주위를 선회하며 상승을 했다. 높이 상승한 그들의 눈에 띈 것은 호텔 옥상에 그려진 헬리콥터 패드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이었다. 커다란 망토로 머리를 포함한 온몸을 감고 있어서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확실히 구분할 수는 없었으나 현재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 누군가의 모습을 본 리오는 눈썹을 움찔거리며 파라그레이드 대신 엑스칼리버를 뽑아 들었다. 바이칼은 리오가 아직 제어하기 힘들다고 하던 엑스칼리버를 뽑아 들자 의외라는 듯 나지막이 물었다.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나? 왜 그 칼을 꺼내들고 그러지?」

그 질문을 들으며 오른팔을 왼손으로 주무르던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저 선물의 기가 느껴지지 않아. 기계 인간 아니면 내 탐색 능력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닌 선물이야. 넌 고속 이동을 할 준비나 해. 저 녀석이 뭘 쏠지도 모르니까. 내가 내려가서 인사나 하고 오지.”

리오는 곧바로 바이칼의 등에서 몸을 날려 그 정체불명의 존재가 서 있는 헬리콥터 패드 위에 내려섰다. 바이칼은 가까이 있는 고층 빌딩의 꼭대기 위에 내려선 후 날개를 접고 둘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리오는 엑스칼리버의 검은색 날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그 존재에게 물었다.

“‥네가 린라우의 선물인가? 네그가 나타났을 때 조금은 의심스러웠지만 설마 린라우가 개입되었을 줄은 몰랐어. 나도 이름만 들어봤기 때문에 모르지만‥어쨌든, 용건이나 밝히시지.”

리오가 말을 마치자, 망토 속에 가려졌던 그 존재의 손이 스윽 앞으로 올려졌고, 리오는 움찔하며 바로 엑스칼리버로 자신의 앞을 방어했다.

푸웅–!!

순간, 무형의 기가 그 존재의 손에서부터 뻗어 나왔고 리오는 그 충격에 뒤로 약간 밀려 나갔다. 그러나 리오의 뒤로 보이는 건물들 서너 개가 둥글게 관통되며 파괴되었고 그 건물들 중 하나에 앉아 있던 바이칼은 천천히 날개짓을 하며 다른 건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나서 따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번의 늑대는 상대도 아니군.」

방어하긴 했지만 자신의 몸을 덮친 그 무시무시한 충격파의 위력에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훗, 용건은 잘 알았다. 대답은 이거다!!”

리오는 기합과 함께 엑스칼리버로 헬리콥터 패드를 맹렬히 찍어 내렸다. 그러자 지뢰 자르기의 날카로운 충격파가 철근 콘크리트제 패드를 산산조각 내며 그 존재를 향해 달렸고 그 충격파에 정면으로 맞은 그 존재는 약간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칼과 같은 충격파에 의해 그 존재가 덮고 있던 망토는 세로로 조각이 나며 바닥에 흩날렸고, 그 존재의 진짜 모습을 본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여자? 인간으로 보이는데‥어쨌든 지뢰 자르기를 정면으로 맞고 멀쩡한 걸 보면 대단하긴 하군.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

속으로 계속 생각하던 리오는 잡념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은 후 앞에 있는 여성에게 말했다.

“자, 시작해 볼까? 너도 집에 가서 쉬어야 할 것 아닌가.”

슛–

“재미있는 농담이군.”

“–!!!”

퍼어억–!!!!

순간, 등에 타격을 입고 앞으로 날아가 버린 리오는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왼팔로 지면을 지탱한 후 공중에서 몸을 돌려 겨우 중심을 잡고 바닥에 다시 착지할 수 있었다.

‘뭐, 뭐지!? 이 스피드는‥!!’

리오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리오를 공격한 그 여성은 자신의 갈색 머리를 왼손으로 쓸며 오른손으로 리오에게 오라는 듯 손짓을 해 보였다.

“자아, 어서 오세요. 말을 아주 잘 하시던데요? 호호호홋‥.”

“쳇, 닥쳐–!!! 3급, [플레임 소드]–!!!!”

리오가 뻗은 왼손바닥 안엔 작은 마법진이 생성되어 있었고, 그 마법진에선 곧 장대와 같은 긴 불기둥이 뻗어 나왔다. 그는 곧바로 그 불기둥을 검처럼 휘둘러 자신을 날려 보낸 그 여성을 강하게 내쳤다.

“꺼져버렸–!!!!”

콰아아아앙–!!!!!

폭음 소리와 함께 호텔 옥상의 절반이 폭발해 날아가 버렸고, 호텔 안에 있던 루이체 등은 폭음과 진동에 움찔거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마법진을 거둔 후 리오는 바짝 긴장을 한 채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 거지? 이런 느낌은‥!”

“호호홋, 에티켓이 영점이군요 미남 오빠. 여자를 물건 취급하다니요.”

탁!!

리오의 시야는 갑자기 무언가에 의해 가려졌고, 그의 몸은 중심을 잃으며 옥상 바닥에 처박혔다. 그 정체불명의 여성은 불가사의한 스피드와 파괴력으로 리오의 안면을 잡아 바닥에 내쳤고, 호텔 옥상은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이내 무너져 내렸다. 여덟 개의 층을 뚫고 바닥에 쓰러진 리오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으나 또다시 큰 충격이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리오는 즉시 창문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갔고, 건너편 건물 외벽을 뚫고 다시금 처박혔다.

“크앗–!!!”

단시간 안에 이런 충격을 받은 일이 드문 리오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대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리오는 몸 위를 덮고 있는 철근 콘크리트의 잔해를 치우며 몸을 일으켰고, 리오가 들어간 층에서 사무를 보던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리오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때, 잔상과 함께 리오를 유린한 그 여성이 리오의 앞에 다시 나타났고, 리오는 순간 정신을 집중하며 자세를 취하였다. 그 모습을 본 그 여성은 빙긋 웃으며 리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어머? 아직 힘이 남아있군요. 그럼 계속 해 볼까요?”

“…!”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