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42화
딩동–딩동–
할 일 없이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던 지크는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오자 머리를 긁적이며 현관 쪽으로 향했다. 이 시간엔 올 사람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엌에서 나왔으나 지크가 손을 흔들며 자신이 나가보겠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지크는 별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해 보았다. 아름다운 갈색 머리를 가진 20세가량의 여성이 빙긋 웃음을 지은 채 서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지크는 약간 인상을 구긴 채 그 여성에게 물었다.
“저어‥누굴 찾아 오셨나요?”
그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지크·스나이퍼 씨를 찾고 있는데요, 음‥당신이신가요?”
그러자, 지크는 더더욱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그렇긴 한데, 아가씬 누구세요? 저 아시나요?”
그러나, 그 여성은 지크의 얘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녀는 말하기 시작했다.
“네그님의 말씀이 맞군요, 골치 아픈 분들이 여기 다 계시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세이아 씨는 계시죠?”
그러자, 지크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던지 정색을 하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 여성에게 물었다.
“‥당신, 용건이 뭐지?”
그러자,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음‥정확히 말하자면 세이아 씨를 데려가고 당신을 없애는 것이죠. 호홋‥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크 씨. 이제 곧 편안하게 해 드릴게요.”
뉴스 원고를 들고 기자실 안에서 열심히 뉴스 예행연습을 하던 티베는 조금 지루해졌는지 옆에서 자신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넬을 바라보았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상태로 탁자 위에 거의 눕다시피 한 넬은 티베가 자신을 바라보자 눈을 끔벅이며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언니?”
사실 티베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심심하고 지루하긴 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티베는 한숨을 깊이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휴‥아니다 아니야. 연습해야지 연습‥하나 둘‥.”
다시 연습에 몰입하는 티베의 모습을 보며, 넬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철컥–
그때, 누군가 기자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티베는 노크도 없이 들어온 그 남자를 보며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어머, 난 또 누구라고‥깜짝 놀랐잖아요 샘 씨. 그런데 경비실은 어쩌고 웬일로 여기에 다 왔어요?”
그러나 지금 방 안에 들어온 샘은 평소 순진한 청년으로 알려진 진짜 그가 아니었다. 샘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어깨 자락을 잡은 후 펼쳤고, 그의 모습은 곧 보라색 턱시도를 입은 붉은 피부의 악마 귀족, 네그로 바뀌었다. 그 모습을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던 티베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뒤로 주춤거렸고, 네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훗‥당신을 잡기 위해 내가 인간으로 변장해야 했다니, 나도 겁이 많아진 모양이군. 하지만 괜찮아, 이 세계에 들어온 가즈 나이트들은 지금 모조리 막혀 있으니 날 방해할 존재는 없어. 자, 이제 순순히 가 주실까 티베 양?」
그러자, 티베는 옆에 있던 넬과 꼭 붙은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네그에게 소리쳤다.
“다, 당신 왜 나에게 집착하는 거예요!! 나보다 예쁜 여자도 많잖아요!!!”
그러자, 네그는 재미있다는 듯 턱을 매만지며 실소를 터뜨렸다.
「훗, 인간은 급박한 상황에 처하면 예나 지금이나 별 말을 다 하는군. 당신 미모와는 상관 없어. 당신은 인간인 주제에 날 실패자로 만든 유일한 존재야. 당신을 악마계로 데려가 색귀들이나 아귀들에게 던져주고 싶을 정도로 난 자존심이 상했지. 다른 동료 악마들은 가즈 나이트들에 의해 실패했으니 괜찮다고 그랬지만 난 용납할 수 없어. 자, 이제 잔말 말고 순순히 나와 가 주실까?」
넬은 완전히 겁에 질려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티베는 침을 꿀꺽 삼키며 등 뒤로 돌린 손가락으로 마법진을 열심히 짜며 네그에게 물었다.
“‥어딜 가자는 것이죠?”
그러자, 네그는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말했잖나, 악마계라고.」
순간, 티베는 뒤로 돌렸던 손을 앞으로 내뻗으며 외쳤다.
“3급, [폴타인]–!!!”
파앙–!!!
그러나, 네그의 주위엔 연기만 났을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티베는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거렸고 네그는 의외라는 듯 입을 동그랗게 만들며 말했다.
「호오‥봉마 주문(封魔呪文)? 고급이긴 하지만 주문을 좀 잊어 먹은 듯하군. 이런 현상은 견습 마도사들에 의해 종종 일어나지, 후후후후훗‥. 자, 저항하지 말고 어서 오시지 티베 양.」
그때, 다시금 티베의 손이 네그에게 뻗었고 그녀의 손 앞에선 아까와는 달리 찬란한 빛을 뿜는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네그는 자신이 말하는 사이 티베가 주문을 다 외운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아니!? 어떻게!!!」
“3급, 폴타인!!”
이번엔 성공을 했는지, 네그의 주위엔 우윳빛의 성호막이 생성되었고 네그는 더 이상 앞으로 오지 못하였다. 넬은 굉장하다는 듯 티베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와앗–!! 티베 언니, 굉장해요 굉장해!!!! 정말 마녀 같‥아니 마법사 같아요!!!”
그러나, 티베는 오랫만에, 그것도 무리해서 고속 주문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무리 흔들어도 티베가 일어나지 않자, 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티베를 부축하며 문 쪽으로 향하려 했다.
「‥3급 정도의 봉마 주문은 마귀족에게 통하지 않지.」
그 낮은 음성과 함께 네그는 성호막을 간단히 깨 버렸고, 붉은 눈을 번쩍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네그를 보며 넬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시, 싫어‥지크 선배‥!!”
그런 넬의 모습을 본 네그는 웃음을 지은 채 몸을 굽혀 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넬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후후훗‥귀여운 꼬마. 어른이 되면 꽤 예쁠 것 같구나. 그러나 지금 널 데려가면 아귀들이 네가 너무 말랐다고 싫어할 것 같은데‥후후후후훗.」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봐, 당신 누구야!!! 그곳은 함부로 들어갈‥크히아악–!!!!”
청원 경찰로 생각되는 남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린 후, 곧 기자실의 자동문 모터가 철컥 소리를 내며 돌아갔고 네그는 급히 그 문을 마기(魔氣)로 막아 버렸고, 문은 다시 굳게 닫히며 열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그 순간, 문밖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큭‥크후후후후‥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콰아아아아앙–!!!!
그 웃음소리가 극에 달하는 순간 기자실의 반자동문은 폭발하며 고철 덩이로 변해 기자실 안으로 날려졌다. 연기와 전기 스파크 사이로 약 2m에 달하는 거인이 검은 코트와 검은 모자로 자신을 최대한 가린 채 서 있었고, 네그는 자신의 마기를 뚫고 들어온 그 사나이를 보며 소리쳤다.
「왠 놈이냐!! 누가 감히 네그님의 일을 방해하느냐!!!」
그러자, 문밖에 서 있던 그 사내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마귀족이라, 크크크크크크크‥죽인다, 죽이겠다, 죽여 버리겠다–!!!! 쿠와하하하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