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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51화


“오오‥가희 공주, 정말 잘 돌아와 주었구나! 련희도 잘 있겠지?”

케이는 허리를 굽혀 왕과 왕비에게 인사를 올리며 대답했다.

“예, 그러하옵니다 아바 마마. 잠시나마 아바 마마와 어마 마마의 심려를 끼치게 한 저희 자매를 용서해 주십시오.”

케이의 말에, 왕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하핫, 용서라니, 긴 시일 만에 보는 공주들에게 화를 낼 이유는 없겠지. 아, 저기 계시는 분이 바로‥.”

왕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레프리컨트 여왕은 치마를 살짝 잡고 목례를 하며 왕에게 인사를 했다.

“서방 대륙의 나라 중 하나, 레프리컨트 왕국 여왕입니다. 대국의 왕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린스도 역시 정색을 한 채 살짝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했다.

“레프리컨트 왕국 제 1 공주인 린스입니다. 저 역시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둘의 인사가 끝난 후, 다른 일행은 무릎을 땅에 대며 인사를 올렸다. 왕은 반갑다는 웃음을 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자아,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소. 레프리컨트 여왕님과 공주께선 곧 안내될 특별관으로 가시고, 다른 분들은 국빈관으로‥.”

그때, 왕의 옆에 약간 불만이 있는 얼굴로 서 있던 젊은 왕비가 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마, 왜 저 여왕과 공주라는 아녀자들은 마마의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것입니까! 제가 알기로 레프리컨트라는 왕국은 약 한 달 전에 망한 것으로 아옵니다. 나라가 없는 여왕이 대국의 지배자이신 마마의 앞에 떳떳이 서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입니까?”

그러자, 왕은 기분이 풀어진 듯 고개를 슬쩍 돌려버렸고, 왕비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며 여왕에게 소리쳤다.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감히 어전 앞에서 고개를 들기는커녕 서 있다니!! 들어라! 저 두 여자들도 같이 국빈관으로 데려가라!!”

그러자, 보다 못한 케이가 왕비에게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어마 마마! 레프리컨트 왕국이 완전히 넘어간 것도 아닌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양국 사이에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친선 관계가 어떻게 되옵니까!!”

그러나 왕비는 굽힐 뜻이 없는 듯했다.

“예전의 친선 관계가 어떻든, 망한 나라는 망한 나라란다 가희 공주!! 상관할 바가 아니니 공주는 물러서거라!!”

순간, 무릎을 땅에 댄 채 앉아있던 슈렌이 서서히 일어섰고, 낮은 목소리로 왕비에게 말했다.

“‥여왕님 앞입니다. 마마께서 아무리 국모라 하실지라도 저분은 한 나라의 왕이십니다. 그런 말씀은 감히 하실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자, 왕비는 기가 막히다는 듯 뒤로 주춤거렸고 곧 근처에 있는 근위병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이런 방자한 녀석이 어디 있단 말이냐!!! 여봐라, 뭣들 하는 거냐!! 어서 저 무례한의 목을 쳐라!!!!”

“예!!!”

근위병 두 명은 왕비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슈렌을 향해 달려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내렸다. 순간, 슈렌은 눈을 뜨며 자신을 잡은 근위병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계속 해봐.”

“‥!!”

그러자, 근위병들은 무슨 주문이라도 걸린 듯 슈렌의 어깨를 놓으며 뒤로 물러섰고, 그 모습을 본 왕비는 더더욱 흥분을 하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 이놈이!!! 여봐라, 뭣들 하는게냐!!!!”

“왕비!!! 그만 하시오!!!!!”

왕의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자, 주위는 곧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왕은 근심 어린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왕비에게 말했다.

“‥레프리컨트 왕국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가희 공주의 말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관계를 말 하나로 끝낸다는 것은 왕으로서의 도리상 두고 볼 수는 없소. 여왕께서는 기억이 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짐은 당신의 선대 왕과 학업을 같이 한 친한 사이였소. 선대 왕께서 운명을 달리하셨을 때 사실 서방 대륙까지 문상을 가려고 했었으나 그때 이 나라의 상황도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갈 수는 없었소. 그 일은 아직도 짐의 가슴속에 사무쳐 있다오. 이러니 왕비도 좀 이해해 주시구려. 짐의 부탁이오.”

왕의 말을 들은 왕비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듯 슈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저 무례한이 저에게 저지른 일은 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왕은 그 말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왕과 린스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슈렌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눈을 평상시와 같이 뜬 상태로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서 있었다.

그때, 청운 선인이 왕비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아, 소인에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저 젊은이의 힘을 시험할 겸, 다대일의 대련을 함이 어떨지요? 저 젊은이의 대련 상대와 수는 마마께서 선택하십시오.”

그러자, 왕비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좋소! 경의 말을 듣겠소! 그럼, 적사자대(赤獅子隊) 30명을 부르시오!!!”

그 말을 들은 청운은 설마 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고, 케이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왕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어, 어마 마마!! 적사자대를, 그것도 30명이나 부르심은 저 기사분에게 사형을 내리시는 것과 같사옵니다!! 부디 선처를 내려 주십시오 어마 마마!!!”

그러나, 왕비는 뒤로 돌아서 버렸고 청운과 케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슈렌은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사바신은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옆에 있는 레디에게 말했다.

“쯧쯧‥큰일 났다 야‥.”

레디도 공감한다는 듯 힘없이 말했다.

“그래‥불운이구나. 오늘 또 30명이나 실려 나간다니‥.”

대련 준비가 서서히 될 무렵, 노엘은 궁금한 얼굴로 청운에게 다가갔다.

“저어‥청운 선인님. 적사자대라는 사람들이 어떤 무인들이기에 선인님과 공주 마마께서 그토록 놀라십니까?”

청운은 고뇌가 실린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흐음‥적사자대란‥그보다 더 넓은 개념의 사자대가 이 드넓은 땅 전체의 무인 수천만 명 중 강자 1000명을 뽑아 만든 부대인데, 그 부대에서 또다시 추리고 추린 108명의 정예 부대를 말하는 것이라오. 그야말로 엄청난 사람들만이 모인 집단인데‥아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소. 이건 정말 가희 공주님의 말대로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오.”

“예에‥그랬군요.”

그 말에, 노엘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의 반응이 그리 강하지 않자, 청운은 의아한 얼굴로 노엘에게 물었다.

“아, 아니 그대는 저 젊은이가 걱정되지 않소?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는데?”

“예? 아, 아니요‥슈렌님도 꽤 강하신 분이라서‥.”

청운은 그때까진 노엘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한편, 테크는 자신들의 먼 앞쪽에서 몸을 풀고 있는 적사자대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로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은 그들에겐 기본 중 기본인 듯했다. 바늘방석 위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튀겨 종이를 뚫는 것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사람도 있었다.

“세, 세상에‥저건 인간들이 아니야!!!!”

그렇게 겁에 질려 있는 테크의 옆에서, 디텍트 고글을 쓴 채 적사자대의 수준을 측정하던 로드 덕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음‥너와 아슈탈보다는 조금 강하긴 하구나. 하지만‥다른 사람이 아닌 슈렌 군에겐 저 모습들이 그냥 서커스에 불과할지도 몰라.”

“예에!?”

테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슈렌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헝겊에 싸인 그룬가르드를 어깨에 매고 이리저리 몸을 풀고 있을 뿐이었다. 테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렇게 살짝살짝 몸을 풀던 슈렌은 몸이 다 풀린 듯 그룬가르드를 내린 후 자신의 먼 앞에서 몸을 풀고 있는 적사자대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

“슈렌 오빠!! 여기 좀 보세요!!!”

그때, 라이아의 명랑한 목소리가 슈렌의 귀에 들려왔고 슈렌은 라이아 쪽을 살짝 바라보았다. 라이아가 사기로 만든 큰 잔에 커피를 가득 끓여와 자신에게 내밀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고 라이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히힛, 여기 정말 없는 게 없던데요? 언니들에게 부탁하니까 바로 나오더라고요. 자자, 드세요 오빠.”

“‥음.”

그때, 대련을 알리는 징 소리가 들려왔고 라이아는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들고 대련 장소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히잉‥커피가 다 식을 텐데‥다시 끓여야 하나?”

그렇게 말하며 터벅터벅 걸어가던 라이아의 뒤에서, 그룬가르드를 싼 헝겊을 풀던 슈렌이 낮게 말했다.

“‥식기 전에 끝내지.”

그러자, 라이아는 눈을 반짝이며 슈렌을 바라보았고, 슈렌은 창을 쌌던 헝겊을 뒤로 던지며 천천히 중앙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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